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의 밤 (일본어 + 한국어) 손끝으로 채우는 일본어 필사 시리즈 1
미야자와 겐지 지음, 오다윤 옮김 / 세나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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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은하 철도는 언제나 이별을 향해 달린다



일본어와 다양한 외국어의 공부를 위해서 필사를 하던 중 새로운 미니북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형식은 제가 사용하고 있던 일본어 필사책이랑 똑같은 구성이었고, 내용은 일본의 유명한 동화였는데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로도 알려져 있는 '은하 철도의 밤'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사실 일본어를 읽고 독해하는 공부를 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은하 철도의 밤'이라는 작품의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읽고자 마음을 먹게 되었어요



 



구성은 왼쪽 페이지에는 일본어 원문, 오른쪽 페이지에는 한글 번역과 함께 하단에는 몇 가지 단어의 뜻이 적혀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어들도 있지만, 종종 생소할 수 있는 단어나 표현도 적혀 있어서 일본어를 공부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동화이기 때문에 내용은 그렇게 길거나 어렵지 않았고, 한글로 번역된 걸 읽어보면 예쁜 단어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예쁘고 판타지스러운 문장을 만들어내서 페이지를 읽을 때마다 마음이 좀 울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성한 덤불 사이로 난 오솔길이 한 줄기 흰 별빛을 받아 환히 보였다'거나 '반짝반짝 파란빛을 내는 작은 벌레'처럼 아이들이 읽기에 참 예쁜 말들이 가득한 따뜻한 느낌을 받기도 했고, 일본 특유의 감성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일본 최초의 판타지 동화라고 해서 직접 읽어보기 전까지는 단순한 판타지 동화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의 감정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묵직했습니다.

조반니가 꿈속에서 떠나는 여정을 따라가면서, 많은 감정을 엿볼 수 있었어요

각각의 행성? 역?까지 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눈 대화와 감정들은 단순히 이 책이 행복을 찾는 여정이 아니라는 게 느껴지기도 했고, 마지막엔 조반니의 친구인 캄파넬라의 말에서 숨겨진 의미를 뒤늦게 알게 되면서 마음이 좀 이상해지더라고요

사실 이 책을 읽고 나서 기차를 타고 많은 역을 돌아다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제외하고는 은하철도99랑 이미지가 굉장히 틀리게 느껴졌기 때문에 은하철도 999의 작가 마츠모토 레이지가 어떤 부분에서 모티브를 잡고 결정했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조반니랑 캄파넬라가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는 물론 슬픈 감정도 종종 보였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들의 상상력이나 호기심, 행복이 깔려 있었다면,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행성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꿈도 희망도 없는 어떻게든 행복을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는 혹독한 감정을 느끼게 했었거든요

은하 철도의 밤은 조반니와 캄파넬라 둘 다 어린아이들이라서 그런지 말 그대로 꿈의 여정이라면 은하철도 999는 시작부터 배경 자체가 너무 암울했습니다.

철이와 메텔의 이야기들도 진짜 끝까지 묘했고, 한국 더빙으로 마지막 편을 봤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나중에 일본판으로 다시 봤을 때는 어릴 때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까지 느껴져서 진짜 애니메이션을 보는데 이게 어린이들이 볼 애니메이션이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였었거든요

어쨌든 서로 너무 다른 느낌이라서 '은하 철도의 밤'이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라고 알려주지 않는 이상은 따로 읽는 사람들은 생각도 못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만큼 결이 많이 달랐다고 느꼈거든요.

"캄파넬라, 우리 함께 가는 거야."

조반니가 이렇게 말하며 돌아보니 조금 전까지 캄파넬라가 앉아 있던 자리에 캄파넬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검은 벨벳만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총알처럼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러고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창밖으로 몸을 내밀고

힘껏 가슴을 두드리면서 소리치고 목이 찢어질 듯 울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이 순식간에 깜깜해져 버린 느낌이었습니다.

조반니는 눈을 떴습니다. 언덕 위 풀밭에서 지쳐 잠들었던 것입니다.

가슴은 어쩐지 이상하게 뜨겁고 뺨에는 차가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는 따돌림을 당하던 조반니가 자신의 친구라고 믿었던 캄파넬라의 행동에 상처를 받고,

친구를 잃은 상실감을 표현한 장면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읽고 난 이후에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마지막까지 읽고 나면 각 장면마다의 캄파넬라의 행동과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것도 슬프지만 특히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캄파넬라의 말뜻을 곱씹어 보면 진짜 마음이....

일본어 공부를 위해서 읽기 시작했던 책이 이렇게나 내용에 푹 빠져버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책의 내용이 너무 좋았고, 작가님이 제 나이에 돌아가셨는데 몇 번이나 원고를 고쳐 쓸 정도로 애착을 가지고 쓴 이유도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결국 완성되지 못한 원고는 수정 원고가 발견되면서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지금의 내용으로 완성되었지만 진짜 작가님이 마지막까지 쓰고자 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지도 궁금하네요

은하 철도의 밤은 단순한 판타지 동화가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삶, 죽음, 꿈과 행복 그 모든 게 담겨있는 동화였습니다. 조반니는 큰 슬픔 속에서도 캄파넬라와 함께 했던 꿈속의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살아갈 것입니다.

캄파넬라가 조반니를 떠났어도, 조반니가 돌아올 아버지의 소식을 엄마한테 알리겠다며 빠르게 달려나갔던 것처럼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새로운 행복을 찾아서 극복하고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사실 일본어를 읽거나 단어를 읽는 게 낯설고 잘 모르는 분들에겐 어려울 수도 있다고 보입니다

처음부터 하나씩 하나씩 이해를 하면서 넘어가면 오래 걸리고요

한 번 읽어보고 한글 해석을 읽으면서 반복해서 읽으면 오히려 좋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들고 다니면서 가볍게 읽으면서 공부하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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