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 이민우씨는 요즘 회사에 나가기가 싫다. 마음에 안드는 동료때문에 기분을 잡치기 일쑤다. "우리 세일즈팀에는 항상 월 할당목표를 미리 달성했다고 자랑하는 직원이 있습니다. 저는 그 직원만큼 수주하지 못할 때는 정말로 화가 납니다. 평소에는 내게 배정된 액수를 맞추지만 항상 뒤처진다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제게 할당된 액수를 채우지 못할 때는 정말로 실망스럽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Q. 여러가지 생각 때문에 힘이 들겠군요. 우선 한번 정리해봅시다. 나를 기분나쁘게 만드는 것들을 툭 터놓고 늘어놓아 볼까요?
A. 영업을 좀 잘한다고 뻐기는 K과장도 얄밉고, 그때마다 호들갑떨면서 역시 K밖에 없다고 수선을 떠는 우리 부서 P부장도 재수없습니다. 그렇게 한 사람을 키우면 다른 이들의 사기가 떨어져서 전체 분위기가 안좋아지거든요. 그런 회사가 잘 되는 것 보셨습니까?
Q. 다른 직원들도 이과장님처럼 생각하나요? 회사를 옮기는 사람들이 생겼습니까?
A. 술자리에서 말들이 많지요. 하지만 직장이란게 내놓고 불평할 수 있습니까? 아직 회사를 옮기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Q. 제가 가르마를 타볼테니 의견을 말씀해보세요. 이과장님은 회사 분위기가 달라져야한다는게 목표입니까, 그보다 우선 내 마음이 편해지는게 목표입니까?
A. 글쎄요. 후자가 맞겠지요. 그래야 회사에 대한 마음도 생기고 분위기도 달라지게 만들 열의가 생길 것 같습니다.
Q. 영업을 하신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영업이 적성에 잘 맞으십니까? 화이팅도 좋으시고, 경쟁심도 아주 강하신 것 같은데.
A. 기획부에 있다가 영업을 한지는 3년 남짓 됐습니다. 처음에 부담이 없을 때는 잘 했는데 승진도 하고 책임량이 많아지니까 좀 힘겹습니다. 그래도 우리 회사는 영업에 무게 중심이 가 있기 때문에 좋은 기회를 잡으려면 영업에서 커야 한다고 믿습니다. 영업사원이 경쟁심 없으면 되나요.
Q. 그렇군요. 기획부에 계실 때는 어땠습니까? 성공한 프로젝트가 어떤 것인가요?
A. 사실은 기획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업도 영업기획을 잘해서 처음에 두각을 나타냈었던 겁니다. 신입사원때부터 여러가지 프로젝트기획을 잘 해서 상도 받고 칭찬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때 기획부장님이 더 크려면 영업에 가야 한다고 추천해주셔서 영업부로 오게 됐습니다.
Q. 요즘 부담도 많고 힘들다고 하셨는데 가장 큰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A. 누구나 슬럼프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서너달동안 영업이 부진해서 윗사람들로부터 책망을 들었습니다. 영업이란게 한달을 봐주는 법이 없거든요. 인정받다가 갑자기 간부들의 눈치가 달라지니까 주눅이 들어 더 안풀리는 것 같습니다. 내가 세운 영업기획에도 자신이 안생기구요. 그렇다고 쿼터를 줄여달라고 하기는 자존심이 상하니까 얘기도 못하겠고. 슬럼프를 빨리 벗어나야할텐데 걱정입니다.
Q. 이과장님이 슬럼프에 빠졌던 경험이 처음은 아닐테고 예전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A. 학교다닐 때 성적이 떨어져서 고민됐던 적도 있고, 공연히 학교가기 싫어 방황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누구나 한두번씩은 다 있지요. 시간이 가면 어떻게든 해결되지 않습니까. 그저 열심히 꾸준하게 마음을 다잡고 가는 것이 정답은 아니어도 모범답안은 안되겠습니까.
Q. 요즘 진행하는 영업기획은 어떤 것인가요?
A. 제가 맡고 있는 영역이 요즘 부쩍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경쟁도 치열해지고 신제품 출시도 늘고 있습니다. 여기서 획기적인 마케팅 계획이 없으면 단순 영업만으로는 뒤로 밀리게 됩니다. 기획을 해봤기 때문에 경쟁회사들의 의도와 행보를 읽을 수 있습니다. 남들보다 먼저 파격적인 가격전략을 실시하고 고객관리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한다면 충분히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Q.기획경험이 풍부하니까 역시 남다른 안목이 있는 것 같아요. 윗분들하고 이런 얘기 해보셨겠군요? 그분들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A, 아직 얘기를 못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준비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가뜩이나 꾸중을 듣고 있는 판에 섣불리 잘못 얘기 꺼내면 낭패일 것 같습니다. 얼마전부터 저한테 향후 영업방침에 대해 보고하라고 말씀은 있으셨습니다만.
Q. 아마 윗분들도 이과장님처럼 슬럼프를 겪으신 경험이 한두번씩은 있지 않겠습니까. 이과장님은 그것을 훌륭하게 극복할 수 있는 무기를 이미 갖고 있는데다, 윗분들이 기회를 주려고 하지 않습니까. 조건이 아주 좋은 셈이지요. 한번에 상황을 반전시키려고 하지 마시고 일정한 시행착오를 인정하시면 마음의 부담이 훨씬 줄어들 것 같습니다.
A. 그렇습니다. 아마 일거에 영업실적을 호전시키려고 무리한 욕심을 부리니까 계획도 더 무거워지고 리스크가 높아지는 것 같네요. 그래서 윗분들한테 못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이번에는 작지만 확실한 효과가 날 만한 것들로 반전의 돌파구만 만들어보자 생각해야겠습니다. 석달동안 내려왔으니까 앞으로 석달안에 다시 올라가고 올해에 남은 석달동안 박차를 가하면 연말 실적은 무난히 초과달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잘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인생역전 3개월 전략이라 멋지군요. 초조하게 서두르게 보다 평상심을 빨리 회복해서 규칙적으로 업그레이드해나가는 것이 아마 슬럼프 극복의 기본일 겁니다. 혹시 그 과정에 다른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없을까요? 아까 K과장때문에 기분이 나빠진다고 하셨는데, 계속 그러면 어떻하지요?
A. 원래 뛰어난 사람일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 아닙니까. 사람들도 다 그정도는 알지요. 금 윗분들이 K과장을 추켜세우는 것은 저같은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려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K과장도 언젠가는 저같은 슬럼프가 오겠지요. 이제는 내 계획과 실천을 3개월동안 성실하게 해나가면 될 것이니까 굳이 K과장때문에 스트레스 받진 않을 것 같습니다.
Q. 그렇군요. 오늘 우리가 함께 했던 이야기들을 정리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과장의 역전 3개월 전략 총정리가 되나요?
A. 회사에 대한 불만은 따지고 보면 요즘 제 자신에 대한 불만과 불안감때문이었습니다. 영업사원은 실적만 좋으면 거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요. 이번 슬럼프에선 총력을 다해 실적을 반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할 겁니다. 조만간 윗분들에게 제 영역의 향후 영업방침을 보고드리고, 가장 확실한 제 1단계 전략에 착수할 생각입니다. 3개월 정도 단계적 활성화방침을 세우고 꾸준히 실천하면 반전의 계기가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K과장에 대한 스트레스도 저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한 자극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따로 생기겠지요. 이번 기회에 슬럼프를 돌파하는 제 나름의 노하우를 만들어봐야겠습니다.
Q.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