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미인따라 가고 있는데
이 몸은 부질없이 문 기대 섰소
노새는 짐 무겁다 투덜대는데
그대 마음 그 위에 또 얹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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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몽인의 <어우야담>에 수록된 연시 한편.
앞의 두 구절은 남자의 연시이며
뒤의 두 구절은 여자의 답시이다.
남녀의 수작이 이만은 해야
선수의 진면목이라 할 수 있으리라.
정염은 은근하되 노골적이어야 한다.
왜 그의 몸은 문에 기대어 꼼짝 못하고 있나.
얼어붙었다는 뜻이겠지.
눈동자가 풀어지고 귀에선 웽소리 좀 나겠다.
여자선수의 화답이 끝내준다.
가뜩이나 내 몸때문에 노새가 힘들어하는데
당신의 사랑까지 받아들여 그위에 얹었으니
이를 어쩔꼬.
영장류의 풍류와 교태가
공작을 부러워하려, 사슴이 부러울까
한시의 매력이 바로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