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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산은 없다 - 2008 대표 에세이
김서령 외 41인 지음 / 에세이스트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수필이 이렇게 재밌었던가? 수필이라고 출판된 몇몇 책을 읽고 재미를 못봤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몇번이나 다시 읽지않겠다고 다짐했던 수필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재밌었단 말이지? 하나하나 넘기면서 보다보니 나를 가운데 두고 마흔두명 앞다투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길지도 않는 글들에 얼마나 많은 마음들이 들어있는지, 한창 마음이 무거운 때라 덕분에 웃었다 울었다했다.
엄마가 암투병 중이라, 날마다 신경이 곤두서 있는 참이다. 작년 10월 말부터 팽팽한 긴장상태에서 살고 있는 터라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에 대해 섭섭한 마음도 더 크고, 쉽게 노여움을 타고, 인내심도 바닥나 있는 참이다. 날뛰는 마음을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이 끝나고 지난 일 뒤돌아 볼만큼 한발짝 물러나면 나도 수필 한번 써볼까라는 생각을 했다. 남들도 어려움을 겪고 때로는 마음에 상처 입고 산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편해지는 마음은 왠 심술인가 싶다.
살면서 적당히 상처 받고, 경계하고, 위로받고, 추억하며, 이해하고, 염려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을 되새김 해본다. 겪은 사람들이 지나고 보니 그랬다라는 이 이야기들은 번잡한 시간을 빗겨나간 후에 쓴 글이라 순하고 따뜻한 차 마시는 것 처럼 입에도 몸에도 좋은 느낌이었다. 어쩌면 이리도 하나같이 잘 읽히는지, 2008년 대표 에세이라 그러려니 싶다가도 책에 수록되어 있는 수필작가의 수필집을 사서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은 멈출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