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 - 코펜하겐 삼부작 제3권 암실문고
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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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앞으로 활기찬 인생이 남아있을거라는 나의 기대는 산산조각났다. 1권부터 쭉 느꼈지만, 그녀의 인생에서 '남자' 와 '사랑'은 독이자 축복이었다. 자아가 강한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받으려하는 순간 인생이 망가진다고 했던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


책의 영어 제목은 gift인데 왜 한글버전은 의존일까 생각했는데, 책을 다 읽고나니 그 의미가 이해된다. 디틀레우센에게 결혼, 남자, 사랑, 출산은 그녀를 이루는 요소였지만 날개를 달고 더 훨훨 날아갈 수 있었던 그녀를 잡은 족쇄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네 번의 결혼, 그 중 카를이라는 의사 출신의 남자는 그녀에게 독같은 존재였다. 약물 중독이라는 것과 평생을 싸우게만들었던 사람. 마지막 남편인 빅토르와 드디어 행복한 삶을 사는가 싶었는데, 본문을 먼저 읽은 후 읽기를 권장한다는 비하인드 스토리에서 그녀는 남편과 이혼하고 자살시도를 하다 결국 사망했다는 이야기. 그녀가 사랑하던 시를 쓰고 삶과 미래를 가꾸던 시기를 지나 사랑과 약에 의존하게 되는 순간부터 그녀의 삶은 망가지기 시작했다. 밝고 희망찼던 문체의 1,2권을 지나 급격하게 어둡고 신랄해진 삶의 모습은 신선하게도, 충격적으로도 다가온다. 책을 다 읽고 마지막에 모자이크처리처럼 된 그녀의 사진과 가족사진, 밝게 웃고 있는 모습으로 추정되는 사진은 더 서글픈 기분을 갖게된다.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삶이 당연했던 그 시대상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좀 더 높은 곳으로 훨훨 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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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 코펜하겐 삼부작 제2권 암실문고
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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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나의 출퇴근 시간을 즐겁게 책임져준 책 중 하나이다. 코펜하겐 삼부작 중 디틀레우센의 청년기를 다룬 '청춘'


지리멸렬한 어린 시절을 지나 중학교를 졸업한 디틀레우센은 시인이 될 방법을 찾기위해 최선을 다한다. 가난한 집안의 노동자인 그녀는 파리목숨인 저임금 노동을 하거나 결혼을 해서 전업 주부가되는 선택지 사이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위해 고군분투한다.

"계속 그렇게 별나게 굴면,"어머니는 말한다.

"너 절대 결혼 못 한다."

"어차피 하고 싶은 마음도 없는 걸요"

멍하니 앉은 나는 사실

그 절망적인 대안을 떠올리고 있지만,

대답은 다르게 한다.

착실한 숙련공.

나는 숙련공에 대해서는

아무런 거부감도 없지만,

미래의 모든 밝은 꿈을 가로막는 건

'착실한'이란 단어다.

p.22

디틀레우센을 스쳐지나간 사람들은 늘 짧지만 강렬한 가르침을 준다. '사람들은 늘 서로에게서 뭔가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려준 크로그, 세상사람들은 속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 니나...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며 디틀레우센의 세계는 점점 하나씩 견고해진다. 자신의 시를 세상에 발표하고, 앞으로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디틀레우센의 미래가 궁금해지는 것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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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帝 朝鮮 1910 - 1945 (Hardcover,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 희귀 사진집
쉬충마오(徐宗懋) 지음 / 新世語文化宥限公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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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도서전에서 40부만 한정판매라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구할 수 있다니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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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 3 - 구원과 욕망의 교차로, 실크로드를 가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동양미술 이야기 시리즈 3
강희정 지음 / 사회평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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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동양미술이라는 키워드만 보고 선택한 책이다.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타클라마칸 사막과 카라반을 이끌고 교역에 나섰던 그 먼 옛날 상인들, 사마르칸트라는 단어는 늘 나를 설레게하는 포인트였다. 언젠가는 실크로드를 따라 여행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으나 마음만 먹은지 어언 nn년째이다. 사마르칸트에 가려고 계획을 세우고 나니 코로나가 터졌고 그 이후에는 어찌하다보니 모든 것이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다양한 전시회도 많고, 서양미술에 관한 도서는 많이 출간되었지만 동양미술에 대한 도서는 드물고 낯설기만했었다. 그 와중에 이렇게 동양미술 전문서가 출간되니 반갑기 그지없다. 3번째 책은 실크로드를 통해 전파된 불교미술이 주가 되는 주제라서 반가웠다. 요즘 전통탱화를 배우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모든 그림의 근본은 종교화에서 시작한다. 서양도 기독교 문화가 주가 되어 성화를 그리면서 그림들이 발전했듯이 동양도 미술에 불교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꽤 두껍다면 두꺼운 책이라 다 읽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출퇴근길에 푹 빠져서 호로록 다 읽었다. 전체적인 내용은 가상의 독자가 질문하는 질의응답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목차를 보면 동양미술이 퍼져나간 근간인 실크로드의 탄생부터 각 지역에 어떻게 예술이 피어났는지 흐름에 따른 구성으로 되어있다.




타클라마칸, 위구르어로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이라는 뜻을 지녔을 만큼 그 먼 옛날 사람들에게는 위험하고 무섭지만, 그만큼 미지의 세계로 인도할 수 있는 신비한 공간이다.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이다. 타클라마칸 인근 지역에서는 특정한 날이 되면 마을 사람들이 사막의 모래를 호리병에 조심히 담아 일정기간동안 몸에서 떨어지지 않게 가지고 다니다가 다시 사막으로 보내준다고 한다. 모래 폭풍 속에서 죽어나간 수많은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한 행사라고 했다. 이곳에서 실크로드 상인들은 목숨을 걸고 이 사막을 건넜고 중개무역을 통해 큰돈을 벌었다. 돈이 모이는 곳에 예술이 발전한다는 진리는 동서를 막론하고 적용되는 개념이었다. 부유해진 실크로드의 사람들은 안전과 번영을 위해 사원 조성과 같이 종교에 후원했다. 이 과정에서 실크로드 문화를 가득 담은 예술은 부처의 진리를 찾기 위해 인도로 떠났던 구법승들의 불교전파와 함께 동서로 뻗어나갔다. 구원을 위한 열망, 돈을 위한 열망... 실크로드 미술은 '무언가에 대한 열망'을 가득 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독특하게도 책에 다 싣지 못하는 부연 설명 또는 자료들을 큐알코드를 통해 추가로 볼 수 있다.

서유기와 날아라슈퍼보드를 보며 '저 만화를 모르는 독자들은 어떻게하나' 생각했었는데, 큐알코드로 저자가 말하는 그 만화가 무엇인지 참고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복장터진다'라는 말의 어원이 불교와 관계있다니 흥미롭다. 복장이 배와 내부의 장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불상의 배나 가슴 쪽에 넣는 공양물을 의미하는 것에서 시작됐다니 재미있다.

인도와 중국 사이에서 다양한 문화의 세례를 받았던 서역, 그중에서도 불교 미술과 경제적으로 큰 번영을 누린 곳이 호탄과 쿠차였다. 번영이 있는 곳에 수많은 이민족들의 침략이 있었고 이를 극복하고자 신앙이 발전할 수 밖에 없었다. 쿠차의 구라마습. 이전에 관련 다큐멘터리를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는데 책에서 발견하니 더 반가웠다. 현재 우리가 보는 불교 경전은 쿠차의 구라마습이 모두 번역하고 정리한 것이다. 몇 십년 이민족 지배하에서의 설움과 고통을 경전 해석과 정리에 쏟아부었던 구라마습. 덕분에 인도에서 수십만키로미터 떨어진 이곳에서도 부처의 가르침을 대에 걸쳐 이해하고 배울 수 있었다. 실크로드는 동양과 서양, 다양한 문화들이 융합하고 충돌하던 화산폭발과 같던 땅이었다. 실크로드를 통해 더해지고 발전한 예술, 동양의 미술이 서양에 미친 영향과 관계없을것같던 문화들의 연관성, 변화무쌍한 모습을 잠시마나 만날 수 있던 책이다.



*출판사 제공으로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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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 코펜하겐 삼부작 제1권 암실문고
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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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은 관처럼 좁고 길어서, 누구도 혼자 힘으로는 거기서 나갈 수 없다.'는 문구에 반해서 덜컥 질러버린 책. 작고 가볍고 얇아서 출퇴근 전철안에서 읽기 좋았다. 나는 보통 첫 페이지를 넘겨서 읽곤 문장이 마음에 들면 책을 구매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인터넷에서 저 문장 한 줄만보고 구매를 하는 모험을 했다. 다행히도 모험이 성공적이라 다음 책도 구매를 완료했다. 간만에 나를 다른 세상으로 쉽게 데려가주는 책을 만나서 매우 만족스럽다. 



토베 디틀레우센이라는 덴마크 여성 작가의 자전소설 중 어린시절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가난과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서 버텨나기엔 너무나 얇고 여린 시인의 감성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였던 토베 디틀레우센. 자신의 섬세한 감성을 지키기 위해 늘 바보처럼 행동하며 감정을 숨기고 살아가던 토베, 가난한 노동자 집에서 태어난 그녀는 늘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했다.



당신은 당신의 어린 시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은 나쁜 냄새처럼 몸에 달라붙는다. (중략) 각각의 유년기는 특유의 냄새를 풍기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냄새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우리는 때때로 자신에게서 남들보다 나쁜 냄새가 날까 봐 두려워한다. 


p.46-47



 사람은 퍼즐조각같다는 생각을 늘 한다. 어린시절, 충격적인 사건, 끔찍했던 기억, 행복했던 순간들이 조각조각 모여서 하나의 사람을 완성하는 것이다. 때문에 나의 불우했던 어린시절에 대한 냄새를 혹여나 남들이 알아차릴까 두려워한다는 저 문장이 공감된다. 



어쩌면 그들은 어떤 비밀스러운 지름길을 


이용해 예정보다 여러 해 일찍 어른의 


겉모습을 걸쳐 입은 게 아닐까, 당신은 생각한다.


어느 날 집에 혼자 있을 때 그들은 그일을 해냈고


그때 그들의 어린시절은 무쇠로 된


세 개의 족쇄처럼 그들의 심장에 채워진 것이다.


(중략)


그런 지름길을 모른다면 당신은 어린 시절을


견뎌야만 한다. 매 시간 그 속을,


그 절대로 끝나지 않을 시절 속을


터덜터덜 걸어가야만 한다.


오직 죽음만이 당신을 거기서 해방시킬 수 있기에


당신은 오랜 시간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어느 날 밤에는 죽음의 모습을 그려 보기도 한다.


p.47-48


어린시절의 나도 어른들은 어떻게 이렇게 지루하고 숨막히는 세월을 통과해서 어른이 되었는지 의문이었다.  오랜 시간 죽음의 모습을 그려보았다는 문장을 조금은 이해할 것같다.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던, 숨막히는 세월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멍청함이라는 가면을 쓰고 견디던 시간이 흐르고 성장한 토베의 주위에는 아버지 모를 아이를 임신하고 버려진 여자, 술과 가난에 찌든 이웃들, 자유를 갈구하기 위해 도망치듯 집을 떠난 오빠가 있다. 끝나지 않을 것같던 지리멸렬한 시간이 지나고 여자는 시인이 될 수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지만, 글쓰기를 놓치 않은 토베의 어린시절은 1권에서 끝이 난다. 



코펜하겐 3부작 중 첫번 째인 '어린시절'은 유년기의 어둡고 축축했던 기억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앗줄같던 시 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작가의 세월이 담겨있다. 부서질 듯 섬세한 언어로 쓰여진 얇은 책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녀의 청춘을 담은 2권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궁금함을 참을 수 없다.  더불어 번역가가 섬세하게 이 책을 번역했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된다. 역시 번역도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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