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Mr. Know 세계문학 5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기분 내키면 치겠지요. 내 말 듣고 있소? 마음 내키면 말이오.
당신이 바라는 만큼 일해 주겠소. 거기 가면 나는 당신 사람이니까.
하지만 산투리말인데, 그건 달라요. 산투리는 짐승이오.
짐승에겐 자유가 있어야해요. 제임베키코(소아시아 해안지방에
거주하는 제임백 족의 춤),하사피코(百丁의 춤),펜토잘리(크레타
전사의 춤)도 출 수 있소.
그러나 처음부터 분명히 말해 놓겠는데, 마음이 내켜야해요.
분명히 해둡시다.나한테 윽박지르면 그때는 끝장이에요.
결국 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야한다 이겁니다.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거지!




나는 생각했다.<자유라는게 뭔지 알겠지요?>금화를 약탈하는데
정열을 쏟고 있다가 갑자기 그 정열에 손을 들고 애써 모은 금화를
공중으로 던져 버리다니......
다른 정열, 보다 고상한 정열에 사로잡히기 위해 쏟아왔던 정열을
버리는 것, 그러나 그것 역시 일종의 노예근성이 아닐까?
이상이나 종족이나 하느님을 위해 자기를 희생시키는 것은?
따르는 전형이 고상하면 고상할수록 우리가 묶이는 노예의 사슬이
길어지는 것은 아닐까?그리고 우리는 좀 더 넓은 경기장에서 찧고
까불다가 그 사슬을 벗어나 보지도 못하고 죽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가 자유라고 부르는 건 무엇일까?




'조르바 당신은 사람을 너무 믿지 않는 것 같은데요?'

내가 반격했다.

'두목, 화내지마쇼. 나는 아무것도 믿지 않소. 내가 사람을 믿는다면
하느님도 믿고 악마도 믿을거요. 그거나 그거나 마찬가지니까, 두목.
그렇게되면 모든게 뒤죽박죽이 되고 나는 혼란에 빠지고 말아요.'

그는 말하다말고 베레모를 벗고 머리를 긁어대다가 다 뜯어낼듯이
수염을 잡아당겼다. 뭔가 할 말이 있는데도 자제하는 눈치였다.
그는 눈 한귀퉁이로 나를 노려보았다. 한동안 그렇게 보고 있던 그는
말을 하기로 작정했는지 내뱉듯이 말했다.

'두목 인간이란 짐승이에요'

단장으로 자갈을 후려치며 그가 말을 이었다.

......'짐승이라도 엄청난 짐승이에요. 그런데도 두목은 이걸 알지 못해요.
당신에겐 이 인간이라는 것, 세상사라는 것이 너무 어려웠던 모양인데......
내게 물어봐요! 짐승이라고 대답할게요.이 짐승을 사납게 대하면, 당신을
존경하고 두려워해요.친절하게 대하면 눈이라도 뽑아갈 거요.두목,
거리를 둬요!놈들 간덩이를 키우지 말아요. 우리는 평등하다, 우리에겐
똑같은 권리가 있다. 이 따위 소리는 하면 안되요.그러면 당신에게
달려들어 당신 권리까지 빼앗고 당신 빵을 훔치고 굶어 죽게 할거요.두목,
좋은 걸 다 걸고 충고하건대, 거리를 둬요!'

'하지만 조르바, 당신은 아무것도 안믿는다고 하지 않았어요?'

나도 대들었다.

'안 믿지요. 아무것도 안믿어요. 몇번이나 얘기해야 알아듣겠소?
나는 아무도,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오직 조르바만 믿지.조르바가
딴 것들보다 나아서가 아니오.나을 거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요
조르바 역시 딴 놈들과 마찬가지로 짐승이오! 그러나 내가 조르바를
믿는 건, 내가 아는 것 중에서 아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조르바
뿐이기 때문이오. 나머지는 모조리 허깨비들이오. 나는 이 눈으로 보고
이 귀로 듣고 이 내장으로 식여내어요.나머지야 몽땅 허깨비지. 내가
죽으면 만사가 죽는거요. 조르바가 죽으면 세계 전부가 나락으로
떨어질게요.'






이제껏 너는 그림자만 보고도 만족하고 있었지?
자, 이제 내 너를 본질앞으로 데려갈테다.




'말썽이 질색이라고!'
조르바가 어이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어디 좀 들어봅시다. 두목이 원하는 건 도대체 뭔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산다는게 곧 말썽이오'
내가 대꾸하지 않자 조르바가 계속했다.
'......죽으면 말썽이 없지.산다는 것은......두목, 당신. 산다는게
뭘 의미하는지 아시오?허리띠를 풀고 말썽거리를 만드는게 바로
삶이오!'
그래도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조르바의 말이 옳다는 건 나도
알았다. 그러나 그럴 용기가 내겐 없었다. 나는 아무래도 인생의
길을 잘못 든 것 같았다. 타인과의 접촉은 이제 나만의 끝없는 독
백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타락해있었다. 여자와의 사랑과 책에
대한 사랑을 선택하라면 책을 선택할 정도로 타락해 있었다.
조르바가 혼자 지껄였다.
'두목, 계산같은건 이제 그만 하쇼. 숫자놀이는 그만두고 저울은
부숴버리고, 구멍가게는 문을 닫아 버리라구요.당신 영혼은 구제와
파멸의 갈림길에 선 거요.'




내가 인생과 맺은 계약에 時限條件이 없다는 걸 확인하려고 나는
가장 위험한 경사길에서 브레이크를 풀어 봅니다.
인생이란, 가파른 경사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는 법이지요.
잘난놈들은 모두 자기 브레이크를 씁니다. 그러나(두목, 이따금
내가 어떻게 생겨먹었는가를 당신에게 보여주는 대목이겠는데)
나는 브레이크를 버린지 오랩니다. 나는 꽈당 부딪치는걸 두려워하지
않거든요. 기계가 선로를 이탈하는 걸 우리 기술자들은 <꽈당>이라고
한답니다. 내가 꽈당하는걸 조심한다면 천만의 말씀이지요.
밤이고 낮이고 나는 전속력으로 내달으며 신명 꼴리는대로 합니다.
부딪쳐 작살이 난다면 그뿐이죠.그래봐야 손해 갈게 있을까요?
없어요. 천천히가면 거기 안가나요? 물론 가죠.
기왕 갈 바에는 화끈하게 가자 이겁니다.



일을 어정쩡하게 하면 끝장나는겁니다.
말도 어정쩡하게 하고 선행도 어정쩡하게 하는 것,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된건 다 그 어정쩡한 것 때문입니다.
할 때는 화끈하게 하는 겁니다.
못 하나 밖을 때마다 우리는 승리해 나가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악마대장보다 반거충이 악마를 더 미워하십니다.
 


조르바처럼 당당하게 내가 옳다고 믿는것에대해 소신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살아가고싶다...
난 여지껏 반거충이 악마로 살지는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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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군주와 민인의 이상인 주나라 문왕과 무왕때에는 간음이나 음란같은 말들이
아예 없었다지요.자연과 인간을 옥죄는 어떠한 금기도 존재하지 않았죠.
그 때 사람들이 타락하여 불행하였던가요? 하늘의 뜻을 거슬러 불벼락을
맞았나요? 노래가 넘치고 시가 쏟아지는 세상이었죠.
아무도 할 수는 있되 말할 수는 없는 고통으로 구속받지 않았지요.
종형을 고통속에 가둔 건 도덕과 계율이 아닐거예요.
자물쇠도 열쇠도 없는 마음의 감옥이겠죠.
  


미실...악녀라면 악녀라고 볼 수도 있겠고
자신과 원하는것에 충실한 순진한 그 무언가일수도...
작가만의 오밀조밀한 문장력에 빠져들었다.
역사와 관련인물들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새롭게 재구성하는 묘미...
이런게 소설의 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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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이란 건 어떤 경우에는, 그 인간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는 것이다.


처음 그녀와 마주했을때, 나 자신도 영문을 알 수 없을 만큼 격렬하게
그녀에게 끌리게됐다. 그건 마치, 대낮에 길을 걷다가 느닷없이, 눈에는
보이지 않는 소리없는 벼락을 맞은 것과 같은 충격이었다. 거기에는
어떤 제한도, 조건도 없었다. 원인도 없었고 설명도 없었다.
’그러나’도 없고,’만약’도 없었다.



"이봐 세월이라는건 말이지, 사람을 다양한 모습으로 바꿔놓는다고. 그때 너랑
이즈미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난 몰라. 하지만 설사 무슨일이 있었다해도
그건 네 탓이 아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든 그런 경험은 하게 마련이지.
내게도 있어. 거짓말이 아냐. 나도 그와 비슷한 일을 겪었거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야,그건. 누군가의 인생이라는건, 결국 그 누군가의 인생인거야.
네가 그 누군가를 대신해서 책임을 질 수는 없는 거라고. 여기는 사막같은 곳이고,
우리는 모두 거기에 익숙해질 수 밖에 없는거야. 초등학교 때 월트 디즈니의
<사막은 살아있다>라는 영화 본 적 있지?"

"있지"라고 나는 대답했다.

"그거랑 마찬가지야. 우리가 사는 세계는 그 영화와 마찬가지인 거야. 비가 내리면
꽃이 피고, 비가 내리지 않으면 꽃은 시들어버린다고. 벌레는 도마뱀에게 잡아먹히고,
도마뱀은 새에게 먹히지. 그러다 언젠가는 모두 죽지. 죽고나서 텅 비게 되는 거라고.
한 세ㅐ가 죽으면 다음 세대가 그 자리를 대신하지. 그게 세상사의 이치야.
모두들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지. 죽는 방법도 제각기 다르고. 하지만 그건 중요한게 아니야.
남는 건 사막뿐이지. 정말로 살아 있는 것은 사막뿐이라고."




돈을 버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면 말이지,
많은 것이 점점 닳아가거든.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닳아가는거야.



하지만 넌 모를거야,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그저 그런걸 추구하기 위해 무언가에 광적으로 몰두하는 사람은 없거든.
아홉번 엇나가도 한 번의 지고한 체험을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은 무엇인가에 매진해가는거지.
그리고 그것이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거고. 그런게 예술이 아닐까 싶어.




무라카미하루키의 작품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한다.
삶의 방식, 사랑의 방식,첫사랑과의 만남을 하루키만의 문장으로 풀어나가는... 
하루키문학속에 나타나는 인물들은 뭔가 건조해보이지만, 나름의 습기같은것을 머금고 있다고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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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젤 미트 파이 Angel Meat Pie
D[di:] 지음, 정유리 외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얼굴에서 받는 인상이 그 사람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노릇을 한다는 것이...
얼굴에서 받은 인상으로 인해 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게 된다는 것이...
 


친구 생일 선물로 준 책...
괜찮은 내용인듯하여 나도 구입한 책인데, 나름 구성도 괜찮고
그림체도 마음에 든다. 인간사의 단면을 만화의 형식을 빌어서 표현하고 있는데,
뭐 뻔하다고 할 사람들도 있을지는 모르지만 매우 만족스러웠다.
부록으로 달린 CD도 나름 괜찮고..보컬목소리가 좀 마음에 안들긴하지만 듣다보면
만화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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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저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이란 결국 기억을 연료로해서 살아가는게 아닌가 싶어.
만약, 그런 연료가 내게 없었다면 그래서 기억의 서랍같은게
내 안에 없었다면 나는 아마 아득한 옛날에 뚝 하고 두동강이
나버렸을거야...
어딘가 낯선 곳에서 무릎을 끌어 안은 채 길바닥에 쓰러져
개죽음을 면치 못했겠지...중요한 것이든 아무 쓸모없는 것이든,
여러가지 기억들을 때에 따라 꺼내 쓸 수 있으니까...이런
악몽같은 생활을 계속 하면서도 나름대로 살아갈 수 있는거야,
더 이상은 안돼, 더 이상은 못해...하고 생각하다가도 어떻게든
그 난관을 넘어설 수 있는거지...



나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같은 구절...
기억..추억은 지금의 나를, 지금까지 버티게해준 원동력이다.
독특한 발상으로 이야기를 전개한 책... 
읽는 내내 빠져들었었고, 읽는 내내 먹먹함과 매캐한 새벽안개속을 헤쳐나가는 기분이 들었었다. 왜 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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