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생각의나무 우리소설 10
윤대녕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2005년 10월 7일 읽고 쓰다

 

"본인만 알 수 있는 사실을 가지고 우리가 고민할 이유는 없어. 남이 나한테 저지른 잘못을 가지고 내가 괴로워할 필요가 없듯이."

"그래도 그게 아니잖아요."

"더이상은 나도 모르겠어 유배 중인 사람은 남을 돌아볼 여유가 없거든."

"냉정하군요."

"뜨겁지 못할 바에야 오히려 차가운 게 나아. 항상 그 중간이 문제가 되는 거야." 

83p

 

"만약 그럴 만한 일이 있더라도 용서는 스스로 구하는 겁니다. 타인은 나를 용서해주지 않으니까요."

190p

 

"굶주림 때문이겠지요. 아귀 같은 굶주림 말입니다."

"그 나이에 벌서 그런 허기를 느낍니까?"

"아마 살고 싶음 때문이겠죠. 자신을 죽여서라도 다시 살고 싶은 겁니다."

246p

 

"항상 주위를 둘러보며 적이 있는지 없는지 살펴봐야 하는 거야. 이 어리석은 친구야. 가족을 빼면 상대는 모두 적이라는 걸 명심해. 그들을 관리할 줄 알아야 결국 살아남는 거야. 이 멍청한 친구야."

277p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삶에서 가장 절망스러웠던 순간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391p

 

 

윤대녕의 책은 처음이다.

그다지 읽을 마음은 아니었는데 표지가 너무 예뻤다.

내 맘에 쏙드는 디자인이었던 것이다.

 

책은 글쎄...

실망한 것도 아니고 적당히 감동받았지만

무어라 말로 표현하기가 참 어렵다.

읽고 있는 동안 설명투의 문체가 종종 거슬리긴 했지만

이것도 이 작가의 매력이겠거니 하고 읽었다.

 

불안. 경계를 살아가는 사람들.

외줄타기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 그래 어쩌면 작가가 말하려 하는 것은 삶이라는 외줄타기인지도 모르겠다.

아슬아슬하게, 좀 더 민감한 사람에게는 쥐약이 되는

그런 오돌오돌떨게 만드는 외줄타기.

경계에 서있는, 약한 사람은 삶에 대한 애정을 활활 불태우다가도

지쳐서 죽어버린다.

남아있는 사람은, 경계에 서있되 강한 사람은

삶의 의미-대체 뭘까?-를 지키고 살아가는 것일테고

둔한 사람들은 무감각하게 살아가는 거겠지.

 

마음속에 호랑이가 있었다.

잠자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울부짖으면서 수면으로 뛰어올랐다.

그래서 바다에 갔다.

바다에서 고기를 잡았다.

파닥파닥 움직이는 생명의 것들,

살육을 해서 삶의 허기를 채웠다.

그리고 살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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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쿨루스 1
야마모토 히데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2005년 8월 30일 읽고 쓰다

 

호문쿨루스(homonculous)란 라틴어로 작은 사람이라는 의미.

연금술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적인 생명일뿐 아니라

순수한 이성의 산물로 창조된 생명체라는 뜻.

중세 때는 원죄없는 순수한 인간을 만들려는 연금술사들의 호기심에 의해서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지난주에 [거북이북스]에서 있었는 작은 세미나(?)에서

미국 에이전시 하시는 분이 그러셨다.

일본 만화의 장점은 소재의 다양성이고

한국 만화의 장점은 감수성이라고.  

 

무엇은 무엇이다..라고 간단히 정의내릴 수는 없겠지만

일본 만화의 소재가 참으로 다양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나는 어떻게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발견해내서

만화로 그려내는 것인지 참 신기하다.

 

[호문쿨루스]도 내가 반한 것 중 하나.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잠재의식을 엿보게 한다.

아뿔싸!

이 만화책의 주제는 "엿보기" 혹은 "훔쳐보기"였구나.

두개골에 구멍을 뚫어 뇌의 활성화상태를 극대로 높히면

잠자고 있던 제6감이 깨어난다.

주인공의 제6감은 물체 혹은 기이한 형태로 변형된

무의식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어찌보면 사람들이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

무언가를 훔쳐보는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글을 쓰기 전까지는 못 느끼고 있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났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내 안의 나가

타인의 눈에 보인다.

그 내 안의 나는 비틀려져있고, 억눌려져 있으며

고통받고 있다.

주인공은 사람들이 그런 무언가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또 그만큼 자신의 억눌려있음을 보면서 괴로워한다.

일종의 트라우마?

 

이 만화책이 가지고 있는 내용과 의미는

너무 크고 폭발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절대, 혼자서 읽으면 안 됨!

그리고 한 번에 한 권씩. 곱씹어볼 내용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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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성
궈징밍 지음, 김택규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2005년 8월 30일 읽고 쓰다

 

김택규 선생님이 옮기신 책으로는 세번째 읽는 책.

개인적으로 얼른 왕후이의 책을 읽고 싶다.

중국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색다른 시각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산동대 도서관에서 글과 논문을 찾아본 기억때문.

 

[환성]은 인터넷 소설 답게 글의 호흡도 짧고, 스토리라인의 반복이 조금 심한 편이다.

그래도 고3이 이런 글을, 이렇게 방대한 상상력을 길렀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조금만 이야기의 복선을 깔아서

누가 범인인지, 어떻게 그를 찾으려고 모의를 하는지에 대해

독자가 알 수 있게 한다면 더 나은 소설이 되지 않을까..한다.

내가 둔해서 복선을 못찾는 것인가..ㅜㅜ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과는 또다른 느낌의 판타지 소설.

글의 배경이라던가, 또다른 세계의 펼쳐짐,

점성술과 마법등등의 내용

하지만 이야기의 주축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빙족과 화족의 싸움은 도입부와 마지막 부분에만 나와있어

약간 벙쩠다.

 

성궤나 서방호법이었다는 것은 뒤통수를 맞은 격.

(까악~~나는 이런 구조 넘 좋아~>.<)

그래도 미리 복선을 깔아두었음 좋았을 텐데.

봉황도, 까마귀에 대한 내용도.

그리고 연희도.

 

맨마지막에 캐슬이 이락과 남상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감탄이 나왔다.

굳이 분석을 하자면 불교의 윤회주의와

인간세계의 허망함같은 것으로 설명이 되려나?

사람들은 눈 앞에 보이는 것에 사로잡혀서

그 안에 들어있는 본질은 놓칠 경우가 많다.

그 처절한 슬픔이라니.

 나를 나로 인식하지 못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니.

 

그리고 결국 환생한 아이코스에 의해 죽는 캐슬.

"연제"라는 인물의 손아귀에 노는 주인공들.

그녀는 '신'일까?

그녀가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점은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신이라고 한다면, 그리고 주인공들을 인간이라 칭한다면

우리는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면서

신이 던지는 돌맹이에 맞아 우는 개구리들일까?

 

복선을 전혀 깔아주지 않고

나중에 그냥 범인을 찾아낸 이유를 설명해주는 작가에게

화가 났지만(그 이야기의 구조가 반복되어서)

마지막 부분에는 곰곰히 생각할 여지를 만들어주는 작가가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에 화가 났다.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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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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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30일 읽고 쓰다

 

"우리가 잃어버린 말들은 내표적이고, 우리가 얻은 말들은 지시적이지."

38p

 

"당연히 그렇겠지. 당신은 낭만주의자니까. 어딘가에 가고 싶어해서 거기까지 간 사람에게 무슨 낭만적인 구석이 있겠어?"

46p

 

"새로 책을 찾아 나서는 길은 언제나 인도 제도로 향해하는 것이며, 묻힌 보물을 찾아나서는 것이며, 무지개의 끝으로 여행하는 것이다. 그 끝에 금이 든 단지가 있든 그저 즐거운 책 한 권이 있든, 거기까지 가는 길에는 늘 경이가 넘친다."

202p

 

 

 

서재 결혼 시키키 - Ex Libris

이 책은 앤 패디먼이라는 저널리스트(아마도?)가 책에 대해 쓴 책 에세이다. 서재 결혼 시키기라는 제목은 책의 맨 첫 내용에서 따온 것.

그녀와 그녀 남편 서재에 있던 책들을 한데 모아 정리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책이 수많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읽혔고

널리 회자되었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유명한 구절등은 이미 다른 사람들의 책을 통해 먼저 접했고

-이것은 확실히 글을 읽을 때 느낌을 떨어드린다. 이젠 왠만해선 독서평은 안 읽을란다.

저자가 쓰는 유머는 내가 이해하는 범위를 넘어선 것이었다.

나는 영국문학은 물론, 미국문학에도 해박하지 않으며

내가 읽은 책은 연대순은 커녕 시대기별로도 충분치 않고

게다가 라틴어나 영어의 어원적 내용은 당연히! 모른다.

 

그래서 그녀의, 정확히는 그녀 집안의 도서습관이나

헌 책에 대한 내용, 책 보관문제등은 마음에 와닿긴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거리가 남아 있었다.

 

다만 부러웠다.

앤 패디먼이 그녀의 남편과 책들을 정리하면서,

어떤 것은 주제에 따라, 어떤 것은 나라별로, 어떤 것은 연대기별로

그렇게 분류해 정리해 놓는 것이.

몇 백권이 책이 나란히 정리되어 있을 그 책장이 모습이 떠올라

나는 부러웠다.

나도 곧 그렇게 할 수 있게되겠지?

 

우리집 책장의 한 쪽은 경영학과 자기계발서가-우리 오빠가 읽는

다른 한 쪽에는 소설과 에세이, 고전물이 혼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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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불안 / 체스 범우 세계 문예 신서 13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오영옥 옮김 / 범우사 / 1997년 1월
평점 :
품절


2005년 8월 29일 읽고 쓰다

 

무(無)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정신 속에서는 아무 것도 찾아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외부세계와 완전히 차단된 채 한 사람 한 사람씩 독방이라는 공간에 갇히게 되면 외부에서 오는 구타나 추위 대신에 각자는 자신의 내부에서 부터 올라오는 압력에 결국은 입을 열게 되고 마는 것입니다.

53p

 

아무 할 일도 없고 귀에 들리는 것도 없고 눈에 보이는 것도 없는, 언제난 끝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시간과 공간이 없는 진공상태에 있는 듯했습니다.

54p

 

...급히 왔다갔다 하는 그의 발걸음이 언제나 똑같은 간격으로 주위를 맴돌고 있는 것을 불안하게 바라보았다. B박사는 번번이 빈 방 한가운데서 방향을 바꾸어야 하는, 보이지 않는 차단기가 있는 것처럼 똑같은 공간을 맴돌았다.

94p

 

(이상 <체스>中)

 

대학교 1학년 가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도서관 3층, 문학분야의 책이 놓여있는 서가들 사이로,

그 오래된 시간의 먼지들 속에서 우연히 츠바이크의 책을 발견했고

축제로 떠들썩한 바깥과 창을 사이에 두고

나는 [체스] [모르는 여인에게서 온 편지]등을 단숨에 읽어내렸다.

그 후, [체스]는 내가 본 외국문학중 가장 좋은 것이 되었다.

 

전율이라고 말해야겠다.

B박사라는

인물이 자신이 이전에 나치에게 감금당했던 그 기억때문에

그리고, 그를 살게 했고 또한 가두게했던 체스 때문에

-체스책을 얻게 된 후 정신적 해방을 얻음과 동시에

편집증적인 매달림의 감옥에 시달리게 되었으니-

초조함으로

방을 왔다갔다했다는 것.

그런데 그 왔다갔다하는 것이, 인간의 무의식적인 행동이

예전에 자신이 감금당했던

그 방의 패턴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이

나를 전율케했다.

 

사람들의 심리파악을 잘 하는 작가라고 생각이 되었다.

근데 내가 이전에 읽었던 책과 이번 범우사의 것은

번역이 다른 듯.

번역가의 차이 때문인지

그당시 나의 느낌의 차이인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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