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평점 :
인도에 카스트 제도라는게 있어서 네가지 계급으로 구분되고 그 계급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고 교과서로 배웠다. 그런데, 내가 그 계급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 배웠던가? 나는 이 책을 보기 전에 불가촉 천민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었다. 아니면 듣고서도 관심없어 잊어 버렸던가. '구걸할 권리' 뿐인 사람들이 당당하게 구걸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으나 그 사람들의 구걸은 삶의 게으름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부지런한 한국사람들의 나라에서 태어난 내가 사지가 멀쩡하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구걸을 해야하는 사람의 삶을 어떻게 상상할 수가 있단 말인가. 덧붙여, 내가 인도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뭐가 있었나 생각했다.
일상에서 크거나 작은 굴레가 씌워지고, 사람들이 그 굴레 안에서 자신을 볼때의 느낌을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소한 굴레가 씌워져도 얼마나 불편하고 얼마나 어색한 일인가? 색 안경을 낀 사람들의 극렬한 차별을 태어날 때부터 당하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시작부터 불편했다. 더러운 발자국을 지우기 위해 허리춤에 빗자루를 매달고 다녀야하고 목이 말라도 우물의 물을 마실 수 없고, 같은 종교를 갖고 있으면서도 사원에 들어가 신께 기도를 드릴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냔 말이다. 하지만 '다무'와 '소누'의 깨어있는 의식과 노력하는 삶은 자녀들의 삶과 그 손자 손녀의 삶을 바꾸어 놓았고 그 막내 아들은 성공하여 이 책을 썼다. 손녀의 덧붙이는 말을 보니 아직까지 색안경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다무'와 '소누'가까운데 사는 아는 사람이라면, 이 추석에 홍삼 선물세트라도 들고 찾아뵙고 인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무것도 갖지 못한 사람이 너 나은 것을 갖기 위해 다른 사람을 헤치지 않고 스스로 노력하여 삶을 개척해 나가는 것에 감동받았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내 운명에 손대지 마라!
내 운명은 신이 아니라 내가 만든다."
책 상태는 아주 좋다. 책 표지는 피부색이 다른 진주목걸이를 한 소녀를 보는 듯 하다. 책 띠도 멋지고 책 사이에 있는 사진들도 정말 멋지다. 아쉬운 점은 사진 작가는 누구인지 책의 어디를 봐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저자가 사진까지 찍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