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사 유본부장은 여성 광고인으로 매우 유능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작년에도 그녀의 부서는 수주실적으로 사내 선두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들어 경영상태가 좋지 못해 회사는 갑자기 임금동결을 선언했다. 그동안 회사에서 상당한 인센티브가 있을테니 기대해도 좋다고 호언장담했던 그녀는 본의아니게 약속을 지키지 못한 셈이 되고 말았다.

"회사 사정이 안좋으면 임금동결 할 수 있죠. 그러나 미리 얘기좀 해주면 안되나요. 엊그제까지 걱정말라고 부서원들에게 얘기했던 제얼굴을 뭐가 됩니까? 부서장회의때 어필해봤지만 사장은 들은 척도 안하고 설득하란 얘기만 합니다. 광고회사에서 사람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어쩌려구 그러는지. 회사에 정이 떨어지려고 합니다."

Q. 부서원들에게는 뭐라고 약속하셨습니까?

A. 작년에 회사 전체실적의 절반을 우리 부서에서 해냈습니다. 화이팅이 대단했지요. 불철주야 고생하는 팀원들에게 회사가 반드시 보상해줄테니 열심히 해보자고 했습니다. 그중에는 다른 회사에서 스카웃하려는 사람도 있었고, 이년동안 임금이 안올랐던 사람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배려해줄 테니 걱정말라고 했지요.

Q. 이번에 회사의 동결조치가 내려졌을 때 본부장님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씀하셨습니까?

A. 회사의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본부장에게 얘기도 안하고 이런 식으로 해서 사람들이 남아날 수 있겠느냐구요. 하지만 사람들은 잘 이해해주더군요. 요즘 회사가 어렵다는 걸 다 아니까요. 여하튼 제 체면은 말이 아니게 됐습니다.

Q.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본부장님은 이제 어떻게 되길 바라십니까?

A. 최소한 몇몇 사람은 반드시 보상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안되면 사람관리를 할 수가 없습니다.

Q. 물론 회사측에 말씀하셨겠지요? 어떻게 말씀하셨습니까?

A. 회의시간에 제가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작금의 조치는 우리 부서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렸다. 이래선 제가 통솔하기 어렵다. 하다못해 몇몇 사람은 구제돼야한다.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별반응이 없더군요. 화가 나서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Q. 그 회사 사장님도 업계에 오래 계신 분인데 본부장님의 타당한 지적이라면 묵묵부답일 리가 없지 않습니까?  회사측에서 그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다른 본부장들은 어떤 입장이던가요?

A. 글쎄요. 사실 회사가 생각하기에 사람은 많으니 나갈테면 나가라, 뭐 그런 입장일수도 있겠지요. 딱이 틀린 얘기도 아니구요. 워낙 인력풀이 많잖아요. 이바닥이. 다른 본부장들요? 그 사람들은 아무 생각없어요. 다들 강건너 불구경이더라구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Q. 혹시 예전에도 이런 비슷한 일들을 경험하지 않으셨나요?

A. 그러고보니 이런 일을 자주 겪는 것 같습니다. 회사를 옮길 때마다 이런 일들이 생겨서 애정을 잃고 다른 곳으로 옮기곤 했으니까요. 그런데 왜그러시죠?

Q. 네. 본부장님께서 부서원들에 대한 애정때문에 회사와 갈등을 빚는 일이 왕왕 있을 것 같아서요. 본부장님께선 직장생활을 오래 하셨으니 중간간부의 역할, 즉 꼭 해야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과 해서는 안될일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번 일과 관련해서 생각해보시지요?

A. 회사의 입장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일, 부서를 관리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일은 꼭 해야하는 일이고, 할수 있는 일이라면 회사측에 부서장의 입장과 판단을 전달해서 반영케 하는 것이고, 해선 안되는 일은 지나친 간섭과 월권이겠지요. 제가 그러고보니 입장을 정확하게 잡지 못한 것 같습니다. 책임질 수 없는 보상을 장담했고, 부서의 이해를 정확하게 관철시키지도 못했습니다. 거기서 문제가 생겼군요. 직원들에게 실망을 주게 되고, 회사에 대해서도 부서장에 대한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으니. 어떻게 하죠?

Q. 그런 문제가 반복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굳이 핑계를 대자면 관리자 교육을 제대로 받을 기회가 없었고, 실무자들과 엉켜 일을 하다보니 관리자로서 제 역할과 책임권한을 정확히 몰랐던 것 같습니다. 자꾸 저희 부서를 싸고 도는 듯한 얘기를 하니까 다른 사람들도 좋은 눈으로 보지 않았겠죠.

Q. 좋습니다. 만일 오늘 아침에 회사의 조치를 통보받으셨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A. 먼저 다른 본부장들하고 상의를 해서 공통의 문제점을 찾아보고, 해결방안을 만들어서 사장님한테 말씀을 드렸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그렇게 해도 우리 부서가 최대 수익을 볼 거니까요. 사장님께는 현 상황을 돌파할 새로운 목표가 필요하다는 얘길 하겠습니다. 직원들에겐 회사의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물론 본부장이 불평하거나, 회사를 깎아내리는 얘기는 안하겠습니다. 그래서 사기가 떨어지면 제 문제고, 제 탓이니까요.

Q. 지금이라도 늦을 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보십시오. 그 과정에 무슨 문제가 없을까요?

A. 사실 사장님에 대해선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부서원들에게 사정얘길 다하고 양해를 구했지만 사장한테는 이런 결과를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면 <이제 다 끝났구나>하고 쾌재를 부를 테니까요. 그꼴은 보기 싫습니다.

Q. 그런습니까? 사장님이 어떤 생각을 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닐까요? 만일 본부장님이 사장이라면 본부장에게 무엇을 기대할까요?

A. 자신의 곤혹스런 결정을 부서에 잘 전달해서 동요가 없게 되길 바라겠지요.

Q. 본부장님은 그 일을 잘 해내신 것 아닌가요. 본부장님이 하신 일을 사장님 입장에서 잘 얘기하면 아주 반가와할 것 같습니다. 오늘 코칭 받으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A. 십여년동안 비슷한 문제를 계속 겪어왔는데도 이번에 또 반복하게 되니 자존심이 상합니다. 하지만 내 문제가 무엇인지 깨달았으니 앞으로 잘 해결되겠지요. 팀원에 대한 지나친 애정은 관리자로선 금물이라는 교훈도 얻었습니다. 아무리 내 생각이 그래도, 팀원들 입장에선 다른 생각을 품을 수 있겠지요. 중간관리자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Q.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결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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