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자살 클럽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자살로 끝나버린 사람들의 실화들을 다 읽고 난 후에 모 연예인의 자살소식을 듣게 되었다. 오열하는 아내와 황당해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항상 웃는 얼굴로만 기억되던 그 연예인의 얼굴을 다시한번 되새김질 해봤다. 이 책을 읽어서인가 먼 옛날에 있었던 일인 듯 까마득하게 느껴지는게 멍했다. 누구든 쉽게 목숨을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죽기 전에 그 마음이 오죽했을지 어렴풋이 짐작해 보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리뷰를 시작한다.

내가 10대 때는 자살이 참으로 아름다워보였고 자살은 아니지만 생일날 저녁에 꽃처럼 죽은 친구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 삶을 끝내버렸다면 그 후로 본 아름다움과 행복(물론, 자주 찾아 오는 괴로움들도 있지만)은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면 절대로 그런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못하는 까닭에 어린 친구들의 자살이 그리도 많은 것이겠지.

책은 기사화되었던 굵직한 자살 사건이나 역사적 사건들로 인해 생겨난 자살자들의 이야기에 살을 붙여 말하고 있다. 남녀의 구분이 확실했던 시절에 너무나 만연했고 때로는 당당했던 동성연애, 진학하지 못해서 또는 아이를 진학시키지 못해서 자살한 부모들의 이야기와 학교가 부족해 공부하고 싶어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어거지로 테스트를 시키던 상황들, 신여성과 구여성간의 남자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어쩔수 없는 다툼들, 시어머니의 너무나 터무니 없는 질투로 죽어버린 아들과 아들을 따라 자살한 며느리, 신출귀몰했던 나석주와 김상옥 사건들은 읽으면서 참으로 속이 상했다. 시대가 바뀌어도 상황이 조금 달라질 뿐 사람이 사랑하고 질투하고 어려움을 겪고 분노하고 사는 것들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에 말이다. 누구든 자기 목숨을 경시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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