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8년 7월

저자를 어떤 행사에서 본 적이 있었다. [침대와 책]이라는 책을 읽은 주변의 독자들이 애정이 담긴 눈빛을 보내는 것을 본적도 있다. 그런데, 정작 그 책을 본적이 없는 나는 정말 시큰둥했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왔고 읽다보니 사람들의 눈에서 읽혔던 그 애정이 왜 생겼는지 어렴풋이 알 듯도 했다.

이 책을 가방에 넣고 딱 열흘을 읽었다. 문장이 지루하거나 어렵진 않지만 왠지 발목을 잡는 문장들이 많아 빨리 읽을 수가 없었고 내가 읽었지만 전혀 알지 못하는 내용들에 대한 왠지 모를 자책감에 불편하기도 했다. 책을 얼마나 읽으면 저런 문장들을 응용할 수 있을까? 내가 책을 너무 허술하게 읽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책이었다.

매혹적인 독서가들과의 인터뷰와 그 인터뷰에서 파생되어나온 책 이야기는 그들만의 이야기보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가까웠다. 그들의 인터뷰를 굵은 체로 내려 많은 이야기를 알고 싶었던 내 기대는 저자의 가는 체발에 조금은 꺾여버린 점이 많이 아쉬웠다. 그러나 그런 아쉬움은 책 마지막에 많이 덜어져 나갔다. 책 읽는 중간에 책 목록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가, '처음부터 시작해서 다시 읽으며 읽고 싶은 책을 정리해야하나'라는 생각을 하고나니 맥이 풀려버렸었는데, 마지막에 제공된 책 이야기와 목록은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이 새끼를 친 책들 때문에 읽을 책 풍년에 시달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책에 거론된 11인 중에 두명의 이름은 처음 들어봤고, 한명은 왜 결정적인지 알 수 없는터라 조금은 민망했다. 물론 이름을 알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매력있기는 했다. 그리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책 제목이 많이도 나오는 탓에 이들의 독서 허영(?)을 괜히 비아냥거리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책을 좋아하지 않고 언급된 "그들"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피해가야할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