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큰 사업을 하다가 일년동안 단촐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박사장은 후배들과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설립을 앞두고 그는 지금 이렇게 하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인지 생각하게 됐다.
"보나마나 이 사업이 시작되면 하나에서 열까지 챙겨야할 일들이 생길 겁니다. 그동안 조그만 사무실에서 내 하고싶은대로 편하게 지냈는데 과연 예전처럼 골치아프게 살아야 하는 건지 고민스럽군요. 하기야 내내 이렇게 지낼 수야 없겠지요. 돈도 더 많이 필요하고, 또 한편으론 내가 너무 나태해지는게 아닌가 걱정이 들기도 하거든요."
Q. 새로 설립하는 회사에선 어떤 일을 하게 될 것 같습니까?
A. 저를 빼놓곤 다 기술자들이라 경영은 전혀 모르는 친구들이지요. 그대신 개발능력은 대단합니다. 저를 선배요, 사부로 모시니까 제품기획에서 마케팅, 관리, 심지어 자본출자까지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Q. 돈이 필요해서 시작하는 사업이라 하셨는데 죄송합니다만 얼마쯤 받게 되나요?
A. 아마 돈을 벌게 되면 훗날 상장을 하거나 해서 주식으로 벌겠지요. 그전에는 월급받을 생각같은 건 안해봤습니다.
Q. 경험상 주식으로 벌기엔 성공확률이 낮지 않습니까? 돈이 필요하시다면 매월 일정하게, 물론 기여에 비하면 매우 낮겠지만 받으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A. 생각해보니 그럴 것 같습니다. 피차 선은 분명히 하는게 좋다는 생각은 합니다. 내가 이 만큼 해주었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최소화해서 이정도 하겠다고 밝혀놓는것이 서로 오해도 안생기고 역할분담도 명확해져서 좋겠군요.
Q. 사업을 하긴 해야겠는데 일단 시작하면 복잡한 일이 생길 것 같아 골치아플 것 같다구요? 그 일을 적당히 나눠할 사람이 없나요?
A. 대표이사를 맡을 친구가 있습니다. 기술자 출신이지만 경영의 경험도 있고, 자기 비전도 경영자로 잡고 있는 친구이지요. 물론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만 열심히 합니다.
Q. 박사장께서 예상하는 일중에서 그 대표이사와 또는 다른 분의 조력을 얻어 줄일 수 있는 게 없습니까? 혹시 박사장님께선 모든 지침을 직접 내려야한다고 생각하시는건가요? 솔직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A. 저는 대표이사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사실 제가 분명히 선을 긋고 나머지는 대표이사에게 알아서 하라고 하면 못할 것도 없겠지요. 정 안되는 일만 내가 도와주면 되겠지만 마음이 불안해서요.
Q. 박사장님께 개인의 여유시간을 갖겠느냐 아니면 그 회사 일을 꼼꼼하게 챙겨 불안한 마음을 가시게 하겠느냐 선택을 하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A. 글쎄요. 가능하면 전자를 택할 것 같습니다. 잘 될 수만 있다면 구태여 일일이 관여할 까닭이 없겠지요. 그리고 시간이 갈 수록 개인 시간을 갖는게 좋습니다.
Q. 좋습니다. 그렇게 마음의 결정을 내리신다면, 대표이사를 만나서 무슨 말씀을 하시겠습니까?
A. 서둘러 얘기하면 아마 당황할 겁니다. 웬만큼 진행된 후에 얘기해야지요. 첫째, 나의 희망사항 즉 내가 이 회사를 시작한 이유와 목적을 말하고, 둘째, 내가 기여하는 것과 보상받는 것을 구체적으로 정리해서 역할분담을 나누고, 그에 해당하는 보상을 가시화하는 것. 세째, 대표이사의 비전과 전략, 조직운영방침 등을 들어보고 그가 내게 원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 등을 얘기하겠습니다.
Q. 혹시 나중에 문제가 될만한 건들은 없을까요? 이를테면 대표이사나 박사장님의 생각이 변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A. 그럴 수 있지요. 대표이사의 생각도 정확히 들어봐야겠지만, 예전의 경험으로 미뤄보면 제 예상을 빗나가는 경우도 왕왕 있었습니다. 그 친구도 고집이 대단하거든요. 물론 제 생각도 아직은 왔다갔다 합니다. 한편으로 여유있게 살고 싶다가도 또 한편으론 확실하게 사업에 몸을 담가야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Q. 다행히 어떤 경우도 예상 가능하군요. 어떤 문제도 예상만 할 수 있다면 대비하고 해결 가능합니다. 어떻게 그 문제에 대비하시겠습니까?
A. 대표이사와 그런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는 자리를 갖겠습니다. 몇가지 주제를 정해놓고 그 친구가 예전엔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보면 서로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앞으로 그런 문제가 생겼을 때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겁니다. 중요한 건 내 문젠데. 음. 내가 정말 원하는게 무엇인지 아직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내 시간을 어떻게 쓰는게 가장 행복한지 잘 모르겠군요.
Q. 오늘 대화의 핵심적인 사항입니다. 박사장님이 충분히 행복해 하면서, 회사도 잘 운영하는게 최선이겠지요. 세상에는 행복하게 돈버는 분들도 많이 계시는데 많은 분들이 그 두가지는 양립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십니다. 좋습니다. 질문의 방향을 조금 바꿔보겠습니다. 아까 편안하게 지내고 계시다고 했는데 어떤 점이 그렇습니까?
A. 주변의 문제에 대해 깊이 관여하지 않고, 그들이 원할 때 원하는 만큼만 성실하게 대해주면 다들 좋아하고 저 역시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습니다. 책임질 수 없거나 책임지기 싫은 것을 억지로 떠맡게 되면 짜증이 생기게 되고 불편해지는거죠. 사람관계나 사업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Q. 혹시 박사장님 개인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하고 계신 일이나 취미 등이 있으신지요?
A. 요즘 골프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매일 열심히 하고 있지요. 폼도 좋아지고 건강관리도 되구요.
Q. 그런 일들에 목표를 가져보시면 어떻겠습니까? 부담스럽게 할 필요는 없지만, 꼭 하고 싶고, 하면 성취감이 클 것 같은 일을 지속적으로 해보시지요. 회사일이든, 취미생활이든 박사장님의 행복을 위해 촛점을 맞춰본다면 시간배분도, 관여수위도 조절가능할 것 같습니다.
A. 중요한 것은 이제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내 행복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는 점에 십분 공감합니다. 회사를 새로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짜증나게 해선 안될 것 같습니다. 내가 충분히 행복하면서도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방법을 강구해봅시다. 돈도 필요한 만큼 벌고, 미래에 대한 불안도 불식하고, 일이나 취미를 균형있게 가져가는 것도, 생각해보면 분명히 가능할 겁니다.
Q.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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