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느 별에서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 뜨기 전에

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

저문 바닷가에 홀로

사람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

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

어느 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

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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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환의 노래보다 훨씬 먼저 이 시를 알았다.

그런데 노래를 들을 때는 이 시인줄 몰랐다.

처음 시를 읽었을 때 받은 느낌과

노래로 듣는 느낌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별과 등불, 모닥불, 바닷가 등 서정적이고 소녀풍인 시어로

이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별과 외로움의 아픔이 너무 진하다.

푸른 새벽별빛을 바라보며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리고 마침내 가슴에 머리를 묻으며

소리죽여 흐느끼던 그 바닷가.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었기에

이토록 서로를 그리워하는걸까.

도회적이면서도 순수한 사랑의 시어를

정호승만큼 잘 구사하는 이는 없다.

이 노래를 만든

안치환은 "잠들지 않는 남도" "솔아푸르른 솔아" 였을 때가 좋았다.

상업시장에 나온 뒤의 "사람이 꽃보다"  "내가 만일" 등의 노래는

안치환이 이름을 바꿔서 부르는게 나을 뻔했다.

이 시도 그의 자의적 해석때문에 좀 생뚱맞은 노래가 되고 말았다.

후렴구의 뚯하지 않은 안치환식 장중함은

고개를 흔들어 떨궈내고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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