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레이싱>이라고 불리우는 최악의 경주가 있다. 자동차와 모터사이클로 9천956킬로미터를 달리는 <다카르 랠리>. 그리고 21주동안 자전거로만 3천220킬로미터를 달리는 <뚜르 드 프랑스>.

 지난 12일 이태리의 모터 사이클 주자 파브리지오 메오니가 경주 중에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2001년, 2003년 이 랠리의 우승자이기도 했다. 그의 사망으로 <다카르 랠리>가 시작된 1978년 이후 45명의 선수가 경주하다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뚜르 드 프랑스>역시 그에 못지 않다. 그토록 오랜 기간동안 레이싱이 벌어져도 막판 결승점에선 3,4초라는 박빙의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기 일쑤다. 이 대회를 5연패한, 살아있는 신화 랜스 암스트롱은 이렇게 말했다.

 "단 1초라도 중요하지 않은 순간은 없다. 줄일 수 있는 시간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 내 몸의 극히 작은 부분까지도 구석구석 연마해야 한다고 나는 플로이드(팀의 신참 동료)에게 말했다. 운동복 상의 소매를 어떻게 디자인 하느냐에 따라 몇분의 1초를 단축할 수 있다."

 웬만큼 수준에 도달하면 모두 훌륭한 선수다. 그들 중에 지독한 훈련을 하지 않는 선수는 없다. 그런데도 누구는 우승하고 누구는 좌절한다. 그 차이는 사소한 부분까지 완벽을 기하느냐에 달려있다. 아주 근소한 시간차이라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이 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간에 대한 강박을 갖고 있다. 내가 이렇게 슬럼프에 허덕이는 동안 경쟁자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무슨 소문을 들은 걸까? 오늘 안부 전화라며 걸려온 그의 말투에서 묘한 쾌감을 감지한다. 이러면 안되는데. 냉정해지려고 두 눈을 부릅떠도 칼 끝은 가물거리고 식은 땀만 흐른다.

 사업하는 내 친구들에게 슬럼프 탈출비법을 물었더니 의외의 답들이 나왔다. 이과 출신 한 녀석은 수학 정석을 꺼내서 아무 페이지나 열고 정신없이 문제를 푼다고 한다. 문과 녀석이 픽 웃는다. 그 놈은 종합영어에 나오는 숙어를 외운다나. 얼마나 집중하는지 땀이 벌뻘 난다고 했다. 그렇게 한식경이 지나면 급한 불은 대충 꺼진다는 것이다. 예상외로 책상 맨 아랫서랍에 닳아빠진 정석이나 종합영어가 들어있는 사장님들이 많단다.

 비슷한 예지만, 슬럼프에서 가장 빨리 빠져 나오는 비결은 <시간을 잘게 쪼개는 것>이라고 한다. 안팎의 타격으로 생활 리듬이 뒤죽박죽 됐을 때 프로들은 시간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분 단위로 일을 잘게 쪼개서 시간당 집중력을 최대화한다. 앉아서 속끓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그들은 안다. 그렇다면 실행 계획을 치밀하게 짜서 로봇처럼 아무 잡념없이 해치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수 밖에 없다.

 시간은 그 자체로 가치를 갖지 않는다. 그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랜스 암스트롱은 결정적인 순간에 승리하기 위해 시간을 쓴다. 운동복을 연구하고 근육과 심장을 단련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얼마나 효과적으로 내 시간을 쓰고 있는가. 마음이 공연히 급해진다. 책장에서 이런저런 책들을 끄집어내 책상에 쌓아놓는다. 컴퓨터에 폴더를 수두룩하게 만들어놓고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밤 늦게까지 북새 떤 다음날, 늦잠 자고 일어나면 상황은 종료된다.     

 이럴 때 시간을 잘게 쪼개라 했다. 사소한 일에 시간을 배정한다. 요즘 씀씀이가 헤픈데 금전출납부를 다시 써야겠다. (재작년에 손바닥만한 출납부를 천원주고 샀는데 덕분에 천만원은 아꼈던 것 같다.) 요건 하루에 십분 짜리. 선물받은 성경책이 이틀째 그 자리에 있다. 일하다보면 손에 안잡힌다. 자기 전에 십분만 읽자. 일어나서 쓸데없이 TV보지 말고 역시 십분동안 플래너를 챙겨보자. 피부가 거칠어졌다. 5분만 투자하면 보들보들해질 텐데. 무조건 30분은 책을 읽고, 어떤 일이 있어도 30분은 글을 쓴다. 이렇게 늘어놓다 보니 하루해가 모자랄 지경이다.

 대단한 각오 없이 시간을 쪼개보자. 거창한 계획 말고 안해도 그만인 일을 그 시간에 묶어주자. 그러면 일곱 난장이같은 작은 습관들이 내게 돈을 벌어 주고, 믿음을 튼튼히 해줄 것이며, 성공하는 자의 습관을 갖게 해줄테고, 주름살까지 활짝 펴서 날 젊은 오빠로 만들어 주리라. 믿숍니다.  

 아래사진은 랜스 암스트롱의 멋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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