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입원한 내동생>은 하야시 아키코와 쓰쓰이 요리코의 3부작 중 가영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책입니다. <순이와 어린 동생>, <이슬이의 첫 심부름>을 산 뒤 맨 나중에 <병원에 입원한 내동생>을 사주었는데 그후로 가영이의 베스트 그림책이 되었답니다.<이슬이의 첫 심부름>을 좋아할 때엔 심부름놀이로 정신없던 가영이가 이제는 <병원에 입원한 내동생>을 보고 편지를 쓰느라(사실 그리는 거지만요) 정신이 없습니다. 편지를 쓰는 대상은 동생 재욱입니다. 종이에 크레파스로 이것저것 그린 뒤 재욱이에게 소리내어 읽어준답니다. '재욱이에게, 많이 아프지? 나는 무척 걱정했어. 얼른 나아 같이 놀자.' 평상시엔 사이 나쁜 남매이지만 이때만은 가영이가 재욱이를 이뻐한답니다. 덕분에 재욱이는 환자가 되지만요(요즘엔 점점 동생을 더 이뻐하는 것 같습니다).하야시 아키코의 작품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병원에 입원한 내동생> 역시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한 작품입니다. 장난감이나 인형을 사이에 두고 항상 다투던 동생이지만 그 동생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의 기분이라든지 집에 혼자 남겨졌을 때의 두려움, 그리고 아픈 동생에게 무엇인가 해주고 싶은 언니의 마음을 정말 섬세하고 세밀하게 그려내 그림책 속에 진정 살아 숨쉬는 아이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거기에 친근하고 따뜻하게 그려진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은 생동감을 더하지요.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책은 독자를 그 속으로 몰입시키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이 좋다, 저런 점이 좋다 따지기에 앞서 아이들처럼 '와! 좋다'하고 빨려드는 것이지요.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그림책 속에서 살아 숨쉬기 때문에 아이인 가영이는 자기 이야기인냥 즐겁게 받아들이고, 아빠인 저는 그동안 잊고 지내왔던 제 마음 속의 아이를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렸을 적의 추억을 떠올리고 아이의 마음을 다시 한번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죠.참... 그리고 병원 장면에서 재미있는 사실 한가지. <이슬이의 첫 심부름>에 등장했던 인물들을 찾아볼 수 있답니다. 우유 자판기 앞에는 이슬이가 서 있고요. 간호사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목발 짚은 아저씨는 가게에 담배 사러왔던 아저씨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