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프리랜서 해외통이다. 올해로 마흔셋이 된 그는 몇년전부터 프리랜서 생활에 불안감을 느껴왔다. 최근 외국의 대기업이 국내 제휴선을 찾는 일을 도와주다가 모 기업으로부터 영입 언질을 받고부터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덜컥 결정하자니 그 기업의 규모도 작고, 동선도 많이 협소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포기하기도 좀 그렇다는 것이다.
P: 국내 기업과 구체적인 언질이 오간 것은 아니지만, 마음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이번 일의 향방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만일 그 제안을 받아들일 양이면 단순히 이번 일뿐 아니라 챙겨야할 일이 많을테니까요? 기업에 들어가야 할까요, 아니면 더 기다려보는게 좋을까요?
C: 우선 프리랜서 생활에 불안감을 느끼게 된것이 아마 동기가 된 것 같은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P: 30대에는 솔직히 겁나는게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거침없이 벌였고 대부분 성공했거든요. 그런데 마흔이 넘으면서 일이 하나둘씩 실패하기 시작하면서 작년에는 거의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창피한 얘기지만 운이 없어서 그런가 싶어 점을 보러가기도 했습니다. 프리랜서가 이렇게 오랜기간동안 슬럼프에 빠지면 네트워크 관리가 안되거든요. 누가 성공도 못하는 프리랜서에게 일을 맡기려 하겠습니까? 실패의 원인을 생각해보니 자꾸 초조해하면서 일을 서두르고, 그러다 무리수도 많이 범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업에 들어가 좀 안정적으로 일을 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C: 자꾸 몰리는 듯한 압박감을 느끼셨다구요? 그전에는 자신감으로 충만했는데 한두번 실패했다고 그렇게 되진 않았을텐데, 한번 기억을 되살려 봅시다. 실패가 계속 반복될 것 같은 예감 같은게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요? 무엇이 당신을 계속 초조히게 만들고 있습니까?
P: 푸닥거리를 하든지, 뭔가 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하게 일이 잘 돼다가 갑자기 깨지는 일이 많고, 성사돼도 꼭 끝이 깔끔하지 않아 뒷통수를 맞거나 손해보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일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너무 사기꾼과 거짓말장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프리랜서 입장에서는 항상 약자일수 밖에 없거든요. 인복이 없는걸까요?
C: 하시는 일이 외국과 국내를 연결하는 일이라면 대개 매치메이커 역할을 하시겠군요? 그 역할의 성공요소가 무엇인가요?
P: 서로 원하는 최적의 파트너를 찾아 연결시켜주고 최고의 성과를 내게 하는 것이 CSF입니다. 양자가 WIN-WIN하는 게 핵심입니다. 그래야 제 수고의 댓가도 제대로 받을 수 있구요.
C: 알겠습니다. 당신이 실패했다는 건 관계자(당신을 포함해서)들이 만나서 WIN-WIN을 못했다는 뜻이겠군요? 만나서 좋은 성과를 못 거두었거나, 아니면 공정하게 성과배분이 안됐든가. 일반적으로 성공한 사례를 떠올려보면 어떻게 해야 WIN-WIN 하던가요?
P: 글쎄요, 말씀하신대로 시너지효과가 반드시 나야겠죠. 그래야 나눌 게 있으니까요? 사실 1+1이 2보다는 커야 얘기가 됩니다. 그냥 2거나 그 밑이라면 거래 자체가 무의미해지니까요.
C: 일을 하시면서 시너지효과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서로 공유하고 계시겠지요? 역할분담과 성과배분에 대한 합의도 계약으로 분명히 정하지 않나요?
P: 그냥 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다들 그바닥에선 선수들이니까요. 계약도 자세한 내용을 적어넣으면 눈살을 찌푸리곤합니다. 뭐 그런 걸 다 넣으냐면서 일만 성공하면 확실하게 보상할테니 걱정말라면서, 이런 계약서를 들고 오너한테 못간다고 대개 난색을 표하지요.
C: 그렇군요. 지금 말씀하신 걸 들어보면 업 자체가 성공률이 높아야 하는데 그러자면 윈윈관계를 확실히 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 시너지효과가 분명히 예측돼야 하며, 성과배분도 정확하게 약속돼야 하는데 우리 업계 풍토상 그게 잘 안되서 번번히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 맞습니까? 그렇다면 기업에 들어간다는 것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도가 되는 건가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기업에 들어가든, 프리랜서로 있든 성공하기 힘들 것 같아서 묻는 겁니다.
P. 아무래도 기업에 들어가면 생활이 안정되고 기업이 요구하고, 기업에 필요한 일에 우선 집중하게 되니까 그만큼 일의 완성도가 높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너지 효과도 더욱 분명해질테구요. 성과배분 때문에 신경전을 벌이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 점이 편할 것 같습니다.
C: 기업에 가시면 그런 점은 확실히 장점이 되겠군요. 혹시 염려하고 있는 문제는 없습니까?
P: 이 나이에 들어가서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워낙 프리랜서로 굳어져 있는데. 그리고 일이년은 버티겠지만 내내 보장될까? 만일 몇년뒤에 다시 나오게 되면 지금보다 더 상황은 안좋을 것 같은데. 뭐 이런 걱정이지요.
C: 물론 신입사원처럼 처음부터 배워가며 직장생활을 할 수는 없겠지만, 앞서 말씀하신대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기업에 가시는 거라면, 밖에 있는 것보다 훨씬 상황이 좋아질 것 같은데요. 그리고 그렇게 성공하게 되면 회사내에서의 입지도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그동안 연속되는 실패로 조금씩 실망해왔던 외국의 파트너들도 당신이 성공을 거두게 되면 다시 좋은 평판을 갖게 되지 않겠습니까?
P: 옳은 말씀입니다. 제가 그동안 너무 위축돼서 자신을 잃었던 모양입니다. 제가 도피처로 기업을 생각하지 않고, 현재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라면 그곳의 생활을 불안하게 생각할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주눅이 들어있었나 봅니다.
C: 그렇다면 아직도 한가지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지금 제안해온 그 회사의 규모가 작은 것 같아 마음에 걸린다고 말씀하셨는데, 당초에 원했던 회사는 대기업이었나요?
P: 제가 전문성을 갖고 있는 영역에 관심을 갖고 있는 재벌기업이 두세군데 있습니다. 그 쪽에 가면 제가 더 많은 일을 할 수도 있고 해외의 네트워크 관리도 더 잘될 것 같아서요.
C: 혹시 그런 대기업에서 일하기가 더 어려울수도 있지 않습니까? 거기서 일하던 사람들도 많이 나오는걸 보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P: 물론입니다. 대기업이라고 일을 무조건 많이 벌일 수 있는 건 아닐겁니다. 역시 그곳에서도 성과중심이니까 제대로 성과를 못내면 금방 위축될 수도 있구요. 사람이 많다보니 해외통도 저만 있는게 아니라서 잘못하면 꼼짝 못하게 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겁니다.
C: 지금은 당신이 다만 한두개라도 확실한 성공케이스를 만드는게 스스로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을 많이 벌여서 그중 한두개를 성사시키기 보다 일을 정확하게 진행해서 윈-윈하고 시너지내는 프로세스를 확실하게 챙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P: 그러기에는 지금의 회사도 그렇게 영세한 규모는 아닙니다. 지금 제게 필요한 일을 하기엔 대기업보다 어쩌면 저를 더 많이 믿어주고 인정해주는 그런 회사가 나을 것 같습니다. 오늘 이렇게 좋은 코칭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C: 좋은 결론을 얻었다니 다행입니다. 다음에는 <운>에 대한 얘기를 했으면 합니다. 사람들은 일이 갑자기 안되면 운의 탓으로 돌리곤 합니다. 저 역시 그랬구요. 하지만 운이 몇년동안 계속 나쁘다고 하기엔 뭔가 미심쩍은 점이 있습니다. 혹시 비슷한 유형의 실패를 계속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내가 운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 반성해야할 점은 없는지 시간을 갖고 대화를 나눠보도록 합시다.
P: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