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The Very Hungry Caterpillar (Paperback)
에릭 칼 글 그림 / Scholastic / 1999년 7월
평점 :
품절
<The Very Hungry Caterpillar>는 가영이에게 제일 처음 사준 영어 그림책이랍니다. 제가 워낙 영어랑 친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아이의 영어 교육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사실 영어책은 관심 밖이었습니다. 그런데 선배 집에 놀러 갔다가 이 책을 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사주게 되었답니다. 콜라쥬 기법으로 표현된 화려한 색감, 책에 구멍을 뚫어 종이라는 평면을 입체화시킨 발상, 요일별로 먹는 음식의 수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페이지의 크기가 달라지는 구성... 말로 쓰니까 거창하지만 한마디로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책을 정형화된 것으로만 바라보던 저에게는 신선한 자극이었죠.
이 책은 에릭 칼의 작품답게 원색의 화려하고 시원시원한 그림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어린 아이들은 명암 대비나 색깔 대비가 강한 그림을 통해 시각적 자극을 얻기 때문에 어른들이 좋아하는 예쁜 그림보다는 강렬한 인상을 주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가영이도 무척 좋아했답니다.
그런데 가영이가 이 책을 좋아하게 된 건 무엇보다도 애벌레 인형때문이었습니다. 청주에 <서당>이라는 어린이책 서점이 있었는데, 거기서 철사와 털실로 만든 애벌레 인형을 구할 수 있었거든요. 가영이는 애벌레 인형을 구멍에 넣으며 읽어주면 정말 좋아했답니다. 돌 전부터 열심히 애벌레와 함께 놀았는데, 지금은 애벌레가 가출해버려 정말 아쉽답니다. 집에서 직접 애벌레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네요.
보드북과 페이퍼백 두가지가 있는데, 아이들은 크기가 큰 페이퍼백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엄마 분들은 아이들이 책을 찢을까봐 보드북을 선호하시는 것 같던데 선택의 기준은 아이들에게 맞추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리고 책 좀 찢은면 어떻습니까. 종이는 원래 찢어지는 물건인 걸요. 저도 처음엔 아이가 책을 찢고 그러면 속도 상하고 했는데, 지나고 보니 테이프로 덕지덕지 범벅이 된 책도 다 추억이 되더군요. 아이가 그만큼 그 책을 좋아했다는 증거도 되고요.
돌 전부터 열심히 읽어준 덕인지 가영이가 'caterpillar'를 영어로 기억하고 있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답니다. 아무튼 [The Very Hungry Caterpillar]는 사물의 이름과 숫자 개념을 아이들이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