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디렉터 홍실장은 오늘도 취재부장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업무성격상 원고가 나와줘야 그에 해당하는 디자인이나 일러스트가 만들어지는데 번번히 취재쪽에선 마감시간을 어겨서 그 부담이 몽땅 디자인팀에게로 전가돼왔다. 그 결과 밤샘이 잦아지고 디자인의 품질에도 문제가 생겨 영문모르는 사람들은 디자인팀의 실력이 떨어지는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전적으로 기자들의 잘못입니다. 이곳에 올 때마다 한번도 기사가 깔끔하게 마감된 적이 없습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건 우리 문제가 아닙니다. 그들이 마감을 해줘야 우리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 아시잖습니까? 나도 입아프니까 앞으론 그들이 마칠 때까지 그냥 기다리겠습니다."

Q. 마감이 늦어지는 이유가 어디있다고 보십니까?

A. 처음엔 기자들이 마감에 임박해서 쓰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조금 늦어도 괜찮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더군요. 취재부장이 원고마감 관리를 잘 못하는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들도 몇번 독촉하다 안되니까 구태여 싫은 소리 안하려고 하더군요.

Q. 그렇다면 데스크에게 정확하게 문제제기를 해보셨나요?

A. 사실 그친구에게 병목현상이 일어납니다. 과도한 업무량이 집중되니까요? 바빠서 쩔쩔매는 사람에게 불만을 터뜨리기가 뭣해서 심한 어필은 삼가해왔습니다. 병목을 해소시켜보려고 마감을 세번에 나눠서도 해보았지만 기자들이 시의성있는 기사를 쓴답시고 제대로 지키질 않습니다. 데스크도 번번히 챙길 여유가 없으니까 용두사미가 되고 말더군요.

Q. 현재 상태가 계속되면 최종 결과물에 이상이 생기게 됩니까?

A. 처음 한두달은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았다치고, 계속 최종부서에 무리가 가해지면 당연히 품질저하가 일어날 수 밖에 없겠지요. 그렇게 되면 결국은 기자들에게도 피해가 간다는 걸 왜 모르는지.

Q. 기자들에게도 피해가 갑니까?

A. 아 그렇지요. 아무리 공들여 쓰면 뭐합니까? 디자인도 엉망이고, 사진이나 제목글씨도 뒤죽박죽 가독성이 떨어지면 누가 읽나요? 그런데 기자들은 그런 걸 몰라요. 그냥 특종만 하면 되는줄 안다니까요. 디자이너들이 뭘 하는지를 잘 모르기도 하구요.

Q. 그러니까 기자들과 디자이너들이 서로 윈윈을 해야 좋은 신문이 나오는 것이군요? 왜 기자들은 그런 사실을 모를까요?

A. 기자들이 수습할 때 인쇄도 가보고, 판매도 해보는데 디자인쪽은 경험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특수한 업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디자이너들도 굳이 자기들의 업무를 공유한다는 생각을 안했던 것이지요. 그런 몰이해때문에 서로 불만을 많이 갖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Q.그렇다면 홍실장님이 기자들에게 디자인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좋은 디자인이 나오기 위해 절대시간이 얼마나 필요하다는 것을 공감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드는게 어떻겠습니까?

A.하긴 제가 아무리 떠들어도 기자들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하면 그만이거든요. 저와 디자이너들의 애환을 잘 설명하고 디자인이 좋으면 기사가 돋보이는 것이니까 서로 윈윈하기 위해 마감이라도 잘 지키자고 하겠습니다.

Q. 그런 공감대도 중요하지만 실제 업무에서 디자이너들이 마냥 원고만 기다리지 않고 시간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A. 가능합니다. 아무래도 부장이 기사의 밸류나 취지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으니까 원고의 맷수와 사진, 필요한 일러스트 주문등을 미리 해주면 나중에 원고를 끼워 맞출 수는 있지요. 물론 부장이 최종적인 순간까지 상기사항을 업데이트시켜줘야되지만. 톱기사가 바뀐다거나 예정과 달리 기사가 길어지거나, 꼭지수가 줄어들면 디자인 레이아웃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그땐 미리 해놓는다는 것이 무의미해집니다.

Q. 어쨌든 몇가지 비상수단이 가능하긴 하군요. 만일 그렇게 했는데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시간과 품질의 상관관계를 설득력있게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는데.

A. 말로는 안된다는 얘긴데. 자발적인 시간엄수가 필요합니다. 언제까지 아트디렉터가 시간얘길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앞으로 한달동안 원고 넘어오는 시간과 디자인 마감하는 시간을 리스트업해서 표로 만들어보겠습니다. 아마 내가 안챙기면 점차 늦어지겠지요.  어차피 디자인도 인쇄시간에는 무조건 맞춰야하니까 절대 소요시간이 부족하면 품질 관리를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보여줄까 합니다. 즉 시간을 안주면 품질은 기대하지 말라는 뜻이지요. 국장이나 윗선에서 지적을 하면 소명자료로 쓰겠다는 것을 취재부장에게 말하겠습니다.

Q. 좋습니다.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고 객관적 자료를 만들어서 책임을 분명히 하자는 뜻이군요. 오늘 코칭을 받으신 소감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A.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동안 기자들에게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준 적이 없더군요. 가급적이면 서로 얘기 안하고 그저 각자 욕 안먹을 정도로 해주면 된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런 상태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짜증부터 나게 되고, 감정적으로 흐르기 십상입니다. 기자들과 공감대를 넓히고 서로 돕는 것이 윈윈이라는 걸 알게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어쨌든 시간기록을 남겨 경계심을 늦추지 않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코칭을 받게 되면 저를 화나게 만든 상대방에 대해 잠깐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좀더 깊이 내려갈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만 해도 몇가지의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코칭 받기전에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말이죠.

Q. 도움이 되었다하니 기쁘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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