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my
강진아 지음 / 북다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로를 가장 힘들게 하면서도 가장 닮은 존재일 수밖에 없는 모녀의 이야기



사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표지에 있는 그림에 굉장히 큰 매료를 느꼈습니다 묘하면서도 제목과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리고 띠지에 적힌 15년 전 실종된 친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글귀도 이 여름에 너무 잘 어울리는 책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들어서 읽게 되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내용은 아니었지만 굉장히 흥미로웠고 재미있는 소설이었는데요

이 소설의 작가인 강진아 작가님은 <환상 속의 그대>라는 장편 영화를 연출하신 분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 영화를 모르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마침 제가 최근에 이 영화를 봤거든요!

이희준님과 한예리님이 나오셨는데 굉장히 오묘하고 딥한 느낌의 영화였어요...

극중 등장인물들의 불안과 자괴감, 벗어나지 못하는 무언가들이 작가님의 이번 책과 비슷한 부분이 많이 보였습니다

스토리가 비슷하다기보다는 인간의 감정, 그 속에 굴레, 잠식 등등 숨겨진 감정에 대한 연출이 굉장히 좋았다는 건데요

소설 내용에서도 심리 묘사가 꽤 괜찮았고 어두운 감정들이 흘러나오는 것도 영화와 비슷했던 것 같아서 너무 좋았어요

이 작품도 나중에 꼭 영화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의 제목인 MYMY는 마이마이 즉 옛날에 유행했던 바로 그 카세트 플레이어의 이름입니다

사실 처음에 그 마이마이인가 아니면 나의라는 의미일까 그것도 아니면 엄마를 의미하는 무언가를 나타낸 걸까라는 생각도 했었는데요

결론적으로는 소설 속에도 등장하는 그 마이마이 카세트 플레이어가 맞았고 카세트 플레이어가 의미하는 부분은 소설 속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은 일단 엄마와 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보통 엄마와 딸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면, 다들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떠올리거나

그것도 아니면 엄마의 사랑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딸의 반항적인 행동과 결국 마지막에 후회를 하는 이야기를 떠올리시겠죠

그만큼 모성애, 엄마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하지만 이 책에서만큼은 조금 다른 부류의 엄마와 딸을 볼 수 있습니다 겉으로 봐선 평범할지 몰라도 속을 들여다보면 크게 곪아있는 모녀 사이죠

엄마는 강하게 의사 표현을 하고 싶을 때면 내 팔이나 어깨를 잡고 빤히 눈을 들여다보았다.

짧게는 몇 초에서 길게는 몇 분까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두려웠기 때문에 나는 그 직전에 했던 말이나 행동을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두려움의 이유는 엄마의 안광 때문이 아니었다. 내 몸을 움켜잡은 엄마의 손, 정확하게는 그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 때문이었다.

내가 기억하기로 엄마의 손은 거의 항상 차가웠는데 화낼 때는 더욱 차가워져서 얼음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다.

몸에 닿으면 소스라칠 정도로. 그 선명한 감각과 함께 나는 매번 새롭게 깨달았다.

엄마가 나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나는 엄마에게 듣고 또 들어서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여자 혼자 애를 키우는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엄마는 비뚤어진 모성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기 보다는 자식은 자신에게 고통과 힘듦을 안겨준 대상이고

그 대상으로 하여금 무언가 얻기를 바라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또 어린아이에게 엄청난 부담감과 함께 정서적 학대를 일삼은 듯한 이야기들도 많이 보였죠

엄마는 모든 걸 핑계 대며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살면서 딸에 대한 거짓말을 일삼고 또한 딸에 대한 기대치가 굉장히 높습니다

이게 바로 딸로 하여금 세상과 딸에게 보상을 받고자 하는 심리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한 딸을 성공 시키고자 하는 모습은 딸에게 자기 모습을 투영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엄마의 재능에 대한 기대가 미술에 대한 부담감을 무찔렀다.

집에 와서 자려고 누워서도 나는 머릿속에 그 사실을 새겼다.

엄마에게 말한 그 재능이 내게 있어야만 한다. 공부에는 재능이 없었지만, 미술에는 재능이 꼭 있어야만 한다.

잠들 때까지 새기고 또 새겼다.

하지만 그 후로 나에게 재능이 있다는 느낌은,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얄궂게도 다른 곳에 있는 것은 잘만 보였다.

미술 학원에 새로 들어온 학교 후배가 그렸던 사과를, 실기 시험장에서 옆자리에 애가 그렸던 비너스를,

나는 입이 벌어진 채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재능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났더니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순진하고 어리석게 느껴졌다.

문제는 딸은 이런 엄마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그 기대치에 맞추기 위해서 발버둥을 친다는 겁니다

물론 어린 아이가 엄마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애정을 갈구하며 기대치를 맞추고자 하는 행동은 당연해 보입니다만,

그 속에서 자신의 재능을 찾지 못하고 열등감과 자괴감을 뒤덮여 자존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너무나 안타깝기 그지 없었습니다

어릴 때부터의 꾸준한 정서적인 학대가 아이에게 어떤 것이 올바른지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

그것을 알려줄, 보호해 줄 어른들이 곁에 없었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어요


 


그렇게 아슬아슬 이어지던 모녀 사이에는 아주 큰 사건이 생기는데요 그것은 바로 15년 전에 사라졌던 딸 친구의 사체가 발견된 것입니다

그 아이는 딸의 친구일 뿐만 아니라 엄마가 일하던 가게의 사장의 딸이기도 했죠

이 사건의 범인은 모호한 듯 매우 뚜렷합니다 그리고 딸 역시 그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죠

딸은 스스로 그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를 합니다 그리고 분명히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의심을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 정당성을 부여하며, 그걸 믿기 위해서 행동하죠

이 이야기는 결론적으로 서로에게 가장 상처를 주는 존재이면서도 서로를 끊어내지 못하는 끈으로 엮인 모녀의 힘든 삶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그 속에 살인 사건의 진실까지 엮여있는데요 끊으려고 해도 끊을 수 없는 두 사람을 보면서 참 안타깝지만 한 편으로는 또 이해가 되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가질 수 없는 재능과 열등감의 딜레마, 하지만 재능을 손에 쥐어야만 한다는 생각에 발버둥 치는 딸의 이야기

그리고 세상에 대한 온각 변명으로 가득 찬 둘의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도 착잡합니다

냉혹하고 몰인정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슬프면서도 지독한 변명으로 자신의 세계를 만든 엄마와

그런 엄마가 만든 세상에서 인정받고 살아남기 위해 아득바득 버티고 발버둥 치는 딸

어쩌면 서로를 가장 힘들게 하는 존재이면서도 끈끈한 결속으로 묶인 존재

자신의 삶에서 자신을 가장 힘들게 했던 사람과 가장 닮은 모습으로 변해버리는 딸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헤어져 지내는 것이 서로에게 가장 좋았을 것 같지만 또 한 편으로는 서로가 있었기에 세상을 버틸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엄마가 아무리 힘들었어도 딸에 대한 애정이 올바르게 작용했다면 딸의 모습은 변화했겠지만 변하지 않았던 것도 역시 존재는 하겠죠

애정과 애증 사이의 이야기라고 소개하는 것이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심리묘사가 좋고 인간의 어두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굉장히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굳이 추리나 미스터리 쪽으로 치우친 소설은 아니기 때문에 그걸 기대하고 보시는 분들은 조금 실망하실 수도 있지만

스토리가 매우 탄탄해서 엄마와 딸의 관계, 살인 사건의 전말 등등 너무 흥미로워서 읽으시면 후회는 하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