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뮤즈여 내게 오라>의 카테고리안에 집어넣는 데는 1초의 망서림도 없었다. 다른 카테고리들이 너무 무거워 이런 류의 책을 섣불리 들이밀었다간 불쌍한 책만 왕따당할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기엔 약간 (가벼워서) 부담스러웠다. 당최 이런 책을 즐겨 하지 않는데 어쩌다 농담이란 제목의 책을 두권이나 한꺼번에 샀는지도 모르겠다. 그 중 한권은 휘리릭 보고 냅다 집어던졌는데, 나머지 한권은 한참 지난 후에야 찾아 읽고 그도 모자라 이렇게 페이퍼로 남길 생각을 했는지 심사를 나도 모르겠다.
아마 농담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내던진 책은 정말 농지꺼리 책이었고, 이 책은 나름대로 재미있는 서양 금언 모음집이다. (사람들에게 선물할 책은 아니어도 슬쩍 권할 만은 하다는 뜻) 뮤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청취자를 울리거나 웃겨서 카타르시스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희극과 비극이 한 몸인 까닭도 그런 맥락이다. 최고의 신파는 대성통곡하다 설핏 웃게 만든다. 희곡도 웃기다 못해 엉엉 울게 만드는 것이 최고다.
이주일이 가고 난 후에 웃기는 사람이 없다. 가슴은 커녕 목구멍도 제대로 넘기지 못한 허접쓰레기 말들이 난무한다. 전두환 이후로 정치도 웃기지 않는다. 요즘 정치는 정말 웃기지도 않는다. 아침마다 신문 펴기가 두렵고 9시뉴스 안본 지가 기억도 안난다. 누구말 마따나 이 나라 정치인이 세비받고 하는 일이 국민을 웃겨주는 게 첫째라면 보통 직무유기가 아니다. 하기야 웃기는 것으로 밥을 먹고 산다는 치들이 제것 하나 못 만들고 남의 표정과 소리 흉내내기를 지치지도 않고 하는 걸 보면 한 무리 원숭이떼를 보는 것 같다. 주둥이에서 단 1센티도 깊이 안들어가고 나불대는 경박하고 무뇌아적인 코미디가 훗날 블랙 코미디의 좋은 소재가 될게다. 그들은 웃기면 그만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웃겨서 부끄럽고, 얼빠진 채 따라 웃다가 창피해지니 문제다.
제대로 삶의 무게를 실어 턱턱 던지는 농담을 듣고 싶었다. 짜증나고 심드렁하고 슬프기 때문에 누구라도 멋진 농담 한마디 던져주면 고맙게 웃고, 탄력받으면 확 울어버릴 생각이었다. 어쩌겠나. 당대인의 육담을 기대하긴 어렵고, 책을 통해 역대에 입심좋기로 소문났던 양반들의 말 보시를 받는 것으로 허기를 때울 수 밖에. 막시무스의 <농담>은 그러던 차에 얻는 한사발의 식은 밥과 간간한 나물 몇 점이다.
팽개친 또다른 <농담>에 관해 몇자 남길 때 '당장 멱살이라도 바짝 옭아매고 싶게 미운 사람한테 내 대신 걸판진 욕 한바가지 시원하게 끼얹어준다면 속세에 그만한 적선이 어딨겠느냐'고 했다. 그런 점에서 그 책은 영 젬병이었다. 그러나 막시무스의 <농담>은 톡쏘고 넘어가는 말맛이 어르신들껜 외람되지만 아주 제법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은 들을 만큼 들었다. 지금 내겐 그렇다면 성공의 아빠는 알고보니 누구였더라는 현실 얘기가 더 당긴다. 이 책에 한페이지씩 담긴 짧은 말들은 격언이나 금언이 아니면서도 그 이상의 무게를 갖는다. 아마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며 빙그레 웃거나 껄껄 파안대소를 할게다. 사심없는 웃음의 무게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금언의 중량보다 훨씬 더 나간다.
<농담>에서 발췌한 몇 가지 이야기.
한 여자가 자기 아들을 남자로 만드는 데는 20년이 걸리고,
또 다른 여자가 그 남자를 바보로 만드는 데는 20분이 걸린다.
한 여자의 일생에도 두 남자가 있다.
다른 하나는 늑대. 또다른 하나는 양치기.
정상적인 경우, 늑대가 양치기에게 '장인'이라고 부른다.
사랑의 두 가지 치료법
1)만나지 않는다. 전화도 편지도 하지 않는다.
2)더 쉽고 확실한 방법: 상대방을 보다 더 잘 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는 생각하기 위해 앉아 있다가는
곧바로 머리가 아프냐는 질문을 받는다.
소란스러움은 아무 것도 증명하지 못한다.
암탉은 달걀 하나를 낳아 놓고
마치 소행성이라도 낳은 양 소리를 쳐댄다.
사람은 교육받은 수준 만큼만 궁금해 한다. -루소
교육을 통해 읽을 줄은 알지만
무엇을 읽어야 할 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다.
교육에 돈이 많이 들어 손해라고 생각한다면
무지는 얼마나 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생각해보라.
도대체 왜 우는거지? 내가 영원히 살 것이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루이 14세
죽기전에 왜 회개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회개하지 않고 죽은 자에게 다음 생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