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모두가 정의를 원한다고 하지만 어쩌면 사람들은 그 사람보다 내가 더 낫다는 생각에
안도감을 얻는다거나 나는 저렇게 살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것,
나아가서는 누군가의 고통을 보면서 위안을 얻으며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
백철승이 만든 지옥 서버에 열광하고 그들의 처벌을 통쾌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모두가 정의가 아닌 자신들의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상대적인 대상이 필요했을지도 모르죠
물론 정당하게 그 사람이 처벌을 받기를 원했던 유가족이나 일부의 사람들도 존재하겠지만,
일반 대중 중에는 결코 순수하게 처벌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철승 역시도 본인은 정의를 추구한다면서 그럴듯한 이야기를 꺼내 놓았지만
결국 지옥 서버를 따라가고 따라갈수록 그 속에는 부조리한 것들이 많이 숨겨져 있었으니,
그의 행동은 자기의 합리화일 뿐, '정의'나 '의거'라고 부르기엔 어렵다고 봅니다
어쩌면 필요하지만, 또 어쩌면 너무나 무서운 지옥 서버
그리고 그곳은 누군가에게 철저하게 악용될 수 있다는 점 또한 너무나 공포스러웠습니다
사후 세계의 데이터화라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무엇보다 작가님의 설명이 진짜 세세하고 좋았습니다
전작인 연옥의 수리공이랑 동일한 배경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데 둘 다 읽는다면
훨씬 방대한 상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어요
연옥의 수리공은 이미 드라마화가 결정되었다고 해서 굉장히 기대를 하는 중이고요
SF 장르는 많이 보지 않는 편이지만 이렇게 재밌는 주제라면 어렵더라도
감사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우리도 진짜 사후 세계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면 과연 그곳으로 가는 것을 선택하게 될까요?
아니면 그냥 지금처럼 순환에 맞게 살아가고 끝끝내 사라지는 걸 선택하게 될까요?
사실 내 뇌가 데이터화되어서 영원히 남게 된다는 게 좋은 것인지 정말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결국 그 데이터화된 것은 제가 아닌 단순히 나 같은 데이터 그 자체가 아닐까요?
결국 누군가 서버를 꺼버리면 사라지고 마는 지금보다 훨씬 덧없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저 역시도 죽음은 두렵고, 젊은 날의 모습과 지금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그곳으로 갈 수 있다면
아마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가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꽤 재미있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해준 흥미롭고 재미있던 이야기였습니다
만약 지옥 서버가 아닌 천국의 서버가 있다면 그곳은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요?
그저 행복만 가득한 유토피아?
아니면 겉으론 웃으면서 속으로는 질투만 가득한 사람들이 가득한 또 다른 이름의 지옥은 아닐까요?
수많은 상상을 하며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