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my
강진아 지음 / 북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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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가장 힘들게 하면서도 가장 닮은 존재일 수밖에 없는 모녀의 이야기



사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표지에 있는 그림에 굉장히 큰 매료를 느꼈습니다 묘하면서도 제목과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리고 띠지에 적힌 15년 전 실종된 친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글귀도 이 여름에 너무 잘 어울리는 책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들어서 읽게 되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내용은 아니었지만 굉장히 흥미로웠고 재미있는 소설이었는데요

이 소설의 작가인 강진아 작가님은 <환상 속의 그대>라는 장편 영화를 연출하신 분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 영화를 모르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마침 제가 최근에 이 영화를 봤거든요!

이희준님과 한예리님이 나오셨는데 굉장히 오묘하고 딥한 느낌의 영화였어요...

극중 등장인물들의 불안과 자괴감, 벗어나지 못하는 무언가들이 작가님의 이번 책과 비슷한 부분이 많이 보였습니다

스토리가 비슷하다기보다는 인간의 감정, 그 속에 굴레, 잠식 등등 숨겨진 감정에 대한 연출이 굉장히 좋았다는 건데요

소설 내용에서도 심리 묘사가 꽤 괜찮았고 어두운 감정들이 흘러나오는 것도 영화와 비슷했던 것 같아서 너무 좋았어요

이 작품도 나중에 꼭 영화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의 제목인 MYMY는 마이마이 즉 옛날에 유행했던 바로 그 카세트 플레이어의 이름입니다

사실 처음에 그 마이마이인가 아니면 나의라는 의미일까 그것도 아니면 엄마를 의미하는 무언가를 나타낸 걸까라는 생각도 했었는데요

결론적으로는 소설 속에도 등장하는 그 마이마이 카세트 플레이어가 맞았고 카세트 플레이어가 의미하는 부분은 소설 속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은 일단 엄마와 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보통 엄마와 딸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면, 다들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떠올리거나

그것도 아니면 엄마의 사랑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딸의 반항적인 행동과 결국 마지막에 후회를 하는 이야기를 떠올리시겠죠

그만큼 모성애, 엄마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하지만 이 책에서만큼은 조금 다른 부류의 엄마와 딸을 볼 수 있습니다 겉으로 봐선 평범할지 몰라도 속을 들여다보면 크게 곪아있는 모녀 사이죠

엄마는 강하게 의사 표현을 하고 싶을 때면 내 팔이나 어깨를 잡고 빤히 눈을 들여다보았다.

짧게는 몇 초에서 길게는 몇 분까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두려웠기 때문에 나는 그 직전에 했던 말이나 행동을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두려움의 이유는 엄마의 안광 때문이 아니었다. 내 몸을 움켜잡은 엄마의 손, 정확하게는 그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 때문이었다.

내가 기억하기로 엄마의 손은 거의 항상 차가웠는데 화낼 때는 더욱 차가워져서 얼음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다.

몸에 닿으면 소스라칠 정도로. 그 선명한 감각과 함께 나는 매번 새롭게 깨달았다.

엄마가 나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나는 엄마에게 듣고 또 들어서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여자 혼자 애를 키우는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엄마는 비뚤어진 모성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기 보다는 자식은 자신에게 고통과 힘듦을 안겨준 대상이고

그 대상으로 하여금 무언가 얻기를 바라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또 어린아이에게 엄청난 부담감과 함께 정서적 학대를 일삼은 듯한 이야기들도 많이 보였죠

엄마는 모든 걸 핑계 대며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살면서 딸에 대한 거짓말을 일삼고 또한 딸에 대한 기대치가 굉장히 높습니다

이게 바로 딸로 하여금 세상과 딸에게 보상을 받고자 하는 심리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한 딸을 성공 시키고자 하는 모습은 딸에게 자기 모습을 투영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엄마의 재능에 대한 기대가 미술에 대한 부담감을 무찔렀다.

집에 와서 자려고 누워서도 나는 머릿속에 그 사실을 새겼다.

엄마에게 말한 그 재능이 내게 있어야만 한다. 공부에는 재능이 없었지만, 미술에는 재능이 꼭 있어야만 한다.

잠들 때까지 새기고 또 새겼다.

하지만 그 후로 나에게 재능이 있다는 느낌은,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얄궂게도 다른 곳에 있는 것은 잘만 보였다.

미술 학원에 새로 들어온 학교 후배가 그렸던 사과를, 실기 시험장에서 옆자리에 애가 그렸던 비너스를,

나는 입이 벌어진 채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재능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났더니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순진하고 어리석게 느껴졌다.

문제는 딸은 이런 엄마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그 기대치에 맞추기 위해서 발버둥을 친다는 겁니다

물론 어린 아이가 엄마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애정을 갈구하며 기대치를 맞추고자 하는 행동은 당연해 보입니다만,

그 속에서 자신의 재능을 찾지 못하고 열등감과 자괴감을 뒤덮여 자존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너무나 안타깝기 그지 없었습니다

어릴 때부터의 꾸준한 정서적인 학대가 아이에게 어떤 것이 올바른지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

그것을 알려줄, 보호해 줄 어른들이 곁에 없었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어요


 


그렇게 아슬아슬 이어지던 모녀 사이에는 아주 큰 사건이 생기는데요 그것은 바로 15년 전에 사라졌던 딸 친구의 사체가 발견된 것입니다

그 아이는 딸의 친구일 뿐만 아니라 엄마가 일하던 가게의 사장의 딸이기도 했죠

이 사건의 범인은 모호한 듯 매우 뚜렷합니다 그리고 딸 역시 그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죠

딸은 스스로 그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를 합니다 그리고 분명히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의심을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 정당성을 부여하며, 그걸 믿기 위해서 행동하죠

이 이야기는 결론적으로 서로에게 가장 상처를 주는 존재이면서도 서로를 끊어내지 못하는 끈으로 엮인 모녀의 힘든 삶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그 속에 살인 사건의 진실까지 엮여있는데요 끊으려고 해도 끊을 수 없는 두 사람을 보면서 참 안타깝지만 한 편으로는 또 이해가 되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가질 수 없는 재능과 열등감의 딜레마, 하지만 재능을 손에 쥐어야만 한다는 생각에 발버둥 치는 딸의 이야기

그리고 세상에 대한 온각 변명으로 가득 찬 둘의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도 착잡합니다

냉혹하고 몰인정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슬프면서도 지독한 변명으로 자신의 세계를 만든 엄마와

그런 엄마가 만든 세상에서 인정받고 살아남기 위해 아득바득 버티고 발버둥 치는 딸

어쩌면 서로를 가장 힘들게 하는 존재이면서도 끈끈한 결속으로 묶인 존재

자신의 삶에서 자신을 가장 힘들게 했던 사람과 가장 닮은 모습으로 변해버리는 딸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헤어져 지내는 것이 서로에게 가장 좋았을 것 같지만 또 한 편으로는 서로가 있었기에 세상을 버틸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엄마가 아무리 힘들었어도 딸에 대한 애정이 올바르게 작용했다면 딸의 모습은 변화했겠지만 변하지 않았던 것도 역시 존재는 하겠죠

애정과 애증 사이의 이야기라고 소개하는 것이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심리묘사가 좋고 인간의 어두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굉장히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굳이 추리나 미스터리 쪽으로 치우친 소설은 아니기 때문에 그걸 기대하고 보시는 분들은 조금 실망하실 수도 있지만

스토리가 매우 탄탄해서 엄마와 딸의 관계, 살인 사건의 전말 등등 너무 흥미로워서 읽으시면 후회는 하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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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14호
한승훈 외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엮음 / 서울리뷰오브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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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서평 전문 잡지

여름은 본격적인 공포의 계절입니다 특히 올해는 파묘 등의 영화의 흥행으로 인해서

오컬트나 공포에 관련된 분야의 관심이 예년보다 좀 이르게 시작된 것 같아요

저는 365일 언제나 공포 방송을 보고 공포에 관련된 이야기를 찾아서 보고 있지만

그래도 확실히 여름이 오면 더 많이 신경을 쓰게 되고 더 흥분되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근엔 기존의 공포의 틀에서 벗어나서 더 넓고 깊게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다양한 장르 책 들이나 정보들을 찾아서 보고 있었는데요

우연히 서울 리뷰 오브 북스라는 책을 알게 되었어요 서평 전문 잡지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발행되는 계간지라고 합니다

처음엔 서평 전문지라고 해서 사실 얇은 책 정도로 생각했는데 꽤 괜찮은 수준의 서평들을 모아서 발행하는 매우 탄탄한 책이더라고요?

책들의 비판할 부분은 비판하고 좋은 점과 객관적인 사실들을 제대로 말하는 서평 전문 잡지라고 하는데 2020년부터 발행을 시작했다고 해요

사실 20년 전에는 국내에 서평 전문지들이 있었지만 2000년 초반에 다 사라졌다고 합니다 제가 어린 시절이라서 잘 모르겠지만 말이죠

지금은 20년 전보다 한국 출판 시장의 규모도 상당히 커졌고, 더욱 퀄리티가 높은 좋은 책들이 나오다 보니까

그만큼 독자들의 수준도 많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렇게 서평을 전문적으로 잡지가 다시 시장성을 띄게 된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어요

어쨌든 이렇게 좋은 책이 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됨과 동시에

이번 서울 리뷰 오브 북스의 2024년 여름호 특집 리뷰가 "믿음, 주술, 애니미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너무나 좋아하는 분야라서 이거는 꼭 읽어봐야겠다란 생각에 읽게 되었습니다



책 표지에 나오는 책들이 바로 이번 호에서 다루어지는 책 들이고요 정말 다양한 책들과 다양한 주제로 서평을 써주셨더라고요

저는 저 중에서도 무당, 여성, 신령들이라는 책이 가장 궁금했고, 그 외에도 애니미즘과 현대 세계와 미신의 연대기도 관심이 갔어요

아무래도 제가 제일 관심 있고 그나마 그 분야에서는 나름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주제들이 메인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 책들을 읽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 주제에 따른 다른 사람들의 개인적인 시각과 전문적인 견해가 많이 궁금했거든요



생각보다 책의 두께도 두꺼워서 너무 놀랐는데 책 속에는 총 16편의 서평이 적혀 있었는데요

6편이 특집 리뷰고 남은 10편이 다른 쪽의 서평이었습니다

특집 리뷰들은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아서 좋았고, 그러면서도 다양한 다른 서평까지 함께 있어서

특집 리뷰가 아닌 다른 서평이 궁금해서 읽고 싶은 분들도 많을 것 같다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전문적인 서평의 좋은 점이 바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사진이랑 다양한 정보를 함께 얻을 수 있다는 점인데요

그 외에도 메인인 책에 대한 서평이 끝나는 부분에서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을 추천해 주신 페이지가 있었는데

그것을 통해서 또 다른 책에 입문을 하고 조금 더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특히나 좋았습니다


 


확실히 서평의 내용을 보고 있으면 영화 '곡성'에서부터 '파묘'나 MZ 무당들의 이야기에도 많은 영향을 받은 느낌이 있었어요

예전보다는 대중화된 부분들로 하여금 한국 오컬트나 공포 시장의 관심도가 그만큼 더 높아졌다는 반증이었겠죠?

인류학 전공자인 내가 만나는 한국 무속의 현장들은 여전히 우리 시대의 많은 사람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MZ 세대 무당(내가 만난 무당은 굿판에서 크록스 신발을 신는다)은 물론이거니와, 미래가 불안한 젊은이들이 무당을 찾는 경우도 자주 목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속을 '전통'이라는 틀 안에 가두며 동시대의 삶과 분리하는 경향에는

그동안 무속에 대한 연구가 생생한 현장을 담아내지 못한 탓도 있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이 되었던 것이 아직도 사회에서는 무속이라는 부분에 대한 시선이 편협한 탓에

무당이라면 이래야 해, 무당은 저래야 해라는 경향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저도 많이 보고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대가 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직업을 가지는 사람들도 변화하는데 어째서 사람들은 여전히 그것을 동시대의 변화와 분리하고 있는 걸까요?

무속에 대한 현장을 담아내지 못했다기에는 최근에는 유튜브의 활성화로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무당분들도 굉장히 많아졌고

저 역시도 유튜브를 통해서 내림굿, 천도제, 항마 등등의 무당 선생님들이 하시는 무속적인 현장을 많이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걸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담아내지 못했다고 하기엔 좀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제가 보고 있는 무당분들 중에는 저랑 동갑인 MZ 세대의 무당분도 굉장히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서평가분들의 이야기는 중에 저와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지만 저랑 조금 다른 견해의 부분도 많았어요

서평의 내용을 다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서로 이야기해 보면 납득이 가능할 만큼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았고

이 책들을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거든요

제가 평소에 보던 공포 영상과 정보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조금은 새로운 정보라던가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특집 리뷰에 언급된 책들이 대중적인 책들은 아니라서 관련된 내용을 검색하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는 책들이 많았어요

저 역시도 무당이나 공포, 오컬트 같은 마이너틱한 장르의 책이나 정보를 많이 검색해 보기는 했지만 처음 보는 책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리고 저런 책들은 일반적인 소설류가 아니라서 일반인들이 처음 읽을 때 난해한 부분이나 어려운 부분들이 많아서

정말 공부를 하고 배우려는 마음으로 읽어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데

이렇게 어떤 내용들이 소개되고 있을지 알게 되니까 조금은 진입 장벽이 낮아진 기분도 들었어요

또 하나 감탄했던 부분은 서평가분들의 지식수준이 정말 대단하구나라는 점이었는데요 사실 저도 서평을 쓰고는 있지만

단순히 감상문 수준에서 벗어나기 어려운데 이분들은 관련된 지식을 통해서 서평을 더욱 전문적으로 쓰고 계셨기 때문에 비교가 되더라고요

역시 취미로 쓰는 사람과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은 단어의 표현 하나하나도 다르구나라는 걸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집 리뷰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들이 다양한 책들을 기반으로 좋은 서평들이 적혀 있어서

책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나 서평을 쓰고 계신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렇게까지 전문적으로 서평을 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글을 쓰는 것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 호의 특집 리뷰는 무엇일지 어떤 주제로 또 흥미로운 서평들이 나오게 될지 몹시 궁금한 서울 리뷰 오브 북스

앞으로도 오랜 기간 사라지지 않는 멋진 서평 전문 잡지로 남아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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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단장해드립니다, 챠밍 미용실
사마란 지음 / 고블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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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의미로 영혼을 인도하는 사람의 이야기

괴이학회의 사마란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장르 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당연히 관련된 책을 출간하는 레이블을 꽤 많이 알고 있는데요

괴이학회 역시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특별한 엔솔로지들이 많이 출간되는데 사마란 작가님도 바로 괴이학회의 소속이시거든요

출판사 고블의 경우에는 제가 너무 좋아하는 산호 작가님의 책이 출간된 출판사이기도 해서 더욱 애정이 가는 출판사 중의 하나입니다


책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단장해 주는 챠밍이 운영하는 미용실의 이야기인데요

낮에는 사람들의 머리를 만져주고, 밤에는 죽은 사람들을 단장 시켜주는 미용실 원장 챠밍의 이중생활과 그런 미용실에 찾아오는 사람들과 영혼들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미용실에서 일어나는 일뿐만 아니라 미용실이 위치한 현월동이라는 곳의 이야기도 함께 담겨 있어요

현월동에는 신비한 존재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데요 복덕방을 운영하는 도깨비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뒤늦게 알게 된 의명이라는 캐릭터 역시 이 소설을 이끌어 가는 인물 중의 하나입니다


일단 죽은 사람들을 단장 시켜준다는 것은 말 그대로 생전의 모습이라던가 원하는 모습으로 단장 시켜주는 겁니다

그리고 그들이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은 존재들의 꿈에 찾아가거나 저승으로 갈 때 예쁘고 단정한 모습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거죠

호텔 델루나에서 전화 통화를 통해 죽은 사람들이 산 사람들의 꿈에 나타나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죽은 사람들이 산 사람들의 꿈에 나타나기 전에 챠밍의 미용실에서 단장을 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건데요

그 사람들은 죽은 사람들이지만 자신들이 사랑했던 존재들에게 찾아갈 때 죽을 때의 모습으로 나타나면

남은 사람들이 굉장히 가슴 아파하고, 고통스러울 테니 조금 더 예쁘게 단장을 해서 만나러 가는 겁니다

호접몽 같은 그때를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남의 머리 만지는 직업이 이렇게 흔한 직업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시절,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을 해도 집에 돌아가면 피곤한 줄도 모르고 행복한 웃음을 짓던 시절이 있었다.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이제는 기억도 희미하지만 언제인지 모를 생의 마지막까지 잊을 수도 없는 한때였다.

기쁨이라곤 없는 억겁의 시간을 힘겹게 살아내며 생활비 걱정까지 해야 하는 요즘 같은 때에는

남들 다 한다는 재테크라는 것을 했더라면 이런 고생은 덜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을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돈을 많이 벌어서 뭘 할 것인지 생각하면 이내 그 부질없음에 머리를 젓곤 했다.

챠밍은 전생에도 머리를 만지는 직업을 업으로 가지고 있었고, 많은 숨겨진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존재였습니다

처음엔 챠밍이 처음부터 신적인 존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라서 조금 놀랍기도 했어요

그리고 동네에서 복덕방을 운영하는 도깨비와도 꽤 길고 깊은 인연이 있었죠

처음에는 챠밍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는 줄 알았는데 도깨비와 의명 그리고 수많은 존재들의 이야기가 없으면 안 되는 형식이더라고요

그러니까 이 책의 주인공은 챠밍이 아니라 모두라고나 할까요?

사실 자신의 능력을 처음 알게 되고 혼란스러워하는 의명이의 이야기를 보면서 귀신을 보게 된 사람이라거나

영능력을 가지게 된 사람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어서 참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도 한 번 더 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너무 멀고, 너무 피곤한 곳이었다. 빌어먹을 판의 얼굴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여느 때보다 바빴던 산 자의 시간이 끝나고 죽은 자의 시간이 끝날 무렵엔 지칠 대로 지쳐서 죽어도 그곳엔 못 가겠다고 생각했다.

새벽이 끝나갈 무렵 챠밍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미용실 셔터를 내렸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온기 없는 옥탑방에서 수면 구슬로 하루의 고단함을 달랬다.

사실 죽은 영혼을 단장 시켜 주는 일을 누군가 하기에는 쉽지 않겠지만 챠밍은 어떤 이유에선지 '계약'을 통해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죽음이 없는 억겁의 시간을 살고 있고, 꿈조차 꾸지 못하는 상태였죠 챠밍이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는 책 속에서 자세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 수많은 영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요 읽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찡한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그 영혼의 마음이 느껴지고,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마음이 아파지더라고요

영혼들뿐만 아니라 낮에 찾아오는 사람들 역시도 다들 수많은 사연을 안고 있었습니다

챠밍의 미용실은 영혼들만을 단장시켜주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 주는 공간이더라고요...

저도 만약에 죽음을 맞이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시간이 온다면 챠밍의 미용실에서 단장을 받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애초에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의 꿈에 나오게 된다는 이야기 역시도 동양적인 미신에서 시작된 이야기니까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요소들이 동양적인 부분을 기반으로 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동양 쪽 오컬트를 좋아하는 분들은 좀 복잡한 내용을 많이 보게 되는데 이 소설은 그런 장르 중에서도 비교적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 같았습니다

영혼을 단장 시켜주는 미용실의 원장과 복덕방을 운영하는 도깨비, 영능력자인 의명 그리고 미용실을 찾아오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꼭 한 번씩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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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설계자
경민선 지음 / 북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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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만든 지옥의 모습과 정의의 아이러니

여름이 되고 장마가 시작되면서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집 안에서 에어컨을 켜놓고

책을 읽는 게 일상이 된 요즘입니다

여름답게 평소보다 많은 공포적인 요소들을 찾아서 보게 되는데요

오늘은 오랜만에 공포라기엔 조금 부족하지만 사후세계와 SF가 결합된 소설을 가지고 오게 되었습니다



바로' 지옥의 설계자'라는 책인데요 사실 처음엔 표지의 그림 때문에 이 책을 보게 되었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김산호 작가님이랑 박인주 작가님의 작품을 너무 좋아하는데

아무리 봐도 표지의 그림이 박인주 작가님 그림 같았거든요

나중에 확인해 보니까 박인주 작가님의 그림이 맞았고 그래서 더욱 반가웠답니다

표지만으로는 유추할 수 없지만 이 소설은 사람이 사후 세계를 인공적으로 만들고

관리할 수 있는 세계가 배경인 소설입니다

말 그대로 사람들이 죽은 이후 뇌 데이터를 복사하여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사후 세계에서 영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문제는 큰 범죄를 일으킨 사람들 역시 사후 세계 서비스에 요금만 완납했다면

어떠한 처벌도 없이 편안한 곳에서 영원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었죠

그리고 그런 범죄자들의 뇌 데이터를 훔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지옥 서버에 가두고

그들이 죄를 뉘우칠 때까지 처벌하겠다는 백철승의 계획과 실현

그 속에 얽혀들어가 버린 주인공 지석의 이야기가 중점입니다

가장 처음 백철승의 계획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바로 21명의 사람을 무참히 살해하고

심장마비로 죽어버린 살인범 완영순의 뇌 데이터를 탈취하여 지옥 서버에 가두고

고해하는 영상을 올리는 것이었는데요

사실 처음엔 범죄자들을 처벌하는 지옥이라 꽤나 괜찮을지도?라는 생각을 했지만

주인공 지석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조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과연 그 범죄자들을 '심판'을 할 자격이 있는 것인가? 하는 부분이 가장 원초적인 생각이었죠


 


사실 큰 죄를 짓고 죽은 뒤 오히려 편안한 삶을 산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 한 부분입니다

물론 저 역시도 저런 상황을 지켜본다면 크게 분노를 하고 열변을 토하고 있었겠죠

그리고 저렇게 된다면 일부러 큰 범죄를 일으킨 뒤에 현실을 도피하여

자살을 하는 사람도 분명히 늘어날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이 계약한 사후세계로 떠나서

그곳에서 더 이상 죄에 대한 처벌도 없이 편안한 영생을 누리게 되겠죠

이 책을 읽으면서 범죄자들의 사형 제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떠올랐는데

천국이나 지옥이 있는지 정확하진 않지만 저는 나름 사후세계나 환생 등을 믿는 사람으로서

그들이 사형을 통해서 죄책감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죽는다는 것이 조금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게 진짜 무기징역보다 올바른 것인지도 매번 고민이 많았거든요

사형이 최고로 무서운 형벌인 것 같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이 저지른 죄에 비해서는 너무 편안하게 가는 것 같아서 말이죠

다만 그 사형제도가 있으므로써 범죄자들이 언제든 자신들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불안에 떨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저는 사형제도에 찬성하고 있었어요

어쩌면 그게 그들이 살아 있는 그 자체로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는 방법일 테니까요


그들이 반성을 하든 하지 않든 말이죠 어떻게든 공포를 줄 수 있다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사형제도는 인권 문제로써 팽팽하게 대립이 있지만

사람을 죽이거나 고통에 빠지게 만든 가해자들의 인권을 찾기 전에

피해자들의 권리부터 찾아주어야 하는 게 맞지 않는가란 생각이 앞서기도 합니다

대중에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어쨌든 간에 감각 기능을 할 수 있는 완영순의 뇌 일부가 고통을 겪고 처벌을 받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중요한 사실이었다.

'정의.' 사람들은 정의를 원했다. 그리고 지금 대중의 눈앞에 정의가 구현되고 있었다.

(중략)

건국 이래 최악의 연쇄살인범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데 대한 울분을 터트리며

대한민국 사법체계에 분노하던 사람들은 완영순이 데이터로 만든 지옥에 있다는 사실에 열광했다.

어쨌든 저도 소설 속의 사람들처럼 범죄자들을 지옥 서버에 가두고

죄를 뉘우치게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은 나쁘지 않다고 봤어요

하지만 그 지옥 서버라는 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그 지옥 서버에 들어간 사람들이

진짜 모두가 나쁜 사람이 맞는가?에 대한 정답을 누가 정할 수 있냐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를 죽였지만, 그게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면.

누군가 다른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면 그것은 정당방위겠지만 그 사람은 분명 사람을 죽인 살인자이며,

죽은 사람의 유가족들에게는 설사 이유가 있다고 해도 '악인'일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다면 그 사람은 지옥 서버에 가야 하는 사람일까요? 아닐까요?

만약 그 사람이 지옥 서버에 가야 한다면 그 사람이 살인을 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그저 무고한 피해자일 뿐일까요? 오히려 그 사람이 누군가에겐 또 다른 '악인'이 아닌가요?

그 사람 때문에 누군가가 살인자가 되어버렸다면 그 처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하나의 의문점. 진정한 반성이란 무엇일까요?

이 또한 사람들이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게 맞는 것일까요?

단지,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공포스러워서 그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서

거짓으로 고해를 하고 반성을 한다면 그걸 알아낼 방법은 있을까요?

다른 사람보다 무던하다고 진정한 반성을 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대게 겉과 단면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코 단정 지어선 안 되는 것도 자신의 색안경과 자신의 사상의 틀에서 결론을 짓고 말죠

그런 사람들이 과연 정의를 심판할 온전한 자유가 있는 걸까요?

물론 범죄자들을, 세상을 등지고 도망 쳐버린 흉악범들을 단죄한다는 것은

유쾌한 생각이지만 또 한 편으론 걱정되는 게 사실입니다

그 속에 섞여 있는 단 0.1프로의 무고함이 정의 받지 못한다는 안타까움 때문에

또한 무섭기도 합니다 언젠가 진짜 내가 그곳에 가게 될까 봐

백철승의 '의거'를 보며 가슴이 웅장해지고 뜨거워짐을 느꼈다. 완영순의 악행을 곱씹으며,

그가 지옥 서버에서 당하고 있다는 처벌을 상상하는 게 통쾌했다.

그리고 최소한 지옥에 가 있는 그놈보다는 자신이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데 치사한 만족감 비슷한 것도 들었다.

사실 모두가 정의를 원한다고 하지만 어쩌면 사람들은 그 사람보다 내가 더 낫다는 생각에

안도감을 얻는다거나 나는 저렇게 살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것,

나아가서는 누군가의 고통을 보면서 위안을 얻으며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

백철승이 만든 지옥 서버에 열광하고 그들의 처벌을 통쾌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모두가 정의가 아닌 자신들의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상대적인 대상이 필요했을지도 모르죠

물론 정당하게 그 사람이 처벌을 받기를 원했던 유가족이나 일부의 사람들도 존재하겠지만,

일반 대중 중에는 결코 순수하게 처벌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철승 역시도 본인은 정의를 추구한다면서 그럴듯한 이야기를 꺼내 놓았지만

결국 지옥 서버를 따라가고 따라갈수록 그 속에는 부조리한 것들이 많이 숨겨져 있었으니,

그의 행동은 자기의 합리화일 뿐, '정의'나 '의거'라고 부르기엔 어렵다고 봅니다

어쩌면 필요하지만, 또 어쩌면 너무나 무서운 지옥 서버

그리고 그곳은 누군가에게 철저하게 악용될 수 있다는 점 또한 너무나 공포스러웠습니다

사후 세계의 데이터화라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무엇보다 작가님의 설명이 진짜 세세하고 좋았습니다

전작인 연옥의 수리공이랑 동일한 배경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데 둘 다 읽는다면

훨씬 방대한 상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어요

연옥의 수리공은 이미 드라마화가 결정되었다고 해서 굉장히 기대를 하는 중이고요

SF 장르는 많이 보지 않는 편이지만 이렇게 재밌는 주제라면 어렵더라도

감사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우리도 진짜 사후 세계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면 과연 그곳으로 가는 것을 선택하게 될까요?

아니면 그냥 지금처럼 순환에 맞게 살아가고 끝끝내 사라지는 걸 선택하게 될까요?

사실 내 뇌가 데이터화되어서 영원히 남게 된다는 게 좋은 것인지 정말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결국 그 데이터화된 것은 제가 아닌 단순히 나 같은 데이터 그 자체가 아닐까요?

결국 누군가 서버를 꺼버리면 사라지고 마는 지금보다 훨씬 덧없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저 역시도 죽음은 두렵고, 젊은 날의 모습과 지금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그곳으로 갈 수 있다면

아마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가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꽤 재미있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해준 흥미롭고 재미있던 이야기였습니다

만약 지옥 서버가 아닌 천국의 서버가 있다면 그곳은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요?

그저 행복만 가득한 유토피아?

아니면 겉으론 웃으면서 속으로는 질투만 가득한 사람들이 가득한 또 다른 이름의 지옥은 아닐까요?

수많은 상상을 하며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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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인의 열두 달 - 한 해를 되짚어 보는 월간 뜨개 기록
엘리자베스 짐머만 지음, 서라미 옮김, 한미란 감수 / 윌스타일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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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실만큼이나 포근하고 소소한 뜨개 기록

저는 종종 뜨개를 찾아서 하는 야매 뜨개인입니다

물론 썩 잘하지는 못하지만 집에 털실도 많이 가지고 있고 코스터 종류를 뜨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사실 그게 빨리 끝나고 단순하니까라는 이유도 섞여 있지만 직접 만든 코스터 위에 컵을 올려두면 너무 만족스럽거든요

어쨌든 뜨개를 매번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 꼭 하고 싶은 순간들이 다가오기도 해서

다양한 작가분들의 작품을 보고 우와 만들어 보고 싶다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도안들도 차곡차곡 수집해놓곤 하는데요

이번에 우연히 뜨개에 관련된 책을 한 권 보게 되었답니다



바로 뜨개인의 열두 달이라는 책인데요 책 표지부터가 뜨개에 대한 책이라는 게 잘 드러나서 굉장히 마음에 드는 책이었어요

처음엔 단순히 뜨개를 하는 분이 쓴 에세이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알고 봤더니 뜨개를 하는 분들한테는 꽤 유명한 뜨개 바이블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책 전에 출간되었던 '눈물 없는 뜨개'라는 책도 꽤 인기가 많았다고 해서 나중에 한 번 읽어보려고 생각 중이랍니다

사실 야매 뜨개인은 이 책의 저자인 엘리자베스 짐머만씨를 잘 알지 못해서 책을 읽기 전에 살짝 검색해서 알아봤는데요

조금 젊은 분이 저자분이 아닐까 했는데 연세가 꽤 있으신 여사님이셨어요

그리고 뜨개 교사이자 디자이너이신데 현재 뜨개 분야에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는 설명도 있었어요

저 이야기를 듣고 내가 너무 가볍게 이 책을 보려고 생각했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민망하기도 했어요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선택했나... 싶어서 말이죠 다행스럽게도 매우 즐겁게 읽었지만요


 


책 표지에서도 나와 있지만 이 책은 엘리자베스 짐머만 작가님의 뜨개 기록이 담긴 책이에요

단순히 뜨개 도안이나 뜨개에 대한 설명만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 각 계절에 맞는 이야기와 뜨개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져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뜨개라고 하면 가을이나 겨울 같은 추운 계절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직접 뜨개를 하다 보면 여름에도 굉장히 잘 어울리는 뜨개들이 많거든요

작가님 역시도 여름엔 여름에 어울리는 뜨개 프로젝트를 통해서 그 계절에 맞게 뜨개를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고 계셨고요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뜨개라는 분야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기도 했어요

사실 저는 겨울에 입은 스웨터류보다는 여름에 뜨개질을 통해서 가볍게 만드는 카디건이나 모자, 가방 같은 걸 더 선호하는 편이라서

작가님의 여름 프로젝트가 정말 너무 좋았어요 물론 제가 잘 뜨지는 못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이 뜨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거든요!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작가님이 진짜 너무 귀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야기가 소소하면서도 다정하고 따뜻하고 정말 일상적이고 귀여웠어요

그러면서도 그 속에서 어떤 실이 어떨 것이고, 어떤 느낌의 직물이 나올 것이고, 어떻게 하면 예쁘게 뜰 수 있을까 같은 뜨개는 사랑하는 마음이

뜨개에 대한 진심이 가득 담겨 있어서 마치 제가 덕질을 하는 모습이 저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무슨 일이든 생각나는 대로 시도해 보자. 이제 여러분에게 아란의 세계가 열렸으니 마음껏 즐기기 바란다.

자, 이제 내가 아는 아란은 모두 설명했다.

이 책에 있는 나머지 디자인들은 이제 유치할 정도로 단순해 보일 것이고,

여러분이 아이 같은 호기심을 품게 되었기를 바란다.

너무 예쁘지도, 너무 고지식하지도 않지만 좋은 유전자를 갖고 합리적으로 키워진 멋진 아이처럼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한 것이 엘리자베스 짐머만이라는 분을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한없이 따뜻한 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어요

그만큼 이야기가 너무 따뜻하고 문장도 따뜻했거든요 어떻게 저렇게 예쁘게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사실 이것은 번역을 해주신 역자분의 노력도 크겠지만 원어의 내용이 이쁘니 번역까지도 이렇게 다정하게 될 수 있었겠지?라는 생각도 같이 들었습니다

뜨개를 좋아지 않거나 낯설어 하는 분들이 읽게 된다면 나도 뜨개를 한 번 해보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고

뜨개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없이 뜨개를 하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만들 것 같았어요 정말 재미있게 뜨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적어 주셨거든요

저도 몰랐던 뜨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또한 즐거웠습니다 역시 무슨 분야든 깊게 파고 들면 심오한 법이네요



그리고 아주 당연하지만 이 책에는 작가님이 직접 뜨셨던 뜨개에 대한 설명과 함께 뜨는 방법이나 도안도 간단하게 실려 있습니다

물론 뜨개는 원래도 도안으로 간단하게 나타낼 수도 있고 글 만으로도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책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충분히 다양한 도안들과 설명들이 있으니까 뜨개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한 번쯤 읽어보고 도안을 따라서 뜨개를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았어요

저는 아직 글로만 설명된 뜨개는 헷갈려서 잘 모르겠더라고요 사실 읽으면 알 것도 같은데 뜨면서 보면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도안을 선호하는 편인데 도안도 잘 그려져 있어서 귀여운 도안을 기억해 놨다가 나중에 보고 직접 떠보려고 합니다

사실 니트나 옷 종류가 있긴 했는데 아직 그 정도로 잘 뜨는 상황은 아니라서 제일 간단한 것을 하게 되겠지만 말이에요

이 책이 뜨개인들 사이에서 뜨개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읽는 순간 깨닫게 되는

말 그대로 뜨개의, 뜨개를 위한, 뜨개에 의한 책 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어요

포근하고 따뜻한 뜨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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