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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라, 튤립과 친구들 - 눈을 크게 뜨고 숨은그림찾기 ㅣ TULiPE
소피 게리브 지음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5년 6월
평점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숨은 그림 속, 또 다른 세상
- 아이들만의 책이라고요? 어른도 빠져듭니다

누가 봐도 아동용 책으로 보이는 '찾아라, 튤립과 친구들'을 처음 본 순간 나는 이 책을 꼭 가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바로 작가님의 그림체 때문이었다. 흔히 해외 작가분들이 많이 쓰는 형태의 두들링 기법스러운 그림이 너무나 내 취향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저렇게 자유로운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이 책을 가까이서 접하면 어쩐지 그런 상상력을 조금이나마 본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역시 크기가 크다는 것이였다.
한 손으로는 결코 감싸쥘 수 없는 커다란 판형, 그리고 그 속에 가득 채워진 풀컬러의 그림들.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마치 작은 전시회의 문을 열고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찾아라, 튤립과 친구들'은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아동용 숨은그림찾기 책이다.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캐릭터를 찾아내는 놀이책.
하지만 이 책을 단순히 아동용 책이라고 부르기에는 뭔가 아쉽다고 생각했다.
책 안에 들어 있는 그림은 하나하나가 완성된 예술 작품처럼 정성스럽고, 디테일이 살아 있다.
장면마다 색감이 다르고, 캐릭터들의 표정 하나, 동작 하나에도 이야기가 숨어 있다.
충분히 아트북으로써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책을 좋아하는 나한테 종종 묻는다. 성인이 이런 걸 봐서 뭐해?라고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이 책은 숨겨진 오브젝트나 캐릭터만 찾으면 끝나는 말 그대로 아이들의 짧은 호기심으로 끝나는 가벼운 놀이책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그렇지 않다.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이 책 속에 표현된 작가님의 자유로운 방식의 그림이 너무나 좋았다.
모든 그림에서 작가님의 개성과 상상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생각했다.
단순한 규칙 속에서 무궁무진하게 펼쳐지는 이야기와 설정, 그리고 그걸 찾아내는 동안의 몰입감은 다른 어떤 활동으로도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핸드폰 어플 '숩숩'을 떠올렸다. 그 앱에도 다양한 작가님들의 그림들이 숨은그림찾기 형태로 등록되어 있다. 나는 그걸 하면서 잠시 현실을 내려놓고, 그림 속 세계에 푹 빠진다.
화면 속 작은 세상에서 길을 잃는 기분, 그리고 우연히 숨겨진 물건을 발견하는 기쁨은 생각보다 강한 몰입을 준다.
'찾아라, 튤립과 친구들'은 그 경험을 한층 더 확장해준다. 어플과 차이는 있지만, 훨씬 넓고, 색감은 깊고 선명하며, 페이지마다 질감이 살아 있다.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손끝으로 종이를 넘기며 그 속을 탐험하는 즐거움이 있다.

책 속에서 숨겨진 오브젝트나 캐릭터를 찾는 일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작가의 시선과 호흡을 따라가게 된다. 여기에 이런 걸 숨겨놨구나, 이 장면에 이런 것들도 있었구나. 볼 때마다 새롭고 마치 작가님과 비밀을 공유하는 듯한 묘한 친밀감이 생긴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주인공 캐릭터 중 하나인 바이올렛을 찾는 중에 자꾸 비슷하게 생긴 파란새 한 마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바이올렛을 찾았다 싶으면 저 파란새라서 자꾸 함정이 있다며 또 짝퉁 파란새에 속았다!했는데 마지막에 알고보니 바이올렛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였다(...) 바로 이런 숨겨진 오브젝트와 스토리를 뒤늦게 알아가면서 또 다른 재미를 얻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라면 순수한 호기심으로, 어른이라면 잠시 잊었던 유연한 상상력으로 즐길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마음에 남는 건, 처음에 가졌던 마음처럼 이 책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이런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또다시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 보는 사람을 끌어들이고, 숨은 이야기를 찾아가게 만드는 세계를 만드는 힘. 그건 기술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작가가 가진 상상력과 디테일을 향한 애정에서 비롯된다고 느꼈다.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놀이책이면서 동시에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아트북이다.
아이들에게는 발견의 기쁨과 관찰의 즐거움을, 어른들에게는 잊고 있던 몰입과 호기심을 선물할 수 있는 책.
나에게는 작은 동경과 영감을 남겨준 고마운 책. 페이지를 덮고 나서도, 그 속에서 보았던 다채로운 장면과 숨겨진 보물들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 나를 다시금 책 앞으로 불러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