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우드 부인의 조선 견문록
릴리어스 호턴 언더우드 지음, 김철 옮김 / 이숲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릴리어스 호톤 언더우드 저/김철 역 | 이숲 | 원제 Fifteen Years Among the Top-knots (1904) | 2008년 11월 | 페이지 320 | 488g | 정가 : 13,000원


이 리뷰를 쓰기 전에 내가 갖고 있는 종교적 성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모태신앙으로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나, 나의 의지 없이 세례를 받고 어린 나이에 첫영성체를 치뤘고 중학교때는 견진성사까지 치뤘다. 현재는 신앙과는 멀리 떨어져 살고 있으나, 내 속에 신앙이 아주 죽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천주쟁이를 포함하여 예수쟁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살아 오면서의 욕심많은 목사와 대 놓고 상대 종교를 비방하는 종교 관계자를 보며 자라, 기독교인들에게 약간의 적계심을 갖고 있다. 다 커서는 종교를 강요하는 몇몇 기독교 인물들에게 신물이 났던 것도 사실이다. 착하게 살지 않으면서 종교의 입문만을 강요하는 종교가 어찌 종교인지 여러번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님만 믿으면 뭔짓을 해도 천당에 간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었기에 내가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당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언더우드 부인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그들의 신념에 박수를 보냈다. 종교적인 책이지만 종교적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조선 땅에 발을 디딘 이 미국인 여성은 조선이 안 밖으로 저물어 가는 시대에 조선에 머물러 따뜻한 시선으로 평민부터 왕족에 이르는 조선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글을 써내려갔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며 조선의 정치인들도 외면하거나 해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해내며 종교적 신념에 따라 조선을 도왔다. 물론, 지극한 애정과 따뜻한 마음으로 대한다고 하더라도 숨길 수 없는 기독교 문명에 대한 절대적 우월감과 서양 중심적 편견은 지울 수 없으나 이 기록은 정말 보석처럼 빛이 났다. 읽다보니 조선은 망할 수 밖에 없었겠구나 싶은 마음과 친일했다고 몰아 붙였던 많은 인물들이 어쩌면 저물어가는 조선을 살리고 싶었을 수도 있겠다는 여러 마음이 생겼다. 워낙 역사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지 못하는 나이지만 조금은 시야가 트이지 않았나 생각해 보았다. 

일본에서는 자극적인 서양문화의 영향을 받은 지가 스무 해나 되었건만 조선은 여전히 시대에 뒤떨어진 '고요한 아침'에 잠들어 있었다. 그런 한쪽으로 일본은 '떠오르는 해'처럼 일어나서 천천히 나아가고 있었다. P.280 

노벨 문학상 사상자 타고르가 일정 상 일본을 들른 후 한국에 들를 수가 없어서 적어 주었다는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에서 나왔던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표현이 정작 우리만 좋아했었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그저 조용하게 잠들어 있는 나라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속상하다 정말. 

책은 두께에 비해서 가볍고 언더우드 부인이 옆에서 이야기 해주 듯 책이 편안하다. 주석들이 있어서 읽기가 편하고 저자의 오류에 대한 정정 표기도 있어 재밌게 읽었다. 특히나 신문같은 표지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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