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초

설도

김억 譯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랴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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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가수 문정선의 노래는 원전에 없는 2절이 있다.

 

바람에 꽃이 지니 세월도 덧없어

만날 날은 뜬 구름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나는 그녀의 대표곡 <보리밭>보다 이 노래를 좋아했다.

그때 나이 열살이나 되었을까.

삼십년이 지나 이 노래를 그녀의 목소리로 다시 들으려니

가슴이 메어진다. 정답던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 있을까.

통속한 유행가가 이리 절절한 걸 보면

박인환의 말마따나 인생은 통속한 게 맞는 모양이다.

이 시는 당대 여류시인 설도의 원작<春望詞>를

소월의 스승인 김억이 우리 말로 옮긴 것이다.

처음엔 설도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궁금했다.

차라리 몰랐을 걸. 허튼 호기심이 절반의 상상력을 지워버렸다.

이 시를 남자가 썼다 생각하면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

동심초라는 모티브가 절묘하다.

셋째 구절 不結同心人과 

마지막 구절 空結同心草의 대구는

내 무릎의 힘을 쭉 빼놓는다.

 

내게 십년의 시간을 모아준다면

한시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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