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 - 소금이 일어나는 물거울
유종인 지음, 박현우 사진 / 눌와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난 3년 전에 서해에서 길을 헤매다가 염전에서 소금을 한 자루 산적이 있었다.  일행 중 누군가의 트렁크에 싣고오면서 싫은 소리를 들은 것도 같다.  싫은 소리를 듣더라도 염전에서 직접 소금을 샀다는 것에 마음이 들떴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작년 11월, 무슨 대화 끝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내가 사온 그 소금에서 간수가 다 빠나가 씁쓸한 맛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엄마와 나눴었다.  공교롭게도 그즈음에 받은 SKOOB에는 이 책에 대한 그럴싸한 소개가 나와있었으니, 책 쇼핑을 좋아하는 나는 낼름 살 수 밖에 없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왜 샀을까 후회하고 있다.  그렇게 기피하던 에세이 아니던가!  거기다가 잘 이해할 수 없기에 늘 물러서기만 했던 시인의 글을 위와 같은 사유로 샀다고 해서 급작스럽게 좋아 할 수는 없었다.  덧붙여, 이 책의 초점은 폐염전의 우울함에 맞춰져 있었다.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책을 읽는 편인데 이런 우울한 내용은 아침을 무겁게 만들기 쉬워 싫었다.  물론, 우리나라 소금이 훌륭한 품질에 비해 홀대받고 있어 폐염전이 늘어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우울함은 책의 전반에 깔려있어 영 껄끄러웠다.  책 표지에 "소금이 일어나는 물거울 염전"이라는 밝고 생산적인 이미지는 책 안에는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염전바닥에 쌓인 소금을 애기무덤으로 비유할때부터 알아봤어야했건만, 갈수록 질척질척한 비유가 많아지는 데다가 외로운 사물과 외로운 동물의 비유가 덧붙여져 칙칙한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나는 비유 속을 헤매야만했다.  비유 때문에 어떤 문장은 두번세번 읽어야 이해가 되기도 했다.  내가 문자에 대한 해독력이 치명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도 유난히 힘들어 이 책을 들었다놨다 세달을 씨름을 했고 내용의 중복이 많아 읽던 부분을 또 읽고있는 것이 아닌가 착각을 하기도 했다.  
 
책은 SKOOB의 소개대로 사진이 있는 책이고 느낌 위주의 전반보다는 염전에 대한 설명이 있는 후반이 읽기가 수월하다.  유난히 많은 감상적 비유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사실과 옛문구에 대한 설명들이 늘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글보다는 사진에 매력을 더 느꼈다.  책 안에 있는 어떤 사진은 그 장소에 가서 앉아 있어보거나 사진찍으러 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했다.
 
책과는 약간 동떨어진 이야기긴 한데, 백색의 공포라고 얼마 전에는 소금에 대해 나쁜 것만 부각시키는 기사와 프로그램이 한창 나오기도 했었다.  물론 짜게 먹어서 좋을 것은 없지만 소금이 일상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소금도 식품으로 분류되고 천일염 생산도 산업화된다하니 소금밭도 살아나려나?  우리나라 귀하고 맛있는 소금을 적절한 값에 맛 보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양한 소금제품도 개발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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