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김어준 저/현태준 일러스트 | 푸른숲 | 2008년 11월 | 페이지 331 | 510g |정가 : 15,800원


세상사 결국 다 행복하자는 수작 아니더냐! 

요즘 직장에서, 우리의 공동의 목표는 퇴근 시간 전에 일을 끝내고 칼퇴근 하는 일이라고, 쓸데 없는 일에 신경전 하지 말자고 주장하고 있는 터였다. 더불어,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결국 이러고 사는게 다 행복해지자고 하는 짓 아니냐고 목에 핏대 세우곤 했다. 그런 상황이니, 이 말을 활자화된 것으로 보고 놀랍기도 했고 시원하기도 했다. 딴지 총수인 저자도 마음에 드는데다가 표지부터 알록달록한 현태준의 일러스트라 책 자체가 마냥 좋았다. 황당했으나 재밌게 보았던 [뽈랄라 대행진]으로 만난 현태준의 일러스트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다시 만나니 정말 반가웠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책의 내용이 한창 하이텔에서 날렸던 서지학의 '후루꾸 카운셀링' 수준의 상담이 이어지리라 생각 했으나 나, 가족, 친구, 직장, 연인으로 이어지는 인생상담들이 깊이 있고 진지해서 놀랐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사람같이, 행복하고 편하게 살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은데, 왜 그리 많은 사람들이 상대에게 실례를 범하며 스스로 합리화 시키고,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버리는지 저자는 하나하나 까뒤집어서 밝혀버렸다. 밑바닥을 드러내고 보니 별다르게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 아니었나 싶은 생각까지 든다. 몇몇 글은 답답했던 내장을 구석구석 긁어주는 느낌이 들게했고, 여행 지름신을 부르는 주문이 곳곳에 있어 마음이 들썩거렸다. 뭐 여행을 가라고만 하지 어딜 가라고는 하지 않지만, 내 속에 있는 여행 지름신은 다양한 장소의 이름 푯말을 들고 잠들어 있을 뿐이므로 여행가라는 이야기가 유난히 크게 보였다. 

이 책을 읽고 인간 '김어준'을 마음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절대로 현실에서 만나 상담을 받는다든가 그러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김어준'을 올려 놓았다. 어우! 만나서 이런 칼같은 말을 들으면 어찌 감당해! 무서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노래는 그대에게 가는 길입니다 - 박강수 From Madagascar
박강수 글.사진 / 푸른솔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박강수 저 | 푸른솔 | 2008년 01월 | 페이지 240 | 468g | 정가 : 15,000원


"인사 안했지? 이쪽은 싱어송라이터 박강수씨"
"아.. 안녕하세요?"

나는 커트머리에 미소가 예쁘고 단단하게 생긴 여자 분과 인사를 나눴다. 나는 박강수라는 가수가 있다는 걸 몰랐던 터라 당황했다. 사실 상대방이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지 몰라도 미안한 일은 아닌데 말이다. 왠지 어색하기도 해서 다른 곳으로 도망가 수다를 떨고 있다가 박강수씨 앞 자리에 앉혀져 노래를 감상하게 되었다. 놀라웠다. 기타가 원래 그렇게 예쁜 소리가 나는 약기였던가? 크지도 않은 목소리에서 나오는 이 묘한 울림은 뭐지?  그 뒤로 이어진 자리에서 노래 이야기도 듣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술자리는 점점 길어지고, 자리가 무르익어 멍해질 즈음에는 술 마시면 부르지 않는다고 했던 노래까지 청해서 들었다. 그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헤어졌다. 목소리의 여운이 귓바퀴 주변을 맴돌았다. 노래 부를 때의 독특한 입모양이 인상깊었다. 딱 한번의 만남이지만 꽤 오랜 시간 같이 있었는데, 나중에 만나면 기억하시려나? 결국 그런 인연으로 CD랑 책을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평소에 음악을 잘 듣지 못하는 터라 책부터 구입했다.  

노래와 가수를 좋아했지만, 책을 받아 들고 생각보다 글이 없어서 조금 실망했다. 사진 에세이라는게 요즘 너무 많이 나오고 있는지라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건만, 듬성듬성있는 글들은 책 읽기 전에 그나마 있던 기대 마저 꺾어 놓았다. 그래서 그런가? 책을 읽으면서 점차 기분이 좋아졌다. 마다가스카르의 이국적인 풍광과 한동안 눈을 뗄수 없었던 바오밥 나무 사진, 오래 전에는 바다였다는 칭기의 조개화석이 붙어 있는 기암 괴석의 모습과 가까이 다가갔음에도 크게 경계하지 않는 아이들의 웃음들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약간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과 마음으로 스미는 짧은 글들도 그랬다. 글이 적어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접하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마다가스카르에 방문해야겠다고 생각 했다. 어린왕자가 그리 골치꺼리로 알았던 바오밥 나무를 내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바다였던 땅을 밟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책 상태는 컬러이지만, 번들거리거나 하지 않아 좋았다. 그러나, 부록으로 붙어 있는 CD는 노래 CD인줄 알고 틀었다가 멜로디 뿐이어서 당황했다. 큼지막하게 멜로디 라고 써 있건만 못봤다. ㅡㅡ; 아직까지 박강수씨의 노래를 잘 모르는 터라, CD부터 구입해 들어야 이 멜로디 CD가 의미가 있어지겠구나 생각했다. 많이 팔려서 더 좋은 사진과 글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편지 - 랜덤하우스 히가시노 게이고 문학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 저/권일영 역 | 랜덤하우스코리아 | 원제 : 手紙 | 2006년 11월

 


[용의자 X의 헌신]을 읽고 히가시노 게이고를 알게 되었다. 추리 형식을 하고 있지만, 알고보면 한남자의 순애보이는 그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의 이름을 기억했었다. 그리고 어느 연애인의 추천 도서에 포함되어 있던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었던 걸로 기억한다.  

 

형과 동생이 있었다. 부모는 일찍 돌아가셨고 형은 막일을 하면서 동생의 뒷바라지를 하지만 사는게 녹녹하지가 않고 결국 허리를 다쳐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동생을 대학에 보내고 싶다는 욕망은 결국 강도짓을 하게했고, 어설픈 강도짓을 하는 중에 집 주인 할머니에게 발각되어 우발적인 살인을 하게된다. 얼마 도망가지 못하고 쉽게 잡혀 감옥에 가 있는 사이 한달에 한번씩 동생에게 편지를 보내는데, 그 편지가 동생에게 딱히 위로가 되기는 커녕 점점 마음의 짐으로 남는다. 소설의 중심에는 가해자의 가족인 동생만이 남는다. 강도살인자의 동생으로 사는 삶은 학교에서도 배척당하고 아르바이트자리, 직장, 음악에 걸었던 꿈, 사랑하는 여자도 잃게 만들었다. 그러나 결국에는 새로운 사랑을 찾고 결혼하고 아이도 낳지만, 다시 가해자의 가족이라는 상황의 되돌이표. 형과 결별하겠다고 결심하고 뒤돌아서서 접하게되는 사건들과 또 만나게 되는 사람들 속에서 가해자가 아닌 가해자 가족으로써의 마음과 그리고 주변사람들의 약간의 행동들이 정당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피해자 가족의 마음을 한꺼번에 보게된다. 그런 마음을 한꺼번에 보게되니 뭘 어째야할지도 모르겠다. 작가도 전혀 의견을 내어 놓지를 않는다. 알아서 생각하라는 것처럼. 소설 막판에 사람의 마음을 참 찜찜하게 만들어버린다. 

책에 책갈피끈이 있어 너무 반가웠다. 책 속지 디자인이 벚꽃무늬인데, 책을 처음 펼쳤을 때는 화과자 포장지 같아서 달달한 소설이 아닐까 생각하게 했었다. 편지의 검열표시가 벚꽃 무늬라니, 다 읽고 보는 속지는 가슴을 쓰리게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더우드 부인의 조선 견문록
릴리어스 호턴 언더우드 지음, 김철 옮김 / 이숲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릴리어스 호톤 언더우드 저/김철 역 | 이숲 | 원제 Fifteen Years Among the Top-knots (1904) | 2008년 11월 | 페이지 320 | 488g | 정가 : 13,000원


이 리뷰를 쓰기 전에 내가 갖고 있는 종교적 성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모태신앙으로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나, 나의 의지 없이 세례를 받고 어린 나이에 첫영성체를 치뤘고 중학교때는 견진성사까지 치뤘다. 현재는 신앙과는 멀리 떨어져 살고 있으나, 내 속에 신앙이 아주 죽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천주쟁이를 포함하여 예수쟁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살아 오면서의 욕심많은 목사와 대 놓고 상대 종교를 비방하는 종교 관계자를 보며 자라, 기독교인들에게 약간의 적계심을 갖고 있다. 다 커서는 종교를 강요하는 몇몇 기독교 인물들에게 신물이 났던 것도 사실이다. 착하게 살지 않으면서 종교의 입문만을 강요하는 종교가 어찌 종교인지 여러번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님만 믿으면 뭔짓을 해도 천당에 간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었기에 내가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당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언더우드 부인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그들의 신념에 박수를 보냈다. 종교적인 책이지만 종교적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조선 땅에 발을 디딘 이 미국인 여성은 조선이 안 밖으로 저물어 가는 시대에 조선에 머물러 따뜻한 시선으로 평민부터 왕족에 이르는 조선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글을 써내려갔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며 조선의 정치인들도 외면하거나 해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해내며 종교적 신념에 따라 조선을 도왔다. 물론, 지극한 애정과 따뜻한 마음으로 대한다고 하더라도 숨길 수 없는 기독교 문명에 대한 절대적 우월감과 서양 중심적 편견은 지울 수 없으나 이 기록은 정말 보석처럼 빛이 났다. 읽다보니 조선은 망할 수 밖에 없었겠구나 싶은 마음과 친일했다고 몰아 붙였던 많은 인물들이 어쩌면 저물어가는 조선을 살리고 싶었을 수도 있겠다는 여러 마음이 생겼다. 워낙 역사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지 못하는 나이지만 조금은 시야가 트이지 않았나 생각해 보았다. 

일본에서는 자극적인 서양문화의 영향을 받은 지가 스무 해나 되었건만 조선은 여전히 시대에 뒤떨어진 '고요한 아침'에 잠들어 있었다. 그런 한쪽으로 일본은 '떠오르는 해'처럼 일어나서 천천히 나아가고 있었다. P.280 

노벨 문학상 사상자 타고르가 일정 상 일본을 들른 후 한국에 들를 수가 없어서 적어 주었다는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에서 나왔던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표현이 정작 우리만 좋아했었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그저 조용하게 잠들어 있는 나라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속상하다 정말. 

책은 두께에 비해서 가볍고 언더우드 부인이 옆에서 이야기 해주 듯 책이 편안하다. 주석들이 있어서 읽기가 편하고 저자의 오류에 대한 정정 표기도 있어 재밌게 읽었다. 특히나 신문같은 표지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암을 이기는 식이요법
김평자 엮음 / 아카데미북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김평자 편저 | 아카데미북 | 2005년 08월 | 페이지 758 | 1560g | 정가 30,000원


암환자를 위한 식이요법 책들이 제법 훑어 보았다. 대부분의 책들은 한가지 음식에만 집중하던가, 아니면, 전체적인 식생활을 거칠게 바꾸라는 식의 책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하루에는 아침, 점심, 저녁이 있고 매끼마다 먹어야 하는 일도 꽤 큰 일이다. 특히나 암 환자가 엄마일 경우, 반찬투정만 해보던 자식들과 남편이 꾸려야할 밥상은 생각보다 막막하다는 것을 그 책들을 쓴 저자들은 잊고 있지 않았나 싶다.

생전 만져보지도 않았던 흙이 잔뜩 묻어 있거나 말라 있고 잘못 만지면 부서질 듯 한 남새나 푸성귀. 먹을 줄만 알았지 막상 사고 보니 멀건 눈이 너무 강렬한 생태 같은 생선이나, 먹을 때는 본적이 없었는데 이런게 있었나 싶게 털이 붙어 있는 홍합 같은 것들은 도무지 어떻게 만져야할지도 막막한 일이었다. 그래서 이 책의 차례를 보면서 쾌재를 외쳤다. 덧붙여 상당한 두께에 집중했다. 이것저것 많은 것이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 였다. 물론 두꺼운 두께의 책을 다 읽지는 못했다. 대충 훑어봤을 뿐인데도 꽤 인상 깊어 바로 구입했다.
암환자의 운동과 식생활에 대한 이야기와 암 환자를 위한 식품별 조리법이나 식재료를 고르고 만지는 법들, 양념만드는 법, 계절별 암 예방요리나 국물내고 조미료 쓰는 이야기까지 너무나 막막했던 것들이 대학 교재처럼 생긴 책에 별일 아닌 것 처럼 설렁설렁 쓰여져 있다. 읽다보니 별 것 아니구나 싶고, 왠지 안심이 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하게되는 떠밀려 하게 된 신부수업이 즐겁지는 않지만, 큰 걱정 덜어낸 것이 어딘가 싶다.

책은 두껍고 크고 사진이 없으니 집중해서 읽기는 어렵겠지만, 당장 암 환자가 집이라면 이 정도 책을 읽는 집중력정도는 거뜬히 생기고 남을 듯 싶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이달 2021-10-09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