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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적(Lassi Rautiainen/The Finnish Nature Photographer of the Year 2007 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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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친구로 여기는 사람은 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커트 보네거트)
핀란드를 짧은 일정으로 방문해서 헬싱키 시내만 쓱 둘러보고 가는 사람들은 보통 "별로 볼 게 없군…"이라고 말한다.
서울의 1/6 크기밖에 안 되는 작은 도시 헬싱키. 수도가 된 지 채 200년도 되지 않은 이곳에는 오래된 역사적인 건물도 거의 없다. 그러나 핀란드 관광의 진짜배기는 인공적인 도시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도시를 벗어나야 시작된다.
세계에서 가장 호수가 많은 나라인 핀란드에는 무려 18만 개의 호수가 전국에 걸쳐 분포되어있다. 그리고 전 국토의 70%는 침엽수림이다. 핀란드에서는 사람 사이에 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숲이 있다. 오염되지 않은 호수와 숲 그리고 숲 속의 야생식물과 동물이야말로 핀란드의 경쟁력 있는 관광자원이다.
헬싱키시 외곽에 살고 있는 기자도 가끔 심야에 개와 함께 산책할 때면 야행성 야생 동물들과 마주칠 때가 잦다. 토끼·야생소·여우까지…. 아직까지 다행히 집 근처에서 곰과 맞닥뜨린 적은 없지만, 놀랍게도 몇 년 전 우리 집 근처의 번화한 곳까지 곰이 나타나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신문에는 곰이 숲에서 길을 잃어서 시내까지 잘못 나온 것 같다며, 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길을 인도해 줘야한다고 쓰여 있었다.
완전히 시내 중심가만 아니면 핀란드에서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쉽게 자연을 접하며 살 수 있다. 얼마 전 발표된 PISA(OECD의 '학업 성취도 국제비교 연구') 결과 중, 자연과학 부문에서 핀란드 학생들이 1등을 했는데 아마도 어릴 때부터 자연과 가깝게 지내온 점이 학생들의 자연과학 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숲과 호수의 나라 핀란드... 자연과학 학업 성취도 1위, 이유 있었네
핀란드 사람들의 취미 생활도 자연과 더불어 즐길 수 있는 것이 주류를 이룬다. 조류 관찰·사냥·낚시·야생버섯 채집 등이 사람들이 많이 즐기는 취미이다. 또한 취미가 자연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는 것인 사람들도 많다.
핀란드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1981년부터 '올해의 최고 자연사진상'이라는 사진전을 개최해오고 있다. 이 사진전은 북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인정받는 자연사진상으로서, 소재는 꼭 핀란드의 자연에서 찾아야 한다. 매년 상이 선정될 즈음에는 일반 국민의 관심도 많이 끄는데, 지금도 2007년 수상작이 각 도시를 돌며 성황리에 전시회를 열고 있다.
올해 그랑프리는 제목이 '추적'으로 늑대 가족이 곰 한 마리를 바짝 추적하는 사진이다. 좀처럼 마주치기 어려운 야생의 추격 장면을 잘 포착해낸 사진작가 라씨 라우띠아이넨(Lassi Rautiainen)씨는 벌써 20년 넘게 야생에 서식하는 맹수 사진만 찍어온 베테랑이다. 그는 이 사진을 찍을 때 곰이 일방적으로 당한 것은 아니고 커다란 덩치로 늑대를 돌아보며 위협하기도 했다는 뒷얘기를 전해주었다.
이밖에도 다음과 같은 작품들이 마지막까지 후보작으로 경합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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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덜미에 떨어지는 눈(Ilkka Niskanen/The Finnish Nature Photographer of the Year 2007 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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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꽃이 핀 자작나무에서 눈이 갑자기 떨어지며 분산되는 순간을 포착한 '목덜미에 떨어지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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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이나물(Samuli Lahtela/The Finnish Nature Photographer of the Year 2007 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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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에 핀 노란 동이나물을 찍은 '동이나물'
이 동이나물(동의나물)은 얼음이 녹기 시작할 때 피기 시작해서 핀란드에서는 봄을 알려주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이 꽃이 동이나물로 불리는 이유는 둥근 잎사귀를 접으면 물 한 모금을 담을 수 있는 작은 동이 모양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시인은 동의 나물을 두고 방긋방긋 눈웃음을 지으며 가득한 햇살을 머금은 듯 행복한 표정을 하고서 우리 앞에 나타난다고 말했다"(<주간한국>,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동의나물 편에서 인용)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역시 시인이라서 표현이 아주 적확하다. 얼음 속이지만 이 자그만 생명은 방긋 웃고 있기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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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회색머리아비(Jarmo Manninen/The Finnish Nature Photographer of the Year 2007 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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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제목이 '큰회색머리아비'이다. 이 새는 북극 근처의 추운 지방에 사는 새로 한국에서도 거제도 연안에 도래하는 겨울 철새로 알려져 있다. 이 새는 잠수를 매우 잘 하지만 둔하기 때문에 쉽게 희생되어 안타깝게도 나날이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되어 많은 인기를 끈 핀란드 작가 아르토 파실린나가 쓴 <기발한 자살 여행>이란 책에도 이 새가 여러 번 등장한다. 두 명의 자살예정자가 자살여행을 떠나 북극 근처 해안에 갔을 때도 이 새 이야기가 나오고 자살 여행 전의 복선으로도 이 새를 등장시킨다.
"그들은 휴식 시간이면 마음을 진정시키고 햇볕을 쏘이기 위해 항상 보트 선착장으로 나갔다. 렐로넨이 소시지 얹은 빵을 준비했으며, 대령은 커피를 끓였다. 호수에서 큰회색머리아비가 울어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핀란드에서는 보기 드문 희귀한 새였다. 새소리가 마치 자살자가 지르는 최후의 비탄처럼 귓가를 맴돌았다."
다음 사진 제목은 수빙(樹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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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빙(Jarmo Manninen/The Finnish Nature Photographer of the Year 2007 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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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빙은 소나무 같은 침엽수에 눈이 내렸다가 강추위로 그대로 얼어붙은 데 다시 눈이 쌓이면서 나무 전체가 눈 기둥으로 변한 것이다. 생긴 것이 괴물 같다고 해서 스노우 몬스터(Snow Monster)라고도 불리는데, 사람들이 생긴 모양새가 다른 것처럼 수빙도 똑같이 생긴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세계 몇 대 불가사의에 속하는 전설 속의 설인은 누군가가 이 수빙을 잘못 보고 만들어낸 얘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진 속 수빙은 조금만 건드리면 움찔거릴 것 같은 생생한 모습이다.
자작나무 눈꽃, 설인 연상시키는 수빙... 자연은 마음을 정화한다
다음 작품은 제목이 '얼음 진주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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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음 진주알(Jerkku Hannula/The Finnish Nature Photographer of the Year 2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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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비록 본상 수상은 실패했지만 일반 시민들에게 가장 높은 지지를 얻어서 인기상을 받았다. 풀잎 끝에 도르르 굴러 떨어지는 물방울이 추운 날씨 때문에 차마 떨어지지 못하고 얼음 진주알로 변해버린 영롱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잘 포착해내었다.
다음 사진은 올해 후보작 중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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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툼(Esa Nieminen/The Finnish Nature Photographer of the Year 2007 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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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다툼'으로 핀란드 다람쥐들이 아옹다옹 '귀엽게' 싸움하는 모습을 잘 포착해냈다. 사랑싸움인지, 아니면 도토리 싸움인지는 모르지만 얼굴 모습이 진지해서 더 코믹한 느낌이다.
다음 사진은 시내 도로 위를 질주하는 쥐 한 마리가 주인공이니 후보작 중 가장 소재가 특이했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핀란드에서 육안으로 쥐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이 곳에는 쥐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 사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지 쥐가 있게 마련인가 보다. 사진 제목은 '코너를 도는 쥐'이다. 소시지 '왕건이'를 획득한 후 잰걸음으로 어딘가 있을 아지트로 향하는 민첩한 쥐의 모습을 쥐의 눈높이에서 볼 수 있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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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너를 도는 쥐(Sami Kero/The Finnish Nature Photographer of the Year 2007 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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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이승', '못(池)', '북쪽에서 온 손님' 등이 올해 경합을 벌인 후보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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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Katariina Hirvonen/The Finnish Nature Photographer of the Year 2007 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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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Toni Karppinen/The Finnish Nature Photographer of the Year 2007 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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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쪽에서 온 손님(Tommi Tuomainen/The Finnish Nature Photographer of the Year 2007 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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