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의 교수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
켄 베인 지음, 안진환.허형은 옮김 / 뜨인돌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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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학원 선생님 한 분이 이 책을 읽고 이야기해보자고 읽기 시작했던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 보자고 했던 분은 이 책 제목, ‘최고’에 중점을 두고 ‘교수법’을 연구하고자 하셨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이 책에 대해 내용이 매우 추상적이고 원론적이며, 어렵다고 생각하신 것 같았다.

 나 역시 제목의 선정성 때문에 일정한 선입견(부정적인,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포장된 일반론일거라는)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물론 제목의 선정성은 분명하지만 적어도 거짓은 없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 책은 최고의 교수들이 가르치는 방법을 독자가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다는 교수법의 교본은 아니었다. 이대로 가르치면 최고의 교수가 될 수 있다는 전도서도 아니었다. 오직 정확하게 최고라 칭해지는 교수들의 특징을 있는 그대로 제시하고 있다. 최고라 불리는 교수들은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에서 끝난다.

 

 최고라는 것에 대한 평가는 독자가 다르게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교수법이 좋은가 나쁜가에 대해서도 독자는 당연히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이 책에서 제시하는 최고의 개념에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교수법은 각자가 찾아내어야 하는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적어도 교육 현장에서 자기 성찰이 가능한 정도의 근무 경력이 있는 것이 좋겠다.

 내 경험으로 보면 대학이 아니라 학원 수업에서조차 가르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나름대로 가르치는 내용을 목표에 따라 분류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것은 내신 대비용, 이것은 수능 대비용, 이것은 논술 대비용... 입시의 목표 때문에 적어도 이런 분류는 필요했다. 그런데 사실 이런 분류가 상호 어떤 연관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발전시켜 가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방향 감각이 없었다. 이 책의 1장은 방향감각을 잡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학생들의 학습 발전에는 네 가지 단계가 있고 최고의 단계를 목표로 가르칠 때 진정한 학습의 의미가 있다는 것에서 적어도 내가 가야할 방향이 분명하게 보였다. (1장은 의외로 꼼꼼히 볼 부분이 많았다.)

 가르치는 사람은 아이들을 가르칠 때 단지 외우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그리고 문제 풀이의 방법과 풀이 기술을 가르치면서 공부를 다른 목표를 위해 일시적으로 성취하고는 버려야 할 타겟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보아야한다. 왜냐하면 성적을 목표로 하는 공부는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버려지는 것이 당연한 공부이기 때문이다.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버려지는 것이 당연한 것을 가르치는 사람은 가르치는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쓰레기처럼 버려질 것을 왜 그렇게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가에 대해서.(한때 열정적으로 가르쳤던 사람들이 가르치는 것에 대해 회의를 품는 경우들은 대체로 결과가 참담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가르쳤던 것이 모두 내동댕이쳐지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도 그 이상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어서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것이다. 도대체 고차 방정식이 문과 학생들의 인생에 어떤 실용적인 도움이 된단 말인가라고 생각하며 시험제도, 교육제도만 원망한다.)

 자신이 버려질 쓰레기 지식을 가르치면서 버려지는 현상에 절망한다는 것은 참담한 일이기도 하지만 좀 우스운 일일기도 하다. 그렇게 가르치지 않으면 되기 때문이다. 정말로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을 가르치면 된다. 그러면 최고라는 말도 듣게 된다. 이 책에서는 적어도 그런 것을 아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쓰레기 지식 전달자는 그저 가판대에서 지식을 파는 아르바이트생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정말로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싶다면 지식을 가르치지 말고 지식을 분별하고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을 길러주라는 것이다. 마이스터를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진정한 마이스터 아니겠는가? 문과 학생에게 고차 방정식이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일깨워 줄 수 있는 사람이 마이스터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학생들은 대학생, 대학원생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교육이 대학원이나 박사과정에서는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런 교육은 우리나라에선 중고등학생들에게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들이 아닐까? 적어도 대학생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책을 읽는 내내 고민했던 부분이었다. 결론은 중고등학생들의 쓰레기 지식 청소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도, 아니 초등학생도 단지 지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얻는 방법을 익히고 잘못된 생각의 오류들을 바로 잡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에서 일관되게 적용해야할 목표가 유보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적용할까가 문제인 것이다.

 2장에서 6장까지의 내용은 목표 설정과 수업 진행, 평가에 대한 사례 연구이다. 꼼꼼히 읽어 보면 이들은 수업을 준비할 때, 점검하는 내용이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 학생에게 기대하는 것도 일반적인 것과 다르다. 수업의 환경도 다르며, 진행양상도 다르다. 결과적으로 평가 기준도 다르다. 만일 이 부분을 읽고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둘 중의 하나이다. 이미 최고의 선생이든지. 아니면 수영하는 법은 지식으로 외우고 있는데 본인은 정작 물 속에 넣으면 맥주병인 사람과 같은 경우이든지. (하긴 최고의 선생은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잘 알고 그 간격을 메우기 위해 노력한다.)

 단순 지식 전달자로서 좀 더 성공하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읽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단순 지식 전달자를 넘어서 좀 더 교육의 본질에 근접한 교육자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읽으면 적어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서 영감을 얻기를 원하는 사람은 적어도 세 번은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은 적어도 영감을 얻기 위한 사람의 태도는 아니다. 배우려는 사람이 가르치는 태도를 지녀서야 어디서 뭐 하나라도 제대로 얻어 들을 수 있겠는가. ( 추가, 이 책의 저자는 내가 보기에 당연히 최고의 교수도 아니고 최고의 저자도 아니다. 따라서 이 책에 소개된 교수들처럼 자연스럽게 당신을 최고의 학습과정으로 이끌어 주지는 못한다. 단 열심히 연구한 사람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는 연구는 학문연구의 중요한 기초이다. 이런 연구가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교육 연구소에서도 우리나라에 있는 이런 최고의 선생들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기를. 따라서 이 책은 교육학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들이 읽고 이런 연구를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읽어야 할 독자에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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