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 올릴 만한 글인가 잠깐 생각해보았다. 오늘 아침 홈쇼핑에서 프랭클린 플래너를 파는 걸 봤다. 세계적으로 처음 있는 일 아닌가 싶다. 그만큼 대중화되고 있단 얘기인 것 같다. 나도 이년 전 쯤 오늘 홈쇼핑에서 맹활약한 분으로부터 고맙게 선물 받아서 한동안 써봤는데 체질적으로 안맞는 것 같다.(그래서 누구나 이 플래너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쇼핑 호스트는 <플래너는 다이어리가 아니다, 성공의 수단이며 시간관리의 도구>라고 목이 터져라 외쳐댔다.

신나는 아이들 주식회사의 코치라 자칭하면서 <키즈 플래너>에 대해 한마디 안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차에 신년벽두 상쾌한 마음으로 정독해보았다. 게다가 다이어리가 아니라고 하지 않던가.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자의 7가지 습관>에 나오는 중요한 원칙들을 시스템으로 구현한 것이 플래너일진대, 아이들의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꼼꼼히 읽어보았다. 어떤 책을 이렇게 자질구레하게 트집잡는 심정으로 읽어보겠는가. 부디 <키즈 플래너>가 잘 만들어지는데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냥 인상비평만으론 마음에 차질 않아 평소 생각하던 <사명서 작성하기> 시나리오도 만들어 보았다. 몇몇 집에서 시간을 내어 실천해보면 한결 완성도가 높아질게다. <키즈 플래너>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면 더 좋은 대안이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사실 <키즈 플래너>일독을 마치면서 내 사명서를 대충 만들어본 것도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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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벽두에 가장 먼저 한 일이 키즈플래너를 정독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침 11시부터 3시간동안 <어떻게  키즈 플래너를 잘 쓰게 할 것인가> 교육방법을 생각하면서 읽어보았지요. 일람후 소감을 피력합니다.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1. 발견하라.

이 플래너의 골격은 <발견하라><계획하라><실행하라> 세부분으로 돼있다. 우선 <발견하라> 즉 나는 누구이고 무엇이 되려고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븐 해빗의 가장 핵심이 비전설정이라면 바로 이 대목일텐데 다른 부분보다 훨씬 무성의하게, 반 페이지 정도 분량에 그나마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만 잔뜩 던지고 넘어간다. 아이들에게 비전 설정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차라리 <발견하라>의 목적을 <자기 사명서 쓰기>로 정하면 훨씬 분명해질 수 있을 것이다. p182의 사명서 쓰기를 앞으로 돌리는게 좋겠다. 그런데 사명서 쓰기도 비전설정만큼이나 쉽지 않다. 이를 위한 별도의 프로세스를 만들어야겠다. <사명서 쓰기>를 진행하려면 아이에 대한 정보도 많아야 하고, 무엇보다 기대와 관심이 커야 한다. 그래야 아이의 속 마음을 열 수가 있을 것이다. 솔직히 이 작업을 학교에서 한다는 것은 무리다. 오히려 가족 프로그램으로 돌리는게 나을 수 있다.

<가족 사명서 쓰기> 시나리오를 만들어봅시다.

저녁 9시쯤 가족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입니다. 가벼운 클래식이나 피아노 소품을 틀어놓고 촛불 두어자루를 켜놓습니다.

진행 순서는

(1) 2004년 이런 사람이 되십시오.

(2) 2004년 저는 이런 사람이 되겠습니다.

(3) 각자에게 나눠주고 읽기

(4) 2004년 12월31일에 나는 이런 칭찬을 듣고 싶습니다.

(5) 2003년 당신을 칭찬합니다.

(6) 다함께 기도와 박수를.

굳이 한 아이를 대상으로 하지말고 가족 모두가 참여하는 것이 좋겠군요. 하나하나 그려봅시다.

(1) 2004년 이런 사람이 되십시오.

가족 구성원 개개인을 대상으로, 오직 그 사람을 위한 내용만 쓰도록 합니다. 예를 들면 딸아이가 아빠에게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쓰는 것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딸아이를 위한 것일 뿐, 아빠를 위한 것은 아니니까요.

종이를 석장씩 나눠주고 자기를 뺀 가족 개개인에게 씁니다. 모든 서술방식은 <존대말로>, <가능하면 구체적으로>, <우선순위에 맞춰>,<최소한 세가지 이상>을 원칙으로 정합니다. 시간은 꽤 많이 걸릴 겁니다. 대부분 이런 일은 처음일테니까. 시간제한은 없지만 30분 정도로 정해놓는게 좋습니다.

쓴 것은 나눠주지 말고 갖고 있습니다.

(2) 2004년 저는 이런 사람이 되겠습니다.

조금 큰 종이를 한장씩 나눠주고 내년에 자기가 되고 싶은 것을 동일한 서술방식으로 쓰라고 합니다. 이것은 금방 할 수 있습니다. 15분 정도 주면 충분하겠지요. 아마 분량도 (1)보다 훨씬 많을 겁니다. 

이것도 그냥 갖고 있습니다.

(3) 각자에게 나눠주고 읽기

(1)번 쪽지를 각자에게 나눠줍니다. 그리고 한사람씩 그 내용을 큰 소리로 읽게합니다. 가족들이 준 쪽지를 다 읽으면 내가 쓴 (2)를 역시 큰 소리로 읽습니다.

아마 상당부분 (1)과 (2)가 같을 겁니다. 그러면서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약간씩 다르게 표현이 되겠지요. 딸아이가 오빠한테 하는 말과, 엄마가 아들에게 하는 말이 조금 다르다는 것이지요. 자연스럽게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게 됩니다.

다 읽고 나서 서로 토론을 합니다. 가족들은 각자의 바람을 설명하고 당사자는 그 얘기를 경청한 후 (2)자신의 사명서에 우선순위로 매겨진 것을 수정합니다.

이렇게 한바퀴 돌면 한시간쯤 걸릴 것입니다. 

(4) 2004년 12월31일에 나는 이런 칭찬을 듣고 싶습니다.

매우 의미있는 코너입니다. 다들 바라는 게 많을 것입니다. 각자 칭찬받고 싶어하는 내용을 옮겨 적고 잊지말도록 합니다. 이 코너는 자기 사명서에서 특별히 관심을 쏟고 있거나 뭔가 희망을 품고 있는 대목이 무엇인가를 자연스럽게 드러냅니다. 

즉 사명서에는 다소 가식적이거나 형식적으로 써놓을 수 있지만 칭찬받고 싶은 대목에선 그것이 솔직하게 표현될 것입니다.

30분정도 걸리겠지요.

(5) 2003년 당신을 칭찬합니다.

(4)번 코너를 진행하다보면 내친 김에 칭찬 한마디씩 하자고 제안합니다. 칭찬을 받은 가족들은 무척 감동할 것입니다. 칭찬은 분위기를 좋게 만들거나, 지루함을 극복할 때 적절하게 쓰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15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6) 다함께 기도와 박수를.

코너가 모두 끝나고 마무리를 어떻게 할까 고민했는데 어머니의 기도로 정리하는게 좋겠다 싶습니다. 준비 없어도 어머니의 기도는 아이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가족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고개숙여 기도한 후에 우렁찬 박수를 치고 해산.

비전설정만큼 지극히 사적 영역의 개인적 주관이 개입되는 작업은 학교보다 가정에서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진행지침만 정확하게 주면 사전 학습이 없어도 아주 잘할 수 있습니다.

다들 글쓰고 나눠주고 발표하고 토론하니까 자발적이 되고, 적극성을 갖게되며, 한마디해도 책임을 느끼게 됩니다. <그냥 인상비평 정도 나올 것이다>, <얘기하다가 고성이 오가거나 누가 울지도 모르겠다>하고 걱정하지만 기우에 불과합니다. 처음부터 존대말을 쓰고, 좋은 얘기, 격려와 칭찬만 한다고 정해놓고 진행자가 그 원칙을 잊지만 않는다면 문제 없을 것입니다.

개인별로 작성하는 시간차이가 나기 때문에 짬히 시간을 메꾸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지요. 집집마다 지진아들이 있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는 게임이나 그림그리기, 퀴즈를 준비합니다.

절대 피해야할 것은 한 아이템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든가, 부모가 소리 비슷하게 얘기를 끈다거나, 이들을 주눅들게 한다면 별로 좋은 효과를 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자, 이렇게 해서 <발견하라>의 목적 <자기 사명서 쓰기>를 끝마쳤습니다.

2.계획하라.

이 항목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계획을 수립할 때 반드시 유념해야할 사고틀이므로 반복적으로 암기하는게 좋습니다. 그런데 설명이 다소 난해하고 불합리합니다.

<목표가 SMART해야 한다>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Specific, Measurable, Action-oriented,...이런 단어를 읽지도 못합니다. 뜻은 당연히 모르지요. 그렇다면 SMART는 오히려 이해에 걸림돌만 됩니다.

<Masurable 시한을 정한다>와 <Timely 충분한 시간을 갖되...>는 어른들도 구별하기 힘든 비슷한 개념입니다. 차라리 <목표를 숫자로 파악한다.> <시간을 촉박하게 잡지 않는다> 정도로 바꾸면 어떨까요. 영어표현보다 용례를 더 많이 설명해주는게 좋겠습니다.

하단부의 <목표는 현명(WISE)한가>라는 항목은 빼는게 낫겠습니다. WISE의 내용도 구체적이지 않고, 각각의 차별성도 없습니다. 게다가 감성적인 항목들이어서 용례를 들기도 쉽지 않습니다.

<시간매트릭스>의 4가지 카테고리에 들어간 용례들은 재고해봐야겠군요.  3항목의 불필요한 일, 사소한 문제, 4항목의  뒤로 미루는 일 등은 선생님들이 설명하다가 말이 턱 막혀버릴 겁니다.

<계획하라>의 하일라이트는 목표실행 7단계입니다. 이건 무조건 외워야 하는 항목입니다. 즉석에서 외울 수 있도록 경쟁을 붙이거나 게임을 통해 재미있게 암기하도록 진행하십시오. 물론 머릿속으로 그 단계를 연상하게 만드는 것이 요합니다.

3. 실행하라.

P16의 좌측 단계 1,2의 제목이 빠져있습니다. 우측과 중복된다면 다른 내용을 넣는 것이 좋겠지요.

단계3. 실행하라.의 내용을 <성적이 쑥쑥 올라가는 공부방법>으로 예를 든 것은 학부모들이 키즈플래너를 좋게 평가할 수 있는 아이디어입니다. 다만 그 내용을 좀더 치밀하게,  플래너의 철학에 맞게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읽다보면 좀 엉뚱하군요. 밑의 시험잘보는 법도 마찬가지입니다.

P18 <듣고 말하기>의 상단부는 그대로 괜찮을 듯 한데 <글쓰기 전에 생각하라>는 매우 어렵고, 게다가 유용하지도 않습니다. 차라리 좀더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방법론을 제안하는게 낫겠습니다. 이를테면, 글을 잘 쓰려면 말을 잘하면 됩니다.(말을 그대로 글로 옮기면 되니까요.)  말을 잘하려면 잘 듣는게 중요합니다.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겠지요. 책을 읽을 때 소리내어 읽읍시다. 그 소리를 내 귀가 잘 들으면, 을 잘하게 되고, 곧 글도 잘 쓰게 될 것입니다.

맨 밑의 박스 <글쓰기 방법>도 너무 어렵고 불필요한 얘기가 많습니다. 몇가지 포인트만 집어내서 간단하게 알려주는게 좋겠지요. 6하원칙만 외워서 빼먹지 않고 잘 쓰게 만들어도 그게 어딥니까. 가능하면 외울 수 있게 정리해주고, 그것을 게임이나 오락을 통해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합시다. 그리고 수업을 시작하거나 플래너를 쓸 때 꼭 한번씩 반복해서 암기효과를 강화합시다.

P22 <키즈 플래너 이용법>에는 오타가 두군데 있습니다. 첫줄에 <플래너를를>이라고 돼있고, 밑에서 네번째줄에 <매주의 게획>이라고 돼있습니다.  P18에 기억하기 끝대목에 <태종태세...>라고 잘못 적혀있군요.

<감정계좌>는 키즈플래너의 꽉 막힌 이성적, 제도적 틀을 풀어주는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다만 (+)(-)로만 표현하지 말고, +100, -50 이렇게 숫자로 계량화해서 만약 적자라면 빨리 좋은 일을 해서 흑자로 만들어 놓도록 하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좋은 일도 레벨화해서 가장 좋은 점수는 어떤 경우에 주는 지 물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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