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출퇴근길에 읽을만한 책이 없을까하고 장바구니에 담은 책. 도발적인 제목부터 마음을 홀려서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매력적인 단편이 모인 책에는 괴력난신,호러&가상의 현실이라는 가면을 쓴, 현실 속에 여전히 존재하는 폭력과 피해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성주단지라는 단편은 데이트 폭력 가해자를 피해 고택에 머물게 된 여성의 이야기이다. 성주신이 보여준 환상은 마치 심리상담에서 쓰는 연극치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오랜세월 아무도 돌보아주지 않은 성주단지를 새로 놓아준 여주가 이제는 과거에서 벗어나 행복해지길 바라는 성주신의 마음이었을까?! 모든 단편이 흥미로웠지만 옹녀와 변강쇠를 다른 시점에서 본 ‘낭인전’, 조선 후기 박해받던 천주교 신자들이 숨어 사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괴기한 이야기‘교우촌’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예부터 정상이 아닌 ‘비정상’으로 낙인찍힌 이들은 괴물, 귀신, 두려운 존재로 치부하고 배척당해왔다. 김이삭은 그런 존재들을 다시 돌아보고 생각하게 되는 방법으로 호러와 기담을 선택한 듯하다. 기존의 질서에 민담,설화라는 모티브를 차용하여 도발적으로 어깃장을 놓는 김이삭의 이번 책은 흡입력이 있어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잠 못 이루는 여름밤, 가볍게 그러나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읽고프다면 한번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