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죽음의 나쁜 예 - 법의학이 밝혀낸 엉뚱하고 기막힌 살인과 자살
에두아르 로네 지음, 권지현 옮김 / 궁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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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면서 기괴한 느낌을 주는 표지와 '완벽한 죽음의 나쁜 예'라는 독특한 제목이 내용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이 책은 법의학 도서에 속하지만 저자가 법의학자가 아니라 기자이다. 따라서 전문적인 법의학 지식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으며 대신 법의학자들이 발견한 특이하고 황당한 자살 사건의 전말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다. 

자살(自殺). 자기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것으로서 높은 건물이나 다리 위에서 투신하거나 수면제 또는 청산가리 등의 독을 마시는 방법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자살률 1위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자살은 그리 낯선 단어가 아니다. 무척 안타깝고 씁쓸한 일이다. 

'완벽한 죽음의 나쁜 예'에서는 다양한 도구와 방법으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 또는 어리석은 행위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밧줄, 권총, 칼, 톱 등 일반적으로 흉기가 될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연필, 드라이버, 망치, 비닐 랩, 전기 스탠드 등 의외의 도구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자살에 사용되고 있었다. 게다가 성욕(性欲)을 채우기 위한 목적이 결국 죽음을 초래한 사례가 많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특히 주로 남자들이 진공 청소기 및 농기계를 이용하다가 결국 크게 다치거나 죽게 된 사례가 충격적이었다.  

이 책은 다소 엽기적이고 황당한 사건을 담담하고 시니컬한 문체로 풀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자살한 피해자가 처한 상황이나 심리적 상태는 무시한 채 사체의 상태만을 무덤덤하게 진술하는 법의학자들의 태도에 대하여 빈정거리고 있다. 법의학의 전문 지식은 얻을 수 없으나 평소 들을 수 없는 독특한 죽음에 대하여 접할 수 있다.  

한편 서양인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가 많기 때문에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으며 주로 학술지를 참고 문헌으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읽기가 좀 어지럽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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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오늘의 일본문학 5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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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로망은 어디인가?"  

이사카 코타로 作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는 일상 생활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특이한 능력을 가진 네 사람이 은행 강도가 되기로 의기투합하고 환상적인 호흡으로 은행의 돈을 훔쳤으나 어이없게 이를 다른 무장 강도에게 강탈당하게 되어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거짓말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가진 남자 나루세. 입만 열면 궤변을 쏟아내는 교노. 0.1초 오차도 없는 생체 시계를 가진 여자 유키코. 천재적인 소매치기 기술을 가진 20세 쿠온. 기발하고 특별한 능력을 가진 네 명의 캐릭터들은 특수한 직업을 가졌거나 별천지 존재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점이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또한 그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믿고 서로 힘을 합쳐 은행을 터는 과정은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유쾌함과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강탈당한 돈의 행방, 유키코의 전 남편 지미치의 등장, 그리고 또 하나의 은행 강도 계획에 이르기까지 대사 하나 하나에 복선이 깔려 있으며 깔끔한 구성이 인상적이다.  

만약 이들과 같은 은행 강도가 있다면...? 은행에서 돈만 사라질 뿐 누구도 다치지 않는다면...? 게다가 그 돈은 모두 보험 처리가 된다면...? 요즘같이 무섭고 엽기적인 사건이 판을 치는 사회에서 이와 같은 사건은 귀엽고 유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실제로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말이다.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라는 제목처럼 유쾌하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점이 이 작품의 숨은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의 지루함에서 훌쩍 벗어나고 싶은 분이라면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한편 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원작과 영화의 내용이 약간 다르다. 영상 쪽이 화려하고 보다 알기 쉬운 면이 있으나, 역시 구성이나 재미는 원작인 소설이 훨씬 좋은 것 같다. 두 작품을 서로 비교하며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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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 치는 밤에
스기이 기사브로 감독 / 대원DVD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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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갑자기 내리치는 폭풍우를 피해서 아기 염소 메이는 헛간으로 들어간다. 비가 그칠 것을 기다리는 메이는 자신처럼 폭풍우를 피하기 위하여 헛간으로 들어온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그 둘은 솔직한 기분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에게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그들은 암호를 '폭풍우가 치는 밤에'로 정하고 다음 날 이곳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진다.  

다음 날. 잔뜩 기대를 품고 헛간으로 향한 메이는 상대를 놀라게 할 생각으로 근처 나무 뒤에 숨어서 기다린다. 이윽고 누군가가 도착하고 메이와 그는 동시에 암호 '폭풍우가 치는 밤에'를 외친다. 그리고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메이의 눈 앞에 서 있는 것은 염소를 잡아먹는 늑대가 서 있었는 것이 아닌가! 늑대 역시 진솔한 친구가 될 상대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맛있는 염소가 서 있는 것에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그 둘은 공포감과 식욕을 이겨내고 서로 친구가 되기로 결심한다.  

날이 갈수록 메이와 가브의 우정은 점점 깊어져 가지만 그 둘의 관계를 종족의 무리들이 알게 되는 위기를 맞게 되는데... 



[감상] 

키무라 유이치(きむらゆういち) 원작 그림책 '폭풍우 치는 밤에(あらしのよるに)'를 애니메이션화한 작품으로서 아기 염소 메이(メイ)와 늑대 가브(ガブ)의 아름다운 우정을 그리고 있다.  

동물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랄까...?! 초식동물과 육식동물로서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에 놓여 있는 두 동물이 폭풍우가 치는 밤에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진솔한 대화를 나눈 것을 계기로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과정이 순수하고 아기자기해서 보는 내내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한편 메이와 가브의 우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염소와 늑대 무리의 입장 역시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었지만 겉모습이 조금 다르다거나 다른 생각을 가진 자를 배척하는 우리들의 이기적인 모습이 겹쳐 보여서 다소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이전 내가 읽었던 소설판 '폭풍우 치는 밤에'의 결말과는 달리 메이와 가브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고 있다. 안심할 수 있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결말이라서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설 쪽이 더 사실적이고 마음 한 켠이 아련해지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 '폭풍우 치는 밤에'는 자라나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잊고 있었던 순수함과 동심을 찾을 수 있는 따뜻한 작품이기 때문에 한 번 보시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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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 [할인행사]
시미즈 다카시 감독, 시이나 깃페이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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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輪廻 

[줄거리]  

35년 전. 인간이 죽으면 그 영혼은 어디로 가는 것이며 또한 생전(生前)의 일을 기억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심오한 연구를 하던 법의학 교수 오오모리(大森)가 가족 여행에서 자신의 어린 아들과 딸을 비롯하여 호텔의 투숙객 및 직원들까지 총 11명을 죽이고 자신 역시 자살한 일본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있었다.   

한편 35년 전 오오모리가 저지른 끔찍한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하여 새로운 영화 '기억(記憶)'를 제작하려고 하는 영화감독 마츠무라(松村)는 오디션에서 아무 말 없이 앉아만 있었던 신인 여배우 스기우라 나기사(杉浦渚)를 영화의 주연으로 발탁한다. 자신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을 수 있는 영화에 출연하게 되어 마냥 기뻐하는 스기우라였으나 그날부터 본 적 없는 소녀와 호텔에 대한 환영에 시달리게 된다. 게다가 마츠무라 감독이 출연자 모두에게 사건 당시의 느낌을 생생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데리고 간 폐허가 된 호텔에서 스기우라는 어린 소년이 소형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남자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환영을 보게 되고 더욱 두려워한다. 

이윽고 시작된 영화 촬영. 마츠무라 감독의 지시에 따라 연기를 하던 스기우라는 마치 35년 전의 사건이 재현되는 듯한 환영을 목격하게 되는데...  

  

[감상] 

좋아하는 일본 배우 중 한 명인 '시이나 킷페이(椎名桔平)' 씨가 출연하는 작품이라서 선뜻 보기로 결심한 영화이다. 시이나 킷페이 씨의 차갑고 이지적인 연기를 볼 수 있어서 대단히 좋았다. 그리고 유카(優香)라는 배우의 차분하면서 두려움에 가득찬 표정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공포 영화답게 초반부터 섬뜩한 분위기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미 죽은 자들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거나 인형을 든 어린 소녀가 무표정으로 스기우라를 쳐다보는 장면은 살짝 소름이 돋았다. (깜짝 놀라는 정도랄까...) 또한 스기우라가 보는 환영과 35년 전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이 독특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표현되어 있어서 궁금증과 공포가 더해진다. 게다가 반전까지! 마지막 장면 역시 의미심장했다.

그러나 내용의 난해함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우선 복선이 너무 많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35년 전 사건으로 죽은 11명이 다시 환생했는데 과연 누가 누구인지는 반복되는 복선과 영상으로 대충은 추측할 수 있게 만든다. 특히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스기우라의 정체는 공포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이라면 쉽게 추측할 수 있어서 좀 아쉽다. 

그리고 환생한 사람들이 35년 전 호텔에서 죽었던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다시 죽는다는 설정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인형에 담긴 원혼(怨魂)이 복수를 위하여 전생의 기억을 잃고 환생하여 잘 살아가고 있던 10명의 사람들을 다시 죽이는 것은 너무하지 않은가...?! (이것은 마치 이전 '주온' 1. 2을 봤을 때 느꼈던 것과 같은 느낌이다. 2에서 그 집에 들어가지 않은 자까지 함께 죽어 있는 장면을 보고 어이가 없었는데... 그러고보니 같은 감독이네...) 어쨌든 이 때문에 공포감은 반으로 줄어버렸다.   

공포 영화를 좋아하거나 시미즈 감독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봐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큰 기대는 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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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 고양이 홈즈의 공포관 삼색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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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삼색 고양이 홈즈의 공포관'은 아카가와 지로 作 삼색 고양이 홈즈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로서 어느 고등학교의 괴기 동아리를 배경으로 한 연속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형사 가타야마는 우연히 목격하게 된 가스 폭발 사고로 위장된 여고생의 교살(絞殺) 사건의 수사를 맡게 된다. 피해자와 관련된 단서가 거의 없는 막막한 상태에서 가타야마는 그를 짝사랑하고 있으며 상담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의문의 러브레터를 받게 된다. 그는 편지를 쓴 여고생을 발견하지만 그녀는 이미 칼에 찔려 곧 숨을 거둔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사건이지만 피해자 두 사람 모두 임신한 상태였으며 같은 고등학교 학생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리고 첫 번째 피해자의 남자 친구가 그 고등학교의 괴기 동아리 회원이라는 정보를 얻게 된다. 이로써 괴기 동아리 남자 회원 하시모토 야스오, 아카시 이치로, 나가누마 가즈야, 세키야 미노루 네 명이 용의자로 지목된다. 가타야마는 해당 고등학교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숙모님이 지정한 맞선 상대가 오페라의 유령 팬텀의 공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공포관'이라는 제목답게 살인 사건과 함께 고전적인 공포물 히어로를 만날 수 있으며 연극적 요소가 추가되어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초자연현상이라는 미스터리적 요소도 충분히 담겨 있었다. 추리 면에서는 가타야마나 홈즈보다는 고등학생들의 활약이 대단했던 것 같다. 가타야마는 뭔가 당하기만 한 느낌... 한편 이번 권에서는 유독 형사 가타야마의 여난(女難)이 심했던 것 같다. 숙모님과 여동생 하루미, 그리고 그를 짝사랑했던 하시모토 노부요, 맞선 상대 하기노 구니코, 이번 사건의 흑막이라고 할 수 있는 타케바야시 아카리까지 다섯 명의 여성에게 휘둘리는 가타야마가 안쓰러웠다. 게다가 여고생들의 당돌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내가 나이를 들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씁쓸...)  

여전히 다음 권이 간절히 기다려지는 삼색 고양이 홈즈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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