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고해소 - 제3회 K-스토리 공모전 대상 수상작
오현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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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어느 것도 단정 지을 수 없는 정통 추리 스릴러

최근엔 다양한 소설을 읽고 있지만 그래도 역시 가장 재미있는 건 오컬트, 추리 스릴러 쪽인 것 같아요

흥미로운 소재도 많고 그 이야기를 함께 따라가면서 추리를 하는 것도 매우 재미있거든요

요즘은 특히나 심리 스릴러들이 좀 많이 눈에 띄어요 등장인물들의 감정 묘사들이 너무 좋기 때문인데요

오늘도 캐릭터들 간의 심리전이 꽤 좋았던 소설을 가져왔습니다 바로 오현후 작가님의 '악의 고해소'에요



표지에서부터 나 스릴러 소설이야!라는 느낌이 굉장히 많이 드는 정통 추리 스릴러 소설인데요

K-스토리 공모전 대상작이라고 하는데요 작가님이 워낙 미스터리, 스릴러, 호러 장르를 좋아하고 다양한 글도 많이 써보신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의 기본적인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30년 전에 일어났던 미제 사건에 대한 내용인데요

어느 날 갑자기 미제 사건에 대한 고백을 담은 편지가 등장합니다 그 편지로 인해서 그 사건을 잊고 있던 인물들이 다시 일에 휘말리고 다양한 추리를 통해서 다시 한번 사건을 추적하고 범인을 찾아내는 이야기인데요 따지자면 정말 정통적인 추리물 그 자체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재미있고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이 소설의 주요 주인공은 경찰인 용훈과 살아남은 피해자인 성준

그리고 편지를 보낸 이희수라는 인물 인데요

편지를 보낸 사람은 어떤 이유에든 간에 자신 내면에 깊은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30년 전에 일어났던 사건의 내막을 밝혔던 것이겠죠 하지만 그의 말은 진실이라고 믿기에도 거짓이라고 믿기에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따져보면 그는 사건과 전혀 무관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죠

그 와중에 사건의 피해자이자 유일한 생존자인 성준은 사건의 충격으로 인해서 그 기억을 잃어버린 상황이었고 그 기억을 억지로 끄집어 낸다면 사건을 잊고 나름 평온하게 살아가는 성준에게는 또 다른 상처를 주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기에 그리고 성준이 그날의 기억을 찾아낸다고 하더라도 그 기억에서 오류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사건의 이야기는 여러 가지로 굉장히 어렵게 진행됩니다

심리 서스펜스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묘사가 좋았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거나 등장인물들 간의 시점을 오가는

이야기의 구성도 괜찮았습니다 등장인물들 각각의 상황도 이해하기 좋았기 때문인데요

무엇보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용훈과 성준 등의 등장인물들의 상황을 독자들이 함께 따라가면서

과연 진범은 바로 그가 말하는 그 사람이 맞을까라는 의심과 동시에 그 편지의 내용을 무조건 신뢰할 수 있을까? 란 생각도 끊임없이 하게 됩니다 결국은 마지막까지도 누가 진범인지 단정 지을 수 없게 만들어서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죠

스포라서 자세하게 이야기를 꺼낼 수는 없지만 저는 30년간 침묵했던 이야기를 꺼낸 그 사람 역시도 좋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가 말하는 것이 진짜 진실인가라는 의심도 있었고 무엇보다 죄책감으로 갑자기 그 사건에 대해서 입을 연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물론 사람들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거나 큰일이 생기면 심리적인 변화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납득이 되지 않아서 끝까지 그 사람의 행동을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그의 목적인 무엇인가?라는 것에 대해서 말이죠

이 소설을 보면서 저는 두 가지의 사건을 떠올렸습니다 실종된 아이들의 이야기에서는 전 국민들이 잘 알고 있는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그리고 갑자기 30년 만의 사건의 전말을 밝힌 편지에서는 암수살인으로 유명했던 '살인범 이두홍'의 사건이었는데요 물론 이 소설에서 편지를 보냈던 그 사람과 이두홍의 행동은 결은 다르긴 합니다 하지만 진실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매우 닮았다고 느꼈죠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의 경우는 항간에서 범인에 대해서 떠돌던 이야기들이 다양했는데 제가 대구에 살다 보니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은 것도 있었어요 그 소문 속에서 실제 범인이 했을 법한 행동들의 패턴이 이 소설에서도 비슷하게 나왔는데 작가님이 참고하신 부분이 있지 않을까? 란 생각도 들더라고요

물론 정확한 건 알 수 없지만 제가 느끼기엔 그랬다는 것인데요

그 외에도 산에서 아이들이 실종되었다는 점이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많이 닮았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범인이 밝혀진 소설과 다르게 아직도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는 사건이 조금 많이 슬프더라고요

어느 날 갑자기 범인이 잡혀버린 화성연쇄살인 사건이 떠오릅니다 저는 정말 그 사건의 범인이 잡힐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이춘재라는 사람이 범인으로 확정되어 뉴스가 뜨던 그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미제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은 모두 그 뉴스를 기다리고 있겠죠?

이 소설처럼 한국의 수많은 미제 사건들이 해결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이 소설은 사람들이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까지 떠올릴 정도로 몰입감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생생하고 재미있고 흥미롭죠 전개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꽉 막히지 않아서 편하게 따라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미제 사건을 추리하고 범인을 따라가는 정통적인 스릴러물을 읽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만족하실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도 충분히 활용되기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이야기라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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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해서 빵을 샀어 - 일상이 로맨틱 영화의 한 장면이 되는 52가지 감성 레시피
안드레아 카스프르작 지음, 이현숙 옮김 / 이든서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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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소소한 일상 로맨틱 레시피

최근에 여러 가지 사건사고를 겪고 있어서 그런지 무기력 생활이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우울감도 있지만 대부분 무기력한 마음이 들어서 그런지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고자 하는 의욕도 줄었습니다

그래서 뭔가 일상을 새롭게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방법을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어려운 것을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아서 더욱 힘들게 느꼈던 거 같은데

마침 이렇게 추욱 쳐진 저의 일상을 바꿔 줄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긴 책을 한 권 읽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 책입니다 "우울해서 빵을 샀어"라는 책인데요 제목을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MBTI인데요

제목만 그렇지 그것과 관련이 있는 책은 아닙니다 그리고 메인에 있는 케이크 그림이나 레시피라는 글씨를 읽게 되면

달콤한 디저트에 관련된 책일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이 책은 "일상이 로맨틱 영화의 한 장면이 되는 52가지 감성 레시피"

바로 일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52가지의 행동들에 관련된 이야기예요

작가님은 책의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로맨스가 꼭 특별하고 화려한 것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기쁨 속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고양이의 애정 어린 몸짓과 눈 덮인 공원의 벤치, 혼자 먹는 크림 파이 한 조각처럼, 우리 주변의 평범한 순간들이 누군가에겐 로맨스라고요

무엇보다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 것을 직접 찾아내라고 이야기합니다

특별한 음악이나 취미, 심지어는 벽난로 앞에서 유령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아서 자신의 삶과 다시 한번 사랑에 빠져 보라고 말이죠

그리고 이 책에서 소개되는 52가지의 레시피를 모두 다 따라 할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자신에게 필요 없는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자신에 맞는 것만 찾아서 하면 충분하다고 가볍게 책을 읽고 따라 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독자에게 쥐여줍니다

이런 작가님의 배려부터가 너무나 로맨틱하고 따뜻해서 책을 읽는 이 순간부터가 나의 로맨스의 시작이구나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레시피들은 정말 간단합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 빵을 먹는 것, 해변의 비치코밍이나 케이크를 먹는 것 같은

정말 일상 속에서 잠깐의 힐링을 가지는 그 소소한 것들을 알려줍니다 너무 쉬운데 우리가 굳이 찾아서 하지 않던 것들이요

어쩌면 너무 바빠서 잊고 있었던 일상의 즐거움을 이 책에서 찾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고른 레시피 중의 3개만 가져왔는데요 일단 첫 번째는 바로 '치즈의 발음은 늘 부드럽게 치이이이이이즈'입니다

저는 치즈를 정말 정말 좋아하거든요 마트에서 파는 일반 치즈도 그렇지만 브리 치즈나 과일 치즈처럼 인터넷으로만 주문할 수 있는 치즈들을 좋아해요

생각해 보면 예전에는 시간을 내서 치즈들이랑 살라미나 하몽 그리고 맛있는 주류를 준비해서 밤에 혼자서 영화를 보면서 먹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시간이 없어졌더라고요 이 책에서 치즈에 대한 이야기를 보자마자 아 나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만간 좋은 시간을 가져 보기로 했어요

그다음은 바로 '엉덩이를 씰룩씰룩, 춤이 껍질을 깨고 터집니다!'라는 건데요

사실 저는 춤을 그렇게 잘 추는 편은 아니라서 다양한 춤을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댄스 학원에서 춤을 배워봤던 경험도 있어서 그런지 낯설진 않아요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추는 건 너무 부끄럽기도 했는데 아무도 없을 때 혼자서 음악을 틀어놓고 맘대로 춤을 추고 흔드는 시간을 가져보면

정말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문득 아비정전이라는 영화 속에서 장국영이 맘보춤을 추던 모습이 떠올랐어요

그 영화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스치면서 봤던 그 장면 만은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있을 만큼 그 춤을 추던 장국영이 매우 행복해 보였거든요

생각난 김에 내일은 일어나서 단 5분이라도, 단 한순간이라도, 의미 없이 생각 없이 춤을 한 번 춰봐야겠어요



마지막은 바로 '쉿, 어때요, 일기 씨, 우리 비밀 이야기할까요?'입니다

아무래도 저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해요 근데 사실 최근엔 글을 많이 안 쓰게 되더라고요

SNS나 블로그에 짧게 글을 쓰고 서평 정도는 하는데 개인적으로 제 이야기를 써본 기억이 별로 없었어요

어릴 땐 정말 글을 많이 썼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변하게 되어 버린 걸까요? 문득 이 페이지를 보면서 옛날 생각이 나서 옛날에 썼던 노트들을 꺼내어왔어요

이것저것 다양한 이야기를 쓰고 담아 놨던 어린 시절의 모습이 참 귀엽더라고요 이런 생각을 했구나 이런 글도 써봤구나 새삼 마음이 찡했습니다

지금은 어른이 되어서 그때처럼 다양하게 글을 쓰진 못하겠지만 아무도 보여주지 않고 혼자만의 이야기를 가득 담아 글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던 것들을 많이 잊고 있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어요

이 책은 단순히 사람들에게 우울함을 극복하고 일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주는 것만이 아니라

잊고 있던 우리의 로맨틱한 순간들을 깨닫게 해주는 책입니다 내가 좋아했던 것, 누군가와 함께 했던 것들 모든 게 새록새록 떠오르고

그 기억만으로도 약간은 기운이 나기도 해요 물론 좋은 기억만 남아 있을 수는 없겠지만 이젠 그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기억을 덮어씌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울해서 빵을 샀어’라는 간단하고 단순한 책 제목만큼이나 평범하고 소소한 행동 하나가 우리의 감정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이 책은 우울하고 힘든 순간을 그런 평범한 행동으로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알려주는 책 같기도 해요

일상이 지루하고 힘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소소한 변화를 알려줄 수 있는 책이라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는 위에 나온 3가지의 레시피뿐만 아니라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다른 로맨틱한 방법을 떠올리기로 했어요

한 밤중에 불을 끄고 혼자서 집중해서 보는 공포 방송들, 스릴러 소설들 그리고 사건 사고를 찾고 공부하는 그 순간조차도 저에겐 힐링이었더라고요

요즘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공부를 많이 못 한 거 같은데 다시 한번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네요

내일부터는 저도 로맨틱한 삶으로 제 일상을 사랑해 보도록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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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감각 - 이상하고 가끔 아름다운 세계에 관하여
미시나 데루오키 지음, 이건우 옮김 / 푸른숲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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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가볍지 않은 잡화의 세계와 잡화 감각

저는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맥시멀 리스트입니다

물건에 애착도 많고, 집착도 꽤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웃긴 건 물욕은 크게 없습니다

물건을 탐을 내는 건 아니고 책이나 간단한 소품들을 워낙 좋아해서 수집하는 걸 좋아하고 내가 가진 물건에 대한 애착과 집착이 커서

그걸 지키려고 하는 행동이 좀 많은 편이죠 그래서 오래된 물건도 쉽게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편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잡화들도 예쁘다고 구경하고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기억을 해두었다가

언젠가 기회가 되어서 구할 수 있는 상황이 오면 구하기도 하고 그렇게 소소하게 잡화를 수집하고 있기도 하죠

워낙 그런 걸 좋아하니까 잡화점을 운영해 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결론적으로 장사가 맞지 않는 탓인지 꿈만 꾸고 이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 주위에는 잡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저도 잡화를 좋아합니다

물론 모두가 저를 이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잡화라는 것이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죠 그런 사람들은 저를 철부지로 여깁니다

어쨌든 그렇게 잡화를 좋아하는 저에게 꽤 흥미로운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잡화 감각' 제목만으로도 나 잡화에 관련된 책입니다라고 대놓고 말하는 책이더라고요

일본에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분이 쓴 책이라고 하기에 굉장히 흥미가 생겨서 읽게 되었습니다



처음 책을 만나자마자 감탄을 했습니다 하얀 표지에 감각적인 소품들이 가득한 사진에

푸른색의 글씨는 정말 말 그대로 감각적이고 소품스러운 느낌을 주더라고요

'이상하고 가끔 아름다운 세계에 관하여'라는 글조차도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제목과 너무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표지나 책의 제목을 보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체계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책에는 잡화에 관련된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이 작가님의 생각? 사상? 이랄까요 그것들이 굉장히 많이 나와요

물론 주체가 되는 내용은 잡화에 대한 이야기가 맞지만 작가님이 생각하고 있는 잡화라는 것의 개념과 틀과 사색과 철학적인 내용들이 무언가 다양한 정보들과 함께 마구마구 뒤섞여서 나오기 때문에 한 번에 쉽게 이해하기는 조금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잡화가 아니라 잡화라는 것이 앞으로 현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이며, 잡화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같은 경계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설명하고 계셨는데 이 부분 역시도 꽤 복잡하고 어려운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이 책을 보기 전에는 잡화에 대한 추억과 감각과 생각과 무언가 따스하고 아기자기한 내용들이 담기지 않았을까?

그렇게 하면서 잡화라는 것에 대한 애정과 매력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잡화에 대한 또 다른 생각과 매력을 선물해 주지 않을까 했는데 냉정하게 말해서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잡화에 대한 사랑이 샘솟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제목처럼 잡화 감각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그것에 대한 설명을 꽤 자주 해주시는데요

잡화 감각이란 단순히 잡화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나 그런 부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잡화 그 자체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물들을 어떻게 느끼는가? 같은 물건에 대해서 본질적으로 느끼는 감각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 같았어요 사실 여전히 이해가 잘 되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잡화 감각의 원천에는 모든 물리적인 물건의 경계를 녹이고

하나의 '물건'이라는 상품 범주로 통합해나가려는 보이지 않는 자본의 흐름이 있을 테다.

물론 보잘것없는 잡화점에서는 그런 큰 물결의 혼탁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릴 뿐, 강의 너비도 물의 흐름도 전혀 알 도리가 없다.

작가님은 잡화라는 것에 단순함만 보지 않고 그 속에 숨어 있는 다양한 의미를 이야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잡화점이나 본격적으로 잡화에 대해서 깊게 파고들고 싶은 분들은 꼭 한 번쯤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기도 해요

작가님이 잡화점을 오래 운영해왔기 때문에 잡화점을 운영하면서 있던 소소한 일화들에 대한 부분은 잡화점을 운영하거나 운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많은 힌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고 꿈만 꾸고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약간의 경험적인 부분을 녹인 내용들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물건과 물건 사이가,. 1초 전과 1초 후가 조금만 달라도 가치가 생겨난다. 잡화는 멈출 줄 모르고 늘어만 간다.

사실은 진화도 퇴화도 아니건만 우리는 차이를 끊임없이 소비함으로써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는 듯한 꿈을 꾸고 있다.

작가님은 잡화의 가치와 함께 사람들이 잡화를 소비하는 것에 대해서도 철학적으로 접근합니다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물건을 접하고 만나는지 소비하는지 분석을 하면서 앞으로 잡화가 나아갈 미래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듯한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책 속에는 잡화들의 사진이 한 장도 없고 오로지 글로만 가득 차 있습니다 그것도 잡화에 대한 철학적인 내용들로요

분명히 저처럼 가벼운 잡화에 대한 에세이를 생각하고 보게 된 독자들은 실망을 할 거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가볍게 읽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펼쳤는데 생각보다 어렵고 심도 있는 내용들이 곳곳에서 등장해서 도중에 읽는 걸 포기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았어요

책도 예쁘고 작가님의 철학적인 내용도 인상이 깊었지만 사진이라도 한 장씩 들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매우 큽니다



어느 날 갑자기 잡화 감각이 100퍼센트가 된 소비자가 탄생하는 순간을 종종 상상해 본다.

그에게는 세상 모든 물건이 잡화로 보인다. 그곳이 어떤 세계일지는 너무나도 무서워 잡화점 주인인 나조차도 설명하기 어렵다.

그럼 50퍼센트 정도인 사람부터 생각해 보자. 길가에 떨어져 있는 빈 캔도 잡화, 골프채도 잡화, 간판도 때때로 잡화,

처마 끝에 매달린 벌집도...... 잡화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하면 될까?

이것은 무엇을 보더라도 귀엽다고 말하는 5퍼센트 정도인 사람들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건의 백과사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은 SNS 피드를 밤낮으로 체크하는 15퍼센트 정도인 사람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진짜 단순히 잡화에 대한 생각, 잡화 감각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철학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은 분들에게는 유용할 것 같습니다

잡화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이용해서 다른 것들이랑 이어서 설명하는 것도 많았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장점입니다

누군가의 생각을 읽고 공감하고 모르는 것을 배운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라서 그런 부분은 확실히 좋았던 것 같아요

다시 한번 말해서 이 책은 진짜 어렵습니다 가볍게 읽고 넘어갈 수 있는 책은 절대 아니라고 봐요

읽다 보면 이해가 되지 않거나 헷갈리는 부분이 있어서 앞부분을 다시 한번 읽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단순히 잡화를 좋아해서 재미로 읽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정말 최악을 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잡화를 소개하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책은 아니기 때문이에요

단순히 예쁘고 아기자기하고 귀엽고 방을 장식하고 눈으로 보고 즐기는..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작은 조각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던 잡화들이 이 책을 읽고 나면 더 이상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 속에 숨겨진 의미 잡화들이 사람들에게 주는 수많은 감각적인 경험들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되고

그 물건 하나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생각들이 만들어지는지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이 잡화나 소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받을지는 사실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이 책을 대할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한 번 공감하고 한 번 느끼기 시작한다면 충분히 잡화에 대한 바이블이 되지 않을까? 란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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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비나이다
신도윤 지음 / 한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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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신앙심과 그 속에 숨겨진 인간의 본성을 엿볼 수 있는 소설

파묘 이후로 한국의 오컬트 시장이 상당히 활성화되었고,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오컬트적인 소재의 소설들을 많이 접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좋은데요

오늘도 역시 한국의 오컬트를 이용한 소설을 하나 가지고 왔습니다

바로 제목에서부터 한국적인 느낌이 팍팍 느껴지는 소설 '비나이다 비나이다'입니다



제목과 표지에서부터 이 소설이 무언가 신앙심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강하게 보여주는데요

사실 보자마자 표지의 일러스트가 박인주 작가님 그림인 것 같아서 조금 더 설레었는데요

강렬한 색감과 함께 느껴지는 독특한 분위기가 무언가 소설의 느낌을 고조시키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소원은 고심하여 신중하게 빌 것, 어떤 상황이 와도 돌이킬 수 없으니!

또 뒤표지에 적혀 있는 문장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요

과연 이 소설 속에는 어떤 신앙과 소원이 나오길래 소원을 고심하여 신중하게 빌어야 한다고 하는 걸까요?

그리고 어떤 상황이 일어나길래 돌이킬 수 없다고 경고하는 것일까요?


일단 소설은 주인공인 이준이 '한 사람 마을'이라는 외딴 시골의 마을로 발령을 받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마을 같았지만 이곳의 주민들은 무언가 상당히 신앙심에 심취해 있는데요

특히나 주민들은 준비되지 않은 낯선 이방인인 이준이 자신들의 교회에 발을 내딛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나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웃으며 발로 핏방울을 슥슥 지웠다.

그가 빨리 집에 가라며 재촉하는 바람에 거의 떠밀리다시피 교회에서 쫓겨났다.

비닐봉지에 들어있던 것은 무엇일까.

비닐봉지에서 풍겼던 피비린내만 아니었다면 정말 피가 맞는지조차 의심했을 것이다. 회식이라도 한 걸까.

아침부터 회식이라니 조금 억지스러웠지만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알 수 없는 '물체'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피비린내가 나는 그 물체는 과연 무엇이었으며,

사람들은 왜 그걸 가지고 교회에 가는 것일까요?


소설은 초반부터 마을에 대한 의심스러운 모습들을 독자들에게 그대로 보여줍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주인공인 이준이 마을 사람들이 숨기고 있는 진실을 파헤치면서

사건을 해결해 가는 심리 스릴러나 호러인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 텐데요

이 소설은 그렇게 단순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지는 않습니다



결국 이준은 마을의 이장을 통해서 신을 영접할 수 있다는 이상한 종교 행사에 참여하게 되는데요

결국 처음으로 교회에 가게 된 이준은 마을에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그 마을에 드리워진 신의 손길이었죠 추첨을 통해 '영광의 방'이라는 곳에 들어갔던 할머니의 허리가 곧게 펴진 것을 목격한 것입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서 그것이 신께서 들어주신 소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렇게 신이 이루어 준 소원을 직접 목격한 이준은 점점 그 영접이라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집착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원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생기면 맹목적으로 그것을 맹신하기 시작하겠죠 하물며 그것을 직접 목격했으니 이준의 마음속은 굉장히 많은 생각이 엇갈렸을 것입니다

소설은 점점 마을 사람들처럼 신을 영접하기 위한 행동을 시작하는 이준의 모습과 함께

마을 사람들의 기묘한 모습들을 보여주며 마을 그 자체에 대한 공포심을 심어줍니다

작가님은 한사람 마을이라는 곳의 독특한 분위기를 비교적 섬세하게 묘사하면서

현실 속에 실존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만들어주는데요

이런 마을의 배경 설정은 스토리가 진행될 수록 긴장감을 높이고,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역시도 독자들에게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오게 됩니다

그리고 숨겨져 있던 마을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충격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되죠

결국 소설 속의 이준은 직접 신을 영접하게 되고 그 누구도 믿지 못할 엄청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경험은 곧 이준이 마음속 깊이 품고 있던 열망과 가장 큰 소원을 이루기 위한 방아쇠가 되는데요

이준이 이루고자 하는 가장 큰 소원은 무엇이고, 이준은 과연 신을 다시 영접할 기회를 얻게 될까요?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점차 변해가는 주인공의 심리와 행동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겪고 있는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무한한 신앙심, 그 속에 녹아 있는 묘한 공포와 불안에 대한 묘사였습니다 말 그대로 사람들의 심리적 묘사가 굉장히 좋았는데요 알 수 없는 미신과 신앙심이 사람의 삶에 끼치게 되는 영향을 이용해서 사람들의 심리적인 공포를 매우 자연스럽게 이끌어냅니다 그리고 이런 묘사들은 소설 줄거리 자체의 분위기를 더욱더 암울하고 어두우면서도 신비롭게 만드는데 톡톡한 역할을 하죠

사실 소설은 처음부터 말은 교회라고 하지만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행태는 교회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제목에서부터 나오는 '비나이다'라는 말은 교회보다는 전통적인 신앙, 즉 샤머니즘적 분위기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제목부터 이 마을 사람들은 무언가 전통적인 '교회'의 신을 믿는다기 보다는 어긋난 신앙심을 가지고 이상한 '신'을 섬기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숨길 마음이 없었던 것이죠

거기다 이준이 처음부터 보았던 마을 사람들이 손에 들고 있던 핏물이 흐르는 제물들 역시도 무언가 이들이 올바른 신앙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예측하게 만듭니다 대체 어느 교회에서 신에게 핏물이 흐르는 무언가를 바치고 있을까요? 또한 이준이 교회에 들어가려고 했을 때 내비쳤던 적개심과 경계심 역시 마을 사람들이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처음부터 이 사람들이 그렇게 맹신하는 신앙심이라는 것에 중점을 맞추고 사람들에게 의구심을 던지고 있었던 겁니다 신앙심은 무엇이며, 어떤 신앙심이 진실한 신앙심이며, 어떤 신이 진짜 올바른 신인가라는 그런 것들이요

소원을 이루어주는 대신 무언가 흡족할 '제물'을 원하는 신이 과연 올바른 신일까요? 아니면 악신일까요?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행동하는 사람들은 바로 올바른 신앙심을 가진 것일까요? 아니면 어긋난 신앙심을 가진 것일까요?

소설은 마지막까지 이런 신앙심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어둡고 고요한 분위기와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심리 묘사들이 계속되어서 도대체 어떻게 결말이 나게 될지 예측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맞이한 이 소설의 결말은 썩 기분 좋은 형태는 아니었습니다

끝이지만 찝찝한 마지막 말

신이시여, 천벌을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에게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또 다시 신을 찾고, 신을 부르고, 의지하는 걸 반복합니다

신이 결국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었다며, 지금이라도 신이 잘못된 걸 안다면 다행이라는 말을 하는

그 아이러니함이 무서웠습니다

올바른 신이란 무엇이고 올바른 신앙심이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사람들은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걸까요?

결국 마지막 순간 그 사람은 자신이 그렇게도 증오했던 사람들과 결론적으로는 똑같이 닮아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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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관의 살인
다카노 유시 지음, 송현정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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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하게 계획된 시나리오를 뒤집는 반전의 반전.

최근에는 주로 한국의 스릴러 위주로 많이 읽었는데 오늘은 일본 추리 소설을 가지고 왔습니다

바로 다카노 유시의 '기암관의 살인'이라는 추리 소설입니다

최근에 국내 작품 위주로 보다가 오랜만에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주제가 굉장히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표지만 봤을 때는 사실 이 작품의 주인공이 여자라거나 관련이 있는 게 아닌가 했는데 책을 읽고 봤을 땐 크게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할지는 아리송했습니다

그래도 표지의 느낌이 굉장히 세련되면서 강렬해 보여서 추리 소설의 표지로는 잘 어울리는 것 같기는 했어요


책을 펼치면 초반에 다른 책들과 다른 부분들이 몇 가지 있는데 일단은 등장인물들에 대한 소개가 나와 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일본인들이고 당연히 일본 이름이다 보니 읽다 보면 누가 누군지 헷갈릴 수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주요 인물들이 정리가 되어 있어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물론 집중해서 보다 보면 그렇게 헷갈리는 일은 없을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작가님의 도전장이 존재합니다.

미스터리 팬 여러분께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이 도전장에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변칙적인 구조의 미스터리를 선보일 예정'이라는 말과 함께

'무조건 추리를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여러분이 직접 추리를 하신다면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의

즐거움이 한층 더 커지리라는 점은 약속드리지요.'라는 말이 적혀 있는데요

이 부분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호기심이든 이 도전장에 의한 경쟁심리이든

어떻게든 이 책에 숨겨진 이야기를 추리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장치가 되겠구나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일단 이 소설의 주제는 바로 탐정 유희라는 이름의 살인 게임입니다

살인 게임이라고 하면 목숨에 관련된 게임이고 이런 게임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모두가 쉽게 오징어 게임을 떠올리게 될 텐데요

여기에 나오는 살인 게임은 오징어 게임보다는 명탐정 코난이나 소년탐정 김전일에 가끔 등장하는 탐정이나 사람들을 모아서 살인 예고를 하고

누군가가 사건을 일으켜서 그것을 추리하는 이야기와 가장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 소설의 주인공인 사토는 고수익 아르바이트라는 소개를 받고 면접에 참여하고, 이 게임에 반강제적으로 참여하게 되는데요

처음엔 살인 게임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지만 점점 이상한 상황을 알게 되면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을 칩니다

이 소설의 조금 색다른 점이라면 시작부터 이 책이 어떤 내용을 기반으로 하는지가 다 나온다는 점인데요 주인공인 사토가 참여하게 된 탐정 유희라는 이름의

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이유나 그 밑바탕이나 어떤 식으로 일이 전개가 될지 나아가서는 '범인'은 누군지 몰라도 이걸 진행할 '탐정'이라는 존재가 있으며,

그게 누구인지까지도 말이죠 이렇게 보면 그냥 주인공인 사토가 이 게임에 참여해서 살아남기 위한 스릴러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될 텐데요

놀랍게도 이 책은 그런 뻔한 전개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고전 추리 소설의 형식을 따라가면서도, 현대적인 부분을 잃지 않고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기암관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예측할 수 없는 살인과 그 속에 제한된 용의자들, 그리고 스토리 속에 숨겨져 있는 여러 가지 복선과

살인 트릭의 미스터리들로 정신없이 이어지는 전개에 손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며 그 이야기들을 풀어갈 열쇠들을 곳곳에 숨겨 놓으며

결국 도전장에 나온 것처럼 독자들이 직접 이 사건을 추리하게 만들고, 나아가서는 추리라는 것의 재미까지 유도하는데요

책을 읽어 가다 보면 앞에서 나온 모든 내용들이 뒤에 이어질 추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장치들이었음을 알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작가님이 친절하다면 친절하면서도 사람들이 보고도 넘어갈 수 있는 부분에 많은 증거나 장치들을 숨겨놓았던 대담함과 체계적이고 치밀하게

구성된 스토리에 꽤 놀랍기도 했습니다

또 정신없이 전개되는 스토리의 진행 속에서도 주인공이나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심리 상태에 대한 묘사와 느낌도 잊지 않고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전적인 추리 소설을 좋아하거나 심리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분들 역시도 꽤 좋아할 만한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결정적인 추리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두 건의 살인사건 모두 미궁 속이다.

그렇다면 이쪽에서 힌트를 줘서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도록 돕는다면? 자연스럽게 힌트를 주는 정도라면

시나리오에도 영향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유능한 조수가 되어주면 '탐정'도 좋아할지 모른다.

그렇게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살아날 가능성도 커진다.

사토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누가 '탐정'이고 누가 '범인'일까.

이 책은 중후반부터 처음에 생각하던 것과 완전히 뒤집히게 되는데요 사토가 살아남기 위해서 선택한 방향과 결말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시나리오의 등장

그리고 결말에 이르러서는 그동안의 모든 퍼들 조각들이 맞춰지면서 짜릿함을 넘어선 충격을 맛보게 됩니다

또 결말에 이르러서 사람들은 다시 한번 알게 됩니다 사실 이 소설에서 진행되는 사건은 어떻게 해서도 해결될 수 없는 사건이라는 사실을요

사건은 부자들의 탐정 유희라는 말 그대로 추리 게임을 위한 장치 속에 들어 있는 것이었고, 그것은 철저하게 비밀로 진행되는 것이었습니다

게임에 참여한 인물들은 모두 누가 누구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게임에 참여하게 되었고,

주인공인 사토도 처음부터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게임에 참가하게 된 사실상 그저 장기짝에 불가했죠

자신의 상황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 다른 선택을 하게 된 사토의 행동들을 제외한다면,

모든 것은 결국 이 놀이를 즐기는 그 '관계자'들이 만들어 놓은 시나리오 그대로였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그들에게 이 사건은 '탐정'이 추리를 끝내면 그대로 종료되는 놀이 그 이상 그 이하의 것도 아니었기에...

결과적으로 관계자들이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끝났다고 볼 수는 없을지 몰라도 사토의 등장으로 그들은 새로운 살인 게임의 재미를 느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는 우리가 처음에 생각했던 그런 엔딩은 아니었으니까요

스포가 될 수 있어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정말 전통적인 추리 소설에 색다른 이야기를 결합한 재미있는 추리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스터리를 좋아하고 즐기는 팬들에게 특히나 추천해 보고 싶습니다

뻔해 보이지만 뻔하지 않았던 추리 소설

결과적으로 모든 복선들이 내용에 처음부터 깔려있던 그런 소설이라서 조금은 색다른 반전을 기대하는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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