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은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만, 가끔은 좋아하는 이유를 전혀 모르겠는 책이 생기곤 합니다. 도대체 이 책이 가영이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보지만 결론은 '잘 모르겠네...'라는 말밖에 안나오는 겁니다.바로 이 책 <아래로 아래로>도 그런 책 중 하나입니다. 글이 짧아서 읽어주기는 정말 편한 책인데, 가영이는 이 책을 읽고 읽고 또 읽고 했답니다. 제가 보기엔 별로 재미있진 않은데 말입니다. 사실 재미로 치면 같은 작가의 <다음엔 너야>가 훨씬 낫지요. 병원 앞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장난감 친구들... 좀 으스스하기도 하고 간을 졸이는 매력도 있고... 오히려 그래서 가영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래로 아래로>는 그런 감정을 고조시키는 장치도 없고 이야기 전개도 평이하기만 합니다(지구를 뚫고 아래로 내려간다는 점에서 분명 평범한 이야긴 아닙니다만).에른스트 얀들이 글을 쓰고 노르만 융에가 그린 이 책은 사실 좀 독특하긴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아래로 아래로 자꾸자꾸 내려가면 무엇이 나올까라는 발상이 재미있기도 하고, 한 페이지에 달랑 '한 장의 종이'라고 쓰여있고, 한 페이지 넘기면 달랑 ' 그 아래 또 한장의 종이', 한 페이지 또 넘기면 '그 아래 또 한 장의 종이'로 이어지는 마법 주문과 같은 글도 독특합니다. 그림은 잘 그렸다거나 멋지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만화체의 유쾌한 그림입니다.가영이가 좋아하는 이유를 굳이 추적하자면, 앞에서도 말했지만 마법 주문 같은 '그 아래는 탁자 / 그 아래는 바닥 / 그 아래는 방 ~ '으로 이어지는 말놀이의 즐거움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읽어주다 보면 글은 참 맛이 나거든요. 그리고 지구 반대편으로 가면 그림이 거꾸로 그려져 있는 것도 참 재미있구요.그런데 한가지 웃기는 것은 언론매체에서는 이 책을 소개하면서 '어린 독자들은 책 속의 주인공을 따라 지구 반대편으로 여행을 떠나며 자연스럽게 지구의 중력을 이해할 수 있다'며 마치 과학그림책 소개하듯 한다는 것입니다. 글쎄... 우리 가영인 이 책을 100번도 넘게 읽었을 텐데 과연 지구의 중력을 이해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