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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ㅣ 과학 친구들 1
나쓰메 요시카즈 글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베틀북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한동안 하는 일 없이 바빠, 가영이에게도 '책 안 읽어주는 아빠'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지난 달에 가장 많이 읽어준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이 책은 순전히 달팽이 때문에 산 책입니다. 가영이 말로는 '생협 아저씨가 가져다 준 달팽이' 때문이죠. 사건의 전모는 이렇습니다. 어느날 양배추를 한통 샀더랬습니다. 그 양배추를 씻고 있던 아이 엄마의 질겁하는 목소리... 양배추 속에서 조그만 달팽이가 나온 것이었습니다. '여보, 이것 좀 때어줘. 달팽이가 나왔어.' 가영이는 냉큼 달려가서 징그럽지도 않은지 달팽이를 집어오더군요. 달팽이를 보며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가영이의 모습. 저흰 이 달팽이를 키우기로 하였습니다(불쌍한 달팽이 -_-).
며칠 뒤 우연히 서점에 갔다가 이 책을 보았습니다. 달팽이에 대해 궁금하기도 하고 마침 키우고 있으니 가영이가 좋아하겠다 싶어 냉큼 사왔습니다. 예상대로 가영이는 이 책을 좋아했습니다. 이 책을 읽을 때면 항상 달팽이를 가져와 옆에다 놓고 읽었지요.
이제 책 이야기를 해볼까요. 달팽이의 생태를 다룬 이 책은 우선 그림이 참 좋습니다. 과학 그림책답게 사실적이고 세밀합니다. 사진으로 근접 촬영한 달팽이를 보는 것과는 또 느낌이 다르군요. 사람의 손으로 그려서인지 더 정감있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정성스럽게 그렸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리고 이 책은 아이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달팽이에 대해 빠져들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봄이 되어 꽃밭을 만드는 민이와 엄마, 민이가 뿌린 물에 겨울잠을 깨고 일어나는 달팽이, 달팽이를 발견한 민이는 플라스틱 상자에 넣고 오이며 당근, 비스킷 등 먹을 것을 줍니다. 겨우내 아무것도 못먹었던 달팽이는 먹을 것을 먹고 기운을 차려 탈출에 성공하지요. 그리고 이어지는 달팽이의 설명... 세상 구경을 하며 자기가 어떻게 사는지 이야기해 준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만한 정보들을 잘 전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면 달팽이는 먹은 것과 같은 색 똥을 눈다든지, 똥 나오는 구멍으로 숨을 쉰다든지 하는 것들 말입니다. 가영이는 특히 똥 나오는 구멍으로 숨도 쉰다는 걸 재미있어 하더군요.
달팽이를 한 열흘 키우고 나서(가영이가 실수로 밟고 말았습니다) 저희 집에 생긴 변화는 아무도 달팽이를 징그럽게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주 작고 귀여운 아기 달팽이여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비 오는 날, 달팽이 찾으러 풀밭을 헤치고 다닐 지도 모르겠어요. (참, 달팽이는 아주 오래전 바다에서 살다가 용감하게 뭍으로 올라왔다고 하죠? 그래서 비오는 날을 좋아한답니다.) 가영이가 좀 크면 이적의 '달팽이'를 함께 들으며 어릴적 달팽이 키웠던 추억을 떠올릴 날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