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 3 - 구원과 욕망의 교차로, 실크로드를 가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동양미술 이야기 시리즈 3
강희정 지음 / 사회평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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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동양미술이라는 키워드만 보고 선택한 책이다.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타클라마칸 사막과 카라반을 이끌고 교역에 나섰던 그 먼 옛날 상인들, 사마르칸트라는 단어는 늘 나를 설레게하는 포인트였다. 언젠가는 실크로드를 따라 여행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으나 마음만 먹은지 어언 nn년째이다. 사마르칸트에 가려고 계획을 세우고 나니 코로나가 터졌고 그 이후에는 어찌하다보니 모든 것이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다양한 전시회도 많고, 서양미술에 관한 도서는 많이 출간되었지만 동양미술에 대한 도서는 드물고 낯설기만했었다. 그 와중에 이렇게 동양미술 전문서가 출간되니 반갑기 그지없다. 3번째 책은 실크로드를 통해 전파된 불교미술이 주가 되는 주제라서 반가웠다. 요즘 전통탱화를 배우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모든 그림의 근본은 종교화에서 시작한다. 서양도 기독교 문화가 주가 되어 성화를 그리면서 그림들이 발전했듯이 동양도 미술에 불교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꽤 두껍다면 두꺼운 책이라 다 읽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출퇴근길에 푹 빠져서 호로록 다 읽었다. 전체적인 내용은 가상의 독자가 질문하는 질의응답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목차를 보면 동양미술이 퍼져나간 근간인 실크로드의 탄생부터 각 지역에 어떻게 예술이 피어났는지 흐름에 따른 구성으로 되어있다.




타클라마칸, 위구르어로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이라는 뜻을 지녔을 만큼 그 먼 옛날 사람들에게는 위험하고 무섭지만, 그만큼 미지의 세계로 인도할 수 있는 신비한 공간이다.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이다. 타클라마칸 인근 지역에서는 특정한 날이 되면 마을 사람들이 사막의 모래를 호리병에 조심히 담아 일정기간동안 몸에서 떨어지지 않게 가지고 다니다가 다시 사막으로 보내준다고 한다. 모래 폭풍 속에서 죽어나간 수많은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한 행사라고 했다. 이곳에서 실크로드 상인들은 목숨을 걸고 이 사막을 건넜고 중개무역을 통해 큰돈을 벌었다. 돈이 모이는 곳에 예술이 발전한다는 진리는 동서를 막론하고 적용되는 개념이었다. 부유해진 실크로드의 사람들은 안전과 번영을 위해 사원 조성과 같이 종교에 후원했다. 이 과정에서 실크로드 문화를 가득 담은 예술은 부처의 진리를 찾기 위해 인도로 떠났던 구법승들의 불교전파와 함께 동서로 뻗어나갔다. 구원을 위한 열망, 돈을 위한 열망... 실크로드 미술은 '무언가에 대한 열망'을 가득 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독특하게도 책에 다 싣지 못하는 부연 설명 또는 자료들을 큐알코드를 통해 추가로 볼 수 있다.

서유기와 날아라슈퍼보드를 보며 '저 만화를 모르는 독자들은 어떻게하나' 생각했었는데, 큐알코드로 저자가 말하는 그 만화가 무엇인지 참고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복장터진다'라는 말의 어원이 불교와 관계있다니 흥미롭다. 복장이 배와 내부의 장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불상의 배나 가슴 쪽에 넣는 공양물을 의미하는 것에서 시작됐다니 재미있다.

인도와 중국 사이에서 다양한 문화의 세례를 받았던 서역, 그중에서도 불교 미술과 경제적으로 큰 번영을 누린 곳이 호탄과 쿠차였다. 번영이 있는 곳에 수많은 이민족들의 침략이 있었고 이를 극복하고자 신앙이 발전할 수 밖에 없었다. 쿠차의 구라마습. 이전에 관련 다큐멘터리를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는데 책에서 발견하니 더 반가웠다. 현재 우리가 보는 불교 경전은 쿠차의 구라마습이 모두 번역하고 정리한 것이다. 몇 십년 이민족 지배하에서의 설움과 고통을 경전 해석과 정리에 쏟아부었던 구라마습. 덕분에 인도에서 수십만키로미터 떨어진 이곳에서도 부처의 가르침을 대에 걸쳐 이해하고 배울 수 있었다. 실크로드는 동양과 서양, 다양한 문화들이 융합하고 충돌하던 화산폭발과 같던 땅이었다. 실크로드를 통해 더해지고 발전한 예술, 동양의 미술이 서양에 미친 영향과 관계없을것같던 문화들의 연관성, 변화무쌍한 모습을 잠시마나 만날 수 있던 책이다.



*출판사 제공으로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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