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씨는 30대 초반의 직장인으로 기획능력이 뛰어나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을 보유한 전형적인 엘리뜨 사원. 그러나 그는 세칭 일류대학을 나오지 못해 그에 대한 콤플렉스가 매우 강하며, 동년배에 비해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직급이나 연봉을 상대적으로 높게 인정 받기를 원한다.
그는 최근 자신의 소질을 개발하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유수의 컨설팅회사로 전직을 시도했으나, 그 업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유학파 또는 일류 대학 출신이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크게 좌절하고 있다.
Q. 당신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A. 비록 일류대 출신은 아니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최고의 컨설턴트가 되고 싶습니다. 그것이 분명한 내 목표입니다.
Q. 그렇다면 당신이 진출하려는 업계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A. 일류대나 유학파가 아니면 업계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누구나 인정하더군요. 실제로 컨설팅에 대한 인식이 아직 성숙되지 않은 국내 실정에서는 학연이 앞서거나, 컨설턴트의 학력 또는 경력만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Q.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습니까?
A. 기획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회사의 핵심 프로젝트에는 반드시 참여하고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능력을 인정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기획이라면 자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그 직장에는 일류대 출신들이 없습니까?
A. 아닙니다. 기획팀만 해도 일류대 출신들이 대부분입니다.
Q. 하지만 적어도 회사 안에선 학력 때문에 불편한 일은 없겠군요?
A. 그건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기획은 창의적 업무니까 일류대 출신이 아니라고 해서 불이익을 받지 않습니다. 경험과 능력이 중요하지요.
Q. 컨설팅업계로 가고 싶다고 했는데 어떤 컨설턴트가 되고자 합니까?
A. 물론 제가 강점을 갖고 있는 프로젝트기획이나, 경영기획의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Q. 만일 당신이 고객기업의 책임자라고 가정합시다. 당신이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를 기획하는데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으려고 합니다. 그럴 때 당신이 원하는 컨설턴트는 어떤 사람입니까?
A. 우선 유사한 프로젝트에 경험이 많은 컨설턴트라면 좋겠지요. 그리고 경쟁업체를 압도할만한 크리에이티브가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Q. 예를 들어, 일류대 출신이지만 경험도 없고 별다른 창의성도 보이지 않는 컨설턴트와 출신대학은 별 볼 일 없지만 풍부한 경험과 기획력을 가진 컨설턴트가 있다면 누구를 선택하겠습니까?
A. 저라면 당연히 후자를 택하겠습니다.
Q. 좋습니다. 최고의 컨설턴트가 되기 위해 어떤 구체적인 계획이 있습니까?
A. 우선 컨설턴트의 능력계발을 적극 지원해주는 회사를 찾아보겠습니다. 그동안은 큰 회사, 유명한 회사만 찾아 다녔지만 이제는 나를 최고의 전문가로 만들어줄 수 있고, 내 능력을 평가해줄 수 있는 그런 회사에 들어가겠습니다.
Q. 만일 새로 들어간 회사에서 열심히 노력했는데 일류대 또는 유학파 선후배들에게 승진기회를 빼앗기거나, 고객회사가 그들만을 선호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A. 그래서 올 연말에는 일류대라고 알려진 학교의 대학원을 들어갈까 합니다. 몇 년 고생하면 학위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학벌문제는 더 이상 안 생길 것 같습니다.
Q. 그런데 만일 당신이 나오게 될 학교보다 훨씬 좋은 학교 출신들이 나타나면 그 땐 어떻게 하지요? 그 학교에 가서 또 석사나 박사를 받으시겠습니까?
A. 글쎄요.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Q. 당신이 일류대 출신이라면 그런 생각은 안했을 겁니다. 굳이 그럴 필요를 못느낄 것 같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 능력에 대한 자신감과 그것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당신의 의지입니다. 옛말에 주머니속의 바늘은 언젠가 튀어나온다고 합니다. 당신의 능력이 출중하다면 학벌이라는 주머니는 단숨에 뚫고 나올 것입니다.
A. 그럴까요?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할 생각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주눅이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학벌 뿐만 아니라 동년배에 비해 더 나은 대우를 받고자 했던 것도 역시 짧은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외부의 잣대로 자신을 평가하다 보니 그런 습관이 든 것 같군요.
Q. 오늘 중요한 얘기들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대화하면서 느낀 점들을 한번 정리해봅시다.
A. 제가 되려고 했던 컨설턴트의 비전이 더욱 분명해진 것 같습니다. 학벌이나 대우 같은 비본질적인 조건에 너무 몰두했기 때문에 자신감을 잃었고 인생목표도 막연해졌습니다. ‘학벌 컴플렉스를 학벌로 해소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대증요법에 불과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습니다. 내가 갖고 있는 능력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더 고민하겠습니다. 그리고 주머니 속의 바늘을 항상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Q. 좋습니다. 저도 대화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