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러닝 - 비즈니스맨을 성공시키는 공부의 기술
혼다 나오유키 지음, 박성주 옮김 / 미들하우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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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레버리지 러닝>은 혼다 나오유키 씨가 쓴 책이다.  글쓴이의 다른 책에서와 마찬가지로 <레버리지 러닝> 역시 기술적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있다.  투입과 산출을 기점으로 해서 효율적 활동을 선택하도록 돕고 있다.  공부라 하나씩 기본부터 기초부터 '제대로', 확실히 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는다.  즉 실제 생활에 쓰일 수 있는 공부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레버리지 러닝>은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이다.  나처럼, 나와 같은 사람에게 참으로 유용한 책이다.  공부라는 숲에 들어가 나무만 보고 있는, 참으로 좁은 시야로 세상을 사는 나처럼, 나와 같은 사람에게 초발심을 놓치지 않도록 도와 주는 책이다.

 

     공부란 언젠가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 제가 공부하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공부도 정말 싫지만 비효율적인 것은 더 싫기 때문이지요. 공부란 저 같은 귀차니스트가 편하게, 최단시간에, 최대한 성과를 얻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머리말/ 4~5쪽)

 

     나에게도 글쓴이의 주장이 딱 들어맞는다.  한데 살면서 공부란 어떤 것이라는 정의를 주입식으로 들어왔는지라 사실 <레버리지 러닝>을 의심 없이 확신으로 행동하고, 실천하기는 어렵다.  그것이 지금 내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이다.  운전면허 시험을 칠 때, 워드프로세서 시험을 칠 때 사람들은 개론서를 펼치지 않는다.  기출문제를 먼저 풀고, 얼추 얼개가 파악된 뒤에는 세부상황을 파고든다.  내가 아는 것을 확실히 해서 안전점을 도모하는 것이 자격증 시험의 요강이다.  비단 자격증 시험뿐일까. 공부는 삶과 밀접할 때 당위성을 얻게 마련이다.

 

     고등학교 때 수학 공부를 하는 도중, 심한 회의를 느낀 적이 있었다.  나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는 시시덕거리며 좋아하지만, 단순히 웃고 넘길 것이 아니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짓이 과연 사는데 무슨 도움이 되겠나, 쉬운 문제라지만 너무도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라는 것이 공부의 이유를 몰각하고 마는 결과를 얻었다.  <레버리지 러닝>은 공부방법을 시각적 구조화하고 있다. 한 번 하기만 하면 다 된다는 것, 그것은 육체적인 노동의 원리이다.  육체 노동은 생각이 많을수록, 행동 자체에 의심이 생길수록 차질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수학 문제 역시 그냥 하기만 하면 더 많이 풀어냈을지도 모른다.  한데 나는 늘상 왜, 왜, 왜라면서 따지고 있었던 것이고, 불평이 친구였다. (지금도 불평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조금은 달라졌다, 불평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능력이 생겼다는 것) 

 

     공부는 시험뿐이 아니다.  중간, 기말고사만이 공부가 아니다.  학과 시험은 공부가 아니라 단순히 성적평가를 위한 측정도구일 뿐이다.  남에게 보여야 할 그 무엇도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레버리지 러닝>은 단순히 측정치로서의 결과물만에 주목하지 않는다. <레버리지 러닝>은 진짜 내게 필요한 공부가 어떤 것인가, 라는 생각에 오래 머물고 있다.  현실적인 책이다.  <레버리지 리딩>이 나의 기질과 굉장히 가까웠고, 실제 내가 그러한 독서법을 구가하고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서 재확인을 했듯이 앞으로 내가 어떻게 공부를 할 것인가, 지난 공부는 왜 성과가 미미했는가에 대해서 평상시 고찰하던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하는 공부가 현실에, 나에게 아무 소용되지 않는 내용이라면, 내가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면 출발점을 다시 잡아야 하지 않을까.  공부, 단순히 열심히, 꾸준히, 성실로 해라는 막연한 지시가 아니라 <레버리지 러닝>은 현실점인 문제를 가시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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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 심리학 A형 - 마음을 움직이는 휴머니스트
스즈키 요시마사 지음, 이윤혜 옮김 / 보누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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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피가 나쁘다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한다. 한데 몇 세기 전만 해도 피, 때문에 살인이 나고 피, 때문에 몰상식한 범죄가 백주 대낮에 자행되고, 참극을 아무렇지 않게 당연한 듯 동조하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고 한다. 내 피는 과연 깨끗할까. 다행이라 시대가 바뀌어 나는 마녀로 몰리지 않는다. 물론 나는 여자가 아니니 마녀로는 몰리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요괴라 하지 않았을까. 시대가 바뀐 것이 다행이라 나는 아직은 살아남았다.

 

     혈액형으로 성격 유형을 나누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 남녁땅뿐이라는 말을 제법 자주 듣는다. 심리학계에서 인정받는 MBTI나 에니어그램 같은 성격 검사가 있는데 굳이 혈액형별로 성격 유형을 나눌 필요 있느냐는 회의적인 발언도 곧잘 듣는다. 구태여 과학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혈액형으로 인간의 성격을 제대로 분류, 합리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불거지게 마련이다. "신중하고 사려 깊은 위대한 A형, 소심한 A형은 없다." 라고 시작하는 <혈액형 심리학 A형>은, 그렇지만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타인'에게 비친 '자신'의 모습을 혈액형별로 살펴보았다. 이 책이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 데 작게나마 도움이 된다면 저자로서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없을 것이다.

(머리말,에서)

 

     즉, 글쓴이는 관계개선을 목적으로 하고 <혈액형 심리학 A형>을 집필한 것이다. 성격심리 검사지를 통해서 기준점이 명확한 다른 검사와는 달리 혈액형 심리학은 아무래도 비과학적이라는 사실을 모면하기는 쉽지 않다. 반신반의 아무래도 미심쩍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혈액형별로 성격 나누기를 즐기고 있는 풍토가 현재 남녘땅의 현실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혈액형별 성격 구분 역시 비과학이라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알아둔다고 결코 값었다 못할 것이다. 이 책은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위해 씌어졌다. 정체성, 사랑, 결혼, 가족, 일, 관계가지 모두 6개의 큰 장에서 혈액형별로 관계를 나타내고 있는 <혈액형 심리학 A형>은 여느 책과는 달리 도식이 잘 정리되어 있다. 혈액형별로 상호 관계를 강자와 약자로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가 쉽다. 성격이라는 것이 딱히 잘라 말하기가 어려운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관계도는 일면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도식이라는 구체적, 가시적인 설명도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사람들은 혈액형 심리학을 즐기는 것일까. 혈액형 심리학은 굳이 타당도, 신뢰도를 타진하는 복잡다단한 검사지가 필요없다. 혈액형을 알고 있다면 달리 심리검사지를 보며 스스로를 평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피는 타고난 것이고, 숙명적이다. 해서 검사과정을 단순화시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심리검사보다는 혈액형이 간소하기 때문에 즐겨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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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 핀의 모험 통합논술 多지식 세계명작 38
마크 트웨인 지음, 안광수 그림 / 대교출판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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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크 트웨인, 나는 머리 굵어지고 다 늦게 책을 가까이 하고 있다. 대충 읽고 넘겨버릴 이야기라도 한 번 읽어두면 나중에 기억이 나고, 주위 도움으로 생각이 깊이를 얻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체험한다. 최근 <톰 소여의 모험>을 읽었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도 제대로 읽기는 최근이 처음이고, 하니 정확히 읽어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저 유명한 소설, 세계명작 가운데 하나로 이름 들어 알고 있는 수준이었다는 것, 그리고 썩 재미를 못 느낀다는 것만을 확인했던 기억이 난다. <톰 소여의 모험>은 아동학대 관점에서 읽었다. 아무래도 마크 트웨인의 소설을 처음 읽기가 그러했기 때문인지 <허클베리 핀의 모험> 역시 동일선상에서 읽기를 시작했고, 재미보다는 공부 위주의 책읽기를 했기 때문인지 무던히 읽어내렸다. 그렇지만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먼젓번에 읽은 마크 트웨인의 소설보다는 재미가 있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재미난 이야기이다. 술주정에 가정폭력, 아동학대를 자행하는 아버지에게서 탈출?해서 도망친 노예 짐과 함께 사기꾼들 틈 속에서 모험을 하는 허클베리 핀(허크)는 마크 트웨인이 실제 경험한 내용을 문학으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톰 소여의 모험> 속편에 해당하지만 그 내용, 전개 등은 오히려 진일보한 것으로 느껴진다. 물론 전작이 못하다는 것도 아니고, 사회 문제의식이 옅다는 것도 아니지만 문학적 형상화가, 가독성이 더 놓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몰입이 잘 되는 소설이었다. 1일칭 주인공, 허크의 관점에서 대부분의 문장은 생명력을 얻고 있다.

 

     대교베텔스만 출판사에서 펴낸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통합논술'이 취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어마다 풀이를 해두고 연관 상식을 틀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어서 다양한 책 읽기의 마당을 열어놓고 있다. 이야기 끝머리에는 논술과 연관된 학습의 장을 열어둠으로써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생각의 활로를 제공하고 있다. 논술이 최종목표이기 때문에 이러한 틀거리는 당연한 귀결점일 것이다. 통합눈술 多지식 세계명작을 100배 재미있게 읽는 방법으로 책머리에서 소개하고 있다. 3단계로 책읽기를 구획지어 생각하는 힘, 세상배우기, 이해력 논리력 창의력 키우기로 구조화하고 있다. 단순히 읽고 책 한 권 읽어냈다는 만족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 원전에서 현재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역사, 사회, 문화, 정치, 경제 등)과의 연관성을 파헤침으로써, 즉 현재를 중점으로 하는 독서활동을 펼침으로써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통합논술을 대비하기 위한 책읽기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이끄는 대로 따른다면 좋은 학습법을 배우게 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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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 2008.5 - 제9호
대한황토협회 엮음 / 대한황토협회(잡지)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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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삶의 가치를 높여주는 월간 생활문화 잡지 "황토". 월간지 <황토>는 삶의 가치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기획의도에 부응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 먼저 <황토>를 왜 읽는지, 왜 읽으려 하는지에 대해서 따져물어야 할 것이다. 창간호부터 2008년 현재까지 <황토>는 일관되게 서술의 태도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내가 <황토>를 좋아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리 문화와 우리 땅을 알 수 있는 배움의 장이 <황토>라는 사실, 그리고 생명 존중 사상이다. 나는 <황토>를 이러한 두 가지 접근으로 읽어왔다.

 

     <황토>는 모두 110쪽 남짓의 지면으로 엮인다. 사진이 많은 컬러판 월간지이다. 광고가 많은 여느 잡지보다 내용면에 충실하고 있는 구성이 신뢰도를 향상시킨다. 5월호는 이전의 월간지과 동일한 구성형태를 보인다. 포토에세이, 이달에 만난 사람, 테마기행, 기업 탐방, 역사산책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행을 좋아라 하는, 늘 떠남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나는 아니나다를까 역시나 포토 에세이, 테마 기행, 오시환의 세상 구경을 먼저 살펴 읽고는 나머지 내용을 마저 읽는 순으로 <황토>를 읽는다.

 

     내가 태어나고 살고 있는 곳을 나는 '남쪽 변방'이라고 입버릇처럼 부른다. 단 한 번도 나는 경남 지역을 변방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한데 두만강 유역이나 낙동강 유역이나 외침 많기로는 학을 뗄 만큼 진저리쳐지는 곳이다. 곳곳에 왜란의 흔적이 남아 있다. 한데 그러한 역사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역사와는 무관하게, 늘 탐미적 이상주의자의 자세로 일상을 살고 있다는 오명을 버릴 수가 없다. 포토에세이에서 실사처럼 담아낸 "남강"이 그렇다. 그저 잠시잠깐 유흥으로 다니는 진주성이 치장 없는 사진과 사실적 글쓰기를 통해서 달리 보였다. 의암에서 왜장을 껴안고 푸른 남강에 몸을 던진 논개를 생각지 않는 것이 아니다. 진주성 한 가운데 세워둔 황소처럼 우람한, 김시민 장군의 동상을 보며 당시 치열했던 왜란을 생각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내 것으로, 우리 역사로 끌어안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는다. 만약 지금이라면, 과연 나는... 

 

     그리고 오시환의 세상구경, 원주 거돈사지를 찾아서는 역사책 어느 모퉁에서 곁눈으로 스쳤을 내용들을 현장감 있게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흙에서, 우리 땅 황토 위에서 일어난 역사를 보는 관점이 어떠하느냐에 따라서 삶의 가치는 달라지지 않을까. 물론 의식주 생활을 해결하는 데 굳이 역사야 필요하겠나, 힘의 논리를 붙좇아 처세를 행하면 만사 땡이라는 것도 일리 없지 않다. 한데 원주 거돈사지, 터만 남은 절을 사진으로 보면서 세상은 결국 돌덩이만 남는구나, 돌덩이는 오래오래 남는구나 하는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월간지 <황토>를 읽노라면 산림욕을 하는 듯 상쾌하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땅 위에 선 나, 우리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서 있는 이곳, 비록 정신없이 돌아가는 챗바퀴에 가끔 소리 내어 엉뚱한 화풀이를 엉뚱한 자리에 하고는 하지만, '나'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살아가고,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찰할 수 있는 자리가 월간지 <황토>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이 편안할 때 세상은 평화롭다. 비 오는 날 월간지 <황토>를 펼치면, 신발 밑바닥은 질척한 황토가 덩이째 들러붙어 걸음마다 자국을 남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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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 상식사전 프라임 Prime - 비범하고 기발하고 유쾌한 반전
롤프 브레드니히 지음, 문은실 옮김, 이관용 그림 / 보누스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

    비범하고 기발하고 유쾌한 반전. 위트가 그런가 보다. 비범하고 기발하고 유쾌한... 책 표지에 박힌 수식구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본다. 비범, 기발, 유쾌한데... 그것은 반전을 중심으로 할 때 위트가 되는가?  가장 쉬운 농담은 신체를 들먹이는 것이다.  물론 뒤끝이 씁쓸하고 대인관계는 험악해지며 평판은 찌그러지고 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와 같은 귀결을 알지만 손쉬운 방법으로 웃음을 탐한다. 그 사람 참 이상하게 생겼다... 라고 말하는 순간 당신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을 후회하며 개선하고도 싶어하지만 자신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난 뒤다. 하얀 셔츠에 잉크를 찍은 뒤다. 지우려 할수록 먹칠은 번지고 잉크는 물로 지워낼 수 없다. 위트는 다르다. 반전이다. 그것도 비범하고 기발하고 유쾌한 반전이다. 우선 책을 집어든 순간에는 재미있기를 바라는 마음, 호기심이 앞선다. 때때로 재미있고, 때때로 문화적 상이함 때문인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 때때로 신랄한 내용이 <위트 상식 사전>에 수록되어 있다.  신체 농담과 같은 단순 비하가 아니라 목적을 둔 예리함을 이 책에서 살필 수 있다. 픽 터져나는 웃음이 많았던 이유는 반전 때문일 것이다. 사회 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반전 때문일 것이다.

 

2.

     글쓴이, 즉 엮은이의 국적은 독일이다. 튀빙엔 대학, 마이츠 대학에서 민속학, 역사학, 신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서양문화권에서 생활한 엮은이의 관점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인간이라는 보편성을 기대면 어느 정도 충분한 납득이 가능하다.  그래서 <선장과 해적> 같은 이야기는 아무리 궁리를 해도 이해를 못하지만 그외 사회적인 문제, 예술, 가정, 교육 등 특히 정치, 국제사회에 대한 힐난은 첨예한 문제를 융통성 있게 제대로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인터넷은 우리 삶을 바꾸었을 뿐 아니라, 위트에 대한 우리의 의식조차 바꾸어놓았다.(...) 이제 세상에는 인터넷을 통한 이야기라는 새로운 세계의 인류학이 존재하게 되었다. 그것을 이용해서 새로운 방법으로 이야기가 퍼져 나가고, 새로운 방법으로 이야기가 보관된다. (...) 전세게의 민속학자들도 최근에 인터넷을 매개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발전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변화가 책과 구전 옆에서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는 곧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이 인쇄된 형태로 기록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하지만 누가 그 이야기들을 창조해냈건 간에 창의적이고 혁신적이고 촌철살인의 면모가 없다면 전자 미디어 이곳저곳에서 유통될 기회도 잡지 못했을 것이다.  (머리말에서)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 위트는 인터넷 공간에서 회자되는 것들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멀어진 만큼 사람과 더 가까워졌다.  현실공간에서 제한된 참여가 인터넷에서는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탈바꿈한다. 사회참여의 장으로서 인터넷이 제대로 쓸모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위트 상식 사전>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한 지역, 한 국가에 국한되지 않은 이야기가 될 수 있었던 이유도 전적으로 인터넷이라는 공간 때문이다.

 

 

3.

 

    해서 엮인 이야기들은 동류항을 기준으로 묶여 있다. 모두 10개의 큰 장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각기 제 빛깔을 품어내고 있다.  모든 장의 첫머리에는 머리글처럼 이야기들을 꿰뚫는 소개글이 있다. 엮은이가 위트를 보는 관점과 기준항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위트가 이야기글, 혹은 짧은 정의문으로 서술되는 반면 첫머리에 소개되는 글은 엮은이가 이와 같은 이야기글을 수록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농경사회의 붕괴, 결혼기피증과 유행처럼 번지는 독신주의, 딩크족이나 여피족 등의 등장으로 가족의 해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가족의 붕괴가 인류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하고, 몇몇 국가에는 아기 낳기 캠페인을 추진하거나 심지어 외국인들의 귀화를 장려하기도 한다. (...) 이러한 골치 아픈 것들을 생각할 때면, 그냥 속편하게 혼자 살지 뭐, 라는 말이 쉽게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자꾸 들 때마다 이 생각도 함께 해보면 어떨까? 가족없이 내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나 없이도 우리 가족이 행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서 당장 오늘 저녁부터라도 이 책에 있는 위트를 당신의 가족에게 선물해보면 어떨까?

(86쪽)

 

    굉장히 원칙적이고, 원론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숨이 턱 막힐 수도 있다.  한데 글쓴이의 문장을 가만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사람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 드러난다.  위트는 결국 어울려 함께 사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긴 이야기글일수록 위트의 힘이 떨어지는 것은 왜일까.  그만큼 우리는 오래 들어주기를 힘들어할 수밖에 없는 생활 틀에 스스로 포박해버린 것은 아닐까.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라는 기준점을 두고서 <위트 상식 사전>을 읽어보면 사람된 도리를 느낄 수 있다.  도리는 남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내 육신이든 물건들이든 애오라지 내 소유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한다면 위트는 타인과의 조화뿐 아니라 '나' 자신과의 화해에도 반드시 필요한 요소일 것이다.

 

     식료품 리스트 : 쓰는데 30분이 걸리며, 마트에는 정작 가져가지 않는 것  (3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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