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가르쳐본 사람들은 안다. 선생이 얼마나 고달프고 진빠지는 일인지. 안가르쳐 본 사람은 절대로 모른다. 들인 노고에 비해 그 산출물은 턱도없다. 하루종일 목이 쉬게 가르쳐도 똑같은 실수를 끝도없이 반복할 때 가르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하는 회의에 빠지곤 한다. 시간당 수백만원을 받는 초특급 강사나 주 30시간을 가르치고 차비정도 건지는 초짜 강사나 교육의 성과가 느껴지지 않으면 좌절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즉 교육의 대가는 금전이 아니라 피교육생의 성과, 즉 무엇이 달라졌는가에 거의 전적으로 달려있다. 금전적 보상은 그 후에 따라오는 부수적 결과에 불과하다. (성과는 안중에 없으면서 강사료는 많이 받고자 하는 사람은 교육자가 아니다. 자기 위신이나 시간당 잇속만 따지는 이기주의자에 불과하다. 과연 나는 시간당 만원은 받아도 좋을만큼 아이들을 올바르게 변화시켰을까? 교사들이 초지일관하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교권의 추락이란 있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선생을 오래 하려면 돈보다는 내가 아이들을 어떻게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나에 우선 촛점을 맞춰야 하고, 반드시 그 대목에서 성공을 거두어 꼭 필요한 보람을 느껴야 한다. 이 기본구조가 성립되지 않으면 교직은 결코 오래 갈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내 생애의 아이들>에는 제법 많은 아이들이 등장한다. 그들 대부분은 집이 가난하거나, 몸이 약하거나, 아버지와 갈등을 빚고 있는 힘겨운 소년시절을 보내고 있다. 동네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문제아도 있고, 아무도 그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 잊혀진 아이들도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수업시간에 창밖의 자연풍광에 넋이 빠져 공상에만 잠겨있는 녀석들도 있다. 가브리엘 루아는 그 한사람 한사람에게 선생님의 눈길과 손끝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잔잔하게 피력한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그 아이는 지금 행복한 것일까. 그가 생각하고 꿈꾸는 것은 무엇일까. 그를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가르치는 것을 그는 얼마나 받아들이고 있나. 그를 위해 나는 무엇을 매일 준비하고 있나. 혹시 나는 이 아이의 부모가 내게 건네는 월급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만큼만 가르치려 하는 것일까?
많은 부모들이 선생을 존경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대한 만큼 성과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제는 그 기대마저 해골밖에 남지 않아 그저 성적이나 올려주면 다행일뿐이라고 바닥수준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원래는 그렇지 않았을거다. 사람을 만드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그들은 자식을 어엿한 한 개체로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선생에게 기대했을 것이다. 물론 그 기대는 여지없이 깨졌고, 그 책임을 교사에게 전적으로 묻는것도 무의미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도 간혹 그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올곧게 자각하는 교사들이 있어, 부모들은 선생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무엇을 가르치는지 부모에게 설명하기보다,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말하라. 그 아이들에게 지식을 주기 전에 믿음을 확인시켜주라. 이 선생님이 부모보다 나를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어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선생님이 내게 가르쳐주려고 하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깨닫게 해야한다. 그래서 아이가 스스로 참여하게 만들고, 이전보다 나은 성과를 만들어내게 하는 것이 교육이다.
데일리 콜은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부가 서비스라기 보다 우리 교육의 본령에 가까운 일이다. 만일 시간문제가 현실적으로 걸린다면 좀 더 효율적인 수단을 찾아봐야 한다. 한달에 한번 부모와 통화하거나, 모이게 해서 개별적인 인터뷰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하자. 그때 참고해야할 몇가지 사항은 다음과같다.
1. 교사가 자기 아이를 주목하고 있다, 즉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부모가 확실하게 느껴야 한다. 부모는 그것을 어떻게 느낄 수 있나? 부모는 선생이 자기 아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시험한다. 인상비평만으로는 부모의 테스트를 통과하기 어렵다. 그래서 PCSI나 MBTI같은 과학적 분석도구가 필요하다. 물론 그 결과만 갖고 얘기하는게 아니라, 실제로 접촉하면서 느끼는 점이 훨씬 중요하다. 두가지를 통해서 아이가 어떤 성격과 가치관, 스타일을 갖고 있는지 파악해두면, 부모를 만났을 때 쉽게 공감대가 생긴다.
2. 합당하지 않은 칭찬이나 대안이 부족한 지적은 부모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칭찬을 해주면 일단 부모들은 좋아한다. 그러나 부모들은 그 칭찬의 근거를 알고 싶어하고, 그 다음엔 뭘 어떻게 해야좋은지 궁금해한다. 나쁜 얘기 하기 싫어서 적당히 입에 발린 얘기를 하면, 오히려 선생에 대한 불신만 생기고, 다음에 정말 칭찬받을 만 한 상황에서도 선생과 아이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칭찬이나 지적 모두 객관적 데이터를 근거로 해야한다. 더 좋은 것은 데이터만 정확히 설명해주고 나머지는 부모가 알아서 판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칭찬은 한두마디로 족하다. 매일 수업을 하면서 발견하는 아이의 특성과 장단점을 메모해두면 훌륭한 자료가 된다. (아이가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는 것은 교사의 주관성이 너무 많이 개입되는 것이며, 부모가 필요이상으로 민감해지기 쉽다. 자칫 섣부른 메시지는 교사에 대한 불신을 품게 하거나, 혹은 아이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3. 지금 하고 있는 교육, 또는 다음에 받게 될 교육이 아이에게 어떤 성과를 내게 만들 것인지 설명해줘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해 부모가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 협의하는게 중요하다. 이 역시 부모에게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기 보다 교육의 핵심에 해당하는 사항이다. 지금 하고 있는 교육이 아이들 개개인에게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계속 모니터링해야 한다. 당신은 부모에게 그들의 아이가 지금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정확하게 설명해줄 수 있나. 앞으로 몇달 후엔 어떻게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정확하게 말해줄 수 있나. 각 선생들이 이런 작업을 일상적으로 하고 회사에선 그 경험치를 축적해자사의 독특한 성과향상 지표로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프로그램이나 진행방식을 수정보완해야 한다. 그래야 부모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부모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만든다. 결국 선생에 대한 신뢰와 존경이 높아지며, 교육의 성공가능성도 더욱 커진다.
이상의 대화원칙은 보통 선생들에게선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대부분 자기 교육프로그램의 장점을 침튀겨늘어놓고, 부모에게 섣부른 훈계나 아첨을 하곤한다. 아이에 대해 피상적인 인상비평과 다분히 감정적인 평가를 적당히 조합해서 늘어놓는다. 신중한 대안이나 향후 계획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아이들이 현재 우리 프로그램을 교육받으면서 어떤 구체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가정에서도 이런 점을 꼭 협조해달라고 요청하는 일은 없다. 그만한 애정도 관심도 없다는 증거다.
교육사업은 최고의 서비스사업이다. 한 아이의 인생을 놓고 펼치는 고객감동, 고객만족의 비즈니스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모들은 매우 잘 훈련된 고객이며, 매우 의심이 많고 판단도 정확한 고객이다. 교육의 본령에 집중하는 것만이 이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전략이다. 아이들에 대한 더욱 구체적이고 올바른 교육방침 못지 않게 부모를 어떻게 교육에 동참시킬 것인가도 중요한 전략이다. 부모가 참여하는 만큼 우리 교육의 환금성도 높아지고, 지속성도 더욱 강해질 것이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정리하고 실험하는 도전정신, 프로근성이 없이 정해진 대로 하루하루 때워나가는 교사는 자연도태돼야한다. 그것이 피차를 위해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