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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 - 왜 콩고에서 벌어진 분쟁이 우리 휴대폰 가격을 더 싸게 만드는 걸까?
카를-알브레히트 이멜 지음, 클라우스 트렌클레 그래픽, 서정일 옮김 / 현실문화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몇년 전엔가 그 당시 생각에 재미난 통계를 본적이 있다. 전세계 인구를 100이라고 생각했을때, 나는 어느 정도 수준에 들어가는지를 알아보는 통계였다. 그때 내가 전세계 사람 중에 아주 상위권에 해당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굶주릴 걱정 없이 고등교육을 받고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데다가 혼자 쓰는 방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복받은 사람이었다. 이런 통계까지는 내가 우월하기 때문에 재밌었다. 내가 누리는 것으로 누군가가 무엇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이 책은 끊임없이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진실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관광산업으로 현지인에게 부를 주는 것이 아니다. 투자한 사람과 관광객을 데려간 사람들이 돈을 벌게 마련이다. 현지인들이 물부족으로 허덕이고 있을 때 관광객의 수영장은 물이 넘실넘실 넘쳐나는 말도 안되는 상황도 벌어진다. 전세계 식량 사정은 넉넉한데도 어떤 곳 아이들은 체중미달로 죽어가고, 육류를 생산하기 위해 아이들을 다시 굶기고, 바이오 연료를 만들려고 아이들을 또 굶긴다. 29억 명이 위생시설이 없어서 생명이 단축되고 있다. 어떤 곳은 교육의 기회가 없어서 가난 운명처럼 짊어지고 살고, 어린나이에 출산과 HIV 감염이 만연하고, 피임을 몰라 인구는 늘고 먹을 것은 없고 아이들은 죽어나가고 또 어린 엄마는 아이를 낳는다. 만성적인 가난이 자리한 곳에서는 같은 일이 대를 이어 반복된다. 장차 엄마가 될 여성들의 교육에만 신경을 써도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데 후진국으로 갈수록 남아의 교육을 우선한다. 누군가는 많이 먹어 성인병에 시달리고, 누구는 못먹은 탓에 면역력이 없어 간단한 병으로도 죽어나간다. 고칠 수도 있는 병을 약이 없어서 방치하고, 만들어 먹겠다고 노력하면 선진국의 제약회사가 특허권을 내걸고 칼을 휘두른다. 그나마 신약 개발자금도 없어서 누군가는 대단하지도 않은 병으로 시름시름 앓아 죽는다. 어떤 사람들은 물이 없어 고통받고 있는데 알고보니 다른 동네 녀석들이 찾아와 생수병에 넣어다가 팔고있어 지하수는 씨가 마른다. 원조기금을 준다는 선진국들은 큰소리만 내어 놓고 언제주는지 찔끔찔끔 주면서 이유는 많다. 내용을 알고보면 이런 저런 조건을 달아 준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챙겨 간다. 온가족이 먹지도 못하면서 노동에 시달리고 노동에 시달려도 굶주림은 끝나지 않는다. 커피나 초코렛같은 기호 식품들은 정작 그것들을 채집하는 사람들에게 맛볼 수 없는 비싼 것들이다. 지구 대륙 북쪽과 남쪽의 삶은 점점 멀어져만 간다. 사람이 자연에 개입하여 생기는 많은 부작용들과 전쟁을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전쟁은 멈추지가 않는다. 무심코 쓰고 버리는 종이컵도 나무젓가락도 신제품이 나왔다고 바꿔버리는 핸드폰도 어쩌면 내 무덤 위에 올라갈 쓰레기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쩌고 살아야 세상에 도움이 될지 머리가 다 아프다.
생각 할수록 불편하기 짝이 없는 책이다. 한가지 제목에 한가지 이야기와 한가지 그래픽이 붙는다. 자료를 찾아 정리하고 그래픽까지 만든 이 사람들의 정성에 박수를 보낸다. 몇가지 이야기는 보다보면 욕이 한바가지 쯤 쏟아진다. 충분히 감수하고 참아내야할 불편한 진실이다. 어떻게 살아야 지구에게, 사람들에게,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에게, 자연에게, 동식물에게 도움이 될지 생각해 봐야겠다.