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땡이라는 별명을 가진 30대 중반의 세일즈맨 김종백과장은 비대한 몸때문에 보통 스트레스를 받는게 아니다. 대다수의 고객들이 김과장의 체중을 주제로 얘기를 시작한다. 자기관리를 못하는 전형적인 무능인간 취급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
"나는 자주 출장 가기 때문에 올바른 식생활과 운동습관을 갖지 못했다. 옷이 맞지 않아서 문제다. 뚱뚱한 판매원보다 더 나쁜 것은 없다. 정말 안좋아 보인다. 나는 항상 체중관리에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하다. 특히 고객을 할 때는 영 기분이 안좋다."
Q.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하신게 언제 부터입니까?
A. 원래 이런 몸은 아니었습니다. 결혼한 후에도 약간 통통한 정도였지 뚱뚱하진 않았습니다. 5년전 영업부로 들어오면서 잦은 접대와 출장때문에 체중관리를 못했습니다. 그렇게 몇년 지났더니 몸이 이렇게 되고 말았어요.
Q. 비만때문에 많이 불편하신가요? 아픈곳은 없으신지요?
A. 아무래도 불편하지요. 옷도 안맞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찹니다. 하지만 일상생활하는데 그렇게 큰 지장은 없어요. 아직은 아픈 곳도 없지만 그래도 이젠 성인병도 조심해야잖아요.
Q. 당장 심각한 문제는 없는데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으시는 것 같습니다.
A. 그럼요. 주위 사람들이 살찐 사람 보길 짐승처럼 대하잖아요. 게으르고 자기관리도 안되는 무능력하고 욕심사나운 인간으로 단정합니다. 그래서 실적이 안좋으면 내가 살쪄서 사람들이 날 우습게 보는건가라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Q. 체중을 빼려고 시도는 해보셨나요?
A. 정말 미치겠는게 아무리 식사를 줄이고 운동을 해도 별 효과가 없는거에요. 하루에도 몇번씩 체중계에 올라가보지만 고생한 것에 비해 턱없이 성과가 안나타나니 원.
Q. 지금 김과장님은 시합을 앞둔 권투선수처럼 계체량을 통과해야하는 의무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본인의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때문에 심리적 압박을 받는 게 아닐까요? 오늘 우리 대화의 목표를 잡아봅시다.
A. 코치 말씀대로 저는 그런 불만때문에 자신감을 많이 잃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대인관계도 원만해지고 짜증도 안낼 수 있겠습니까?
Q. 우선 살을 빼겠다는 의지와 일정기간동안 어떻게 빼야겠다는 계획은 있는거죠?
A. 물론입니다. 잘 안빠져서 그렇지 매일 운동과 새로운 식습관을 꼭 지킬 겁니다.
Q. 김과장님은 한번 한다고 결심하면 뚝심있게 관철하는 성격인가요?
A. 대체로 그렇습니다. 담배도 몇번 시도하고 실패도 했지만 결국 성공해서 지금 일년째 금연하고 있습니다.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지난번의 실패요인을 분석해서 미연에 방지하면 가능합니다.
Q. 사람들이 게으르고 자기관리를 못한다고 김과장님을 보고 있다하셨지요? 사실은 전혀 그렇지않은 것 같은데요.
A. 듣고보니 그렇군요. 그건 살찐 사람에 대한 편견에 불과합니다. 살이 찌고 마르고는 상관이 없어요. 부지런한 사람은 살찐 사람들 중에서도 많습니다. 저 역시 몸이 둔해지긴 했지만 집에서 청소도 잘하고, 회사에서도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편입니다.
Q. 그렇습니다. 어떤 사람도 김과장님처럼 마음만 먹으면 빈틈없이 계획을 짜고 하루도 빠짐없이 실천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비록 살이 쪘다고 하지만 조만간 빠질 것이 분명하고, 설사 남들보다 조금 늦게 빠진다해도 하루하루 적극적으로 살아가시는 모습에 자부심을 느껴도 좋습니다.
A. 그래도 살이 미욱스럽게 찐 내 몸을 보면 금방 의기소침해집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살찐 사람보고 쑥덕거리는 걸 보면 꼭 내가 놀림감이 된다 싶어서 얼굴이 화끈거려요.
Q. 만일 살을 빼신 후에 혹시 살찐 사람을 만나면 다짜고짜 무조건 살부터 빼고 보라고 하시겠습니까? 그런 사람은 영락없이 게으르고 절제가 안되는 인간이니까 무시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시겠군요? 만약 따님이 그런 얘길 듣는다면 따님을 나무라시겠습니까?
A. 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나요? 외모만 보고서 편견을 갖는 것은 가장 저열하고 교양없는 행동입니다. 나는 그 사람 내면의 아름다움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이나 교양, 품성 등이 우선이지요. 외모까지 갖추면 금상첨화겠지만요.
Q. 혹시 주변에서 외모만 보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하시겠습니까?
A. 외모는 선천적이지만 내면의 아름다움은 온전히 자신의 노력에 의해서만 가능하니까 더 중요합니다. 내면이 아름다우면 외모조차 그에 조응하는 법이라 생각합니다.
Q. 주변 사람들에게 김과장님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더욱 격려해줄 것 같은데요.
A. 살빼는 것도 요즘엔 장난이 아니에요. 식이요법도 정말 다양하고 운동도 부위따라 비만정도에 따라 체질에 따라 굉장히 다릅니다. 제가 조사하고 체험해본 다이어트 비법과 운동방법에 대해 사내 인터넷에 올려놓을까 합니다. 그럼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요즘엔 마른 사람들이 더 수선을 떱니다. 주위에 비슷한 고민을 갖고 계신분들에게 소개도 할 수 있을 거구요.
Q. 정말 훌륭한 아이디어입니다. 저 역시 사람마다 개성이 있듯이 몸이나 얼굴도 스타일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남의 눈을 의식해서 유행에 따라 뜯어고쳐야 한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뚱뚱해도 자신있고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 다들 좋아할 겁니다. 게다가 몸을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 한결 멋지지 않습니까?
A. 걱정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여전히 출장과 접대가 많아서 사실은 체중관리하기가 몹시 힘듭니다. 일주일 고생했지만 하루저녁에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Q. 꼭 먹고 마시는 접대만 있는 건 아닐텐데요. 다른 방법들을 생각해봅시다. 주위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찾아보세요.
A. 저도 건강이 안좋은 고객에겐 술과 음식보다 좋은 영화나 컨서트를 함께 가자고 합니다. 운동을 함께 하는 것도 괜찮겠군요. 골프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때문 아니겠습니까? 아니면 고객분한테 제가 이런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니 지켜봐달라고 양해를 구하지요. 고객 역시 살찌는 음식은 좋아하지 않을테니 접대 자리도 웰빙으로 해보겠습니다.
Q. 탁월하신 영업맨이시니 접대 아이디어도 무궁무진하군요. 이 참에 살도 빼고 영업방법도 웰빙스타일로 확 바꿔보시면 고객분들의 찬사가 장난 아닐 것 같은데요. 오늘 대화를 정리해봅시다.
A. 살을 빼는 것보다 내 몸에 대한 자신감 회복이 더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했습니다. 스스로 게으르고 자기관리를 하지 않는다라는 자책이 있었기 때문에 매일 운동과 식생활조절을 빠짐없이 해서 스스로 성실하고 자기관리에 철저하다는 자부심을 갖겠습니다. 외모만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하며, 그것이 밖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겠습니다. 회사 직원들에게 제가 경험한 것 중에서 좋은 정보가 될만한 것들을 조목조목 정리해서 나눠줄 생각입니다. 사람들이 제 노력도 알게 되니까 일거양득이지요. 고객분들에겐 살찌고 몸에 해로운 먹고 마시기 접대보다 훨씬 건강과 교양에 좋은 새로운 접대방법을 제안하고, 요즘 제 프로그램에 대해 말씀드릴 생각입니다.
Q. 잘 될 것 같습니다. 수고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