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picnic > 유대 신비주의에 대한 성찰과 통찰
내 영혼의 빛
예후다 베르그 지음, 구자명 옮김 / 나무와숲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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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유대신비주의라고 할 수 있는 카발라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카발라는 외국에서 상당히 많은 연구가 행하여지고 있는 분야로서 고대의 지혜를 이해하는데 매우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내 영혼의 빛'이라는 제목 자체는 상당히 큰 메시지(Message)를 독자제현들께 전달해 주고 있다. 영혼의 빛이란 인간 존재의 근원적 에너지로서 우주적 의식, 즉 신(God)의 거룩하신 자비와 사랑의 에너지를 인간 누구나가 내면에 가지고 있으며 이를 일깨워내는 것을 이 책은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유대신비주의로서의 카발라 체계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불가(佛家)의 선(Zen)적인 깨달음과도 비슷한 맥락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이 책의 내용은 전체적인 정신세계 관련 서적의 견지에서 비추어볼 때 이 책 자체의 내용이 심오(深奧)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 않나 여겨진다. 다만, 카발라 체계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 서적으로 또는 입문서적으로 받아들인다면 괜찮을 듯 하다. 독자제현들에 따라 본서의 내용의 난이도에 대해 차이와 견해를 달리 할 수 있으나, 이 책의 내용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에서는 여타의 심성수련 서적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단순하고 간결하고 난해한 것을 제외시켰기 때문에 책 내용을 부담 없이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사실, 켄 윌버의 무경계(No Boundary)와 같은 서적과 같은 내용을 쉽게 이해한 사람이라면 본서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의 백미(白眉)는 한 경영자가 카발라 철학을 통해 돈을 관리하고 돈의 흐름을 통찰하는 것에 대한 소재를 다룬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필자에게는 이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카발라 명상가의 호연지기를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이라고 보여 진다.


  카발라 철학과 명상체계는 간결하고 간명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 영혼의 구조에 대한 성찰에 있어서 독특한 발상과 창의적 사유의 지평을 열어준다는 점이다. 알기 쉽고 간결한 어조와 내용으로 상당히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저 너머의 세계에 빛을 제시해 주고 있다고 본다. 신의 은총과 거룩한 세계를 희미하게 엿볼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이러한 기본적인 서적들을 통해서 보다 심오한 정신세계를 탐구하고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토대와 자신감을 얻게 해준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라고 보여 진다.


  사실, 이 책은 하루 이틀에 다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정신 속에 아로새겨놓는 가르침들은 수많은 잡념과 불순한 기억들을 타파하고 정화하는데 조금이나마 일조할 것이라 생각한다. 깨달음은 한 순간에 온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러한 순간적 돈오(頓悟)의 시간이 올 때까지 우리는 수많은 고통과 고뇌 속에서 번민하고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선지식들은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인생의 여정과 도정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하지 않고 있다. 어찌 보면 그것이 이 책을 보다 쉽게 읽혀질 수 있도록 하고 보다 우리에게 와 닿게 만드는 것일지 모른다.


  책의 가치란 읽는 이의 심금을 울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영혼에 감로수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모든 종교가 전 세계적으로 통합되어가는 21세기의 창도적이고 거대한 신세계를 향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카발라 책을 손에 쥐고 하루 이틀 정도 여유롭게 독서삼매에 빠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고대의 지혜가 현대의 지혜에 어떻게 융합되는지를 여실히 목도하고 성찰하면서 21세기 과학문명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이 오늘날 그리는 명쾌한 자화상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는 과정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보다 극명하게 깨닫게 될 것이며 보다 높은 세계를 향한 향상심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작이 바로 저 거대한 미지의 신(God)의 세계를 향해 나가는 거대한 발자국을 성큼 내딛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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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구두 > 상징의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꾸러미
상징의 비밀 - 비밀언어 시리즈 1
데이비드 폰태너 지음, 최승자 옮김 / 문학동네 / 1998년 12월
평점 :
절판


데이비드 폰태너의 책 "상징의 비밀"은 지난 98년에 나오자마자 구입했다. 이런 류의 책은 고민하면서 봐도 좋고, 고민하지 않고 보아도 좋은데 고민하고 본다는 건 신화나 정신분석차원에서 보겠다 생각할 때의 이야기고, 고민하지 않고 본다는 건 일간지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그날의 운세" 보듯 한다는 걸 의미한다. 이 책은 그런 양쪽의 측면을 모두 지니고 있는데, "상징의 비밀"의 틀 자체가 신화 연구의 중요한 이론 가운데 하나인 칼 G.융의 "원형상징" 이론에서 따온 것이기 때문에 그 분야에 관심을 갖고 들어간다면 어려울 것이고, 그냥 심심풀이 운세 보듯 이 상징은 인류의 원형 속에서 이런 위치를 차지하고 있군, 이런 뜻이었군 하면서 본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그것이 이 책의 장점인데 반대로 말하자면 이 분야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 관심없는 이가 선택한다면, 재미로 읽기엔 좀 까다롭고(책의 난이도는 결코 어려운 편이 아님에도), 진지하게 읽기엔 다소 가볍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곧바로 융의 이론으로 입문하기 버겁다고 생각되는 분들이라면, 융에 입문하기 전에 폰태너의 이 시리즈 책들로 가볍게 몸을 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종의 워밍업 북인 셈이다. 정신분석학의 대명사는 당연히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를 떠올리게 되지만, 오늘날 융의 지위는 프로이트에 버금가는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융은 프로이트의 가장 아끼는 제자이자 동료였지만, 프로이트의 유아성욕론과 본능적 충동의 강조 등 지나치게 개인적 경험으로 한정시킨 것에 반대하며 1913년 그와 결별하고 만다. 융은 개인적 경험 이외에도 종족적 경험도 인격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성적 욕구보다는 도덕적이며, 정신적인 가치관에 의해서도 인간의 행동이 결정된다는 생각을 기초로 분석심리학 이론을 체계화시킨다.

데이비드 폰태너는 상징의 비밀을 풀어나가기 전에 먼저 융의 중요한 이론적 개념들을 알기 쉽게 요약해주고 있다. 융의 이런 생각들을 드러내는 개념이 "집단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ness)"이다. 그는 인간의 원초적 감정들 - 공포, 사고, 성 등을 포함한 무의식이 인류 혹은 종족의 조상이 경험한 전체의 생각과 관계가 있다고 보았고, 신화와 전설, 꿈, 환상 등엔 인간에게 내재된 기본적 이미지(원형, Archetype)이 잠재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이런 생각은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은 물론 예술, 과학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정신분석학자는 프로이트이지만, 우리가 신화학이나 기타 여러 분야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것은 프로이트보다는 융일 것이다. 
 
융의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주요 개념들을 파악해야 한다. 칼 G.융은 "자기(Self)와 자아(Ego)"를 구분하고 있는데, 자기는 우리의 이성(생각)으로 파악할 수 없는 무의식의 근저에 놓인 세계다. 무의식의 근저는 집단 무의식의 원형으로 모든 것을 포괄하고 있는 세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아는 자기의 세계(무의식의 세계)보다 훨씬 작은 세계로 의식과 분별의 세계이다. 자아를 통해 자기를 발견하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다. 자아의 세계에서 의식되지 않는 것(자기의 세계)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융에게 꿈은 의식으로서의 자아가 무의식으로서의 자기를 지각하게 만든다. 꿈은 자기가 자아에게 보내는 메시지인 셈이다. 자아를 넘어선 세계는 꿈이란 연결고리로 이어진다.

꿈에 대해 우린 이미 많은 말들을 해왔다. 용꿈, 돼지꿈, 개꿈 이야기나 꿈은 반대라거나 하는 말들은 꿈을 해석하고 싶다는 인간 욕망의 표현이자, 꿈이 상징이라는 것, 꿈의 상징을 해석하기 어렵다는 난해함을 뜻하는 말들이다. 꿈은 상징이지만, 상징은 일상에서 관습적으로 잘 알려진 의미뿐만 아니라 표현되지 못한 특수한 의미를 내포한다. 무의식의 언어와 내용은 상징이고, 의사소통 수단은 꿈인 셈이다. 이 책은 꿈에 대한 직접적인 상징을 말하진 않는다. 그건 데이비드 폰태너의 다른 책 "꿈의 비밀"에서 주로 다뤄지고 있다(즉, 이 두 권은 함께 읽는 것이 좋다). 다만 이 책에선 그 상징의 문화적, 자연적 변천과 그 과정에서 해석된(혹은 그렇다고 생각되는) 220여 가지 상징의 의미를 컬러 이미지들을 곁들여 풀어준다.

융의 이론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개념은 "아니마(Anima)와 아니무스(Animus)"일 것이다. 융에게 있어 인간의 의식, 무의식의 세계는 사람이 세상을 향해 내놓는 가면인 "페르소나(persona)"가 가장 외피를 차지하고,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끼는 "그림자(shadow)", "아니마(Anima)와 아니무스(Animus)" - 남성에겐 아니마가, 여성에겐 아니무스가 여성을 뜻한다. - 그리고 근저에 놓인 것이 자기(self)이다. 이를 도식화하면 페르소나>그림자>아니마,아니무스>자기의 순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모든 것의 통합체가 자기(self)다. 아니마와 아니무스 말고 중요한 원형들은 그림자(shadow)와 트릭스터(trickster)다.

그림자는 프로이트의 id와 유사한 개념으로 인간의 부정적 측면을 가리킨다. 인간의 동물적인 사악한 면, 부도덕, 공격성, 잔인함 등의 원형이 그리잠이다. 인간의 원죄 개념의 근원이라고도 하는데, 그림자는 우리가 수치스러워하며 무의식 속에 감춰두고자 하는 반사회적 욕망을 나타낸다. 그림자는 경우에 따라 통제력을 잃고, 우리는 사악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내적 공포로, 그림자가 외부로 투사될 때 종종 희생양을 찾아내고자 한다(ex. 지킬 박사와 하이드, 배트맨과 케인) 트릭스터도 그림자와 마찬가지로 붕괴의 에너지이지만, 그보다는 반항의 에너지를 의미한다. 끊임없이 현재 이루고 있는 상황, 체제에 대해 딴지를 걸고 싶어하고, 성취된 것을 비웃고 싶어하며,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재난을 염려하도록 부추긴다. 트릭스터는 도덕률에 얽매이지 않으며 무너뜨리고 충동시키고자 하는 충동이다(ex. 영화 "마스크맨"에 등장하는 북구신화의 장난꾸러기 로키). 그림자와 트릭스터가 부정적 에너지라고는 하지만 융은 무의식의 세계가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없거나 양면을 동시에 지닌다고 파악한다. 그림자는 우리 내부에 창조적인 긴장, 극복할 대상으로서의 장애를 제시해주고, 트릭스터는 자기만족을 극복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활력(목적)을 찾아내도록 해준다.

폰태너는 이런 융의 원형 상징, 집단 무의식에 기대어 인류의 역사(혹은 집단 무의식)이 만들어 온 수많은 상징들을 도판과 도해를 곁들여 알기 쉽게 풀이해주고 있다. 이 책에 의하면 "메두사"는 두려움, 특히 여자들의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분을 맞추기 어려워하는 남성들의 두려움을 상징한다고 한다. 여자들의 변덕에 시달린 남성들이 스스로를 돌처럼 굳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는지, 아니면 여자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는 스스로의 무능을 한탄하며 돌로 상징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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