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마법사들 2 - 마르세유의 비밀 조직
정채연 지음 / 문학수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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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전편보다 더 단단해진 이야기, 더 빠른 전개

1권의 후반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이번 속편으로 인해서 보다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 같고,

캐릭터들의 감정선이나 이야기들도 훨씬 깊이 있게 다뤄져서 몰입해서 읽기 좋았습니다.

전체적으로 한층 더 성장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캐릭터들이 너무 빨리 성장하는 느낌이라서 아쉽기는 했습니다.

1권에서는 주인공인 제론(리안)의 상황이나 숨겨진 이야기, 마법 학교의 이야기처럼 시작 단계라서 세계관이 만들어지는 단계였다면

이제는 그 만들어진 세계관의 틀 속에 하나하나 인물들의 위치가 정해지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진짜 본격적으로 그들의 정체나 상황이 알려졌고, 주인공의 능력이나 그런 부분의 각성도 보였기 때문에 다음 3권에서는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겠죠?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 리안이 어떻게 성장하고 자신의 능력을 이용할지 너무 궁금해서 빨리 3권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이야기를 적을 수 없다는 게 아쉬울 정도로 1편에서부터 이어지는 재미있는 요소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인 리안이 마법 학교에 적응하는 부분을 조금 더 오래 봤으면 재밌었겠다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부분이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이야기나 마법 재료에 대한 이야기나 그런 좀... 리안이 적응해가는 상황이나 마법적인 부분이었는데

솔직히 속편에서는 그런 두근두근한 스타일의 마법적인 이야기가 많이 안 나온 것 같아서 아쉬웠거든요.

물론 마법사들의 이야기가 중점은 맞는데 본격적인 사건과 인물 간의 갈등, 그리고 외부 세계로의 확장이 중심이 되다 보니까

이미 캐릭터들이 빠르게 성장해버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용도 1권에 비해서 어려운 부분도 존재했고요.

전체적으로 1권에 비해서는 무거운 분위기가 있긴 했습니다.

리안이 아무것도 모르고 마법 세계에 간 것이니까 조금 더 더 천천히 성장하는 모습도 보고 싶고,

마법을 배우고 마법을 써보고 마법 세계에 더욱 애정을 가지게 되면서 진심으로 사건을 추리하는 모습을 따라가고 싶었는데,

캐릭터들이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조금 있었습니다.

1권의 후반부에도 성장하는 모습이 있긴 했는데 이번 편에선 유독 그게 크게 와닿더라고요.

당연히 해리포터처럼 장기적으로 캐릭터의 성장과 세계관을 따라갈 수 있는 시리즈였다면 더 자연스러웠겠지만,

시리즈의 길이에 제약이 있다면 빠르게 전개되는 구성도 필요한 부분이라는 걸 이해를 하기 때문에 그저 아쉬울 뿐입니다.

각 캐릭터들이 어떤 방식으로 선택하고 변화하는지를 따라가는 재미도 있었고, 전편에 비해 훨씬 더 커진 이야기의 스케일도 흥미로웠습니다.

시리즈가 계속 이어진다면 이후의 전개도 무척 기대가 되고, 숨겨진 다른 이야기들과 진실도 있을 것 같아서 그것도 역시 기대가 되었습니다.

정채연 작가님의 세계관 구축 능력과 서사 전개력이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들었고,

다음 편에는 그래도 조금 더 많이 마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네요.

이야기가 끝이 날 때 리안은 어떻게 될지, 제론은 어떻게 될지 정말 앞으로의 남은 이야기들도 많이 궁금합니다.

청소년들이 읽기에 굉장히 좋은 판타지 추리 소설이고요. 마법 쪽 이야기를 많이 기대하셨던 분들에게는 살짝 실망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토리도 단단하고 점점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읽어보셔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이야기가 언제까지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다음 편도 꼭 읽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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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 확장자들
김아직 외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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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클리셰를 넘어선 상상력의 실험실

사실 ‘클리셰’라는 단어가 다소 어려운 분들도 있을 수 있는데, 클리셰는 반복되어 자주 쓰이는 전형적인 표현이나 이야기 구조를 의미합니다. 장르소설이나 애니메이션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데, 예를 들어 '정의로운 주인공과 악당의 대결', '죽은 줄 알았지만 살아난 연인', '죽었다 깨어난 영웅' 같은 설정이 대표적인 클리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클리셰들은 사람들에게 익숙함을 주는 동시에, 새로운 창작에 제약을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늘 양날의 검처럼 다가옵니다. 그런 경우들 있잖아요? 영화나 소설을 보는데 뻔히 다음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들, 그게 다 클리셰이고 작품에서 주로 사용하는 익숙한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익숙해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너무 뻔해서 재미없었어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게 바로 독이 되는 거죠.

저는 이걸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코르셋’이라는 표현에 빗대어 생각해 보았습니다. 코르셋이 한때 여성에게 정해진 사회적 기준을 강요하는 도구였다면, 클리셰 또한 창작자들에게 익숙하지만 그만큼 자유를 제한하는 이야기의 틀이 될 수 있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 코르셋을 하나씩 벗겨내는 실험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와장창 다 깨지고 이상하고 신기한 이야기들은 아니고요 적당한 선에서 이해하기 쉬운 방향으로써 클리셰를 깨부수고, 독특해서 재밌었습니다.



모든 이야기들이 재미있었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들이 많아서 몇 번 반복해서 읽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걸 이런 식으로 틀을 깨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허탈? 허무? 한 부분도 있고,

진짜 재미있는 요소들도 많았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걸 와장창 깨부술 수는 없으니까 이렇게 작게나마 틀을 깨버린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깊어 보였고 그래서 과하지 않은

이런 느낌으로 신선하게 깨부수는 것 같은 내용들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진짜 모든 이야기가 다 재밌었지만, 개인적으로 정명섭 작가님의 '멸망한 세상의 셜록 홈스: 주홍색 도시'가 가장 인상 깊었는데,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익숙한 캐릭터와 세계관을 새로운 세계관과 관계 속에 재배치하고,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던 요소들을 과감히 바꾸는 시도가 너무 좋았습니다. 이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저처럼 셜록 홈스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세계관을 이런 식으로 비튼다고?라는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데 전혀 그런 게 없었고 재밌게 와닿았습니다. 아마도 드라마 셜록을 이미 접했던 덕분에 현대화되거나 변화된 세계관 속의 셜록을 이해할 수 있게 된 이유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이 책 속에 셜록 홈스의 세계관은 드라마 셜록과도 갭은 있었으니까요.

특히 ‘왓슨’의 변화는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했고, 언제나 똑같았던 캐릭터를 이렇게 새롭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탄스러웠습니다.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시도들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많이 커졌는데요.

사실 요즘도 괜찮은 작품들은 많이 나왔지만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선에서 스토리가 진행되는 부분도 많고, 결말도 예측하기 쉬운 경향이 많거든요

물론 뒤통수를 갈기는 것처럼 생각도 못 했던 결말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 중간중간 스토리에서 보이는 클리셰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니까요.

아무도 예측 못하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는 그런 내용은 쉽게 만나기 어렵습니다. 그동안의 익숙해진 틀을 깨부수기엔 어렵긴 할 거예요.

독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큰 모험이겠죠? 하지만 누군가가 먼저 용기를 내어 그 틀을 부수면, 그 이후엔 더 많은 창작자들이 더 넓은 상상력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이야기들을 써 내려간 작가분들은 장르소설 쪽에서는 꽤나 각광받고 주축을 이루는 분들이기도 했는데요. 오히려 이런 분들이 몸을 사릴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에 나서서 클리셰, 정형화된 틀을 깨부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작가분들이 더 쉽게 새로운 실험과 시도를, 도전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기 때문에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새로운 길을 여는 아주 귀한 발걸음처럼 느껴졌습니다.

최근에 장르소설 쪽에서 실험적인 앤솔로지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앞으로도 더 많은 새로운 실험적인 이야기들이 나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어떤 식으로 클리셰를 비틀지 상상해 볼 수 있는 정말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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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 고이즈미 야쿠모 작품집
고이즈미 야쿠모 지음, 김민화 옮김 / 보더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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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괴담의 정수



오늘 가지고 온 책은 제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일본 괴담들이 수록된 책입니다.


일단 이 책은 저자부터가 조금 신기한 분이에요 바로 '고이즈미 야쿠모'라는 작가분인데요 사실 귀화전의 이름인 '라프카디오 헌'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작가로 원래 아일랜드 영국인이지만, 일본 문화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품으면서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인 여성과 결혼하며 귀화한 인물입니다.


고이즈미 야쿠모는 귀화를 한 외국인이지만, 일본의 정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수용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기도 합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외국인이 보는 일본에 대한 시선을 담아낸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일본의 정서를 그대로 이해하고 그 자체를 녹여냈다고 하죠. '괴담'은 그런 고이즈미 야쿠모가 일본의 전통 괴담이나 요괴 이야기들을 직접 정리하고 자신만의 해석을 담아서 재구성한 대표작을 모은 작품집입니다. 총 13가지의 단편 이야기들이 담겨 있고요 그중에는 사람들에게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괴담들도 존재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e-book 플랫폼을 통해서 라프카디오 헌이라는 이름으로 '화해', '시체 올라타기','찻잔 속'이라는 작품을 접해봤었기 때문에 꽤나 익숙한 작가분이기도 했지만 생소한 분들도 많을 텐데요.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괴담 책으로 알려진 책이 바로 이 라프카디오 헌이 1904년도에 집필한 '괴담'입니다...이 책과 제목은 똑같은데 내용은 차이가 좀 있는데요.

100년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번역본도 계속해서 출간되고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일본 괴담의 바이블 같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죠.


책에 수록된 대표작 중에는 '설녀', '로쿠로쿠비', '귀 없는 호이치 이야기'처럼 익숙하게 듣고 알고 있었던 괴담들도 있어서, 거부감 없이 그리고 큰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었는데요. 마치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알고 있던 이야기들이지만 이렇게 글로써 다시 읽으니 색다른 느낌이 들기도 했고, 그와 동시에 자료 사진들 역시도 알고 있던 작품들이 많아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들도 같이 수록되어 있어서, 일본의 전통적인 괴담에 대해서 더욱 많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는데요. '괴담'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미스터리, 심리적인 공포보단 구전으로 전해져오는 요괴나 전설에 대한 이야기들이 기반이라서 기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면서 일본의 시대적인 정서나 문화적 배경이 잘 녹여져 있는 말 그대로 일본 전설 괴담 모음집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단점으로는 아마 시시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계실 것 같다는 점인데요.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 자체가 호러 소설이나 공포 영화들처럼 자극적인 소재도 아니고 구전 민담을 재해석해서 엮은 책이다 보니까 비교적 잔잔합니다 그만큼 조용하고요. 한국의 전설의 고향 이런 스타일도 아니고 더 조용한 일본 분위기다 보니까 이게 뭐야? 하고 싱숭생숭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계실 것 같지만 한 번쯤 읽어 보기엔 좋은 책이에요. 물론 저처럼 일본 괴담이나 요괴 이야기, 민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그냥 평소에 알고 있던 일본 스타일 그대로라서 매우 익숙하고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13편이 모두 길지 않고 짧게 짧게 이어진 단편이라서 가볍게 읽기도 좋을 것 같고, 요괴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들에 대해서 따로 또 검색해서 다양한 전설들을 알아보기도 했는데요 무척 흥미롭더라고요.


특히 골동 편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요괴 이야기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서 조금 더 신기했다고 할까요? 요괴보다 조금 더 일본의 시대적인 정서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골동 편에 집중해서 읽으시면 좋을 것 같고, '찻잔 속'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이 책에는 수록되지 않은 작품들도 찾아서 읽어보시기를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괴담'처럼 고전적인 괴담이나 요괴에 대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저 같은 사람들에겐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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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이야기들
발터 벤야민 지음, 파울 클레 그림, 김정아 옮김 / 엘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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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벤야민의 세계를 따라 걷다.


오늘 가지고 온 책은 발터 벤야민의 단편선 모음집인데요. 발터 벤야민은 독일의 철학자이자 문예평론가, 미학자 입니다.

하나의 주제나 학문보다는 다양한 주제를 다룬 사람인데요 다양한 학문이나 분과를 파고든 만큼 발터 벤야민의 글은 생각할 거리가 정말 많고 깊이가 깊은 만큼 쉽게 이해하기가 쉽진 않을 수 있습니다


저도 사실 철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을 가지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발터 벤야민이라는 이름을 종종 들어왔는데요. 철학 쪽에 대해서 검색하다 보면 그를 칭찬하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생겼던 상태였는데 이번에 아주 좋은 기회에 '고독의 이야기들'이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실 발터 벤야민의 글은 처음 접하면 다소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글을 읽다 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문장들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는 거예요. 쉬운 이야기 같으면서도, 제가 다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하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단어나 문장이나 모든 걸 이해는 하고 읽기에 막힘은 없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에 대한 부분이 아직까지 정확하게 이해하기엔 멀게 느껴지는 거죠.


고독의 이야기들은 픽션을 모아둔 책이라곤 하지만 그 이야기들 하나하나는 오히려 ‘진짜 이야기’에 가까운 책이었습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 그 모호함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를 다시 전하고 전하는 그런 이야기들이 쌓여서 만들어낸 진짜 이야기랄까요?


이야기들은 모두 짧은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고, 한 편 한 편을 천천히 다시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기에도 정말 좋았습니다. 몇 번이고 다시 돌아가서 읽게 되는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이해하려고 읽는다기보단, 느끼고 싶어서 자꾸 다시 읽게 되는 그런 경험이 오랜만이라 참 좋았습니다.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에드거 앨런 포의 '우울과 몽상'이라는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그 책이 800페이지가 넘어가는 방대한 내용의 책이라서 친구들조차 저를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한없이 어리고 책이 좋았던 그 시절에는 그저 긴 이야기를 주야장천 읽을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서 재미있게 읽었고, 어린 나이라서 모든 걸 제대로 이해하진 못했던 부분도 있지만, 지금처럼 뭔가 알 듯 말 듯 한 긴장감과 흥분을 느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그만큼 분량이 긴 책을 오로지 재미로만 집중해서 읽은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고독의 이야기들'이 오랜만에 그런 기분과 재미를 떠올리게 해준 책이었고, 진짜 너무 즐거웠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발터 벤야민을 떠올렸습니다. 여전히 그의 세계는 저에게 어렵고 멀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상상이나 망상을 자주 하는 편인데, 이 책을 통해 발터 벤야민이라는 사람이 만들어낸 환상의 틀을 마주하고 나니, 저의 상상은 아직 갈 길이 멀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자극을 받았고,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졌습니다.


언젠가 삶이 끝나기 전에는, 그의 이야기 중 하나쯤은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그리고 그 순간이 오늘 이 책을 읽었던 경험과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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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의 밤 (일본어 + 한국어) 손끝으로 채우는 일본어 필사 시리즈 1
미야자와 겐지 지음, 오다윤 옮김 / 세나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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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철도는 언제나 이별을 향해 달린다



일본어와 다양한 외국어의 공부를 위해서 필사를 하던 중 새로운 미니북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형식은 제가 사용하고 있던 일본어 필사책이랑 똑같은 구성이었고, 내용은 일본의 유명한 동화였는데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로도 알려져 있는 '은하 철도의 밤'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사실 일본어를 읽고 독해하는 공부를 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은하 철도의 밤'이라는 작품의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읽고자 마음을 먹게 되었어요



 



구성은 왼쪽 페이지에는 일본어 원문, 오른쪽 페이지에는 한글 번역과 함께 하단에는 몇 가지 단어의 뜻이 적혀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어들도 있지만, 종종 생소할 수 있는 단어나 표현도 적혀 있어서 일본어를 공부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동화이기 때문에 내용은 그렇게 길거나 어렵지 않았고, 한글로 번역된 걸 읽어보면 예쁜 단어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예쁘고 판타지스러운 문장을 만들어내서 페이지를 읽을 때마다 마음이 좀 울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성한 덤불 사이로 난 오솔길이 한 줄기 흰 별빛을 받아 환히 보였다'거나 '반짝반짝 파란빛을 내는 작은 벌레'처럼 아이들이 읽기에 참 예쁜 말들이 가득한 따뜻한 느낌을 받기도 했고, 일본 특유의 감성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일본 최초의 판타지 동화라고 해서 직접 읽어보기 전까지는 단순한 판타지 동화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의 감정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묵직했습니다.

조반니가 꿈속에서 떠나는 여정을 따라가면서, 많은 감정을 엿볼 수 있었어요

각각의 행성? 역?까지 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눈 대화와 감정들은 단순히 이 책이 행복을 찾는 여정이 아니라는 게 느껴지기도 했고, 마지막엔 조반니의 친구인 캄파넬라의 말에서 숨겨진 의미를 뒤늦게 알게 되면서 마음이 좀 이상해지더라고요

사실 이 책을 읽고 나서 기차를 타고 많은 역을 돌아다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제외하고는 은하철도99랑 이미지가 굉장히 틀리게 느껴졌기 때문에 은하철도 999의 작가 마츠모토 레이지가 어떤 부분에서 모티브를 잡고 결정했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조반니랑 캄파넬라가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는 물론 슬픈 감정도 종종 보였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들의 상상력이나 호기심, 행복이 깔려 있었다면,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행성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꿈도 희망도 없는 어떻게든 행복을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는 혹독한 감정을 느끼게 했었거든요

은하 철도의 밤은 조반니와 캄파넬라 둘 다 어린아이들이라서 그런지 말 그대로 꿈의 여정이라면 은하철도 999는 시작부터 배경 자체가 너무 암울했습니다.

철이와 메텔의 이야기들도 진짜 끝까지 묘했고, 한국 더빙으로 마지막 편을 봤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나중에 일본판으로 다시 봤을 때는 어릴 때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까지 느껴져서 진짜 애니메이션을 보는데 이게 어린이들이 볼 애니메이션이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였었거든요

어쨌든 서로 너무 다른 느낌이라서 '은하 철도의 밤'이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라고 알려주지 않는 이상은 따로 읽는 사람들은 생각도 못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만큼 결이 많이 달랐다고 느꼈거든요.

"캄파넬라, 우리 함께 가는 거야."

조반니가 이렇게 말하며 돌아보니 조금 전까지 캄파넬라가 앉아 있던 자리에 캄파넬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검은 벨벳만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총알처럼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러고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창밖으로 몸을 내밀고

힘껏 가슴을 두드리면서 소리치고 목이 찢어질 듯 울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이 순식간에 깜깜해져 버린 느낌이었습니다.

조반니는 눈을 떴습니다. 언덕 위 풀밭에서 지쳐 잠들었던 것입니다.

가슴은 어쩐지 이상하게 뜨겁고 뺨에는 차가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는 따돌림을 당하던 조반니가 자신의 친구라고 믿었던 캄파넬라의 행동에 상처를 받고,

친구를 잃은 상실감을 표현한 장면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읽고 난 이후에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마지막까지 읽고 나면 각 장면마다의 캄파넬라의 행동과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것도 슬프지만 특히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캄파넬라의 말뜻을 곱씹어 보면 진짜 마음이....

일본어 공부를 위해서 읽기 시작했던 책이 이렇게나 내용에 푹 빠져버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책의 내용이 너무 좋았고, 작가님이 제 나이에 돌아가셨는데 몇 번이나 원고를 고쳐 쓸 정도로 애착을 가지고 쓴 이유도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결국 완성되지 못한 원고는 수정 원고가 발견되면서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지금의 내용으로 완성되었지만 진짜 작가님이 마지막까지 쓰고자 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지도 궁금하네요

은하 철도의 밤은 단순한 판타지 동화가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삶, 죽음, 꿈과 행복 그 모든 게 담겨있는 동화였습니다. 조반니는 큰 슬픔 속에서도 캄파넬라와 함께 했던 꿈속의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살아갈 것입니다.

캄파넬라가 조반니를 떠났어도, 조반니가 돌아올 아버지의 소식을 엄마한테 알리겠다며 빠르게 달려나갔던 것처럼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새로운 행복을 찾아서 극복하고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사실 일본어를 읽거나 단어를 읽는 게 낯설고 잘 모르는 분들에겐 어려울 수도 있다고 보입니다

처음부터 하나씩 하나씩 이해를 하면서 넘어가면 오래 걸리고요

한 번 읽어보고 한글 해석을 읽으면서 반복해서 읽으면 오히려 좋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들고 다니면서 가볍게 읽으면서 공부하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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