뜨개인의 열두 달 - 한 해를 되짚어 보는 월간 뜨개 기록
엘리자베스 짐머만 지음, 서라미 옮김, 한미란 감수 / 윌스타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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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실만큼이나 포근하고 소소한 뜨개 기록

저는 종종 뜨개를 찾아서 하는 야매 뜨개인입니다

물론 썩 잘하지는 못하지만 집에 털실도 많이 가지고 있고 코스터 종류를 뜨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사실 그게 빨리 끝나고 단순하니까라는 이유도 섞여 있지만 직접 만든 코스터 위에 컵을 올려두면 너무 만족스럽거든요

어쨌든 뜨개를 매번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 꼭 하고 싶은 순간들이 다가오기도 해서

다양한 작가분들의 작품을 보고 우와 만들어 보고 싶다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도안들도 차곡차곡 수집해놓곤 하는데요

이번에 우연히 뜨개에 관련된 책을 한 권 보게 되었답니다



바로 뜨개인의 열두 달이라는 책인데요 책 표지부터가 뜨개에 대한 책이라는 게 잘 드러나서 굉장히 마음에 드는 책이었어요

처음엔 단순히 뜨개를 하는 분이 쓴 에세이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알고 봤더니 뜨개를 하는 분들한테는 꽤 유명한 뜨개 바이블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책 전에 출간되었던 '눈물 없는 뜨개'라는 책도 꽤 인기가 많았다고 해서 나중에 한 번 읽어보려고 생각 중이랍니다

사실 야매 뜨개인은 이 책의 저자인 엘리자베스 짐머만씨를 잘 알지 못해서 책을 읽기 전에 살짝 검색해서 알아봤는데요

조금 젊은 분이 저자분이 아닐까 했는데 연세가 꽤 있으신 여사님이셨어요

그리고 뜨개 교사이자 디자이너이신데 현재 뜨개 분야에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는 설명도 있었어요

저 이야기를 듣고 내가 너무 가볍게 이 책을 보려고 생각했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민망하기도 했어요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선택했나... 싶어서 말이죠 다행스럽게도 매우 즐겁게 읽었지만요


 


책 표지에서도 나와 있지만 이 책은 엘리자베스 짐머만 작가님의 뜨개 기록이 담긴 책이에요

단순히 뜨개 도안이나 뜨개에 대한 설명만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 각 계절에 맞는 이야기와 뜨개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져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뜨개라고 하면 가을이나 겨울 같은 추운 계절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직접 뜨개를 하다 보면 여름에도 굉장히 잘 어울리는 뜨개들이 많거든요

작가님 역시도 여름엔 여름에 어울리는 뜨개 프로젝트를 통해서 그 계절에 맞게 뜨개를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고 계셨고요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뜨개라는 분야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기도 했어요

사실 저는 겨울에 입은 스웨터류보다는 여름에 뜨개질을 통해서 가볍게 만드는 카디건이나 모자, 가방 같은 걸 더 선호하는 편이라서

작가님의 여름 프로젝트가 정말 너무 좋았어요 물론 제가 잘 뜨지는 못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이 뜨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거든요!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작가님이 진짜 너무 귀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야기가 소소하면서도 다정하고 따뜻하고 정말 일상적이고 귀여웠어요

그러면서도 그 속에서 어떤 실이 어떨 것이고, 어떤 느낌의 직물이 나올 것이고, 어떻게 하면 예쁘게 뜰 수 있을까 같은 뜨개는 사랑하는 마음이

뜨개에 대한 진심이 가득 담겨 있어서 마치 제가 덕질을 하는 모습이 저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무슨 일이든 생각나는 대로 시도해 보자. 이제 여러분에게 아란의 세계가 열렸으니 마음껏 즐기기 바란다.

자, 이제 내가 아는 아란은 모두 설명했다.

이 책에 있는 나머지 디자인들은 이제 유치할 정도로 단순해 보일 것이고,

여러분이 아이 같은 호기심을 품게 되었기를 바란다.

너무 예쁘지도, 너무 고지식하지도 않지만 좋은 유전자를 갖고 합리적으로 키워진 멋진 아이처럼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한 것이 엘리자베스 짐머만이라는 분을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한없이 따뜻한 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어요

그만큼 이야기가 너무 따뜻하고 문장도 따뜻했거든요 어떻게 저렇게 예쁘게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사실 이것은 번역을 해주신 역자분의 노력도 크겠지만 원어의 내용이 이쁘니 번역까지도 이렇게 다정하게 될 수 있었겠지?라는 생각도 같이 들었습니다

뜨개를 좋아지 않거나 낯설어 하는 분들이 읽게 된다면 나도 뜨개를 한 번 해보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고

뜨개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없이 뜨개를 하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만들 것 같았어요 정말 재미있게 뜨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적어 주셨거든요

저도 몰랐던 뜨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또한 즐거웠습니다 역시 무슨 분야든 깊게 파고 들면 심오한 법이네요



그리고 아주 당연하지만 이 책에는 작가님이 직접 뜨셨던 뜨개에 대한 설명과 함께 뜨는 방법이나 도안도 간단하게 실려 있습니다

물론 뜨개는 원래도 도안으로 간단하게 나타낼 수도 있고 글 만으로도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책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충분히 다양한 도안들과 설명들이 있으니까 뜨개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한 번쯤 읽어보고 도안을 따라서 뜨개를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았어요

저는 아직 글로만 설명된 뜨개는 헷갈려서 잘 모르겠더라고요 사실 읽으면 알 것도 같은데 뜨면서 보면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도안을 선호하는 편인데 도안도 잘 그려져 있어서 귀여운 도안을 기억해 놨다가 나중에 보고 직접 떠보려고 합니다

사실 니트나 옷 종류가 있긴 했는데 아직 그 정도로 잘 뜨는 상황은 아니라서 제일 간단한 것을 하게 되겠지만 말이에요

이 책이 뜨개인들 사이에서 뜨개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읽는 순간 깨닫게 되는

말 그대로 뜨개의, 뜨개를 위한, 뜨개에 의한 책 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어요

포근하고 따뜻한 뜨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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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살인 계획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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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인 믿음과 잔혹함이 어우러진 추리 스릴러


여름이 다가오고 본격적인 공포의 계절입니다 공포를 사랑하는 저에겐 참 좋은 계절이면서도 더위 때문에 고생인 계절이죠

최근에 저는 정말 열심히 장르소설을 읽고 있는데요 오늘도 역시 추리 스릴러를 가지고 왔습니다




바로 달콤한 살인 계획이라는 책인데요 사실 처음에 이 책의 표지만 봤을 때는

강렬한 핑크빛과 함께 조금은 내용을 알기 어려운 제목 때문에 호기심과 동시에

한국 작가분이 아니라 외국 작가분 작품인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만큼 특색이 있었거든요

물론 금방 한국 작가분의 작품이라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표지만 봤을 땐 정말 살인 계획이지만 뭔가 좀 숨겨진 무언가 연애나 그런 치정사에 어울리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띠지에 적혀진 '사람들은 죄다 미쳤다. 미치는 방식이 좀 다를 뿐'이라는 소개까지도

달콤한 살인에 미친 자에 대한 이야기일까? 란 생각까지 들게 했죠


그리고 저의 이 생각은 한 편으로는 정답이었지만, 한 편으로는 틀린 생각이 되었습니다


일단 기본적인 스토리는 주인공 홍진과 경찰인 화인의 이야기로 진행이 됩니다

주인공이자 누군가를 죽이고자 하는 그 당사자인 홍진은 남편의 육체적 폭력과 정서적 학대에

시달리던 끝에 아이까지 잃게 되는데요 가까스로 살아남은 그녀는 정신병원 입원하게 되고,

'경직성 정신분열증'이라는 정신병 판정을 받게 되죠


아무런 생각도, 행동도, 하고자 하는 욕망조차 가질 수 없던 홍진은 병원을 퇴원한 뒤 산속 깊은 곳의 절로 들어가서

예불과 스님들의 식사 준비를 하는 일을 하면서 속세와 단절된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지스님의 부탁으로 홍진과 함께 생활하던 여중생 '소명'이 죽음을 맞게 되는데요

사건은 자살로 수사가 종결되었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고, 미심쩍은 것들이 많았죠

결국 홍진은 소명의 짐에서 우연히 살인범의 증거를 발견하게 됩니다


죽은 소명과 자신의 아이가 겹쳐 보였던 홍진은 살인범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기로 결심을 하고

실행에 옮기지만 모두 실수로 끝나고 마는데요


그렇게 살인 시도를 거듭하던 홍진 앞에 경찰인 화인이 등장하고 두 사람은 점점 친밀감까지 형성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결론적으로 홍진의 살인 계획과 

화인이 쫓고 있던 사건의 진실이 하나로 겹쳐지게 되는데요


화인은 과거에 있던 연쇄살인의 범인을 잡았지만 범인이 옥중 자살을 하면서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고자 하였고,

화인은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자신이 죄가 없는 사람을 잡아넣고,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그 사건의 진실을 쫓고 있었죠


그리고 그 사건과 소명의 사망 사건이 묘하게 맞아 들어가는 부분들이 존재하게 되었고

나아가서는 범인이 동일인이라는 확신까지 생겼습니다



소설 속의 홍진은 모든 것이 결핍된 인물로 등장하는데요

단순히 결핍이라기 보다 믿고 있던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결핍이었고

그것은 약간 비뚤어진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정신분열증이라는 그녀의 병명에서부터 비뚤어진 그녀의 상황을 알 수 있는 힌트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홍진은 어떤 남자를 원하게 되었다.

홍진은 그 남자의 죽음을 가지고 싶었다.

홍진은 자신이 누구를 죽여야 하는지, 그가 어디에서 뭘 하는지,

자신이 그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알고 있다,

홍진은 오래전 병원에서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던 그때와 완전히 다르고

하루 종일 부엌에서 밥을 짓고 스님들의 하루 세 끼를 챙기던 때와도 달라졌다.

무엇이 더 좋은 건지는 알 수 없으나 홍진은 분명하고 또렷한 정신으로 그를 죽이겠다고 결심했다.

자기 손으로 죽일 것이고, 시체를 갈가리 찢어버릴 것이다.


홍진은 죽은 '소명'에게서 죽어버린 자신의 아이도 그렇지만 자기 자신을 투영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소명이 겪었던 일에 대한 분노가 되살아나며 아무 의미도 없고,

의지도 없던 그녀의 삶에 유일한 목적 하나를 만들어 내었고,

그녀 스스로가 살인범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살해할 계획으로써 표출되고 있었던 겁니다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묘사가 굉장히 좋았는데 알고 보니 작가님이 심리학을 전공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말투도, 문체도, 심리적인 묘사도 너무 좋았고, 한 편으로는 지나가는 말에 불과했지만

그 속에서 잔혹성이 엿보이기도 했습니다


정말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기거나 홍진의 위치가 된다면 저렇게 말하고 저런 생각을 하겠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서 저렇게 사람을 죽여야 하는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홍진은 다른 사람을 죽이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남편은 마약에 취해 그녀와 아이를 죽이려고 했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써는 칼을 그녀와 아이의 배에 찔러 넣었다. 홍진은 아이보다 조금 더 튼튼했기 때문에,

아니 더 질겼기 때문에 숨이 붙어 있었을 뿐이다. 홍진은 끝까지 남편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홍진은 자신이 이지하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할 때마다 구역질과 현기증이 치밀어 올랐다.

자신이 그를 죽여야만 하는 건 그가 먼저 살인을 했기 때문이다.

그가 소명을 죽였고, 소명이 홍진에게 그를 죽여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야기는 뒤로 가면 갈수록 진실에 가까워지기 보다 더욱 미궁 속으로 빠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홍진의 심리적인 상태가 정말 불안정하다는 걸 매 순간 깨달을 수 있었는데요

그녀는 죽은 소명이 자신에게 그를 죽여 달라고 부탁했다고 생각하기도 하면서

지속적으로 맹목적으로 살인범에게 집착을 합니다 어쩔 땐 소명이 아직도 살아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죠


처음엔 홍진이 살인범을 죽이려는 이유가 조금은 명백하다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죽여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고 있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습니다


살인범인지 아닌지 명확해 보이던 이야기가 점차 흩트려지기 시작했고,

홍진 스스로도 이게 진짜 진실인지 아닌지조차 헷갈렸고,

결국 마지막에 가서도 끝끝내 그 사람이 진짜 살인범인지 제대로 확신할 수 없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사실 홍진에게 누군가가 범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100프로 확신할 수 없는 것이라면

홍진은 아마도 자신의 믿음이 더 중요해서 그걸 외면하고 지금과 똑같이 행동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그녀는 너무 강력하게도 단 한 명의 범인만을 확정해둔 상태였고,

거기에 달려들고 있었기 때문에 그 믿음을 흔들기는 힘들겠죠

사람이란 자기 자신이 원하고 믿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믿기 마련이고 그 후회도 결국 본인의 몫이 됩니다

그리고 홍진 역시 마지막에야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과연 그녀가 마지막에 알아낸 진범은 누구였을까요?


사실 끝에 자백은 들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게 진짜 자백이 맞는 걸까란 의문까지 들었습니다

그 순간 홍진의 행동에, 최악의 상황에 몰린 상태라서 이판사판으로

그냥 자기가 범인이라고 거짓말로 말해버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저는 홍진이 살인에 꼭 성공하길 바랐던 걸까요?

아니면 그저 누가 진범인지 그 진실이 궁금해서 책장을 계속 넘긴 것일까요?

찜찜하다면 찜찜한 결말인데 또 어떤 부분에서는 확실한 결말인 것 같은 생각도 들었던 마지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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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민박집 서사원 일본 소설 2
가이토 구로스케 지음, 김진환 옮김 / 서사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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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민박집이 가지고 있는 기묘하고도 다정한 비밀

저는 공포류도 좋아하지만 요괴가 나오는 애니메이션도 상당히 많이 좋아하는 편입니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진짜 수십 번을 봤던 것 같고요

일본의 요괴 애니메이션으로 냥코센세라는 고양이 캐릭터가 인기 몰이를 했던

'나츠메 우인장'도 너무 좋아해서 모든 시즌을 봤고 올해 10월쯤에 나온다는 7기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충사, 호오츠키의 냉철이라는 애니메이션 작품들도 굉장히 좋아해서 많이 봤어요

그리고 일본 요괴 만화의 기반을 마련한 대표적인 요괴 만화인 '게게게의 키타로'라는 작품도 있는데요

저는 제대로 보지 않았지만 주위에서 좋아하는 지인들이 많아서 많은 이야기를 듣기도 했었습니다

보통은 소설보다는 만화책 기반인 작품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요괴가 등장하는 소설은 라이트 노벨류에서

가끔 보는 것 빼고는 크게 없었지만 이번에 꽤 괜찮은 소설을 발견해서 읽게 되었어요



바로 기묘한 민박집이라는 책입니다

원래는 제목 때문에 불편한 편의점 시리즈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살펴보니까 요괴가 등장하는 민박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더라고요

그래서 '오 이거 최근에 봤던 애니메이션이랑 비슷하겠다!'하고 흥미가 생겼어요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존재를 보는 '저주의 눈'을 가진 탓에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고독하게 살아온 슈.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친척 집에 얹혀살던 그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민박집을 운영하는 할머니로부터 같이 살자는 제안을 받는다. 슈는 새로운 곳에서의 평범한 삶을 꿈꾸며 할머니의 민박집, '아야시 장'으로 이사하는데...

그런데 이 민박집, 뭔가 수상하다? 괴상하고 낯선 생김새의 손님들이 가득한 이곳,

아야시 장은 사실 인간 세계와 요괴 세상을 잇는 공간이었던 것!

인간과 요괴가 오가는 민박집에서의 하루도 편할 날 없는 일상! 과연 슈는 이곳에서 꿈꾸던 대로 평범하게 지낼 수 있을까?

일단 기본적인 스토리는 주인공인 슈가 친할머니의 부름으로 민박집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 민박집이 있는 곳은 바로 일본의 돗토리현이었는데요 그곳에서도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 위치해 있었죠



그리고 이 미즈키 시게루 로드는 바로 실제로 존재하는 곳입니다

제가 위에서 언급했던 '게게게의 키타로'라는 작품을 만든 작가님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길인데요

그 길 자체가 요괴에 관련된 관광지로도 매우 유명한 곳이에요

저도 요괴에 대한 자료 조사를 할 때 미즈키 시게루 로드가 상당히 많이 등장해서 잘 알고 있던 곳인데요

다양한 요괴 동상들도 많고 재미있는 게 많은 곳이니 한 번 검색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주인공인 슈가 민박집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인데요 당연하게도 요괴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입니다

처음엔 자신에게 외로움을 주었던 존재들이라서 함께 하는 것이 낯설고 익숙하지 않았던 슈이지만

점차 성장해가는 모습이 기특하고도 대견했어요 그리고 요괴들도 너무 다정하고 재밌었고요

스토리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나 나츠메 우인장도 생각이 났지만 무엇보다 가장 많이 떠올랐던 건 가장 최근에 보았던 '카쿠리요의 여관밥'이라는 작품이었어요

카쿠리요의 여관밥은 요괴를 볼 수 있던 여자 주인공이 요괴 세상으로 끌려가서 요괴들이 운영하는 여관에서 생활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는데요

물론 기묘한 민박집의 슈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긴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요괴들과의 다정한 일상들을 그리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민박집이라는 틀은 카쿠리요의 여관밥이랑 닮았고, 주인공인 슈의 모습은 나츠메 우인장의 주인공인 나츠메와 상당히 많이 겹쳐 보였습니다

나츠메 우인장도 요괴를 볼 수 있는 주인공인 나츠메가 처음엔 무섭기만 했던 존재들에게 다정함을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는 스토리인데요

슈와 나츠메는 나이도, 부모님이 없다는 상황도 비슷했고 무엇보다 요괴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는 점, 그것으로 인해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힘들다는 점,

친척 집을 전전하다가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과 살게 되면서 그 사람들의 사랑과 요괴들의 다정함으로 인해서 자신의 삶을 변화 한다는 것까지도 닮았거든요


 

전체적으로 등장하는 요괴들도 너무 개성이 넘치고 귀엽기까지 했어요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던 요괴들의 이름도 많이 등장해서 반갑기도 하더라고요

저처럼 요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읽어보면 진짜 그 요괴들의 모습이 눈에 그려져서 더 재밌다고 느끼실 것 같아요

작가님이 진짜 묘사를 섬세하게 하신 건 아닌데 그래도 상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셔서 좋았습니다

사실 이 책의 장점은 바로 기묘하고 재미있는 판타지적인 스토리도 있겠지만 슈의 성장을 보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힐링용으로 가볍게 읽어도 좋겠지만 내용에 등장하는 다양한 깊이가 있는 이야기들이 생각해 보면 많은 배움과 울림이 있었거든요

이거는 읽는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요



아야시 장은 사람과 요괴의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스에노가 시작한 민박집이다.

바론 그런 이유에서 손님이 거의 없는 큰길 쪽 건물에서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인간은 대부분 어느 정도의 영력을 갖고 태어나는데 아야시 장에 숙박 등록을 마친 손님은 손츠루님의 힘으로 그 영력이 일시적으로 강화된다. 그 상태로 철제문을 통과하면 뒷골목 쪽 아야시 장에서 요괴들과 교유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수상해 보이는 이 민박집도 나름 존재의 이유가 있었는데요

스에노(슈의 할머니)가 요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십분 이용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없진 않겠지만

무엇보다 사람과 요괴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서 시작된 것이라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영력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이걸 보면 슈가 가진 그 '저주의 눈'이 사실 저주가 아니라 그저 모두가 가지고 있었지만

잃거나 잊게 된 그것을 슈는 조금 더 강하게 받았을 뿐이라는 어쩌면 그것은 선택을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 같기도 했어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햄스터 요괴인 코노스케가 슈에게 그 눈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데요

이것은 사람들에게 남들과 다른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원망하지 말고 그것을 나의 장점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람은 살기 위해 살아가는 측면이 있다.

슈가 귀찮아하면서도 매일 아침 학교에 가는 것도, 민박집에서 녹초가 되면서 열심히 일하는 것도

살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만이 전부는 아닐 테지만.

반면 요괴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존재한다.

그건 베개를 뒤집는 장난일 수도 있고, 사람 등에 업히는 것일 수도 있고, 몰래 리모컨을 숨기는 장난일 수도 있다.

아무리 하찮고 사소한 것이라도 상관없다.

자신이 이걸 위해 존재한다고 당당히 말할 수 없다면 그 요괴는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리고 그건 인간 역시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책 속에서 제가 좋아했던 이야기 중의 하나는 바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유와 요괴들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일을 하고 산다면 요괴들은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정말...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결국 인간도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책에 등장하는 요괴들이 너무 부러웠어요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요괴들은 다 자신이 원하는 일에 당당함이 있기에 존재하는 걸 테니까요

언젠가 저도 저렇게 당당하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살 수 있을까요?

당장에 지금도 좋아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보다 살기 위한 일을 선택하라고 강요 당하고 있는 매일인데 말이죠

가볍게 재미있게 읽고 지나가는 판타지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많은 생각을 하면서도 힐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류의 힐링 애니메이션을 많이 좋아하기 때문에 많이 찾아보는 편인데

이 책도 언젠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 심도 싶은 이야기가 조금은 더 가볍게 변하게 되겠지만요

요괴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고, 나츠메 우인장 계열의 애니메이션을 재밌게 보셨던 분들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청소년들이 읽기에도 좋고 성인분들이 가볍게 읽기에도 좋습니다 깊은 생각도, 가볍게 읽을 용으로도 과함이나 부족함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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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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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던 이야기가 사실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처음 이 책에 대한 설명을 보았을 때 스토리보다는 미나토 가나에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이 책은 무조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녀는 바로 동명의 영화로도 더 유명한 일본의 소설 '고백'의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소설 '고백'은 학생들 앞에서 딸의 죽음을 말하고 복수를 행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매우 충격적이었던 소설입니다

영화에서는 마츠 다카코가 주인공인 선생님 역할을 맡았었는데요 사람들의 평으로는 원작보다는 영화가 더 훌륭하다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학생들의 순수악과 잔인함이 더욱 경악스러웠던, 등장인물들의 감정의 묘사와 충격적인 스토리 전개가 매우 훌륭했던 원작도

나름 굉장히 재미있고 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원작만의 느낌이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어쨌든 그렇기 때문에 미나토 가나에라는 작가의 신간에 대한 신뢰도와 기대감이 높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사실 이 일몰도 일본에서는 드라마로 제작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굉장히 인기가 있었던 것 같아서 찾아보았는데

아쉽게도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못해서 조만간 다시 한번 일본 사이트에서 정보를 찾아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책은 두 여성이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요 무명 영화각본가 가이 치히로(본명. 마히로) 그녀는 영화감독인 하세베 가오리로부터

다음 작품의 각본을 써달라는 의뢰를 받게 됩니다 하세베 가오리 감독이 생각하고 있던 소재는 바로 15년 전 사사즈카초에서 일어났던 일가족 살해 사건으로

히키코모리였던 장남이 여동생을 칼로 찔러 죽이고,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일가족을 모두 살해한 사건이었는데요

사실 치히로는 사사즈카초 일가족 살해 사건이 일어난 사사즈카초 출신이었고, 유명하지도 않았던 자신에게 하세베 감독이 이런 의뢰를 한 것에 대한

묘한 호기심을 품게 됩니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하세베 가오리 감독이 모종의 이유로 자신에게 접근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품게 되죠

처음에 두 사람에겐 연결고리가 전혀 없어 보였는데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점 둘 사이의 관계성이 드러나게 되고 숨겨있던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두 사람은 의외로 공통된 부분이 많았는데요 일단 둘 다 사사즈카초가 고향이었다는 점 그리고 가족의 죽음이라는 큰 아픔을 겪었던 것이었죠


 내게 전철에 뛰어들 용기 따위는 없었다.

그렇게 죽으면 뒤에 남은 가족은 나의 죽음을 슬퍼하기보다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린 데 대한 뒷수습을 하느라고 마음이 분주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면도날로 손목을 긋는 방법도 있었다. 조금만 힘을 주면 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눈을 꼭 감자 어떻게 된 일인지 손가락 끝이 간질간질해졌다.

하지 마, 하지 마, 사라.

손가락 끝이 그리웠던 적은 있어도 이름까지 떠올린 것은 그 동네를 떠난 뒤 처음이었다. 열다섯 살 때였으니 10년 만이었다.

그리고 하세베 감독에게는 숨겨진 사연이 있었는데요 바로 사사즈카초 일가족 살인사건의 피해자인 여동생 '사라'와 인연이 있었던 것이죠 그녀는 과거에 사라와 이웃집에 살았던 경험이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 남매 중 누군가에게 큰 위로를 받게 되었죠 하세베는 사실 자신과 공감을 나누고 위로를 전해주었던 존재가 여동생인 '사라'일 것이라고 약간은 단정 짓는 듯한 모습이 보이기도 했어요


나는 이 사건의 진상에 의혹을 품은 게 아니에요. 다만 그녀가 어떻게 살았는지 알고 싶어요. 죽은 후에 주위 사람들이 제멋대로 떠드는 말만으로 다테이시 사라라는 사람이 규정되는 건 불합리하잖아요.

그것은 그녀가 말하는 대목에서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데요 사라가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연유로 살해를 당해야 했는지에 대한 모든 진실을 밝히고 사람들에게 그녀에 진실한 모습을 전하고자 하는 모습이 절실하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면 따라갈수록 사라에 대한 모순점들이 등장하게 되는데요 과연 사라는 정말 하세베가 알고 있던 사람이 맞았을까요?

사실 처음에 일가족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누구든 장남이 문제가 있었던 사람이고 어긋난 사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그리고 회상을 통해서 베란다에서 따스함을 나누었던 존재가 여동생인 사라라고 판단하는 사람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파고 들어갈 수록 드러나는 것은 오히려 사라라는 인물에 대한 수 많은 문제점과 모순점들이었죠

처음에 우리가 생각했던 어긋난 사상을 가지고 가족을 살해한 장남이 사실은 비뚤어진 가족들의 편애에 희생되어 그 울분을 평생 품고 살다 어긋나버린 안타까운 희생자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살인은 정당화 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에 대한 모든 정보가 이상하게 전달되는 것은 안타깝지 않은가요?

처음에 하세베가 말했던 사라에 대한 이야기가 사실은 장남에게 적용되어야 했던 이야기는 아니었을까요?

물론 아직도 베란다에서 그녀와 따스함을 나눈 사람이 누구인지 100퍼센트 확정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장남이 무조건적인 악이라는 판단은 깨져버렸습니다

그리고 이 진실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영원히 묻혀버리는 것이 좋을까요?


일부 사람들만 관심을 갖는 뉴스였는데도 불과 세 시간 정도 인터넷 기사를 검색하다 보니, 이 문제가 세상에서 크게 화제가 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는데, 나는 이쪽 의견을 지지한다고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가, 결국 타인의 생각을 추종하고 있을 뿐이란 걸 깨닫고 얼른 고개를 저었다.

스스로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는, 스스로 깊이 생각해 보지 않고는 찬성도 반대도 있을 수 없다.


'언니, 당사자는 아무 말이 없는데, 남들이 하는 얘기를 그대로 믿는 멍청한 사람이 될 뻔했어."


치히로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언니에게 메시지를 남깁니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이야기를 허공으로 날려보내 듯 언니에 대한 그리움을 그렇게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깊이 생각하지 않고 찬성도 반대도 있을 수 없다는 말이 남들이 하는 얘기를 그대로 믿는 멍청한 사람이 될 뻔했다는 말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한 번쯤 그런 멍청한 사람이 되었던 기억이 있으니까요


닮은 듯 미묘하게 다른 두 사람의 가치관 속에서 사건을 따라가면서 밝혀지는 과거의 진실이 참으로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시작부터 자신이 낳은 자식에 대한 학대의 아이러니와 자식들 사이의 차별에 대한 내용을 다루게 되는데요 부모가 어떻게 자기 속으로 낳은 자식을 차별하고 미워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 역시도 그런 모순을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으로서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당시의 생각이 떠올라 굉장히 마음이 복잡하고 눈물이 핑 돌기도 했어요


제가 당한 것도 아니고 제가 한 것도 아니지만 "둘째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 같아"

"첫째한테 해줄 수 있는 걸 둘째 때문에 못해주는 것 같아."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심정은

과연 누가 알아줄까요?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절대 이해를 할 수 없겠지만,

설마 그런 부모가 어디 있겠어?라고 생각하겠지만 단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행동을 하는 부모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둘째의 마음이 떠올라서 후회가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들었습니다

아 혹시나 그 아이가 그런 상처로 어긋나게 된다면

저는 대체 어떻게 그 미안함과 죄책감을 아이에게 갚아야 할까요?


부모의 잘못된 기대와 편애, 무시... 모든 것들이 만들어낸 안타까운 결과물

아, 부디 내 아이만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안타까운 마음의 공감이 물밀듯 밀려오고 밀려가고

그 속에서 벗어나가기 너무 힘들어서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을 우울감에 빠져있었습니다


소설 속에서는 결국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면서 주인공인 두 사람에게는 오히려 모든 걸 위로받을 수 있고 상처를 치유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만 어쩐지 저는 두 사람의 이야기보다도 어린 시절의 상처와 부모의 잘못된 행동에 오히려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와닿는 이야기였기 때문이겠죠?


처음엔 무조건적인 미스터리 추리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을 수록 드는 생각은...

추리물에 기반한 두 사람의 치유를 위한 여정이랄까요?


놀라운 반전과 안타까운 진실이 숨어있는 이야기...

미나토 가나에는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로 우리를 놀라게 만들까요?

앞으로 그녀가 만들어 갈 수 많은 이야기에 또 한 번 기대감을 걸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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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의 새 - 나는 잠이 들면 살인자를 만난다
김은채 지음 / 델피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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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시선으로 마주한 살인 현장 이것은 꿈인가 현실인가


여름은 공포의 계절입니다 물론 저는 계절에 상관없이 공포에 빠져서 살고 있는 사람이지만요

최근에 다양한 공포 소설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어서 매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요


오늘은 제목과 소재, 표지에서부터 호기심이 생겨서 이건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책인데요

바로 델피노에서 출간된 김은채 작가님의 '지하실의 새'라는 책이었습니다


지하실의 새는 소설가인 하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하진은 29살의 소설가인데요

그런 그에게는 남들은 모를 숨겨진 비밀이 있었으니 바로 잠이 들면 살인자를 만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꿈속에서 하진은 매번 누군가가 참혹하게 살해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는데요 그것도 바로 새가 되어서 말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런 새가 피해자의 시체를 먹는 느낌조차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요

하진은 그런 꿈속의 이야기를 모두 다 소설화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엔 단지 악몽이라고 치부했던 사건들이었지만 점점 이상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건들이 꿈이 아닌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죠


처음부터 저는 새의 시선으로 사건 현장을 본다는 소재가 너무 참신하고 재미있어 보여서 책이 도착하자마자 읽었는데요

순식간에 넘어가는 책장과 스토리들이 한 번 손에 잡으면 책을 놓을 수 없게 하는 몰입감이 있었습니다

제가 김은채 작가님을 잘 몰라서 알아봤더니 방송 작가 출신에 스릴러 웹툰까지 연재하셨던 경력이 있더라고요

문체도 보기 좋았고 묘사도 좋지만 어렵지 않게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써주셔서

진짜 가볍게 잘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칼은 나에게 진통제이자 수면제였다. 어김없이 나를 꿈으로 이끌었다.

이번에 나는 무엇일까? 어디일까? 어떤 꿈을 꾸게 될까?


하진은 사람이 살해당하는 섬뜩한 꿈을 반복해서 꾸면서 처음엔 고통 속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그 고통을 이기기 위해서 자해까지 하게 되죠

하지만 큰 사건 이후에는 스스로 악몽을 극복하기 위해서 꿈의 내용을 기록하며 소설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데요


결국엔 악몽으로 인해서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위치까지 올라가게 되었지만,

피와 살육으로 물든 잔인하고도 섬뜩한 그 꿈 속의 장면들을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다시 떠올리면서 글을 써야 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는 오히려 현실에서 도피가 필요하면 하진은 꿈속으로 도망을 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한때는 하진에게 큰 고통을 주었던 악몽이 어느 순간 하진의 밥벌이 수단이 되고,

현실의 도피처가 되어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

물론 하진은 그것이 단순한 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제 그것이 익숙해지고

그냥 단순히 넘어가면 되는 상황으로 치부했을 수도 있을 테지만요


입안에 씁쓸한 차 맛이 사라졌다. 대신 시척지근한 피 맛이 밀고 들어왔다.

숙성된 피 맛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난 듯했다.

비록 꿈속이지만 소름 끼치게 선명한 감각은 이제 얄밉기까지 했다.

꿈에서 까마귀가 될 때면 반드시 시체를 취하게 돼서, 비위를 단단히 하지 않으면 안 됐다.

그들이 되었을 때가 가장 고단하다. 하지만 가장 '나'답다. 나는 그들과 닮았다.

"까아악! 까아악! 까아악! 까아악!"

네 번 울었다. 이제 곧 높은 곳으로 날아오를 거란 예고.

지금은 어둡지만, 곧 내 입에 들어온 이 시큰한 피의 주인이 누구인지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꿈속에서는 또 무엇을 보게 될까.

이것이 두려움인지 기대인지 여태껏 정의하지 못하고 날개를 펼쳤다.


하진이 새가 되어 느껴지는 것을 표현하는 장면들은 오묘하고도 기괴하고 신선했습니다

이것은 작가님의 묘사도 좋았긴 하지만 그저 새의 시선이라는 생각만으로도

그 느낌이 달랐기 때문인 건 숨길 수 없는 사실입니다

마치 내가 진짜 새가 되어 시체를 섭취하거나 살육의 현장을 지켜보는 것처럼 숨을 죽이게 되었다면 과장일까요?


하진이 꿈을 이용해서  글을 쓰는 것을 생각해 보면서 정말 신기했던 것이 저라면 아무리 꿈이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실제와 같은 상황이라면 쉽게 글로 쓰지 못했을 것 같다는 것이었는데요


어떤 영화에서도 그런 장면이 있잖아요 소설가이던 영화의 주인공이 살인과 시체를 목격하게 되었고

그 살인의 내용을 토대로 소설로 썼다가 의심을 받기 시작하게 되는...

물론 그 영화에서는 결국은 주인공 스스로도 살인마가 되어버렸지만요


여기서 제가 말하는 것은 바로 '의심'이라는 것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인데 두렵지 않았던 것일까?라는 의문점입니다

하진은 그걸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두려움보다도 더 앞선 무언가가 있었던 것일까요?


"기, 기억은 잃어버려 기억을 못 하는 일도 꿈에서는 나타날 수 있나요?"

"그럼요."

심장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내재화되어 있던 것들이 꿈에서 보일 수 있죠. 내재되어 있는 것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튀어나오게 되어 있으니까요. 습관이 무섭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래서 기억상실 환자 중에서 잃어버렸던 집을 찾아가는 사람도 있어요.

몸은 그걸 기억하는 거죠."


사실 의사하고 상담하는 장면에서 대화하고 생각하는 걸 보면 하진은 자신에게 다가올 "의심"보다는

그것이 '자신이 한 행동일 수도 있는가?'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두려움에 앞서서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었던 악몽을 극복해 보고자 했던 마음이 더 앞선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럼 제가 살인 꿈을 계속 꾸는 것도 제가 살인을 해서일까요? 저는 살인자일까요?'하고

차마 묻지 못했다. 그동안 나에게 꿈과 현실은 서로 무관한 것이었는데......

꿈도, 현실도, 의사도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머리가 다시 뜨거워졌다.


결국 하진은 당연하게도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아니고자 바랬던 현실에 마주하게 됩니다

꿈속에서 보았던 모든 사건들이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당연히 그 사건들의 내용을 상세하게 적어서 소설로 출간했던 본인이 유력한 용의자가 되어버렸던 것이죠


하진은 본인이 그 사건을 저지른 살인마인지 아니면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 속에 무언가가 있는 것인지 알기 위해서

과거에 살았던 마을도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뒤로 갈수록 하진이 겪었던 모든 것들이 굉장히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반복되는 살인에 대한 묘사들 인물들의 말과 행동들이 하나같이

너무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분이라서 묘했습니다


영상화되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장면들 직접 진짜로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잔인하겠지만 그 심리적인 표현들이 생생하게 느껴지겠지?

배우들의 표정 하나하나에서 지금 나온 이야기들이 감정들이 제대로 느껴지겠지? 란 생각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새의 시선으로 살인의 장면을 목격한다는 소재는 너무 흥미로웠고

결말에 다가갈수록 숨겨져 있던 인물들의 관계성과 진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진짜 소재 때문에 읽게 되었는데 책을 읽으면서는 인물들의 관계성과 진실이 너무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었던 것 같아요


결국 하진이 꿈속에서 실제 현장을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끊으려고 했지만 결코 끊어질 수 없던, 기억 속 저편에 숨겨져 있던 그 무언가의 '끈'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죽음을 당한 사람들이 본인은 원치 않아도 살인자와 결국 가장 가까운 '끈'을 이용해서

살인자를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들고자 했던 크나큰 원념 때문이었을까요?


최종적으로 하진에게 나쁜 일은 생기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니 사실은 진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 하진의 인생은 크게 바뀌게 된 것이겠지만....

그래도 그나마 그 정도가 가장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고도 기괴한 상상을 할 수 있었던 스릴러 였고

앞으로 한국 스릴러 장르의 미래는 밝다는 걸 한 번 더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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