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뉴스
김중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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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존재의 목표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지 훌륭하게 존재할 필요는 없어

-99p

 

이 긴장을 즐기느냐, 마지못해 버티느냐가

일류와 삼류를 판가름하는 기준일 것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하자마자

머리 뒤끝에서부터 이상한 전류가 흘러나오고

순식간에 그 전류에 감전되는 편이다.

나는 그 전류를 사랑한다.

빌어먹을, 발뒤꿈치가 저리도록 사랑한다.

-(몇 페이지더라?...ㅡ.ㅡ;;;)

 

내가 말했다. 제법 진지하게. 믿지 않을 걸 알면서

-거짓말

그럴 줄 알았다. 믿지 않을 줄.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진실이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진심이기는 하다.

-232p

 

어쩌면 만화책을 읽었던 것이 아니라 따분함을 공유하던 시절.

아니면 지루함을 상습복용하던 시절

(이것도 몇 페이지더라?..ㅡ.ㅡ::)

 

 

------------------------------

 

아주 간만에, 아주아주 간만에

한국소설을 손에서 끝까지 놓지 않고 다 읽었다.

잼있다.

김.중.혁.

글 재미나게 쓴다.

동인문학상 후보에 끝까지 올랐던 인물이라는 신문기사를 보고

서점에 갔다가 책을 움켜쥐었다.

원래 무슨무슨 문학상~같은 거 별로 안좋아하는데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라는 단편에 나오는

"모든 존재의 목표~" 글을 신문지면에서 보고 반했다.

그 말투에.

 

2000년에 썼다는 중편 [펭귄뉴스]만 빼고

나는 다 맘에 들었다.

[펭귄뉴스]는 비트에 관한 이야기인데 작가가 좋아하는 음악가의

음악을 내가 들었다면 그 비트가 내 몸 속에 녹아들 수 있었겠지만

비트를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작가와 같은 느낌을 공유할 수가 없었다.

그외의 소설은 모두 다 오케이.

 

 

무용지물 박물관

발명간 이눅씨의 설계도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

멍청한 유비쿼터스

회색 괴물

바나나 주식회사

사백 미터 마라톤

펭귄뉴스

 

무용지물 박물관과, 에스키모, 멍청한 유비쿼터스, 사백 미터~를 강추.

아아~~맛나는 파스꾸찌 라떼를 먹으며

일욜날 오후에 아주아주 해피해하며

재미나게 읽었지.

 

개인적으로 정이현 소설보다 100배 더 낫다.

훔치고 싶은 문장과

생소한 소재를 생소하지 않게 풀어내는 힘과

저자 사진과 글과의 언밸런스.

그리고 약간의 냉소와 위트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릴 수 없는 인간적인 갈망과 따스한 눈길

 

대략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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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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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는 않으련다. 혼자 금 밖에 남겨진 자의 절박함과 외로움으로 잠간 이성을 잃었었다는 핑계는 대지 않겠다. 저지르는 일마다 하나하나 의미를 붙이고, 자책감에 부르르 몸을 떨고, 실수였다며 깊이 반성하고, 자기발전의 주춧돌로 삼고, 그런 것들이 성숙한 인간의 태도라면, 미안하지만, 어른 따위는 영원힌 되고 싶지 않다.

43p

 

오, 그러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판타지는 금물. 정신 거강에 독이 되리니.

82p

 

안녕, 2005년. 너는 나를 조롱했지만 나의 방식으로 나는 너를 사랑했다. 잘 가라. 내 서른한 살. 뒤돌아보지 말고.

148p

 

"뭘 하더라도 상처는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럴 수 있겠니?"

끝내 입 밖으로 내지 못한 그 말은 어쩌면 나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일지도 몰랐다.

286p

 

그때의 나도 내가 아닌 것 같고, 지금 여기 있는 나도 내가 아닌 것 같다. 현재는 언제나 부서질 것처럼 허약하다. 소멸해버리고 말 한 순간이라면, 영원히 유한하도록 뼛속에 각인시키고 싶다는 공격적인 욕망이 샘솟는다.

301p

 

반복할 수 없다면 후회하지는 않겠다.

432p

 

 

-------------------

읽는 데 꽤나 오래걸렸다. 소설은 한 번 잡으면 웬만해선 끝을 보는 편인데.

정이현의 지난 소설의 여파가 컸나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적어도 쓰지 않는 사람보다는 위대하다고

그러니 평을 하는 사람은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는 누군가의 말을

기억한다.

내가 정이현의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해서 일까?

훔치고 싶은 문장들은 몇 개 있었다.

그러나 서사는...오오~서사는.

 

이야기가 꽉꽉 차여져 있는 그런 소설을

왜 이렇게 요즘 한국소설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든걸까?

내가 모르고 잇는 걸까?

 

정이현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혔고, 30대 여성이 겪을 수 있는 우리 일상을 잘 묘사했지만, 그리고 중간중간 '그래 이 느낌, 이 표현이야'라고 무릎을 친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S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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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제국 - 개정판
이인화 지음 / 세계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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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제국>을 읽고 창덕궁에 가보고 싶어졌다. "아름답게 살고 싶다"고 유약하나 강단 있는 말을 외쳤던 <영원한 제국>속 이인몽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고 싶었다. 어차피 소설은 허구, 역사는 해석하는 자의 허구. 나는 그 허구 속에 한번 몸을 담그는 것이겠지.

 

며칠 전, 흔해빠진 묘사지만 정말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위로 하고 창덕궁에 갔다. 정조의 자취를 따라가 보고 노론과 남인의 사람들이 종종 걸음을 치며 달려 나갔을 그 궁궐을 내 발로 걸어보았다. 규장각 서고가 있는 주현루에는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표지판이 계단에 살포시 놓여있었다. 나는 발을 쫑긋 세우고 그 너머를 들여다보았다.

 

 ‘여기서 이인몽이 책을 읽었을 것이다.’

‘이 길을 정약용과 함께 걸었을 것이다.’

‘여기서 장종오는 <시경천견록고>를 쓰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쇠락한 누각. 빛이 바랜 단청이 스산한 느낌을 더했다. 정조가 학문연구를 위해 만들었다는 2층 누각 주합루. 1층은 규장각 서고이고, 바로 거기서 장종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영원한 제국>의 기나긴 하루 여정이 시작된다.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은 결코 만만치 않은 소설이다. 역사적 사실에 무지몽매하기도 했지만, 저자의 “유신”에 대한 입장에 언뜻 손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과연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정조는 강력한 왕권중심주의 국가를 원했으나 당시 실권세력이었던 노론은 신권을 중히 여겼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고, 그로인해 자주국가를 수립한 모든 국가들이 겪었던 절대주의 국가체계를 우리는 수립하지 못해 조선이 망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홍재유신이 실패함으로써 우리의 역사는 160년이나 후퇴했으며 후에 박정희의 10월 유신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는 작가의 논리는 뭔가 그 극단성으로 인해 무서운 감이 없지 않지만 정조의 개혁 문제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여지를 준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 상관없이 내가 이 <영원한 제국>에 빠져들었던 이유는 ‘이인몽’이란 인간에 대한 매력 때문이었다. 유약하고 성실하며 융통성 없고, 꿈과 희망은 큰 그런 선비였다.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고 부당한 처사에도 굴하지 않으며 한 점 티끌없는 인간으로 살고자 했던 순수청년.이라고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특히 내시감 서인성이 정조를 시해하려고 했을 때 이인몽이 몸을 날려 임금을 엄호했던 때와, 그 모든 것들이 정조의 조종에 의해서 였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그가 느끼는 충격-저자는 ‘삶의 심연’이라고 표현한다-, 그것이 추악한 권모술수라고, 더러워진 전하에게 충성하며 자신도 더러워 질 것이라고 고뇌하는 이인몽 옆에서 나도 같이 울고 싶어졌다.

 

결국 저자가 꿈꿨던, 혹은 주인공 이인몽이 꿈꿨던 '영원한 제국'에 대한 이상은 한갓 꿈으로 끝나버린다. 정조는 갑작스레 죽게 되고 노론에 의해 죽임을 당할 뻔했던 이인몽은 그후 30여 년을 떠돌아 다니며 이름 없이 살다가 정조의 곁으로 돌아간다. 그간 벌어졌던 수많은 일이 일장춘몽처럼 표표히 흩어져버린다. 정조의 부름을 받았던 추억이 이인몽의 스치고 그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그리고 그들의 ‘영원한 제국’은 이제 꿈으로만 남는다.

 

아주 오랜만에 생각의 표피를 떠도는 소설이 아니라 곰곰이, 마음 속 깊이 느낄 수 있는 소설을 만나서 참 즐거웠다. 저자와 생각이 다른 부분에 대해 내가 혼자 고민했던 것도 좋은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이인몽과 박지원의 대화가 생각난다.

“죽고 사는 것은 하늘에 달린 일. 사람은 그저 묵묵히 제 소신대로 사는 것이오. 내 피가 뛰는 가슴으로 느끼고 내 머리로 생각한 것이 그렇거늘, 날더러 어쩌란 말이야?” 2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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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세계사
크리스 하먼 지음, 천경록 옮김 / 책갈피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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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25일 읽고 쓰다

 

낡은 정설이 도전받는다는 단순한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이 더 많은 관념에 의문을 던지도록 추동하기에 충분했다.

....종교적 예언들과 갖가지 성경 해석의 불협화음 속에서 사람들은 그 모든 것에 대한 의구심을 공공연하게 드러낼 수 있음을 난생 처음 깨달았다.

-316p

 

계몽사상가들은 혁명가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상층 계급 인사들의 후에 의존하는 반대파 지식인들이었다. 그들의 희망은 사회 전복이 아니라 사회 개혁이었고, 그것은 사상의 전투에서 승리함으로써 달성된다는 것이었다.

-319p

 

그들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됐다"고 선언한 다음 비(非)백인들은 인간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331p

 

노예제가 자본주의의 성장을 낳은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성장이 노예제를 낳았다.

-334p

 

 

꽤나 오랜만에 사회과학서적을 읽었다.

8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이라 읽는 도중 생각의 여로에서

헤매기도 했고 저자가 간략하게 넘어가는 부분이 참 많아서

지식이 부족을 여실히 느끼기도 했다.

많은 역사서가 승리한 사람, 그 지도자를 중심으로 서술된 데에 비해 이 책은 말그대로 '민중', 일반 사람들의 세계사를 다루고 있다. 유럽의 세계사책이 언제나 그러하듯이 서유럽 중심의 역사서술이긴 하지만 간간히 동양-그래봤자 중국-의 역사도 들어가 있다.

 

어떤 상황 혹은 사건이 뒷 사건의 배경이 될 때

그에 대한 설명이 좀 미약해서 고민하게 했다.

또, 산업자본주의가 성장하면서 노예제가 발달했고

그러한 노예제의 발달이 인종차별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새로웠다.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부분이었는데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제3세계, 아프리카 문화의 발전에 대해

다시금 생객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대학교 1,2학년때 수업때문에 읽은 것을 제외하곤

정말 오랜만이네, 이런 책.

홍세화씨가 말한 대로 '세상에 대한 무관심은 불의의 토양'이라고

생각하니까 능력부족이어도 찬찬히 이런 서적 읽어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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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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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20일 읽고 쓰다

 

사실 목적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욕망은 떠나는 것이었다.

그가 결론을 내린 대로 "어디로라도! 어디로라도! 이 세상 바깥이기만 하다면!"(보들레르) 어디로라도 떠나는 것.

-52p

 

가정적 환경은 우리를 일상 생활 속의 나라는 인간, 본질적으로는 내가 아닐 수도 있는 인간에게 계속 묶어두려 한다.

-85p

 

매혹적인 사람이 이국적인 땅에 가게 되면 자신의 나라에서 가지고 있는 매력에 그 사람이 있는 장소가 주는 매력이 보태진다. 자신에게 없는 부분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는 것이 사랑이라면,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을 사랑할 때는 우리 자신의 문화에는 빠져 있는 가치들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도 따라갈 것이다.

-125p

 

"....이 시들은 괴로운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것이고, 날빛에 햇빛을 더하듯이 행복한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할 것이고, 젊은 사람들과 나이를 막론하고 품위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보고 생각하고 느끼도록, 그리하여 좀 더 적극적으로 또 안정되게 덕을 드러내도록 가르칠 것입니다. 이것이 내 시들의 임무이며, 나는 이 시들이 우리가, 즉 우리 가운데 죽을 운명인 모든 것이 무덤에서 썩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충실하게 그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워즈워스)

-188p

 

 

내가 차지하고 있는 작은 공간을......생각해본다......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또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무한히 광대한 공간들이 이 작은 공간을 삼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생각을 하면 내가 저기가 아니라 여기에 있다는 것이 무섭고 놀랍다. 나는 저기가 아닌 여기에 있을 이유도 없고, 따른 대가 아닌 지금 있을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누가 나를 여기에 갖다 놓았는가?

<팡세>, 단장 68

-217p

 

우리는 현재의 밑에 겹겹이 쌓여 있는 역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메모를 하고 사진을 찍는다.

-334p

 

우리가 10년 이상 산 곳에 뭔가 새로운 것이 나타난다는 생각은 하기 힘들다. 우리는 습관화되어 있고, 따라서 우리가 사는 곳에 대해 눈을 감고 있다.

......

그들은 자신의 우주가 따분하다고 생각하는 습관에 빠져 있다. 실제로 그들의 우주는 그들의 기대에 적당히 맞추어져 있다.

-335p

 

혼자 여행을 하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함게 가는 사람에 의해 결정되어 버린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도록 우리의 호기심을 다듬기 때문이다.

-341p

 

 

 

 

처음 손에 잡은 것은 굉장히 오래 전의 일같은데...

완독하는 데 아주 오래 걸렸다. 보통 이렇게 오랜 걸리면

그냥 덮어버리는데 난해하긴 했지만 어느 챕터를 펼쳐도 그냥

읽을 수 있어서 밤에 자기 전에 조금씩 봤었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은 읽을 때마다 점점 실망하지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제일 좋았다-

그래서 붙잡고 계속 읽는 이유는 그의 사유가 내 맘에 돌을 하나씩

던지기 때문이다.

늘 그러하다고 믿고 있던 많은 일상의 일에 대해

"왜"라는 물음을 던져 준다.

 

이 책은 알랭 드 보통이 직접 여행을 하면서 느낀 감정들과

내용을 충분히 뒷받침해주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한 장소(혹은 비슷한 여러 곳)에 안내자를 한 명씩 지정해놓고 그의 사유 방식을 따라 이야기를 전개해나간 점은 흥미로웠지만 너무 어렵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곱씹어서 되풀이해야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 꽤 많았다.

그래서 그렇게도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았던 거겠지.

으흠..

알랭 드 보통의 사유를 따라가기란 너무 힘들어. 좋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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