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하는 여사장 K씨에겐 유일한 골칫거리가 큰 아들이다. 중학교1학년이면 남의 집 아이들은 사춘기를 겪는다, 수염이 난다 하는데 도무지 아들은 정신연령이 아직도 초등학교 3학년수준이라는 것이다.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고 아무 욕심이나 포부도 없는, 한마디로 천사같은 성격이란다. 엄마는 아들이 철도 나고 빨리 성숙하길 바라는데 아들은 도통 엄마의 성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한마디로 아무 생각없는 녀석이지요. 모든게 행복하거든요. 고민도 없고, 커서 뭘하겠다는 생각도 없고, 꼬마들처럼 게임이나 만화책보면서 노는게 고작이에요. 커서 제 앞가림이나 제대로 할까 모르겠어요. 독선생도 많이 붙여봤지만 별 효과도 없고. 참 걱정이에요."

Q. 아이가 어떻게 되기를 바라십니까?

A. 큰 건 바라지도 않아요. 그저 제 앞가림이나 했으면 하는거죠.

Q. 특별히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점이 있습니까?

A. 나이에 걸맞지 않게 철이 없고 순진한 걸 보면 보통 아이들에 비해 정신연령이 낮은게 아닐까 걱정입니다.

Q. 그런 점때문에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거나 고통을 받고 있나요?

A. 너무 착하고 순진하니까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것 같아요. 본인도 그런 것 때문에 약간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구요. 그래도 천성이 낙천적이라서 아이들하고도 그런대로 잘 지내는 편입니다. 오히려 엄마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겠지요.

Q. 아이가 특별한 문제점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보기에 따라선 장점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은데 엄마가 불안해하는 다른 이유가 있지 않나요?

A. 사실 문제는 엄마인 저한테 있는지도 몰라요. 제겐 남자란 이렇게 커야한다라는 규범같은게 딱 박혀있습니다. 그 기준에 아이가 많이 벗어나 있으니 짜증도 나고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Q. 말씀을 들어보면 엄마의 생각에 문제가 있다라는 걸 알고 계시는 듯한데요.

A. 저도 그러면 안된다고 다짐하죠. 물론. 그런데 생각하고 행동하고 그렇게 안맞을 수가 없어요. 머릿속에선 칭찬도 해주고 그래야겠다 싶다가도 얼굴만 보면 화가 나고 혼을 내게 되요. 그러는 저도 후회는 하지만 정말 마음대로 안되는 겁니다.

Q. 아이가 언젠가는 엄마 생각대로 될 수 있을거라고 기대하십니까?

A. 아닙니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또 그렇게 사는 것이 아이에게 행복할 거라는 생각도 안하는데 뭐랄까 미련이나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 모양입니다.

Q. 요즘 부모의 역할에 대해 새롭게 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아이들에게 어떤 목표를 향해 한눈팔지 말고 집중하라고 지시했지요. 그러나 요즘은 그렇진 않은 것 같습니다. 아이의 행복을 위한 엄마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글쎄요. 지금이야 그냥 제 마음대로 하는게 가장 행복하겠지요. 하지만 장래를 위해 아이가 재능과 관심을 갖고 있는게 뭔지 발견하도록 도와주는게 부모의 역할 아닐까요?

Q. 좋습니다. 그런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어떤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하겠지요?

A.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부모 마음만 그렇지 당사자인 아이가 아무 의욕도 없고 집중력도 없다면 효력이 있을까요? 워낙 하는 짓이 어려서요.

Q. 그래도 아이가 흥미를 갖는게 있지 않습니까? 아이에게 갑자기 진로상담과 인생설계를 하자는 게 아니겠지요. 시간을 갖고 다양한 환경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A.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왔으니 이제 시험도 보고 성적도 나오는데 그다지 신통치않을 것 같아요. 그러면 아이도 아무래도 의기소침하지 않겠습니까?

Q. 글쎄요. 그럴 수 있겠지요. 만일 성적이 잘 안나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A. 그렇게 아무 생각 없으니 성적이 그모양아니냐. 이제 중학생인데 정신 좀 차려야지. 하면서 혼낼 것 같습니다. 괜찮다 이제부터 잘하면 된다 라고 하고 싶지만 솔직히 자제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이제까지 제 태도를 보면 말이죠.

Q. 자기 아이, 특히 큰아들한테는 누구나 큰 기대를 합니다만, 그것을 감당할 만한 아이는 결코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기대때문에 평생을 주눅들고 콤플렉스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것은 본인도 불행하고, 부모들도 결코 행복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생각과 행동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걸 일치시킬 수 있는 사람은 성공하는 것이고, 끝내 생각대로 행동이 안되면 실패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이 사실을 잘 알면서도 실패한다면 매우 고통스러울 겁니다.

A. 제가 자신의 문제를 자꾸 아이의 문제로 돌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야 내 마음이라도 편하겠다 싶어서 그랬습니다. 비단 이 문제 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Q. 경영자이시니까 이렇게 생각해봅시다. 회사에 정말 믿고 의지하는 임원이 있는데 언젠가부터 도무지 마음에 안드는 행동만 하고 있다. 하는 일도 그렇고 나에 대한 충성심도 예전과는 딴판이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A. 둘이 만나서 좋은 분위기를 만든 후에 마음을 털어놓고 회사 또는 개인의 장래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며, 내가 도와줄 것은 없는지 물어보겠습니다. 

Q. 왜 이러느냐고 혼을 내시거나, 내가 기대했는데 실망했다고 한다든가 종주먹을 대진 않으시겠지요?

A.  그렇게 하면 때려치우겠다고 하겠지요. 일단 아이에게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놓고 엄마도 너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신뢰감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겉으로만 그러지 말고 마음속으로 진심을 다해 묻는다면 자기 얘기를 하겠지요. 아마 시간은 좀 걸릴 겁니다. 사실 그동안 아이가 남들한테 뒤떨어질까봐 서둘렀습니다. 코칭을 받고 보니 아이에겐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Q. 오늘은 문제가 무엇인가를 솎아내는 코칭만 한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엄마의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에 대해 그것이 생각하는 것 만큼 온당하고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가치인지 따져본 후에 아이에게 어떤 가치를 느끼게 해줄 것인가 생각해보겠습니다.

A.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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