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이기 때문에 내용은 그렇게 길거나 어렵지 않았고, 한글로 번역된 걸 읽어보면 예쁜 단어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예쁘고 판타지스러운 문장을 만들어내서 페이지를 읽을 때마다 마음이 좀 울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성한 덤불 사이로 난 오솔길이 한 줄기 흰 별빛을 받아 환히 보였다'거나 '반짝반짝 파란빛을 내는 작은 벌레'처럼 아이들이 읽기에 참 예쁜 말들이 가득한 따뜻한 느낌을 받기도 했고, 일본 특유의 감성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일본 최초의 판타지 동화라고 해서 직접 읽어보기 전까지는 단순한 판타지 동화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의 감정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묵직했습니다.
조반니가 꿈속에서 떠나는 여정을 따라가면서, 많은 감정을 엿볼 수 있었어요
각각의 행성? 역?까지 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눈 대화와 감정들은 단순히 이 책이 행복을 찾는 여정이 아니라는 게 느껴지기도 했고, 마지막엔 조반니의 친구인 캄파넬라의 말에서 숨겨진 의미를 뒤늦게 알게 되면서 마음이 좀 이상해지더라고요
사실 이 책을 읽고 나서 기차를 타고 많은 역을 돌아다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제외하고는 은하철도99랑 이미지가 굉장히 틀리게 느껴졌기 때문에 은하철도 999의 작가 마츠모토 레이지가 어떤 부분에서 모티브를 잡고 결정했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조반니랑 캄파넬라가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는 물론 슬픈 감정도 종종 보였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들의 상상력이나 호기심, 행복이 깔려 있었다면,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행성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꿈도 희망도 없는 어떻게든 행복을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는 혹독한 감정을 느끼게 했었거든요
은하 철도의 밤은 조반니와 캄파넬라 둘 다 어린아이들이라서 그런지 말 그대로 꿈의 여정이라면 은하철도 999는 시작부터 배경 자체가 너무 암울했습니다.
철이와 메텔의 이야기들도 진짜 끝까지 묘했고, 한국 더빙으로 마지막 편을 봤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나중에 일본판으로 다시 봤을 때는 어릴 때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까지 느껴져서 진짜 애니메이션을 보는데 이게 어린이들이 볼 애니메이션이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였었거든요
어쨌든 서로 너무 다른 느낌이라서 '은하 철도의 밤'이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라고 알려주지 않는 이상은 따로 읽는 사람들은 생각도 못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만큼 결이 많이 달랐다고 느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