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허니스
라이언 라 살라 지음, 이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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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는 순간부터 모든 장면이 격정적으로 몰아쳐 긴장감을 놓을 수없었다. 매 장을 넘어갈 때마다 머릿속에 “???”를 가지고 계속 읽어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 마스는 에스펜 여름캠프에서 괴물로 돌아와 미스터리한 죽음을 맞은 쌍둥이 캐럴라인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그곳으로 떠난다. 마스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젠더 플루이드로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에스펜에서 이질적이고 배척당한다. 허니들이라고 불리는 세계 그리고 에스펜이라는 세계, 여왕벌, 수벌의 의미… 혼란스러운 단서 속에서 쌍둥이 죽음의 비밀을 밝혀내는 마스…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에 출근길 지하철을 심심하지 않게 보낼 수있었다. 


내 예상과 달리 전개되는 이야기에 충격적이고 신선한 스릴러, 호러, 컬트적인 부분이 잘 담겼다고 생각을 랬다. 아리 에스터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읽으면서 자연스레 그의 영화를 떠올리게 될 것.


섬세한 감정선 표현과 익숙하지 않은 개념들의 나열은 더 미스터리한 느낌을 자아낸다. 다만 번역의 한계라면 한계겠지만(책의 번역은 잘 되었다) 개인적으로 일부분 번역투가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없었다. 전반적으로  내용전개 흐름에 브레이크는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젠더 플루이드라는 개념에 동의하지 못해 주인공의 생각을 읽는 내내 반발심이랄까 아무튼 거슬리는 감정을 느꼈지만, 이것도 사람 감정의 깊숙한 무언가를 건들이는 , 불편함을 자아내려는 스릴러라는 장르에 도움이 되었다 생각한다.


영화화도 결정되었다는데 글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컬트적인 기괴함을 촌스럽게 살리지 않는다면 미드소마만큼 재밌는 영화가 될 것같다. 장르적 특성답게 결론과 결정적인 장면을 리뷰에 담을 수 없어 아쉽지만 그만큼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이 여름 꼭 이 소설로 기괴함과 섬뜩함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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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미 완벽한 사람입니다 - 오래 앉고 오래 걸으면서 툭 깨쳐나온 선사의 문장들
지범 지음 / 불광출판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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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범스님의 생각과 일화 단편들이 모여있는 산문집이다. 요즘 나는 출퇴근길 핸드폰 보기를 지양하고 책읽기를 습관화하려고 노력중이다. 일종의 병렬독서를 진행 중인데, 병렬독서란 여러 책을 다 읽는데 목표로 하지 않고 숏츠를 보듯 이 책을 읽었다가 다른 책도 봤다가 하며 결국 완독을 하는 신종 독서법이다.(내가 잘못 이해했을수도 있다.) 이미 나는 오래 전에 이런 독서를 즐겨하고 있었으므로 새삼 대세에 편승했다는(?) 느낌이다. 이 책은 독서를 숏츠처럼 보기에 적합한(?) 책이었다. 무게도 가볍고 짧은 글들의 모음이라 출근길에 읽기 좋았다는 소리. 가벼움 속에 마음을 울리는 공감의 문구들이 나타날 때마다 소소하게 감동을 받는다.


기적은 삶이고 삶은 기적이다.

기적이라고 생각되는, 불행 속에서 수많은 기적같은 인연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고 지탱해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소하게는 내 앞에 앉아있던 지하철 자리가 금방 내자리가 되는 것부터, 우울한 날 소소하게 날아든 이벤트 당첨 소식까지...모두 수많은 우연일지도 모를 기적이 나를 살아하게 하는 것같다.

진정한 스승을 만나고 싶다면,

밖에서 찾지 말고 화두를 들어야 한다.

그러면 스승은 내 안에서 언제나 함께 한다.

늘 '왜 나는 못 그릴까, 왜 늘 나는 실수를 할까, 왜 나는 저 사람보다 못할까'를 마음에 두고 주눅들어 있었다. 책을 읽다가 죽비로 맞은 듯 '아!'하게 된 문장이다. 인정받고픈 맘이 결국 내 맘을 힘들게 했던 것, 이런 맘을 알고나니 더 이상 주눅들 필요도,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 목표는 과거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나아지는 것!




'똑같은 물이라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

꼭 절에 한정해서 생각해볼 이야기가 아닌 모든 종교와 사회에서 생각해볼만한 주제이다. 똑같은 하나님의 말씀을 들어도 어떤 이는 예수의 맘으로 살아가지만 어떤 이는 사탄의 마음으로 서로 이간질하는 교회마귀가 되지는 않았는지...나는 극복하여 창조하는 사람인가 어리석게 원망하는 사람일까



늘 사람과의 관계를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것이 평생의 숙제이다. 이제는 모든 인연이 버스와 같아서 그 시기에 나에게 도움을 주고 소임을 다 하면 떠나는 것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늘 미련은 사람을 힘들게 한다. 당신과의 관계가 나의 것이라는 생각, 너는 내 사람이라는 생각과 집착이 결국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이라는 걸 배우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스스로의 생각과 주관을 등뼈로 비유한 것이 정말 찰떡같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진리를 가지고 사는 삶. 물론 이 진리가 고집과 아집, 나쁜 것이면 안되겠지만 곧게 선 등뼈처럼 바른 자세로 살아가는 삶 이것이 부처가 되는 길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산 속에 파묻혀 도 닦는 도인이나 속세를 떠나 기도하는 삶을 사는 분들을 나쁘게 보고 싶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종교는 늘 대중과 함께하며 대중속에서 좋은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종교인의 삶을 살기로 하신 분들이라면 이 세상에 등불이 되어 속세와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속세에서도 정도를 지키고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수행이 아닐까 싶다. 내가 배우고 느낀 것이 내 삶에 투영되지 못하고 나 혼자만 좋게 살아가는게 무슨 의미가 있단말인가, 그저 속세를 떠난 자연인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그래서 그런지 인간의 거리에서 창조적인 자비와 지혜를 실천해야한다는 지범스님의 글에 많은 공감을 했다.


내가 불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읽다보면 뜻모를 단어들이 나와서 하나씩 찾아보고 있다. 자유정진, 용맹정진의 차이, 선원불사 발원, 원주의 소임이란 무엇인지 등 나같이 모태 기독교였던 사람은 읽다보면 계속 초록창을 켜고 검색하게 된다. 불교에 불자도 모르는 분들이라면 읽다가 띠용하는 단어들이 나올듯 ㅎㅎ 하지만 읽는 내내 일상의 이야기와 종교인으로써의 고뇌가 적절하게 섞여있어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가볍지만 마냥 가볍지많은 않은 책, 이게 #당신은이미완벽한사람입니다 의 매력인 것같다.


*빛무리6기로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당신은이미완벽한사람입니다 #지범스님

#선방 #에세이 #명상 #보문사 #수필

#불광출판사서포터즈빛무리 #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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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강릉 내가 좋아하는 것들 14
이정임 지음 / 스토리닷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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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사람이 쓴, 강릉의 모든 것이다. 그냥 강릉에 여행가서 느꼈던 감성을 써내려간 책들과 달리 찐 강릉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강릉에서 태어나 강릉에서 살고있는 저자의 일상과 관련있는 키워드들이 단편처럼 모여있는 에세이인데, 1박 2일 잠시 놀러갔다가 떠나는 관광지에서 또 다른 매력을 품고 있는 곳이 강릉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책의 첫 시작은 '지누아리'로 시작한다. 강릉이 고향이면서도 지누아리의 존재는 이 책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저자의 소울푸드는 지누아리로 만든 반찬이라고 했는데, 나의 소울푸드는 '감자옹심이'라고 할 수있다. 메밀막국수와 메밀전병도 우위를 가릴 수 없는 나의 첫사랑이지만 감자옹심이는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음식이다. 정말 제대로 된 감자옹심이는 강원도에서만 맛볼 수 있다. 가끔 엄마가 그리운 날 따끈한, 담백한 맛의 쫀득한 감자옹심이가 생각난다. 뜨끈하면서도 걸쭉한 국물을 들이켜면 속 안쪽까지 깊이 위로가 된다.


나의 소울푸드가 감자옹심이인 만큼 감자적에 대한, 감자 음식에 대한 자부심은 내 핏속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생각을 이 책을 보면서 새삼 느끼게 되었다. 예전에 구내식당에서 감자옹심이라는 이름을 단 정체불명의 음식이 나온적이 있다. 대충 썰어낸 감자에 떡을 동그랗게 만들어 감자와 함께 끓인 국이었는데, 나는 경악을 금치못하며 한참동안 제대로 된 감자 옹심이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직장동료에게 성토한 적이 있다. 누군가 감자를 채썰어 부치는 것이 감자전이라고 할때도 마음 속 깊숙히 '그건 아닌데, 감자를 철판 강판에 갈아야 진짜 감자적이지'라고 생각한 난, 저자가 책에도 썼듯이 감자전에 목숨을 거는 감자바우였던 것이다.



반말처럼 느껴지는 강릉사투리는 나에게도 엄마아빠 세대에서나 들을 수 있는 신기한 언어였다. 시장통에서 어르신들끼리 나누는 담소가 신기하고 재밌어 어릴 땐 시장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우리 엄마도 처음 강릉에 시집와서 사람들이 다 싸우는 줄 알고 무서워 한동안 집밖에 나가지 못했다고 했다. 사투리가 억세고 강해서 이게 시비를 거는 건지, 싸우는 것인지 외지인들은 모르기 때문. 이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강릉에서 시골 텃새가 심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던 듯하다. 소제목처럼 다 오해예요, 오해.

강릉 사람들에게 있어 신영극장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릴 땐 신영극장 앞에서 만나자고 하면 만사 오케이였다. 그야말로 만남의 광장) 집 생각은 안나도 바다는 보고싶다는 말이 무엇인지, 눈 오는 밤 플레이리스트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는 강릉사람들과 강릉의 핵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마다 고향이라는 곳은 다 특별하게 다가오겠지만, 동향 사람이 쓰고 바라본 고향 이야기에 타향에서 밥벌이를 하며 인류애가 상실해가던 차에 간만에 옛생각에 잠길 수 있던 책이다.

*스토리닷에서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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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김이삭 지음 / 래빗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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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출퇴근길에 읽을만한 책이 없을까하고 장바구니에 담은 책. 도발적인 제목부터 마음을 홀려서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매력적인 단편이 모인 책에는 괴력난신,호러&가상의 현실이라는 가면을 쓴, 현실 속에 여전히 존재하는 폭력과 피해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성주단지라는 단편은 데이트 폭력 가해자를 피해 고택에 머물게 된 여성의 이야기이다. 성주신이 보여준 환상은 마치 심리상담에서 쓰는 연극치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오랜세월 아무도 돌보아주지 않은 성주단지를 새로 놓아준 여주가 이제는 과거에서 벗어나 행복해지길 바라는 성주신의 마음이었을까?!

모든 단편이 흥미로웠지만 옹녀와 변강쇠를 다른 시점에서 본 ‘낭인전’, 조선 후기 박해받던 천주교 신자들이 숨어 사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괴기한 이야기‘교우촌’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예부터 정상이 아닌 ‘비정상’으로 낙인찍힌 이들은 괴물, 귀신, 두려운 존재로 치부하고 배척당해왔다. 김이삭은 그런 존재들을 다시 돌아보고 생각하게 되는 방법으로 호러와 기담을 선택한 듯하다. 기존의 질서에 민담,설화라는 모티브를 차용하여 도발적으로 어깃장을 놓는 김이삭의 이번 책은 흡입력이 있어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잠 못 이루는 여름밤, 가볍게 그러나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읽고프다면 한번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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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남자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7
외젠 이오네스코 지음, 이재룡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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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나서 느낀 것은 '존재의 근원적인 외로움을 담은 책'이란 것이다. 주인공은 35에 부자인 먼 친척이 죽으면서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게 된다. 업무에 지친 K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백만장자가 되었다?!'의 당사자가 바로 주인공인 '나'이다. 




이보다 더 현 시대의 직장인의 맘을 표현한 글이 있을까싶다. 권태로운 , 일상을 벗어나는 이벤트가 생겼다. 새 보금자리를 얻고, 직장을 시원하게 그만둔다. 밥벌이로 고통받지 않는 삶...이것은 누구나 부러워할 행운이겠지만, 과연 이것은 행운이었을까?


철학은 있는자들의 특권이라는 말처럼 밥벌이같은 일차원적인 고민에서 해방된 나는 당분간 행복한 일상을 보낸다. 아늑한 보금자리, 단골 식당, 아무리 술을 마셔도 다음날 숙취를 부여잡고 출근을 해야하는 걱정을 하지 않는 삶. 이윽고 나는 근원적인 물음, 존재에 대한 의문을 갖게된다.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왜 모두 죽음을 향해 나아가야하는지 말이다. 권태와 불안은 그를 좀먹어간다. 결론을 낼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여전히 이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전화를 설치하고, 철학자와 이야기하며 해답을 얻으려하지만, 결국 술로 모든 것을 잊자 생각한다. 남들과 서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랐던 그는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된다. 아파트 수위가 바뀌고 나를 돌봐주는 사람들이 죽고, 세월이 흘러도 나는 변한 것이 없다. 나는 석가모니나 다른 성자(聖者)들 처럼 어떤 깨달음을 얻지는 못했다.  깊은 고독의 무저갱에 빠진 외로운 남자, 이 글을 읽고 있는 나는 이 권태로움 마저도 부럽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뜻밖의 행운은 과연 삶의 필요충분조건일까, 축복이었을까 저주였을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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