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교수의 아들은 올해 서른두살로 자기보다 네살 연상인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알려왔다. 그런데 그 여자는 이혼경력이 있고 전남편과 아이도 하나있다는 것이었다. 박교수 가족은 하나같이 반대하지만 아들은 도무지 들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급기야 절연하겠다는 선언까지 하기에 이르렀으나 너무 마음이 아프다.

"남의 일인줄로만 알았지 내 집안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들이 결혼하겠다고 막무가내로 고집하는 여자는 학벌도 없고, 성격도 원만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까지 딸려있으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허락할 수가 없습니다. "

Q. 심적고통이 크시겠군요. 만약 그 여자분과 아드님이 결혼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왜 멀쩡한 혼처 다 마다하고 그런 여자와 결혼한답니까. 사람들 보기 민망해서. 얼마나 뒷말들이 많겠습니까. 일류대학나오고, 유학까지 다녀온 녀석이 미쳤지. 그리고 무엇보다 제놈이 후회할 겁니다. 지금은 죽고 못살지만 결혼이란게 일이년살다 그만두는게 아니잖습니까. 결혼은 서로 수준이 맞아야하는 겁니다.

Q. 아드님이 그 여자분과 결혼하겠다면 그래도 어떤 장점이 있으니까 그러지 않을까요? 아드님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A. 그게 복장터지지요. 자기가 아니면 그 여자를 불행에서 구해줄 사람이 없다나요. 결혼이 무슨 자선사업인줄 아는가봅니다. 그녀석은 그 여자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뭐든지 다하겠답니다. 나 참.

Q. 아드님의 성격이 동정심도 강하고 부드러운 편이신가요?

A. 애가 착해요. 성격도 참 원만하고. 그래서 좋은 줄 알았더니 어디서 여우같은 계집애한테 홀려 이 난리를 벌이네요, 글쎄.

Q. 교수님께서는 아드님이 어떤 결혼을 하길 바라셨습니까?

A. 우리집이 재산이 없지도 않고, 그저 저희들이 행복하게 다른 사람들 축복받으면서 결혼해 살면 그것뿐이지요. 뭘바라겠습니까?

Q. 가문간의 결혼이나, 재산을 보고 하는 결혼은 원치 않으시는군요. 그렇다면 아드님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면 되는 것 아닌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A. 그래도 손가락질 받고 남의 얘깃거리가 되는 건 안됩니다. 우리 집안이 어떤 집안인데. 결혼은 가문간의 대사아닙니까? 거 살아보면 다 공감하는 얘기죠.

Q. 교수님께서는 당사자인 아드님의 판단보다 남의 눈과 가문의 수준을 중시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드님의 행복을 바라신다면 이 결혼이 아드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생각해보시는게 좋겠습니다.

A. 아 저희들이 죽고 못산다니 당장이야 행복하겠지만, 끝까지 갈 수 있겠습니까? 어디.

Q. 오랫동안 결혼생활이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요?

A. 무엇보다 서로 이해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마음이 안맞으면 하루도 살기 어렵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서로 참고 양보해야 합니다. 둘다 좋을 수 있습니까? 둘째로 경제력이 밑받침돼야지요. 돈이 없으면 아무리 사랑해도 어려운 법입니다. 세째는 주변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이지요. 시집식구들이나 처갓집하고 화목하게 지내는게 중요하지요.

Q. 그런 점에서 볼 때 아드님의 결혼생활이 계속 행복하려면 어떻게 돼야겠습니까?

A. 그렇군요. 부모입장에서 주장하니까 당사자는 그 문제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군요. 과연 네가 결혼을 한다해도 그 여자와 내내 행복할 수 있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보라고 해야겠군요. 왜 전남편과는 이혼을 했는지도 객관적으로 다시 살펴보고, 그쪽 집안 분위기도 더 잘 알아보라, 집안을 보자는게 아니라 나중에 잘 지낼 수 있는지 판단해보자는 뜻으로 말입니다. 정작 결혼의 당사자인 아들의 관점과 입장에서 이 결혼이 과연 객관적으로 타당한 것인지 따져볼 시간을 가지라고 얘기하는게 훨씬 낫겠습니다.

Q. 혹시 결혼을 한다고 해도 그런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경계할테니 조심할 겁니다. 부모님도 이 결혼으로 자신이 행복해지는 것만 바란다는 뜻이 전달될테니 나중에 결혼을 설사 못하더라도 원망은 하지 않을 겁니다. 혹시 그래도 문제로 남을 만한 건 없는지요?

A. 부모가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이 녀석이 머리를 흔들면 어쩝니까. 그러면 엄청 화가 날테고 다시 원위치로 돌아갈텐데요. 그리고 녀석이 <아 이제 부모님도 허락하는구나>하고 오해하는게 아닐까요? 저는 결혼시킬 생각이 없는데 말입니다.

Q. 교수님께서도 단정적인 생각은 버리시는게 좋겠습니다. 그런 암묵적인 의지는 금방 드러나는 법입니다. 그러면 아드님은 오히려 더 고집부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교수님께서 정확하게 말씀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이 결혼을 반대하는 이유가 이런 것이다. 네가 허락을 받으려면 그 점들을 납득시켜야 할 것이다. 그래서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다. 아드님도 성인이며 판단능력이 충분한 인격체입니다. 그걸 인정해주고 얘기하시는게 훨씬 설득력있지 않을까요?

A. 하기야 애 엄마하고 그런 얘기도 했는데. 자식이기는 부모 어디있겠느구요. 제가 인연끊고 살겠다면 다 큰놈이 못살것이며, 내내 안보고 어떻게 살겠습니까. 그러니 답답하고 미운것이지요.

Q. 오늘 코칭에 대해 요약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내일 당장 이문제에 대해 어떤 액션을 취하실지도 함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A. 결혼이란 것에 편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남들 말대로 수준도 맞고 좋은 혼처에, 좋은 사돈 얻고싶은 욕심도 있었구요. 사실 결혼생활이란게 거기서 거기 아닌가, 대충 살면 되는데 왜 힘들게 가려고 그러나싶었습니다. 아이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기 위한 조건을 생각해보고, 그것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재고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겁니다. 아이는 그 시간에 여러가지를 다시 생ㄱ가해보겠지요. 그러고 나서 우리를 납득시키고, 더 중요한 것은 저희들끼리 확신이 분명하다면 어쩌겠습니까. 여하튼 이번주에 오라고 해서 차분하고 정확하게 얘기할 생각입니다. 우선 저부터 결혼생활의 성공조건이 무엇인지 생각좀 해보구요.

Q. 대단히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