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본부장은 지난달에 신입 수습사원을 다섯명이나 받았다. 기존 인원이 여섯명이었으니 배가 늘어난 셈이다. 새식구가 될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온다고 적잖이 기대했지만 요즘 그는 몹시 못마땅하다. 건질만한 사람이 하나도 눈에 띠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이해가 안됩니다. 내가 주재하는 회의에 한시간씩 늦는 경우도 있고, 회사에 바라는 게 뭐냐고 코칭을 했더니 간식비 늘려주고 유니폼 왜 안주느냐는 기막힌 얘기들만 나오는 겁니다. 아무 생각도 없는 것 같아요. 공연히 저만 힘 빠집니다. 석달후 수습이 끝나면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Q. 수습사원을 그렇게 많이 뽑게된 이유가 있습니까?
A. 지난 연말에 사원들이 너무 고생을 많이해서 한 사람에 하나씩 보조할 직원이 있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원을 좀 많이 뽑게 된거죠. 지금 사원들이 한사람씩 맡아서 지도하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빨리 숙달해서 현업에 넣겠다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Q. 한사람씩 개인지도를 하고 있다면, 그 직원들에게 수습교육을 개별전담시킨다는 뜻인가요.
A. 물론 전체 OJT가 있습니다만, 실무교육은 개별적으로 받고 있는 셈이지요.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기존직원들도 훈련이 잘돼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들어온 친구들의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구요.
Q. 혹시 본부장님의 눈높이가 좀 높은 것은 아닌가요? 다섯명 모두 좋은 사람이 들어올 거라고 생각하셨습니까?
A. 글쎄요. 업무보조로 급히 충원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왕이면 좋은 인재가 들어오길 바랬던 것 같습니다.
Q. 본부장께서 당초에 원했던 결과는 어떤 것이었습니까?
A. 성실하고 정신자세가 곧은 청년들을 기대했습니다. 우리 회사의 비전을 잘 이해하고 우리 업무의 특성을 빨리 숙달할 수 있기를 바랬지요. 그래서 젊은 직원들 키우는 보람도 느껴보고 싶었구요.
Q. 본부장님께선 입사전에 그런 자질을 가진 사람이 백명중에 몇이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무작위의 사람들이 입사후에 그렇게 되려면 어떤 교육을 얼마나 받아야 한다고 보십니까?
A. 어렵네요. 백명중에 열명은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입사후에 최소한 한달은 집중적으로 OJT교육을 받아야 되겠지요. 그러고 보니 내가 좀 무리한 욕심을 부린 것 같기도 합니다. 요즘 청년실업난이라해도 사람 뽑는 일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웬만하다 싶으면 수습발령을 낸 셈이지요. 교육도 전담요원이 붙지 않고 개별적인 지도에 많은 비중을 두었습니다.
Q. 수습기간이 석달이라 하셨는데 지금같은 상황이 계속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A. 제 마음같아선 전원 탈락시키고 싶지만, 저만 반대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점도 신경쓰이고. 그러다가 어영부영 다 합격할까 싶어 걱정스럽습니다. 지금은 수습이니까 못본척 넘어갈 수 있지만 정규직원이 된 뒤에도 그런다면 생산성도 문제고, 본부내 팀워크에도 오히려 지장이 클 것 같습니다.
Q. 수습기간의 업무평점 시스템이 있는지요? 본부장님의 재량권이 어느 정도 됩니까?
A. 있긴 하지만 구체적이진 않습니다. 거의 제 재량에 맡겨있는 셈이지요.
Q. 그게 부담스러우면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A. 좋은 생각입니다. 자기 담당만 평가하면 주관성이 개입하니까 여러 직원이 한 수습사원을 다면평가하는 방안을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본부장인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몇가지 기준을 반영하도록 해보지요. 그렇게 시스템을 통해 일단계 조직적인 평가를 하고 나서 조직운영 방침에 대한 제 개인적인 판단을 집어넣는게 좋겠습니다.
Q. 그렇다면 내일 이 문제와 관련해서 어떤 행동을 취하시겠습니까?
A. 기존 직원들중에 한명에게 수습직원 관리 총괄을 맡기겠습니다. 이 직원에게 고과기준을 잡아보라고 하고, 다른 직원들의 의견도 수렴하라고 지시하겠습니다. 기존 직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파악해볼 생각입니다. 기준이 만들어지면 수습직원들에게 상세하게 설명해주라 하고, 기존 직원들에게 전파해서 담당자들을 돕는데 참고하라고 하겠습니다.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곧바로 생각해보겠습니다.
Q.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혹시 다른 문제점은 없습니까?
A. 제가 요즘 젊은 친구들한테 무슨 편견이 있는건 아닐까요? 제 눈에만 잘못 비춰지는 것은 아닌지 좀 꺼림직합니다. 그냥 그러려니 해야하는가 아닌가 싶습니다.
Q. 좀전에 수습기간을 데이트기간이라고 하셨는데 재미있는 질문 한가지 해볼까요? 어떤 이성과 데이트를 시작했는데 상대방이 약속시간에 번번히 늦고, 생각하는 것도 어리숙한데다, 비전이나 목표도 없다면 그 사람을 키우려고 노력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빨리 다른 사람을 찾아보시겠습니까?
A. 하하하.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저도 함께 일하는 당사자이므로 그 사람 못지않게 저 역시 행복해야겠지요. 내가 불행하고 불쾌하다면 상대방도 행복하지 않을겁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을 많으니까 새로운 인연을 찾아보는게 피차 좋겠군요.
Q. 오늘의 대화를 정리해보도록 하지요.
A. 제 목표는 좋은 사람을 선별해서 빨리 현업에 투입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 다소 무리하게 수습사원을 뽑아서 자질에도 문제가 있고, 우리 준비도 충실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차제에 그들이 석달동안 선별과정을 제대로 거치도록 교육시스템도 만들고 평가기준도 세울 생각입니다. 하지만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무리없이, 피차 행복해질 수 있는 결과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Q. 감사합니다. 좋은 성과 있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