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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여행 - 놀멍 쉬멍 걸으멍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 광고를 보자마자 살까 싶어 장바구니에 담았다. 사려다가 책장에 잔뜩 꽂혀있는 여행서적을 보며, 또 마음에 바람을 넣으면 어쩌겠다는 것인가 싶어 마음을 접었었다. 그러다가 좋은 기회가 있어 책을 얻게 되었다. 마음 가볍게 읽으면 좋으련만 집안에 큰 사건이 생기는 바람에 무거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무거운 마음에도 불구하고 책은 근심을 잊게 할만큼 상쾌했다.
아버지 환갑 때, 부모님을 모시고 제주 여행을 떠났었다. 나 또한 초행길이었던 제주도를 서울에서 차를 끌고 출발하여 완도에서 배를 타고 들어갔었다. 그때 내가 본 제주는 눈물나게 아름다웠었다. 길을 잃어 사람들이 안가는 낯선 길도 들어섰고 남들이 그냥 지나가는 길을 '이가 빠진 동그라미'처럼 꽃향기를 맡듯이 천천히 돌아다녔다. 6일을 돌아다니고도 못본 것이 많아 참으로 안타까웠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의 교통수단은 자동차여서 아쉬운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언젠가는 걸어보겠다고 생각했던 제주에 걸을 수 있는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 길을 내가 걸을 수 있다니 생각만해도 즐겁다.
책의 구성은 제주길 위에서 산티아고로 넘어갔다가 제주로 돌아오는 구성으로 되어 있고 쉬운글로 쓰여있어 잘 읽힌다. 무엇보다 제주어로 쓰여진 글과 해석, 제주단어의 풀이는 몹시 인상적이었다. 적절한 여백과 사진은 책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표지는 약간 무거운 책 무게를 잊게 할 만하게 촉감이 좋고 제목과 발모양이 볼록하게 나와 있어 책을 읽다가 그 부분이 손끝에 닿으면 표지를 다시 보게되었었다. 덧붙여 별책부록으로 붙어 있는 가이드북은 당장 들고 제주에 갈 수 있을 듯한 자신감을 주었다.
* 저자의 팬이거나 저자의 글을 처음부터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흡연 여성 잔혹사]를 읽었을 때는 흡연여성 금연사로 제목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책을 산 것을 후회했었다. 그런데, 그 책이 이 책의 전초전이라고 생각하면 '그럴만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책장에서 꺼내놓았다. 다시 읽어보려는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