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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야 누구 ㅣ 도토리 자연 그림책 1
심조원 글, 권혁도 그림 / 보리 / 1998년 10월
평점 :
오늘은 가영이가 두세살 때 너무너무 좋아했던 우리 그림책 한권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바로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누구야 누구>입니다. 이 책은 청주에 살던 시절 어린이책 전문서점 '서당'의 주인장이 추천해준 책이랍니다. 말놀이를 즐길 수 있는 책이라며 말 배울 때 읽어주면 좋을 것이라는 이야기에 덜컥 샀는데, 가영이의 반응은 열광 그 자체였습니다.
이 책의 매력은 우선 말놀이의 즐거움입니다.
'삐삐삐 삐악삐악 병아리 떼 줄줄이 엄마 따라가는데, 꽥꽥꽥 꽉꽉꽉. 어어, 누구야 누구?'
'꽥꽥꽥 꽉꽉꽉 아기오리 나란히 엄마 따라가는데, 멍멍멍 멍멍멍. 어어, 누구야 누구?'
반복조의 리듬감 있는 글과 여러 동물소리를 표현하는 의성어, 읽다보면 절로 흥이 난답니다. 그리고 '어어, 누구야 누구?'하고 물으면서 다음 동물로 넘어가는 구성도 참 재미있지요. 가영이는 꼬랑지만 나온 다음 동물들을 알아맞추는 재미에 빠지곤 했답니다.
뒷부분의 '살금살금, 바스락바스락, 사브작사브작, 부스럭부스럭, 파스락파스락, 뽀작뽀작.'하고 동물들의 움직임을 표현한 의태어도, 우리말이 이렇게 풍부한 표현력을 지니고 있구나 하고 놀라게 된답니다. 이런 의태어 의성어를 소리내서 아이와 함께 읽으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이 책의 두번째 매력은 생명력 넘치는 그림입니다. 이 땅에 사는 우리 짐승들을 푸근하고 친근하게 그림책 속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어릴 적 외갓집에서 본 소며 돼지, 개의 모습이 떠올라 입에 살짝 미소가 걸칩니다. 저희 집에서 기르던 오리며 닭이 생각나기도 하구요. 어릴 땐 왠지 닭을 그렇게 무서워하곤 했는데...
작년까지는 정말 많이 읽어주었던 책인데, 가영이가 글을 읽게 되면 혼자서 즐겁게 읽을 것 같은 책이기도 합니다. 좋은 책을 소개해준 '서당' 주인장께는 고맙다는 인사도 못하고 이사를 왔네요. 서점 가서 좋은 책 많이 소개받고 매번 한권씩만 사고, 나머지는 인터넷 서점에 주문하곤 했는데 이제와 생각하니 좀 죄송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